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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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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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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6,109

작성
22.12.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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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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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0화 심연 아래(1)

DUMMY

60화 심연 아래(1)


콰앙.

관통권갑을 찬 태선은 주먹을 들어 맹주의 가슴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고, 남궁 맹주는 검면으로 그의 권을 막아낸다.


5미터 밖으로 튕겨져 날아가지만, 여유 있게 지면에 착지하는 맹주.

일개 권사와의 대결이었다면 아니, 이 자리에 함께한 황보가주와의 결투였다면 그는 상대의 일격에 검면이 아닌 검날로 주먹을 막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태선의 등급은 현경을 바라보는 맹주보다 한 단계 위였기에 모험보다는 안전을 위해 검면으로 막아냈다.


"이거이거 사주에도 없던 현경과의 결투라니···"

"그래서 당신은 꼬리 말고 도망 갈 겁니까?"

"그럴 리가 있나. 이렇게 흥분되는데. 합!"


태선의 일권을 받아낸 맹주가 이번엔 자신 차례라 생각했는지 검첨을 태선에게 향하며 남궁세가의 절기인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을 펼치며 쇄도한다.


채재재쟁.

하늘을 수놓는 수십개, 수백개의 검첨들은 흡사 맹주가 수십여 자루의 검을 다루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다르다. 헌터들과는 격이 달라. 조금 전 붙었던 헬창 아재도 물론이지만 잘 알려진 남궁 맹주는 더 강하다.’

그의 빠르면서도 강맹한 검세에 막아내기 여념이 없는 태선.

일평생을 무공을 수련하는 데 시간을 쏟아 부은 이들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각성 능력으로 인해 힘을 얻은 자들과는 그 격이 달랐다.


마나 탑 최상승에서 마주했던 가짜 마왕 때와 똑같이 태선은 재생을 믿고 사지를 내주고 뼈를 얻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자신에 못지않은 공속.

분명 팔 하나를 내주었을 때 연이어 들어올 그의 공격이 두려웠다.

‘결코 팔 하나로 끝낼 인간은 아니야.’


천외천이라 불리는 남궁 맹주와 태선의 결투를 일렬에서 직관하는 황보가주와 세가 사람들.

어쩌면 이들에게 오늘은 기연을 얻은 날이었다.

고수들의 대결을 구경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향상시키기에 충분한 도움이 될 것으로 이 둘의 싸움을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관전 중이었다.


“가주님, 어린놈이 맹주님과 제법 합을 겨루는 게 예사 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게 말이구나. 윤이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맹주를 응원해야하는 것은 온당하지만, 저 말코같은 녀석의 실력은 분명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 마법사가 아닌 정녕 현경의 등급에 도달한 헌터란 말인가.”


반면 태선이 막기에 급급하다는 걸 알아차린 맹주.

미친 듯이 몰아붙이던 검을 잠시 땅에 늘어뜨리고 호흡을 고른다.


“섭섭하군. 팔 하나를 잃더라도 거침없이 손을 뻗을 줄 알았건만 이렇게 나오면 재미없지 않은가. 설마 적당히 상황 봐서 꼬리 말고 도망갈 생각은 아니겠지?”


조금 전 태선이 자신에게 한말을 되돌려주는 남궁 맹주.

태선은 그에게서 여유 있는 자의 미소를 보았지만, 그의 기분은 행복 그 자체였다.

사람을 앞에 두고 검법을 자유롭게 펼친 게 언제던가.


“하하, 도망이라니요. 잠시 딴 생각을 했습니다.”

“허허, 내게 오롯이 집중하지 않아도 비등하게 합을 나눌 정도라. 그러면 내 속도를 올려야 겠군.”


펄럭.

남궁 맹주의 기세가 조금 전과는 달라졌다.

바람인지 모를 무형의 무언가가 그의 몸을 휘감듯 몰아치자 그의 백의가 바람에 펄럭인다.


