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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13,203
추천수 :
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2.31 07:45
조회
661
추천
9
글자
11쪽

61화 심연 아래(2)

DUMMY

61화 심연 아래(2)


밝아오는 태양을 등지며 걷는 두 남녀.

비행으로 제법 먼 길을 날아오느라 마나가 고갈 난 태선은 유리아와 길을 걷고 있었다.


"누구였을까요. 저희를 쫓던 사내를 죽인 사람은."

"······"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

추측이 아니다.

확신이다.

그렇지만 녀석의 이름을 내뱉고 싶지 않았다.

하루의 시작을 구리게 만들 순 없으니까.


"우리가 죽인 게 아니었는데, 유리아는 화나지 않았어?"


태선은 궁금했다.

유리아 입장에선 의심을 받았음에도 그에 대한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무인들을 단 한명조차 죽이지 않았다.


"저도 누군가를 잃는다면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유리아가 태선을 바라본다.

태선은 그런 유리아를 바라보며 눈을 감는다.


"냄새가 느껴져."

"??"


유리아 뒤편의 숲속에서 느껴지는 바다의 향기를 맡은 태선.

그가 숲속으로 들어서자 유리아 역시 그를 따라 들어선다.


그리고 숲속 안쪽에 자리한 거대한 신전을 연상케 하는 돌기둥들이 세워져 있다.


기둥들 사이를 거닐던 태선은 자리에 멈춰 선다.


"계단이에요."

"응. 들어가 보자."


해안가 인근에 자리한 신전.

그리고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는 둘은 라이트로 길을 밝히며 걷고 있다.


벽에 그려진 벽화들.


"사람과 인어인가?"

"정확히는 신과 뱀장어에요. 머맨과는 엄연히 다르죠."


드라고나를 만날 당시에도 그녀는 저택 내부에 그려진 그림들을 곧잘 해석해냈다.

남다른 해석 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신이 뱀장어랑 사랑이라도 나눴다는 내용인가?"


태선의 엉뚱한 질문에 미소를 짓는 유리아.


"신은 만물을 창조했고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에 영감을 받아 새로운 걸 창조해냈다는 내용이네요."

"아 그 새로운 창조물이 나가족이란거구나. 이 길은 그러면···"

"네, 나가족이 살고 있는 곳을 안내하는 길 같아요."


얼마나 내려왔는지 모를 계단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습기가 더해졌다.

나가족에 대한 창세 벽화가 끝이 나자 바다 속에서 떠오르는 공기 방울을 표현한 벽화만이 남겨져 있었다.


그 뒤로 한참을 더 내려오고 나서야 거대한 공터에 도착했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


태선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입구로 짐작될 만한 무언가를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저 농구장처럼 넓고 둥근 원형의 공터에는 음습한 기운만이 감돌뿐이었다.


자신의 품을 뒤적거리는 태선.

이곳에 오기 전 서리갈기부족으로부터 얻은 보물이 있다.


태선은 작은 목함을 꺼내들어 상자 안을 열어젖힌다.

푸른 바다를 닮은 파란 옥색 피리.

천천히 그것을 들어 입에 가져다 불어본다.


삐이이익.

.

.

.

아무 반응이 없다.

그저 동그란 홈에 손도 안대고 성의 없이 불러댔기 때문일까.


초딩시절 음악시간에 대한 기억을 힘겹게 끌어올린 뒤.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불러본다.


여전히 반응이 없다.

"단순히 피리를 부는 것만으론 안 된다라···"


어쩌면 서리갈기부족이 자신에게 줘야 할 악보를 까먹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분명 어딘가에 힌트가 있을 텐데···"


이곳에 오기까지 보았던 모든 것들을 되짚어본다.


"힌트요?"

"응, 서리갈기족이 우리에게 줘야할 힌트를 빼먹은 게 아니라면 분명 이곳 어딘가에 들어 갈 방법에대한 힌트가 적혀있을 거야."

"아! 그때 태선님이 저 보라고 남겨둔 집 그림 처럼요?!"

"어어. 그, 그런 거지. 어? 가만 그림이라고?"


유리아의 말에 문득 떠오른 건 나가족의 창세기에 관한 벽화가 끝난 다음의 그림들이었다.


바다 속에서 올라오는 기포를 그려둔 듯 동그란 그림들.

옥피리를 천천히 들어다 본다.

조금씩 다른 홈의 크기.


서둘러 물방울이 그려져 있던 곳으로 달려가는 태선.

그리고 유리아가 그의 뒤를 따른다.


물방울들은 언뜻 보면 비슷하게 막 그린 듯 했지만, 정확하게 4가지의 크기로 나뉘어 있었고 일렬로 그려져 있었다.


