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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님의 서재입니다.

사업중독자의 회귀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허란
작품등록일 :
2016.11.01 19:26
최근연재일 :
2017.04.07 20:52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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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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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8
글자수 :
243,041

작성
16.11.02 21:52
조회
6,284
추천
93
글자
9쪽

다시 시작된 사업중독

DUMMY

고은이는 나를 조금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 정말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냐?”

“아냐..”

“정말? 평소랑 왜 다른 느낌이지?”


갸우뚱 거리는 그녀.


“뭐가 다른데?”

“몰라. 오늘은 어쩐지 놀리면 안 될 것 같은데?”

“뭐야. 그럼 평소엔 내가 놀리기 좋았던 거야?”

“어. 몰랐어? ㅎㅎ”


내가 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그제야 고은이 웃는다. 그녀와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가, 우리는 강의실에 도착했다. 교양글쓰기 수업.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던 수업이다. 대학을 다닐 때 꽤 열심히 들었건 기억이 난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주제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생전 토론 한 번 안 해본 아이들이라, 이 수업이 다소 낯설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토론을 하는데,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다. 교수님은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평소 열심이던 다정군은 오늘 왜 이리 조용한가?”


아이들의 눈이 내게 집중되었다.


“다정군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 문학이란 무엇이지?”


더 이상 딴 생각을 할 수가 없었기에, 나는 생각을 가다듬고 말했다.


“문학이란 반대어를 생각하면 손쉽게 정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정도로 접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산문이 문학의 반대말입니다. 문장과 정보값이 일치하는 산문들의 경우 ‘문학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같은 접근에 의하면 ‘문학’은 정보값이 어긋나는 각종 기법들을 활용해 글로 표현의 영역을 구축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 말에 친구들의 표정이 벙 찌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야. 쟤 뭐야? 유다정 왜 저래?“


수군거리는 아이들. 교수님도 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시며 물었다.


“두 번째는?”

“두 번째로 글이 아닌 다른 매체를 활용한 예술과 대립되는 예술로써 ‘텍스트’를 주요한 매체로 활용하는 예술장르로 문학을 정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시 교실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곤 교수님이 안경을 고쳐쓰시곤 내게 묻는다.


“자네, 로버트 와슨의 책을 읽었나?”

“네?”

“자네가 말한 문학의 정의 말일세. 와슨의 견해인 거지?”

“아. 인터넷에서 읽은 것 같습니다.”

“그래? 흠. 좋은 지적이었네.”


교수님은 안경을 고쳐쓰며 나를 다시 한 번 바라봤다.


“자네. 오늘 분위기가 좀 다르군.”


내 뒤 앉은 고은이가 내 어깨를 쳤다. 내가 뒤로 돌아보자, 그녀가 해 맑게 웃으며 엄지를 척 하고 들더니 웃었다.


“역시 범생이 다정이야.”


수업은 그럭저럭 진행되었다. 지금 날짜는 5월 말. 기말고사를 앞둔 시기다.


‘내게 필요한 것은 동남대 경영학과 학벌이 아냐.’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동남대. 이 중에서도 경영학과. 학벌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최고로 손꼽히긴 했다. 하지만 나는 과거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교 선배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많이 봤다.


‘김진도. 이번 생에 그 새끼만은 반드시 죽여주지.’


나와 친해질 수 없는 인간 말종. 김진도는 강남에 빌딩을 수십 채 가진 금수저다. 나보다 2년 선배인 녀석은 대학을 졸업할 당시, 나와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를 낚아 채간 놈이다. 그리고 이후로도 사회 생활을 할 때 내게 수 없는 위기를 안겨준 장본인이 바로 김진도다.


‘김진도 때문이 아냐. 정말 필요한 학교가 아니다. 정말 필요한 건, 2020년, 게이트가 열리는 순간.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필요하다.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대학교 학벌이 아닌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다시 한 번 주먹을 꾹 쥔다. 게이트가 열린 후 전 세계의 경제는 마비되어버리는데, 딱 한 순간. 사람들이 돈으로 각성자들의 능력을 살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각성자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시기에, 돈이 마지막으로 위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대비해야 해.’


만약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다면, 회귀해서 그저 돈을 모으는 것이 최고 목표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20년 후 도래하는 게이트 시대에는 ‘돈’의 가치가 완전히 변하게 되고, 금권보다 각성자의 이능이 훨씬 강한 권력을 쥐게 된다.


‘일단 지금은 돈을 벌자.’


나는 미래를 알고 있다. 그 동안 사회에 어떤 굵직한 이슈가 생겼는지 알고 있고, 어떤 사업이 성공했는지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수백억 원의 예산을 다루는 사업을 성사 시킨 적도 있었다.


‘할 수 있다. 성공한 사업가가 되야겠지.’