“자네 무림인이 아니라 들어보지 못했겠지만 ‘무림에서 실력의 삼 할은 숨겨두라’는 말이 있다네. 허나, 내 오늘만큼은 본신의 무위를 가감 없이 내보일 생각이라네. 자네 덕에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있거든! 하하하하”


팟.

남궁 맹주가 다시금 태선을 향해 도약한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맹주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태선.


‘이런, 설마 단념한 겐가? ··· 아니다 그럴 리 없어.’

남궁 맹주는 가만히 서있는 태선을 향해 검을 내지르려던 찰나 빠르게 검을 회수한다.

무위로 돌아가는 태선의 금강불괴.


그가 검 끝을 세워 자신을 향해 쇄도하자 태선은 금강불괴를 사용해 빈틈을 만들어 그에게 일격을 날리려던 계획이 무위로 돌아가게 되자 방법을 바꾼다.

‘너무 대놓고 미끼를 던진 꼴이야. 맹주가 감이 좋아 들어오질 않는다.’


태선은 방법을 바꾸기로 한다.

그의 실력을 가늠해보기 위해 앞서 인파이팅 스타일로 대응했지만, 이제는 거리를 벌려 싸워야 승산이 있음을 인지한다.

태선의 발에서 펼쳐지는 운룡대팔식.

맹주는 그의 걸음을 쫓기 위해 천풍신법(天風身法)을 펼쳐 쫓아가지만, 중원 제일의 신묘한 신법을 따라 갈 순 없었다.

거기에 더해 저등급 시절부터 사용해온 신법은 이제 잠자면서도 펼칠 정도로 익숙해진 태선.


“우, 운룡대팔식!”

“전설의 신법 아닙니까. 어찌 저 신법이 헌터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겁니까.”

“참으로 신묘하구려. 본가의 어떤 신법으로도 쫓을 수 없겠어.”

“도대체 무림과 어떤 인연이 있는 자이기에 멸문한 소림과 곤륜의 절기들을 펼치는지···”

“어긋난 사이에 어떻게 배웠는지 알아낼 길은 이제 없겠구려.”


태선의 신법을 알아 본건 맹주보다 황보 가주가 먼저였다.

자신의 세가에서 내려오는 가주들의 일기 속에서 지금은 멸문한 곤륜파의 무공들에 대한 묘사를 흥미롭게 봤던 그였다.

당시 창객과 검객들을 상대로 더욱 빠르게 붙을 수 있는 신법을 찾아보던 그였기에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허허, 멸문해서 잊혀 진 줄로만 알았던 운룡대팔식이라니. 그 출처를 순순히 알려주진 않을 테고, 아무래도 자네를 단칼에 죽일 순 없겠군.”

“이거 고마워해야 합니까?”

“글쎄 결과를 먼저 봐야겠지.”


태선은 거리가 멀어진 맹주를 향해 백보신권을 날린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는 백전노장 같은 맹주를 쉽게 제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백보신권이 좋은 무공이다만, 맞추지 못한다면 아무짝에 쓸모없지.”


맹주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백보신권을 가볍게 고개만 까닥하는 것으로 피해낸다.

콰과광.

뒤편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가 폭사당한 채 갈라지며 부서진다.


‘쳇, 맞는 말이다. 맞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어. 그동안 지성이 부족한 몬스터들이었기에 백보신권에 적중 당했지, 직선로에 자리한 상대들을 맞추기엔 적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이를 악문 태선.

등급의 차이가 분명함에도 실력과 경험의 차이가 그것을 메운다.

‘만 번을 회귀했는데도 몸이 기억을 못하니 매번 경험을 다시 쌓아야하네.’


“음, 그게 다 보여준 거라면 내 다시 들어가지.”


창궁무애검법을 일찍이 선보인 그는 이제 가주만 배울 수 있는 검법인 제왕검형을 선보인다.

허공에 한 폭의 글을 써 내려가듯 한 획 한 획에 그의 기백이 서려있었다.