계단을 한 걸음씩 내려가며 동그라미 크기에 따라 손을 맞춰 피리를 부는 태선.


음악적 감각이 없는 그 조차도 옥피리와 이 연주법이면 오디션 프로에서 합격의 목걸이를 손쉽게 얻어낼 정도로 고운 선율이었다.


아름다운 선율이 이어지고 마지막 끝에 다다를 땐 어딘지 모를 구슬픈 음으로 끝맺음을 한다.


드르르륵. 쿠우우웅.

흔들리는 공터 중앙 바닥에서 거대한 기둥 두개가 올라온다.


바닥을 뚫고 나온 기둥들은 천장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올랐고, 진동이 차츰 가라앉으며 잠잠해진다.


"이게 끝인가?"


태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빈 공터에 울리는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차원문이 만들어진다.


"차원문? 어딘지 모르게 조금 다른 거 같네."


태선이 드나드는 게이트는 우주를 담아놓은 듯 했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자리한 게이트는 푸른 바다를 닮은 짙은 파란색이었다.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대는 태선.

손끝에서 시원한 바다의 청량감이 전해진다.


"이 게이트를 넘으면 나가족을 만날 수 있나 봐요."

"그럴 거 같긴 한데, 들어갔는데 바다 속이면 어떻게 하지?"

"음. 다시 게이트로 나오면 되죠."

"그러네. 내가 괜한 걸 걱정했네. 들어가자."


여전히 게이트에 넣어둔 손에 이어 몸 전체를 안으로 밀어 넣는 태선.


쏴아아아아.

태선을 향해서 들이치는 바닷물.

설마 게이트를 들어서자마자 죽겠어? 하는 마음으로 몸을 넣은 태선은 물에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을 친다.


그런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유리아.

그녀 역시 물에 흠뻑 젖었지만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게이트를 너머서자 자신들을 맞이한 것은 해수 폭포였다.

바다 속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해저 동굴.

그 큰 동굴 전체를 감싸듯 흘러내리는 폭포수 아래에 게이트가 자리해 있었다.


그 폭포수 바로 아래에서 선 채로 허우적거리는 태선.

보다 못한 유리아가 그녀의 멱을 잡고 데리고 나온다.


"으헉헉··· 응? 바다 속이 아니었어?"

"네, 폭포수 바로 아래였어요."


한참동안을 먹어댄 해수를 어느 정도 게워 낸 후에야 주변을 살핀다.


"해저 동굴인데?"


해저 도시라 불리기엔 건물이 없었다.

집조차도.

누군가가 살긴 할까 하는 의문이 들어가던 시점.


"누구시오?"


그들이 나온 곳에서 불과 몇 미터 안 되는 위치에서 폭포수 너머에 검은 은영이 말을 걸어온다.


"저는 이계에서 온 김태선이라 합니다."

"이그드라실의 자녀, 유리아입니다."

"허허, 거 참 재밌는 조합일세."


폭포수를 헤치고 나오는 은영의 주인.


"반갑네. 나는 나가족의 족장 헤안트라쉬일세."


해저동굴은 햇빛이 들지 않았지만, 천장에 박힌 야명주들이 내부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어둠을 뚫고 드러낸 그의 모습을 본 태선의 눈에 헤안트라쉬는 게임 속 나가와 완전히 일치 해 있었다.


상체는 사람 같았지만 푸른 비늘에 덥혀 있으며 양 팔을 지녔지만 손은 물갈퀴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하체는 뱀의 꼬리부분을 닮아 있었지만, 어떤 원리에선지 그는 바닥에 곧잘 균형을 잘 잡고 서있었다.


"반갑습니다. 족장님 지금 나가족은 모두 집을 비우고 외출 중 인가요?"

"집을 비운다라 하하하 재밌는 표현일세. 방문자여. 우리 나가족은 이곳도 집이지만, 밖의 바다 속 역시 집이라네. 그리고 다들 자네들을 주시하고 있지."

"????"


쏴아아아.

원형의 거대한 폭포수에서 동시에 물길을 뚫고 나오는 나가들.

태선과 유리아는 수 백여 명의 나가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들을 하나하나 돌아본다.


"저, 전혀 기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흘흘흘, 그럴 만도 하지. 바다 속은 미세한 진동에도 굉장히 크게 느껴지지. 오랜 세월 천적들에게 살아남기 위해 바다의 생명체들은 지상의 생명체들보다 그 감각을 키우고 또 감추고 살아왔다네. 그렇기에 지상에 사는 자네들이 우리를 감지하기란 쉽지 않았을 게야."


전율하는 태선.

나가족이 자신보다 강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아보였다.


"그래, 우리 이계의 방문자는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오셨는가? 우리를 사냥하러 왔는가?"


