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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13,140
추천수 :
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2.20 06:50
조회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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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1쪽

50화 핵을 찾아서(3)

DUMMY

50화 핵을 찾아서(3)


한국의 여름은 여느 동남아 국가 못지않을 정도로 더워졌다.

태선 역시 해마다 찾아오는 더위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서 인지 브뤼오네스트 산맥의 중심부에 자리한 동굴의 더위에 덥기는 해도 참을 만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온 유리아와 붉은 별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턱 선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을 적신다.


“붉은 별, 더운 것 이상으로 몸이 아파오면 말해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까요.”

“도, 도움?”


태선이 고고용을 꺼내든다.

그의 눈에 깃든 검을 향한 무한한 애정.

어쩌면 모든 시작은 이 검으로 인해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를 바라보는 붉은 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여차하면 낙오될 것 같은 날 죽이고 가겠단 의미인가.’

그는 고고용을 바라보며 가늘게 미소짓는 태선에게 겁을 먹고 몸을 가늘게 떤다.


“유리아, 너도 마찬가지야. 이곳의 열기 익숙하지 않을 거야. 필요하면 말해.”


유리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가차 없는 사내로군. 자기의 동료조차 베어버리고 가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군.’

붉은 별은 태선의 눈밖에 날까싶어 두껍게 입던 겉옷을 벗은 채 그의 곁을 따라 걷는다.


미로 같은 길을 걷던 그들의 눈에 오색 수정들이 보이는 대공동이 펼쳐진다.

수정들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식물들은 적어도 이 동굴이 꽤나 오래전에 만들어진 공간임을 암시해준다.


“풀들이 자라고 있는 걸 보면 오염된 지역은 아닌 것 같아요.”

“응, 다만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해.”


태선과 유리아가 천천히 공동의 중앙을 향해 나아간다.

둘의 뒤를 따라 걷는 붉은 별.

태선을 따라 걷던 그의 눈에 낯익은 물건 하나가 보인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공동의 한편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서리갈기족의 방한용품들.

개인의 것이 아닌 단체의 것으로 짐작되는 물건이었다.


“부족에서 보낸 조사단의 물건들인가요?”

“그런 것 같소.”

“그들이 이곳에 왔었나보군요.”

“아무래도... 이 물건들이 남아있는 걸 보면 이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소.”


입을 다문 채 말을 잇지 못하는 붉은 별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어쩌면 그들은 이곳에서 의문의 사고를 당했을지 모른다.


“다급한 상황 때문에 놓고 탈출했을 수도 있지 않나요? 저희 하이엘프족은 위기상황에 따라 귀중품조차 모두 버리고 대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이때 유리아는 붉은 별의 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태선이 이그드라실의 땅에 오기 전 엘프족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소규모 전투를 벌였다.

그러다보면 함께 지내던 부족민들을 이그드라실의 품으로 떠나보내는 경우가 허다했었고, 때론 격전지에서 다급히 물건만을 둔 채 몸만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일말의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고자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붉은 별.


“엘프족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우리 서리갈기족은 방한용품만은 목숨처럼 아낀다오. 그 이유는 집안의 가보처럼 대대로 내려져오는 물건들이기 때문이지. 이 물건들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은... 아마 먼저 나선 조사단들이 전멸했다는 것을 의미하오.”

“죄송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괜찮소. 나라도 이것들을 회수 할 수 있으니. 그거면 되오.”


6명이나 되는 인원의 물품을 배낭에 집어넣은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선의 곁에 선다.

그를 바라보는 태선.


“무겁지 않습니까.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직은··· 아직은 괜찮소.”


태선은 더 묻지 않았다.

그를 위해서 이기도 했지만 그가 먼저 보낸 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물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대공동을 들어온 입구의 건너편에 도착한 이들 앞에 양 갈래의 갈림길이 나온다.


“하나는 위로 나있는 길인 듯하고 다른 하나는 아래로 나있는 길이네요.”