창궁무애검법이 창공을 닮은 쾌와 중의 묘리가 깃들어 있었지만, 제왕검형은 극에 달한 패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의 기세는 왕의 위엄이 깃든 듯 했지만, 검에 의한 검풍(劍風)이 존재하지 않았다.

짙은 밤하늘 아래에 소리 없는 검세 만큼 위협 적인 것은 없었다.

이따금씩 구름 위를 넘어 고개를 내미는 달빛만이 그의 검을 비출 뿐이었다.


여유 있는 맹주와는 달리 그렇지 못한 태선의 머릿속.

‘결코, 단순하고 직선적인 방법으론 맹주를 쓰러트리지 못할 거야. 그의 체력이 얼마가 될지는 몰라도 날이 밝을 때까지 이럴 수만은 없는데···’


자신의 목을 당장이라도 베어올 듯 날아드는 검을 막아내고 피하는 태선은 맹주의 창궁검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그가 한 번씩 검을 휘두를 때면 검면에 비친 밝은 달빛이 태선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그래 저거다. 부족한 실력과 경험을 메울 수 있는 것!’


태선은 잠자코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맹주가 검을 휘두르며 자신의 몸과 가장 가까이 붙은 순간만을 기다린다.

머지않아 태선과 맹주의 거리가 한 걸음 만큼의 폭을 두고 붙게 되자 태선이 용언 마법을 읊는다.


“라이트.”


아르온에게 유일하게 배운 용언마법.

결코 자신이 무식해서 못 배운 게 아닌 기간이 부족해서 하나밖에 습득하지 못한 쓰레기 마법이 지금 펼쳐진다.


번쩍!

어둠에 익숙해진 동공에 일순간 밝은 빛이 태선의 몸밖으로 뻗어 나오자 찰나였지만 남궁맹주가 눈을 찡그린다.


퍼억. 털썩.


둘의 결투를 지켜보던 이들은 난데없이 밝아오는 빛에 두 눈을 찡그렸다가 북을 치는 소음에 눈을 다시 떴다.

그리고 믿기지 않은 놀라운 광경.

하늘 위 하늘이라 불렸던 자신들의 수장인 무림 맹주가 대자로 뻗어 있었다.

태선의 백보신권에 복부를 맞은 그.


“매, 맹주님이 당하시다니.”

“이를 어쩝니까. 맹주님이 아직 살아계십니다만 서둘러 구하고 자리를 피해야하는 거 아닙니까.”

“저자가 떡하니 서있는데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황보세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그때 태선은 서둘러 맹주의 몸에 고고용을 박아 넣는다.


“저, 저런 경우 없는···”

“잔악무도한 인간 같으니라고 이미 실신한 상대에게 검을 꽂아 넣다니!”


세가 사람들의 비난이 끝이질 않았지만 황보가주는 짐작할 수 있었다.

저 검으로 인해 여성이 말끔하게 회복된 걸 보았기 때문이다.


“잠자코 있으시게.”

“하지만 가주님 저놈이···”

“어허!”


황보가주가 천천히 뉘어있는 맹주와 그를 바라보는 태선을 향해 걸어간다.

세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가가는 가주.


“맹주님은 괜찮겠는가.”

“잠시 혼절한 겁니다.”

“왜? 죽이지 않고 도리어 살리는 게지?”

“저는 악인이 아니기에 무의미한 살생은 하지 않습니다.”


황보가주는 뒤를 돌아봤다.

생각 보면 앞서 상대한 여인은 세가의 무인 어느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내공 소모로 인해 실신했거나 기절한 게 전부였을 뿐.


“자네가 우리 아들을 죽인 게 아닌 건가?”

“아드님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를 쫓아다니던 사내라면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에게선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어느 순간 그의 기운이 사라지긴 했지만요. 제가 이 일대에서 죽인 이들은 마교의 잔당들이었습니다.”

“마, 마교!!! 천마신교를 말하는 겐가.”