다시 사업이다. 그렇게 혹독하게 실패하고도, 다시 사업에 손을 대려 하다니. 마약중독 보다 더 심한 게 일중독이라 한다. 내 중독도 중증인 것 같다.


사업은 늘 불확실성과 싸워야 한다. 미래에서 돌아왔기에,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쉽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사업이라는 건 언제나 끊임없이 불확실성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한끝 실수로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을 언제나 안고 있는 것이 사업이다.


‘이런.. 또 심장이 뛰는 구나.. 처음 사업 할 때, 자주 이랬는데..’


해야 할 일이 뚜렷해졌다. 목표가 뚜렷해졌다.


----------------------------


일단 학교는 1학기까지만 다니기로 했다. 수업은 건성으로 들었고, 학고를 받지 않을 정도만 시험을 쳤다. 나의 변한 태도에 아이들은 좀 놀란 듯 했지만, 아이들을 신경쓰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종자돈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당장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은... 과외다.’


10년이 지나면 대학생이 고액과외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지만, 아직은 대학생도 고액과외를 할 수 있는 시대였다.


‘올해가 지날 때 까지 천만 원을 모은다.’


대학생이 천만 원을 모으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벼룩시장, 학교 홈페이지, 친구들에게 부탁을 해서 과외 자리를 찾았다. 강남이나 목동 같은 교육열이 높은 곳의 아파트 단지에 과외 전단지를 붙이기도 했다. 과외 자리가 하나 둘 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과외는 김고은이 소개해준 것이었다.


“야. 너 공부한다고 과외 같은 건 안한다며. 마음이 바뀐거야?”

“응. 등록금을 좀 보태려고.”“웬일이야. 너 많이 변한 거 같은데...”


나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고맙긴. 뭐. 어쨌든 너라면 잘 할 것 같아서 소개해주는 거야.”


고은이가 피식~ 웃으며 연락처를 알려줬다. 나는 그날 고은이에게 맛잇는 스파게티를 대접했다. 40년 만에 찾은 옛 단골 스파게티 집 ‘스파게티아’. 감회가 새로웠다. 소스는 지나치게 달았지만, 그래도 옛날에는 이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스파게티인 줄 알았다.


“뭔가 변하긴 했는데.. 모르겠단 말야..”

“뭐.. 뭐가?”

“아냐.. 스파게티 맛있다. 마늘 빵 더 시켜도 되지?”


뭐랄까. 내가 변한 모습을 깊게 관찰하는 듯한 고은이의 시선. 악의 없는 관심이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니, 뭔가 좀 따뜻한 기분이 느껴졌다. 우리는 식사를 마친 후, 학교 뒤에 있는 조용한 까페를 찾아갔다. 책이 많이 쌓인 북까페였다. 고은이는 휘리릭~ 책을 넘긴다. 그녀의 차분한 눈빛을 보며,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낭만이 있는 장소, 낭만이 있는 시간이다. 쓴 커피가 넘어가며 머리에 카페인이 살짝 돌았다. 오래전 잃어버린 소중한 감각이 되살아난,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시간이었다.


--------------

<고은이의 일기>


인상이랑 보람이랑 같이 학교로 가는 길에, 다정이를 만났다. 평소 맑게 웃던 다정이가 아니었다. 어딘가 어두워보였다, 고민이 있는 것 같았다. 워낙 책 읽고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 학과에선 범생이로 유명했지만, 요즘 수업 시간에는 유독 달라보였다. 낯설었다. 그래서 신경이 쓰였다.


오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세한 사정은 몰라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사촌이 과외를 구한다고 해서, 다정이를 소개시켜줬다. 기분 좋아하는 표정을 보니, 나도 착한 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제법 맛있는 저녁을 얻어먹었다. 남자들은 스파게티 같은 거 잘 못 먹던데, 다정이는 익숙해 보였다. 근래 들어 부쩍 어른스러워보인다. 근데 우리 오늘 데이트 한 건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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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균열에서 +3 16.12.05 2,668 49 11쪽
43 무너지다. +5 16.12.04 2,684 50 7쪽
42 웨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 +1 16.12.04 3,065 43 10쪽
41 카사노바.avi +5 16.12.03 2,866 43 10쪽
40 그의 도발 +3 16.12.02 2,806 41 9쪽
39 각성자는 공무원이다. +2 16.12.02 2,648 44 8쪽
38 탐식 - 스킬을 먹다. +1 16.12.01 2,714 44 8쪽
37 너 나랑 사귈래? +4 16.12.01 2,912 46 15쪽
36 까페를 개업하다. +1 16.12.01 2,702 42 11쪽
35 다시 일상으로 +1 16.12.01 2,766 39 10쪽
34 그의 장례식 +2 16.11.30 2,816 4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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