어느새 족장을 비롯한 모든 나가들이 삼지창을 손에 쥔 채 태선과 유리아를 향해 적의를 불태운다.

그들의 눈빛에 담긴 적의는 그저 낯선 방문자를 경계하는 그런 게 아니었다.


“사, 사냥이라니요. 절대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 귀보가 어찌 자네 손에 있단 말인가! 그 귀보는 과거 우리에게 도움을 준 서리갈기족에게 감사의 의미로 준 물건인 것을!”

“언제 누구에게 전해주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 우미알리크님에게 정당한 보상으로 얻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우미알리크가 보상으로 줬다고?”


헤안트라쉬가 유리아를 보며 묻는다.

이계에서 온 태선보다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엘프에게 신뢰감을 더 느껴서일까?


“그렇습니다. 헤안트라쉬 저와 함께 온 태선님은 브뤼오네스트 산맥 아래에 잠들고 있던 마그마 거인을 쓰러트려 그들의 터전과 만년설을 지킨 것은 물론이고, 이그드라실의 땅에 삼분하던 저희 엘프족의 천년 분단을 화합으로 통일 시켜주셨습니다. 추가로 이그드라실이 생기까지 얻게 되어 과거 축복의 땅이라 불리던 명성을 되찾게 해주셨습니다.”

“어찌 한낱 이계의 불청객이··· 우리들을 도울 수 있지? 흠. 여기서 기다리시게. 자네들을 방문객으로 맞이할지 말지는 나 혼자 판단 할 수 없을 듯 하니 내부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네. 그때까지 얌전히 있으시게.”


헤안트라쉬가 눈짓을 하자 삼지창을 겨누던 나가들이 경계를 풀고 폭포수 안으로 들어간다.

언제 이들이 있었냐는 듯 고요해지는 해저 동굴 안.


“후우. 고마워 유리아 네가 변호 해준 덕분에 가능성이 있겠어.”

“고맙긴요. 그동안 태선님이 해준 것들에 비하면 하잘 것 없습니다.”


유리아를 향해 미소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태선.

이곳에 당도하자마자 둘러봤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하나의 요새와도 같은 이곳.

나가족 하나하나가 들어간 공간은 마치 대포를 쏘기 위한 포문(砲門)이었고, 그 안쪽은 분명 저들이 생활하는 공간 즉,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장소가 따로 존재할 것이다.


‘이곳은 그저 피아를 확인하기 위한 장소일 뿐이다 이거지. 하긴, 옥피리를 단순히 부르는 게 아닌 숨겨진 퍼즐까지 맞춰야 이곳에 올 수 있었으니. 어떻게 보면 종특이 맞긴 한가보네.’

확실히 조심성과 의심이 많은 생명체다.

어쩌면 그것들 덕분에 오랜 세월 살아남아 온 걸지도.


그때 태선의 눈에 밝게 빛나는 무언가가 들어온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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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호승심(4) 22.12.29 652 8 11쪽
58 58화 호승심(3) 22.12.28 673 9 11쪽
57 57화 호승심(2) 22.12.27 721 10 13쪽
56 56화 호승심(1) 22.12.26 716 10 11쪽
55 55화 방화범(4) 22.12.25 731 11 12쪽
54 54화 방화범(3) 22.12.24 782 12 12쪽
53 53화 방화범(2) 22.12.23 808 14 12쪽
52 52화 방화범(1) 22.12.22 827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4 14 12쪽
50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2 13 11쪽
49 49화 핵을 찾아서(2) 22.12.19 944 12 11쪽
48 48화 핵을 찾아서(1) 22.12.18 998 16 12쪽
47 47화 드러나는 진실(4) 22.12.17 998 16 12쪽
46 46화 드러나는 진실(3) 22.12.16 1,005 15 12쪽
45 45화 드러나는 진실(2) 22.12.15 1,017 17 12쪽
44 44화 드러나는 진실(1) 22.12.14 1,043 16 11쪽
43 43화 이그드라실의 축복(4) 22.12.13 1,053 17 12쪽
42 42화 이그드라실의 축복(3) 22.12.12 1,027 17 12쪽
41 41화 이그드라실의 축복(2) 22.12.11 1,046 18 10쪽
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8 17 12쪽
39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22.12.09 1,062 17 12쪽
38 38화 이그드라실의 땅(3) 22.12.08 1,083 17 11쪽
37 37화 이그드라실의 땅(2) 22.12.07 1,094 23 11쪽
36 36화 이그드라실의 땅(1) +1 22.12.06 1,118 21 12쪽
35 35화 새로운 국면(4) 22.12.05 1,102 20 12쪽
34 34화 새로운 국면(3) 22.12.04 1,136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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