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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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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108
추천수 :
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2.12 17:45
조회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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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42화 이그드라실의 축복(3)

DUMMY

42화 이그드라실의 축복(3)


"나 알아?"

"알지."

"그럼 성격도 알겠군."

“물론.”

“긴말 안 해도 돼서 좋군.”


박수태가 자신의 호수쌍구를 천천히 꺼내든다.


중원의 무인들이 사용하는 무기로 갈고리가 주 칼날이고, 칼잡이 주위에는 월아라고 해서 초승달 모양의 손 보호 장치가 자리한 무기다.


공방이 자유롭게 변경 가능한 만큼 숙달되기까지 대단히 어려운 무기로 세 방향이 칼날로 되어있어 상대하는 이들에겐 까다로운 무기였다.


자칫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무기였지만 이미 제 몸처럼 호수구를 다루는 그였다.


'최지훈과 마찬가지로 저 새끼도 날 잊은 건가.'

태선은 녀석이 생각 외로 별말이 없는 게 화가 났다.

회귀 후 F등급 짐꾼에서 헌터로 전향하며 경매장에 찾아 갔을 때 내게 첫 굴욕을 준 사내.


역시나 오늘도 자신의 할 말만을 내뱉곤 내게 검을 꺼내 보인다.


"그래, 그게 빠를 지도 모르지."


태선은 더는 고민하지 않기로 한다.

녀석 역시 그래 보이니까.


"합."


콰아앙.


"뭐, 뭐야 우리 길마님 검을 권갑으로 받아냈잖아!"

"S급 헌터인가?"

"한국에 S헌터는 대부분 꾀고 있는데, 저런··· 스타일의 헌터는 못 들어 봤어."

“맞어. 요즘 누가 권갑을 쓰냐고. 차호철처럼 육체변형 타입이 아니고서는 주먹질은 하려고 하지 않는 게 다반사인데.”


그도 그럴 것이 태선은 앞에 있는 박수태 만큼이나 스타일이 독보적인 헌터였다.

마찬가지로 권갑에 경갑만을 착용한 건장한 체형의 S헌터는 없었다.

맨손 격투형 헌터라면 <퇴마>길드의 길마 정도가 있지만 그는 얼굴이 익히 알려져 있었다.


주변인들이 감탄에 젖은 동안 수태를 돕고 싶어 하는 변정혁.

지난 경매장 결투 이후 짐승길드의 위신이 떨어져 있었다.

최지훈.

나이도 어린 싸가지 없는 녀석이 자신이 존경해마지 않는 수태와 일전을 벌인 것이다.


당시에는 A등급의 막바지에 있던 터라 수태에게 도움이 될 수 없었지만, S등급에 도달한 지금은 저 녀석을 해치우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수태 곁에 있던 그가 슬금슬금 이동하는가 싶더니 태선의 뒤편으로 돌아간다.


태선과 함께 온 유리아는 후드달린 로브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은 그가 평범한 일행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변정혁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가 싶더니 태선을 향해 야수화를 진행하며 달려드는 순간, 유리아도 덩달아 출수하며 태선을 향한 정혁의 공격을 막아낸다.


카가가강.

유리아가 만들어낸 얼음 장벽으로 인해 공격이 가로 막히는 정혁.

그제야 태선과 함께 온 그녀에게 시선을 돌린다.

후드를 벗는 유리아.


"허억."

"미, 미친. 세상에 저런 미인이···"

"우와···"


절로 나오는 탄성.

단순히 이성에게 아부하기 위해서 나오는 음성이 아니었다.


"네년은 뭐지? 저자와 동료인가. 가만··· 너 엘프잖아??"


그녀를 유심히 본 변정혁은 의아함이 가득했다.

헌터와 함께 다니는 엘프라니.

한국의 와이번 라이더처럼 저놈이 엘프를 테이밍이라도 했단 말인가?


"비겁하게 태선님의 뒤를 공격하는 건 제가 참지 않겠습니다."