“네. 그들이 재림했습니다. 분명 헌무제에 악영향을 줄 이들이 분명합니다.”

“··· 그렇군. 그렇다면 내 아들 역시.”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렇게 된 게로구먼. 자네에게 미안하게 되었어.”


태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사과 할 사람이 아닌 자식을 잃은 부모였다.

어쩌면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자신인지도 몰랐다.

‘흙더미 속에서 기절만 하지 않았더라면···’


“으음···”

“정신이 좀 드십니까?”


용국객잔 앞 임시로 마련된 막사 내부.

정신을 차리는 남궁맹주가 황보가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그를 보며 안도한 제갈군사가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자는 어디 있는가?”

“떠났습니다.”

“떠나다니 어딜?”

“해야 할 일이 많아 길을 나선다더군요.”


황보가주가 맹주의 물음에 답한다.


“그런가. 아쉽군. 차나 한잔 하려 했건만.”

“차요? 맹주님은 그자를 죽이려 하지 않았습니까? 그자역시 맹주님을 죽일 기세지 않았습니까?”

“허허, 그자의 눈을 보면 날 죽이지 않을 거라 확신했지. 내가 살면서 본 가장 슬픈 눈이야. 그런 불쌍한 자를 내가 어찌 죽이는가. 물론 이기지도 못했지만. 하하하하”


제갈군사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맹주를 바라보지만 황보가주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태선이 맹주에게 전해달라는 말을 그에게 전했다.


-천마신교가 일어났습니다. 지금은 작은 암전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조만간 그들은 세상에 큰 어둠을 몰고 올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진 사람들이요.


“음, 그렇다면 서둘러 용국객잔을 복구시켜야겠군.”

“황보가주 그자의 말이 진실인가?”

“진실인지 아닌 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그자의 눈빛은 진짜였지요.”


맹주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본 진짜였기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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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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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화 심연 아래(1) 22.12.30 649 9 12쪽
59 59화 호승심(4) 22.12.29 651 8 11쪽
58 58화 호승심(3) 22.12.28 673 9 11쪽
57 57화 호승심(2) 22.12.27 719 10 13쪽
56 56화 호승심(1) 22.12.26 715 10 11쪽
55 55화 방화범(4) 22.12.25 731 11 12쪽
54 54화 방화범(3) 22.12.24 782 12 12쪽
53 53화 방화범(2) 22.12.23 808 14 12쪽
52 52화 방화범(1) 22.12.22 826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3 14 12쪽
50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0 13 11쪽
49 49화 핵을 찾아서(2) 22.12.19 942 12 11쪽
48 48화 핵을 찾아서(1) 22.12.18 996 16 12쪽
47 47화 드러나는 진실(4) 22.12.17 996 16 12쪽
46 46화 드러나는 진실(3) 22.12.16 1,003 15 12쪽
45 45화 드러나는 진실(2) 22.12.15 1,015 17 12쪽
44 44화 드러나는 진실(1) 22.12.14 1,043 16 11쪽
43 43화 이그드라실의 축복(4) 22.12.13 1,052 17 12쪽
42 42화 이그드라실의 축복(3) 22.12.12 1,027 17 12쪽
41 41화 이그드라실의 축복(2) 22.12.11 1,045 18 10쪽
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7 17 12쪽
39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22.12.09 1,060 17 12쪽
38 38화 이그드라실의 땅(3) 22.12.08 1,082 17 11쪽
37 37화 이그드라실의 땅(2) 22.12.07 1,092 23 11쪽
36 36화 이그드라실의 땅(1) +1 22.12.06 1,117 21 12쪽
35 35화 새로운 국면(4) 22.12.05 1,101 20 12쪽
34 34화 새로운 국면(3) 22.12.04 1,134 25 12쪽
33 33화 새로운 국면(2) +2 22.12.03 1,145 21 12쪽
32 32화 새로운 국면(1) +1 22.12.02 1,212 21 11쪽
31 31화 협상불가(5) +1 22.12.01 1,184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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