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눈먼치 님의 서재입니다.

불의 꽃 : 조선판 어벤져스 불꽃궁주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완결

눈먼치
그림/삽화
눈먼치
작품등록일 :
2022.05.12 06:04
최근연재일 :
2023.01.18 21:03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0,809
추천수 :
897
글자수 :
446,770

작성
23.01.15 13:01
조회
61
추천
6
글자
10쪽

4부_16화 : 대단원 - 쇠미골 사람들 上

DUMMY

■ 먹쇠의 부고


때는 아주 늦은 가을이었다.

이미 서리태 마저 수확해

쇠미골도 농한기에 접어 들었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고

강물은 그 검은 먹구름을

한가득 담고 흘렀다.


이제 거뭇거뭇 수염이 나기 시작한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청년 하나가

쇠미골에 삿대질을 해서 나타났다.


그 청년은 마침 동구밖을 나오는

관복을 입은 만득과 미블개,


그리고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하칠득이 말을 몰고 나온다.


만득에게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집을 묻는다.


"어르신! 김막금 중랑장집을

찾고 있습니다."


칠득이 나서려하자

만득이 살벌하게 야리며


"아직도 오줌 닦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가?


(눈을 돌려 그 청년을 보며)

무슨일인가?"


"제 아비의 부고를 전하려

하나이다"


"너의 아비가 누구인가?"


"연변 김가 먹쇠이옵나이다!"


"뭐라고? 먹쇠가?"


만득은 놀라서 말에서 급히 내려


"무슨 말인가? 몇 달 전

나와 명나라 놈들 박살을 내고

돌아 왔는데...."


그러자,

참고 참았던 눈이 시작되었는데

그야말로 무슨 수제비 만한

눈 송이가 펑펑 내렸다.


"(손으로 받아 보고는)

올해는 빠르군!

그런데...(먼데를 보며)

그리도 강건하던 사람이

무슨일인가?"


"할머니께서 돌아 가시자

위화도에 계시던

부친께 부고를 전했으나


나랏일이 급하다 하여

할머니의 장례를 지키지

못하셨습니다.


동두천 집으로 돌아 오셔서

심한 자책을 하시고


3일 밤낮을 통곡하며

괴로워 하셨습니다."


만득의 장막을 찾았던 날이

어머니 별세 소식을 접한

그 날이었던 모양이다.


"거 사람 참... 쯧쯧"


만득은 그렇게 말하고는 무심하게

툭 던진다.


"몸은 좋구나!

여기가 막금의 집이다."


그 청년이 막금의 사립문을

열고 들어 서자


"막금아!

너에게 손님이 왔구나!"


막금은 올아비의 목소리를

듣고는 마당으로 짚신을 신고 나선다.


"오라버니!

회양으로 가신다더니...!"


그 말을 들은 그 녀석이

만득을 돌아 보며


"어르신, 제 아비가

막금 중랑장의 오라비

만득 장군에게서 피가 나도록

무술을 배웠다 하더이다!


아비의 스승을 몰라 뵈었습니다."


만득은 관심 없다는 듯

무심하게


"그게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겠는가?"


눈 내린 마당에 선,

배가 불룩 나온 막금은

좀 전까지 방에서


소비, 궁주와 무술 학교 세우는 것을

논의 하던 중이었다.


사립문 쪽에서 만득에게 말을 하는

젊은 청년을 보았다.


"자네는 누구이고

여기 무슨 일 인가?"


"중랑장께 김가 먹쇠의 부고를

전하옵니다!"


"이 무슨 고양이 풀 뜯어 먹는

개소리란 말인가..."


그 황당한 소리에

먹쇠를 아는 방안 사람들이

맨발로 뛰어 나와 마당의

그 청년을 에워 싸고는


"이 무슨.... 무슨 헛소리 인가?

그리도 강건하던 놈이..."


"이 놈! 어디에서 약을 팔아!"


"근데 네놈은 누구냐?"


"김가 먹쇠의 아들 '실구디'라

하옵니다."


"아들 놈이 지 애비 죽었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


막금은 혼잣말로


"그 새끼는 남 신경쓰이게 하는

더러운 재주가 있는 놈이지!"