"!!!!"


그녀의 또박또박하게 들리는 말에 놀라는 정혁.

마찬가지로 박수태가 이끌고 온 헌터단 역시 경악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계의 몬스터가 왜 우리와 대화가 가능한 거야?"

"대화가 가능한데, 엘프를 무작정 죽여야 하는 게 맞는 거야?"

"아무렴 어때. 대화까지 통하면 상품가치가 더 클 텐데. 큭큭큭"


다양하게 나뉘는 의견들.

그들의 대화가 진행되거나 말거나 정혁은 그녀를 향해 돌진한다.


"아이스 스피어."


거대한 얼음창 하나가 생성되며 정혁을 향해 쏘아진다.

메머드로 야수화가 된 정혁은 두터운 가죽과 털들로 인한 냉속성 공격에 대해 수준 높은 저항으로 버텨내며 접근해 온다.


같은 S등급답게 호적수인 둘과는 다르게, 박수태와 태선의 결투는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태선 쪽으로 전세가 기울었다.


야수화를 하면서 그의 몸과 하나가 된 호수구는 거대한 발톱이 되었다.

하지만 태선의 백보신권을 채 세 번도 못 받아내고 부러지게 되었다.

뒤이은 회심의 후속 공격조차 금강불괴로 막히고 그 틈에 박수태의 명치와 턱에 연이어 스킬을 날린 태선.


박수태는 검게 타버린 풀들 위에 누워 붉게 타들어가는 나뭇잎들을 바라본다.


"내가 볼 마지막 장면이 이거였나. F급 애송이 헌터가 S등급을 넘어서다니··· SS 라도 찍은 건가."

"날 기억하는 거냐."


그도 한눈에 알아차리진 못했다.

하지만 그날 그에 이어 최지훈을 만난 덕(?)인지 그로인해 태선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 그게 지금 중요한가."

"맞아. 넌 지금 누워있고. 난 지금 서있다. 넌 패자고 난 승자야."

"패자라. 양회장에게 난 더 이상 가치 없는 인간이겠군. 그것도 나쁘지 않아. 어차피 더는 새로울 것도 없었으니까."


각성되기 전부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생활해왔을 것 같은 녀석의 말은 왜인지 모르게 구차하기보단 후련해보였다.


"내게 죽을 지도 모르는 마당에 회장타령이야. 내게 목숨을 구걸해도 모자란 거 아니야?"

"큭··· 구걸? 구걸하면 살려주나? 난 아니었거든. 구걸하는 놈들은 더 혹독하고 잔인하게 죽여 왔지. 어차피 더러운 일만 도맡아 하는 내게 한번 더러워진 손은 깨끗해질 수 없으니까."

"그게 네 마지막 유언이냐."


대자로 누워 있던 박수태는 고개를 끄덕인다.

저벅저벅.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가는 태선.


"뭣들 하는 거야! 구경났어? 빨리 길마님을 구하지 않고 뭐해."


정혁이 유리아와 팽팽하게 싸우는 틈에도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는지 자신들의 길드원들을 향해 소리친다.


하지만 처음부터 시종일관 이 둘의 싸움을 지켜봤던 길드원들은 머뭇거렸다.

그저 박수태의 패도적인 힘에 굴복해 상하관계가 된 이들.

처음엔 야수화라는 공통점으로 유대관계를 이루고 친해지며, 형동생 할 요량으로 길드에 가입했던 이들은 박수태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


때때로 그의 지시에 따라 집합하기도 했으며 알게 모르게 정부에 반하는 불법적인 일에까지 손을 대기도 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손을 더럽히진 않았는데, 그런 일은 온통 길마인 박수태가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야이 X새끼들아. 니네가 그러고도 길드원이야."


푸화하하학.


정신이 이미 박수태로 향한 정혁은 결국 유리아의 파이어 스파이크에 적중당해 쓰러진다.


"커헉···"


정혁의 신음소리가 들리자 얼굴이 잠시 찡그려진 수태.