“아래쪽으로 향하는 길이 열기가 강한 걸로 봐선 아무래도 그쪽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태선이 유리아와 붉은 별의 안색을 살핀다.

지금도 충분히 더위를 느끼고 있는 그들.

다행히 탈수 증상이 오진 않았지만, 조사단원들의 물품에서 넉넉한 양의 수통을 챙겼기에 식수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난 가겠소. 아직 살아있을지 모를 부족민을 서둘러 구해야하오.”

“네, 저도 태선님이 가는 곳이라면 따라가겠어요.”

“좋아, 그럼 가는 걸-”


터벅터벅.


셋은 아래로 나있는 길을 향해 가려던 찰나 올라가는 길목에서 낯선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누군지 모를 이의 발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세 남녀.

.

.

.

잠시 뒤 발소리의 주인은 태선의 일행들이 머물러 있던 자리에 도착한다.


“음, 상층보다 이곳이 더 더운 것 같군. 안 그런가?”

“쳇, 눈치 챈 건가?”

“내가 내려오기 전부터 그렇게 떠들어 대던 이들이 갑자기 조용해지지 않았는가?”

“소리를 듣고 내려왔던 거구나. 넌 누구지?”

“제롬! 제국의 황태자 제롬 브로탈리온이다.”


제국의 이름이 아닌 자신의 이름에 힘을 주어 말하는 황태자.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강한 그답게 낮은 음성으로 읊조리는데도 불구하고 태선을 비롯한 일행들에게 그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제롬··· 이 녀석이 이곳에서 만날 인연이었던 건가. 고나은씨는 별말 없었는데.’

태선은 자신이 가진 회귀 전의 기억을 쥐어짜 그에 대한 정보를 생각해낸다.

제국의 제 1황자이자 황태자.

자신의 아버지인 황제와는 달리 책상에 앉아 국책을 논의하기보다 전선에서 전투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녀석이다.

'아마 마법과 검 양쪽을 모두 잘 다루는 마검사 타입으로 기억하는데···‘


상대에 대한 경계심이 어느 정도 풀리자 황태자 제롬의 이목구비가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등급의 성장으로 인해 태선의 외골격이 어느 정도 변화를 겪었고, 앳돼 보이던 이목구비 역시 변화를 맞이해 훈훈한 사내의 얼굴을 갖추고 있었지만, 하이엘프에 비견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헌터인 웨이황 같은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선 나름 선호될만한 얼굴상인 태선을 한순간에 오징어로 만들어내는 제국의 황태자.

‘제기랄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잘생겼네.’


태선이 감탄어린 눈으로 제롬을 바라보고 있던 사이.

제롬은 반면에 유리아의 출중한 외모에 놀라있었다.

‘제국을 포함한 주변국 영애들을 모두 데려다놔도 저 여인보다 아름다울 순 없겠군.’


“크흠.”


잠시 찾아온 정적을 깬 건 마음이 급한 붉은 별이었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할지 모르는 동료가 저 아래에 있을지 모를 일인데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 상황을 이용해 유리아에게 자신을 인식시키려는 황태자는 그녀에게 걸어간다.


“아, 제가 당신의 아름다운 미모에 넋을 잃고 실례를 했군요. 레이디, 무례를 용서하시오.”


황태자가 다짜고짜 유리아의 손을 붙잡고 그녀의 손등에 키스를 한다.

그간 여럿 여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그의 행동.

태선은 ‘뜨악’스러운 얼굴을 하며 놀란다.

자신도 시도해보지 못한 스킨십.


“당신의 무례를 용서하지요. 저는 이그드라실을 어머니로 두고 있는 하이엘프 유리아입니다.”

“엘프였소? 정말 반갑소. 유리아. 헌터와 불가침의 조약을 맺은 종족이라는 소식이 퍼지자 우리 제국 역시 이그드라실의 땅을 불침하겠다는 서약을 했다오. 그 말인 즉 당신과 나는 한배를 탄 동료와 같다 이 말이지. 앞으로 잘 부탁하겠소.”