눈은 제법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쌓이고 모든 사람들이 이 두 사람을

두고 총총히 떠났다.


눈에 촛점이 없는 막금이

눈이 쌓이는 마당에 서서

녀석에게 물었다.


그 청년 실구디는

방금 전 만득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 했다.


"그렇게 슬픔과 죄책감에

식사를 하지 않아 약해지신 상태에서

그만 *학질에 걸리셨는데....


그렇게도 강건하시던 분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리셨습니다."


"안타깝구나, 그런데,

니 애비 죽은 것과 나와는

무슨 상관이 있는가?


(막금은 의아스런 표정으로

잠시 침묵하더니)


고인은 유언이 있었던가?"


"예, 저에게

'넌 이제 천애고아다.

하니 쇠미골 막금 중랑장을

어미로 섬기라'

유언하시고 눈을 감으셨습니다."


"널 내 뱃 속으로 낳지도 않았고

내 젖을 먹여 키우지도 않았으며

똥 귀저기 한 번 갈아 본 적 없으므로

내 아들이 될 수 없는...


그 것은 명백하다.


가라! 분명 너의 아비는

나의 옛 인연이기는 하지만

이미 끊어진 인연!


끊어진 인연과

깨어진 뚝 배기는

본래 붙여 쓰지 않는 법이라!"


그리고는 방으로 들어 가서

냉정하게 문을 닫고

가라고 만 한다.


소비가 건너편에서 지켜 보다가

건너 가려는 것을 남편 꾹쇠가


"거! 누부는

왜 거기에 참견하시려오!"


막금은 울고 있었는데

그 우는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문을 닫은 것이다.


막금이 아직 어릴 적 산채 주막을 하던

이 청년의 할머니로 부터


"내 며느리 하면 딱 좋겠는데,

저 정신없고

생각 없이 사는 놈과 맺어지면


이리도 예쁜 네가

망가질까 두렵구나"


하며, 가는 길에 먹으라고 몇 번 싸주던

그 애정 가득한 주먹밥이 생각났고


위화도 회군 후

먹쇠를 두들겨 팰 때 어미 등에

업혀 빽빽 울던 이 청년의 아기 때도

생각이 났고


그 어미가 죽어

지난 16년을 어미도 없이

살았던 이 청년도 안쓰럽고


아직껏

자신의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맏아들 맏쇠가 불쌍했고


새로 정식 결혼한 남편 태선도

마음에 걸렸다.


뒤 틀린 지난 자신의 삶이,


이제는 자신은 태선을 만나

모든 아픔이 치유되었고

상처는 아물었다

생각한 자신의 삶이,


이제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그 믿음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


그리고 무언지 모를 슬픔이

가슴 속을 파고 들었다.


그 청년은 노란 나뭇잎을 다 떨군

은행나무 처럼 한참을

마당에 서서 울었다.


"갈 곳이 없습니다.

..... 중랑장 영감!"


그 때 마침, 산에서 생 소나무 가지들을

거대한 지게에 지고 오던 태선이


낯선 키 큰 청년 하나가

자기집 마당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있는 꾹쇠에게 물었다.


"처남! 저 청년은 누구인가?"




■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태선은 낫가리 앞에 지게를

내리고 지게 작대기로 바투어

지게를 세웠다.


"울고 있는 자네...

이리 와서 좀 돕게!"


눈물을 닦고

둘이서 나무를 낫가리에

차곡차곡 쌓고는


"일 쏨씨가 제법이로군!"


자신의 몸에 앉은 눈을 털며

막금에게 들으라는 듯


"어허! 손님을 마당에 이렇게

세워 놓는단 말인가?"


태선은 아무말 하지 않고

작은 건너 방을 가르켰다.


태선과 막금은 서로간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태선이 소반에

보리 밥 한 그릇과

막걸리 한 병을 넣어 주었다.




■ 꿩 사냥



다음날 아침,

태양은 빛나고 온 천지가 흰 눈에

덮여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태선과 '실구디'는

마당의 눈을 치우고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동구 밖에서 고란까지 길을

뚫었다.