하지만 그의 표정 변화를 눈치 챈 이들은 없었다.


"혀, 혀엉님. 목숨! 구··· 구걸하세요. 크흡. 형님이 구걸한 사람을 해친 적 있습니까. 형님한테 구걸해서 산 사람 저잖아요. 그리고 형님이 그간 죽인 인간들 인간말종에 법도 해결하지 못한 쓰레기들이었지 어디 멀쩡한 사람이었습니까. 쿨럭."


야수화가 풀린 정혁은 새까맣게 타버린 바닥을 기어가며 수태를 보고 말한다.


"형님, 적어도 형님은 저한테 만큼은 가치 있는 분입니다. 흑··· 그러니 제발, 제발 살아주십쇼!!"


정혁이 큰 소리로 외치자 힘겹게 억눌러뒀던 각혈이 터져 나오며 그의 내장찌꺼기가 나온다.

그리곤 정신을 잃은 정혁.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그의 처절한 외침을 들은 수태가 말한다.


"이봐, SS급 헌터.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저놈을 살려줘."


박수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태선을 향해 무릎을 꿇는다.


"부탁드립니다!!"


자신의 목숨 따윈 개의치 않아하며 부하를 살리려는 수태.

태선은 동공이 흔들렸다.


세간의 소문은 어쩌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

녀석의 꿇은 무릎은 결코 기습을 위한 추진력으로 쓰이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고고용."


아공간에서 검이 나온다.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눈들.

수태가 이끌고 온 천명의 헌터뿐만이 아닌 도착한지 얼마 안된 엘프 연합군도 일부 눈에 들어왔다.


화재 진압은 어느 정도 된 상황 그가 마무리만 맺으면 되는 시점이었다.


검을 쥔 태선은 천천히 정혁에게 향한다.

수태를 포함한 그의 일행들은 태선의 검을 몰랐기에 그가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줄 알았다.


서걱.

모르고 본다면 소름끼칠 소리.

그래서였을까.

수태는 숨을 죽인 채 눈을 감았다.

그저 못난 자신을 만난 정혁에게 미안하단 마음 속 인사를 건네며.


"어?!"


정혁의 생기 넘치는 목소리.

상처와 화상자국이 물로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신의 자애]라는 힐을.


"설마, 그 소문의 신의 힐을 가진 게 당신이었습니까?"


태선은 구태여 답하지 않았다.

진실이 아닌 추측으로 남겨지는 게 본인에게 편할 테니까.

정혁의 말을 토대로 그의 검이 가진 힘을 짐작한 수태는 쓴 미소를 짓는다.


"괜한 걱정을 했군."

"뭐, 너가 그렇게 구걸하는데 악마처럼 검 들고 죽일 줄 알았냐."

"고맙다."

"흥! 너도 그만 가보는 게 좋을 거야. 이곳은 이제 몬스터들의 구역이 아닌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엘프들의 구역이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수태는 알고 있다.

양회장이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리고 이젠 자신도 그의 곁을 떠나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한다.


빚이 있으면 갚고, 받을 빚이 있다면 철저하게 받아왔던 그의 삶이었기에 올 때와는 다른 각오로 이그드라실의 땅에 서있었다.

‘태선이라 했나. 오늘 빚은 꼭 갚지. 그리고 양회장··· 사지로 가는 건 나 하나면 된다고 했는데도 우리 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생각이었나.’


참 오래된 인연이었다.

하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게 변화한다.

박수태는 쿨하게 돌아가는 태선의 모습을 눈에 넣어둔다.


최지훈과 결투를 벌인 날 이후니까 반년도 안 된 시간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른다.

하지만 저 녀석의 시간도 똑같이 흘렀을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수태.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내게 이그드라실이 축복이었듯 녀석에게도 이그드라실의 축복이 내려진 게 아닐까.


“그만 철수한다.”

“형님···”

“저··· 길마님 죄,-”

“결원 없는지 체크한다. 그리고 이대로 회군해서 양회장을 치러간다.”