‘도, 동료? 갑자기? 그것도 나한테 제안하는 게 아니라 유리아에게 한다고?’

어처구니없어진 태선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분이 풀렸다.

태선의 기분을 눈치 챈 유리아가 그를 바라보며 윙크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녀는 태선을 위해서 황태자 제롬을 관리하려는 것 같았다.


갑작스레 나타난 황태자 제롬과 합류한 일행은 애초 향하려던 하층을 향해 내려간다.

하층을 향해 내려가면서도 제롬의 유리아를 향한 관심어린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내게 말하지 않았던 건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태선.

아마도 유리아가 곁에 있고 이렇게 황태자를 동료로 얻을 거라 여긴 드라고나 4세는 태선에게 별다른 지침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층부에 다다를수록 온도는 더 올랐는지 유리아와 붉은 별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더위 때문인지 유독 호흡이 길어진 붉은 별.


“이봐, 제롬 마검사라고 들었는데 더위를 날릴 마법 같은 거 있어?”


그런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태선이 제롬을 향해 묻는다.

유리아에게 환심을 사느라 정작 그녀의 몸 상태를 체크하지 못한 제롬은 그제 서야 그녀의 이마에 한가득 맺힌 땀을 보고 마법을 사용한다.


“아이스 에이지.”


그가 왼손을 올리며 잠시 동안 주문을 읊자 그의 몸 반경 2M 이내로 얼음지대가 생성된다.

어지간한 사우나보다 높은 열기 속에서 피어난 얼음 꽃과 같은 얼음지대는 그가 걷는 발걸음을 따라 이동하며 생성된다.


“와아! 한결 숨쉬기 편해졌어요. 고마워요.”


유리아의 진심어린 감탄을 듣자 기분이 좋아진 제롬.

이곳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위험만 자신이 단숨에 제거하면 유리아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쿠쿵!

지반이 흔들리며 충격음이 들린다.

진동이 점차 가라앉자 태선은 기감을 열어 마나에 집중한다.

산맥이 가진 자연의 기운과 뒤섞인 이질적인 마나는 옅게나마 태선의 기감에 잡혔다.


“저쪽이다.”


태선의 기감을 믿는 유리아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따라 향했지만, 태선을 오늘 처음 조우한 제롬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흥미롭게 쳐다봤다.

‘이드그라실의 영역을 단순한 몬스터의 영역이 아닌 동맹족의 영역으로 만들었다는 헌터가 있다고 들었는데, 설마 저 친구가 소문의 주인공인건가.’


제롬은 높은 자존감만큼이나 여유로웠기에 그를 좀 더 지켜보면 자세히 알 수 있을 거란 생각과 함께 그를 뒤따라간다.


쿠우웅. 쿠우웅!

소음의 진원지에 다가 갈수록 진동은 더욱 심해졌다.

태선과 유리아 그리고 제롬은 괜찮았지만 등급이 낮은 붉은 별은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붉은 별을 부축하던 그들의 앞에 나타난 전사.

좀 더 정확히는 마그마의 불길에 휩싸인 전사가 진입로를 막고 서있었다.


“아무래도 저놈은 문지기 같은데?”

“그런 듯 하군.”

“너가?”

“훗, 유리아씨에게 내 실력을 보여줄 기회라면 기꺼이.”


역시나 싶은 제롬은 유리아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허리춤의 검을 잡고 전사에게 쏘아져나간다.

최지훈과는 달리 쾌검이 아닌 중검의 묘리를 가진 그의 검술에 전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 몸 전체가 용암으로 이루어지기라도 했는지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프리징!”


제롬의 마법에 점차 얼어가는 전사는 이내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빙결된다.

삽시간만에 조각상처럼 굳어진 전사를 기대선 제롬은 유리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날리곤 한손으로 가볍게 밀어 전사를 깨트린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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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52화 방화범(1) 22.12.22 826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3 14 12쪽
»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1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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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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