동네 사람들은

이 청년 실구디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동네의 길을 다 만들어 놓고

젖은 버선을 벗고 작은 방으로

들어 가려는데


막금이

"큰 방으로 와서 밥을 먹거라!

그리고 그 버선은 여기다

두거라"


빨래감을 놔 두는 곳을

가르킨다.


세명이서 아무말 없이

아침을 먹고


태선은 아무말 없이

눈신(설피)을 신게 했다.


고란의 삼평 집에 들러


"삼평! 나랑 꿩 사냥을 가세"


"예...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눈이 그 친 오늘이 최고의

순간이죠!"


꿩을 발견하고는 다가 갔으나

이내 'ㅍ트르륵'하며

날아 가버린다.


"조선엔 꿩이

두 종류가 있지!


잡히는 꿩

이렇게 놓치는 꿩!"


"제 아비는 늘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꿩을 놓쳐도

아쉬워 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녁에 식탁 위에

올릴 음식이 없다면


조선에는 꿩은 잡히는 종류 밖에는

없도록 해라 하셨지요.


그래서 언제나

바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판단하라 하셨습니다."


"너의 어미가 될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냐?"


다시 둘은 말없이

여름에는 콩 밭이었던

곳을 멀리 바라다 보았다.


눈이 내린 곳에 꿩들이 어지러이

앉아 있다.


"어떠냐? 넌 이 많은 꿩 중에

몇 마리를 잡으려느냐?"


"빠르게 쏘면 열마리를 잡을 듯

쉬워 보입니다."


"한 무리의 꿩을 발견하면

일단 한 마리만 잡을 생각을 해라.


화살을 맞은 놈은 쓰러지고

옆에 있던 꿩들이 놀라서

날기 위해 달리기 시작하지.


좋은 사냥꾼은

달리는 꿩을 쏘지 않는다.


달리다가 막 공중으로 뜬 순간

사격을 해야 한다.


그 때가 제일 느리거든.

보거라! 꿩 사냥은 이리 한다."


태선은,

어지러이 눈을 파헤치고 땅에 있는

콩을 쪼아 먹고 있는

장끼(숫꿩)를 향해 쏘았다.


화살이 빠르게 날아

장끼의 몸통을 찌르자


소리를 지르며 옆에 있던

많은 꿩들이 날개짓을 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태선은 살을 매긴 후,

달리다가 막 공중에 뜬 놈을 향해

즉각 쏘았고 삼평도 그리 했다.


정작, 실구디는 활이 없어

멍하니 구경만 할 뿐이라.....


그리고,

숯쟁이가 자신의 매를 데리고

나탔다.


"거 매를 날리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아이고 죄송합니다. 기척이라도

내시지..."


"꿩이란 놈이 보통 예민해야지..."





■ 독수리나 꿩이나 새는

그 맛이 그 맛이라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매의 습격을 받으면 놈들은,

도망가는 대신

발라당 눕는 놈들이 있지.


꿩은 차는 발의 힘이 워낙 강해서

덮치는 매의 가슴을

그 거센 발로 차버린다오.


내가 잃은 매만 수 십이나되니..!

그 만큼 발 힘이 좋지...


열 받아서 '응방'에서 삶아 먹은

매가 수백은...."


"응방? 그 권력의 정점에

계셨던?"


삼평이 고개를 갸웃 한다.


"매를 관리 하던 곳이 권력과

어떤.....?"


"일단 고려의 왕들이

매 사냥을 좋아했고


몽골에 공물로 바치기 위해

그리고

권력을 위해

매를 뇌물로 바치려는 자들에게


우리가 보증서를 써 줘야 했거든...

일종의 '품질 보증서' 랄까?"


"근데 어쩌다?"


"왕의 매를 사냥터에서

몰래 데리고 나갔다가

꿩에게 차여 죽어 버렸지...."


숯쟁이 맏소이가 쇠미골로

숨어 든 이유를 그렇게

설명하고는 멋적은 듯...


"매고기는 노린내가 심해서

그닥....."