누군가 길드원들을 대표해서 그에게 사과하려 하지만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아 그의 말을 끊는 박수태.

그리곤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야, 양 회장님을요?!”

“그래. 게이트에 나간 뒤 떠나려는 사람이 있다면 떠나도 좋다. 단, 양회장에게 향하는 건 허용하지 않는다.”


그가 데리고 있는 모든 병력이 자신의 손에 있는 지금.

더러운 죄악의 굴레를 끝내야 한다.


이들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누군가.


"이번에도 나서야 하나 조마조마 했다고. 저 정도면 꽤나 훌륭한 결과잖아?"


제 할 말만을 하곤 연기처럼 사라진다.


***


"태선님 이번에도 저희가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원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여기 있는 프리온이 뭐든 들어드릴 겁니다."


아르온이 프리온과 어느새 꽤나 친해졌는지 보상 문제를 그에게 토스한다.


"흠흠. 물론이지요. 대장을 제압하고 적의 병력을 물린 것만으로도 저희의 전력이 손실되지 않았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뭐든 들어드리겠습니다."


프리온이 그에게 진심으로 감동했는지 깊이 고개 숙인다.


"보상이라··· 아, 저 정령과 계약을 맺고 싶어요."

"!!!!!!"

"헙!"


정령과의 계약이란 엘프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었다.

맨 처음 하급 정령으로 시작해 중급, 상급, 정령왕에 이르기까지 술자의 활용 능력에 따라 변화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숲에 친화력이 높은 엘프이기에 가능한 계약이었다.


이그드라실에서 탄생하는 엘프들에겐 태생부터 가지게 되는 정령친화력.

태선이 이를 가질리 만무했기에 이들이 당황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번 해보죠."


그때 나서는 유리아.

그녀는 궁금했다.

자신조차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태선이라면 그에게 관심을 가질 정령 하나쯤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서.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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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호승심(4) 22.12.29 651 8 11쪽
58 58화 호승심(3) 22.12.28 673 9 11쪽
57 57화 호승심(2) 22.12.27 719 10 13쪽
56 56화 호승심(1) 22.12.26 715 10 11쪽
55 55화 방화범(4) 22.12.25 730 11 12쪽
54 54화 방화범(3) 22.12.24 781 12 12쪽
53 53화 방화범(2) 22.12.23 808 14 12쪽
52 52화 방화범(1) 22.12.22 826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3 14 12쪽
50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0 13 11쪽
49 49화 핵을 찾아서(2) 22.12.19 942 12 11쪽
48 48화 핵을 찾아서(1) 22.12.18 996 16 12쪽
47 47화 드러나는 진실(4) 22.12.17 996 16 12쪽
46 46화 드러나는 진실(3) 22.12.16 1,003 15 12쪽
45 45화 드러나는 진실(2) 22.12.15 1,015 17 12쪽
44 44화 드러나는 진실(1) 22.12.14 1,042 16 11쪽
43 43화 이그드라실의 축복(4) 22.12.13 1,052 17 12쪽
» 42화 이그드라실의 축복(3) 22.12.12 1,027 17 12쪽
41 41화 이그드라실의 축복(2) 22.12.11 1,045 18 10쪽
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7 17 12쪽
39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22.12.09 1,060 17 12쪽
38 38화 이그드라실의 땅(3) 22.12.08 1,081 17 11쪽
37 37화 이그드라실의 땅(2) 22.12.07 1,092 23 11쪽
36 36화 이그드라실의 땅(1) +1 22.12.06 1,117 21 12쪽
35 35화 새로운 국면(4) 22.12.05 1,100 20 12쪽
34 34화 새로운 국면(3) 22.12.04 1,134 25 12쪽
33 33화 새로운 국면(2) +2 22.12.03 1,145 21 12쪽
32 32화 새로운 국면(1) +1 22.12.02 1,212 21 11쪽
31 31화 협상불가(5) +1 22.12.01 1,184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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