작가의말

*학질 : 말라리아, 모기로 인해

감염되는 병, 여름인데도 오한이

나고 식은 땀, 또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혼수 상태에 빠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3.01.16 00:16
    No. 1

    막금이 ㅠㅠ)! 우는 장면을 상상하게 되었네요. 삶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3 눈먼치
    작성일
    23.01.16 07:28
    No. 2

    예 맞습니다. 예측할 수 있다면 사랑에 빠지지도 못하고 누구나가 부유하며 모든 것을 좋은 방향대로 결정하겠지요. 그렇지만 무한의 재화가 없는 지구는 엄청난 갈등을 겪을 것입니다. 그나마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개인적인 고통과 갈등으로 국한되는 세상이 되는지도...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4 우주귀선
    작성일
    23.01.17 22:44
    No. 3

    얼마 전에 본 영화 '올빼미'에도 학질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검색해봤는데 여기서 또 이렇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3 눈먼치
    작성일
    23.01.17 23:28
    No. 4

    오호. 저도 그 영화 봤습니다.
    선조와 인조 우리나라 왕 중에 제일
    멍청하고 질투심 많은.. 자식을 시기한
    머저리 왕이었습니다.
    나중에 통쾌했습니다.
    학질은 과거에 모기로 부터
    오는 줄 몰랐다 더군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불의 꽃 : 조선판 어벤져스 불꽃궁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쇠미골 입구 소나무 밭 22.12.04 57 0 -
공지 공지 : 절대 진지하지 않은 소설 22.09.10 71 0 -
공지 모두 애 많이 쓰셨습니다. +4 22.07.21 93 0 -
공지 참고_금강산 가는 길 (고려와 조선) +1 22.06.26 91 0 -
공지 스토리 전개 22.06.26 71 0 -
공지 공지 등장인물 소개 (계속 업데이트) 22.05.27 210 0 -
104 불꽃궁주 후기 +6 23.01.18 75 4 4쪽
103 4부_18화 : 대단원_그들의 처음_下 +10 23.01.17 77 7 4쪽
102 4부_17화 : 대단원 _쇠미골 사람들 中 +4 23.01.16 48 5 10쪽
» 4부_16화 : 대단원 - 쇠미골 사람들 上 +4 23.01.15 62 6 10쪽
100 4부_15화 : 만나서 더러웠다. +2 23.01.12 61 6 11쪽
99 4부_14화 : 드디어 결전의 순간 +4 23.01.10 57 6 9쪽
98 4부_13화 : 앙금을 털어 내는 막금과 먹쇠 +2 23.01.09 44 7 10쪽
97 4화_12화 : 건문제와 영락제 +4 23.01.05 57 7 9쪽
96 4부_11화 : 가짜황제 진짜 황제 +2 23.01.05 52 6 10쪽
95 4부_10화 : 조공 무역의 진실 +4 23.01.01 68 7 10쪽
94 4부_9화 : 양떼에 들어 간 늑대와 같이 +2 22.12.30 70 7 10쪽
93 4부_8화 : 풀밭 이상 +4 22.12.29 75 6 9쪽
92 4부_7화 : 태종과 영락제의 과거 +6 22.12.27 74 7 9쪽
91 4부_6화 : 압록강을 두고 조선과 명 대치하다 +4 22.12.26 61 7 9쪽
90 4부_5화 : 막 나가는 명나라 +4 22.12.25 57 6 7쪽
89 4부_4화 : 조선이 어떤 나라 인가 +6 22.12.22 77 7 9쪽
88 4부_3화 : 지랄도 정도껏 해야 +2 22.12.21 72 6 9쪽
87 4부_2화 : 전투의 전개 +6 22.12.15 75 7 9쪽
86 4부_1화 : 자식을 포기하는 부모는 없다. 나라도 그렇다! +2 22.12.13 73 6 10쪽
85 EP05 : 쇠미골 짐승들의 패기 +2 22.12.13 65 6 3쪽
84 3부_22화 : 쇠미골에서 살아 남기 +2 22.12.13 71 7 10쪽
83 3부_21화 : 관찰사의 패악질 +3 22.12.11 70 7 12쪽
82 3부_20화 : 결혼식과 어느 이별 +4 22.12.07 80 6 10쪽
81 3부_19화 : 꾹쇠 왜국 무사와 결투하다 +6 22.12.04 87 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