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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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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99
추천수 :
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2.09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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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DUMMY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우리 종족의 시작은 퓨어엘프로부터 시작 됐음을 울리엘에게 들어 알고 있겠지요. 다크엘프와 하이엘프도 처음엔 퓨어엘프였습니다. 하지만 하이엘프의 첫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오리온님께선 어느 날 숲과 메마른 땅의 경계에서 드래곤을 만났지요. 거대한 존재 앞에 죽음을 기다리던 오리온은 놀랍게도 살아 돌아왔습니다. 용언마법을 배운 채로요."


시작부터 흥미진진했다.

엘프 종족이 찢어지게 된 비화와 드래곤이라니···

문득 지난 날 먹다 남긴 팝콘이 생각난다.


"그 일은 엄청난 파란을 몰고 왔습니다. 정령 마법을 추구해오던 엘프들에게 용언 마법은 당치도 않은 일이었지요. 퓨어엘프들은 오리온을 두고 추방에 대한 찬성파와 반대파, 그리고 중립세력으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찬성파는 지금의 다크엘프고, 반대파는 하이엘프 그리고 중립이 퓨어엘프겠군요."


"다 틀렸습니다."

"······"

"추방을 하자는 찬성파는 현 퓨어엘프들입니다. 그들은 정령마법 이외에는 다른 능력은 배우려고 하지 않지요. 그리고 반대파였던 엘프들은 당시 강함만을 추구하던 엘프들로 지금의 다크엘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로지 학문과 마법에 대한 호기심만 가득했던 이들은 중립을 지키게 되었지요."


아르온은 긴 대화에 저녁 식사를 걸렀는지 옆에 있는 나무줄기에 수액 채취도구를 박아 몇 모금을 마신 후에야 대화를 이어간다.


"그 뒤 찬성파와 반대파간의 유혈사태로 인해 중립파는 오리온을 이끌고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정착한지 10년이 지난 뒤 그 드래곤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드래곤이라면 내가 본 그 드래곤인 걸까?'

태선은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참기로 했다.


"그 사이 오리온은 자신과 함께한 엘프들에게 용언마법을 전수해주었고 그것을 알아본 드래곤은 크게 분노하였습니다. 드래곤은 자신이 인정한 엘프에게만 전수한 것이었기에 오리온을 제외한 엘프들을 모두 죽이려 했었지요.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 오리온은 자신의 죽음으로 드래곤에게 사죄했고, 하이엘프들의 조상은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리온이 마음에 들어서 드래곤이 용언마법을 가르쳐준 게 아닌가요? 자결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설득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허허허. 그럴 수도 있지요. 허나! 드래곤은 다르답니다. 만년을 살 수 있는 생명체입니다. 긴 세월 동안 드래곤과 친해진 몬스터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겠지요. 하지만 결국 그 몬스터들은 모두 죽었을 테고 드래곤은 살았을 것 입니다. 그러면 드래곤은 무얼 느낄까요? 슬픔? 고통? 오랜 세월은 희로애락의 감정도 무뎌지게 하는 법. 종국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념무상이라 이건가. 그러면 오리온에 대한 호의는···'

태선의 의문은 이어진 아르온 이야기로 인해 풀렸다.


"드래곤의 호의는 단지 자신의 유희를 위해서지 결코 남을 생각해서 나온 게 아닙니다."

"······ 그 말은 곧 건방지고 재수 없는 날도마뱀이다 이 말이네요."

"!!!!"


아르온이 경악에 찬 얼굴로 태선을 바라본다.

지금껏 어느 누구도 드래곤을 도마뱀으로 표현한 이가 없었다.

자신의 오래된 조상들조차도.


"푸··· 헐헐헐."


아르온의 표정이 바뀌며 박장대소하기 시작한다.


"참으로 신을 모시는 분이라 그런지 담대하군요."

"아르온님은 설마 드래곤을 욕한 적은 없었나요?"


아르온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신기했다.

곁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도청하는 것도 아닌데 뒷담화를 안 한다니.

어쩌면 이들은 드래곤이란 존재의 그늘에 항상 가려져 살아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쉬쉬해왔던 것 같다.


"더 궁금한 게 있습니까."

"네, 하이엘프와 다크엘프간의 언어가 다른가요? 하이엘프를 목격한 당시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반면 울리엘의 말은 문제없이 알아들을 수 있었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뭐지, 이 정신이 아득해지게 만드는 대화법은?'

태선이 좀 더 듣고 싶다는 듯 아르온을 쳐다본다.


"용언 마법을 배우게 되면 목소리에 변화가 오게 된답니다. 다만 같은 종끼리만 있을 때는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종과 있을 땐 명확히 알아차릴 수 있지요. 그들의 이야기가 자신의 언어처럼 들릴 테니까요."

"!!!!"


저 말은 곧 용언 마법을 배우면 자동 번역기능을 패시브로 얻게 된다는 소린데?

사기적인 특성이다.

아르온의 말이 사실이라면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일 텐데.


"아르온님은 몬스터랑 대화 해보셨습니까?"


아르온이 끄덕거린다.

빠르게 회전하는 머릿속.

답은 정해졌다.

보상은 이거다.


"저 보상으로 용언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사실 알려드리려 했습니다."

"에, 왜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절 쫓아내지 못해서 안달이셨잖아요."

"허허허, 지금에야 돌이켜보니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더군요. 그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드리는 보상이고, 용언 마법을 알려드리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결정적으로 드래곤을 욕하는 게 제 맘에 쏙 들었습니다. 허허허"


아르온은 조금 전의 대화가 생각났는지 잠시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한다.


"천년을 살고 보니 알겠더군요. 용언 마법은 저희 엘프에게 자애가 아닌 그저 저주였다는 걸. 이그드라실의 땅에서만 지내는 저희에게 용언 마법을 쓸 일은 없었습니다. 드래곤에게서 배운 마법의 대가로 종족간의 분열을 맞이했고, 거리는 가깝지만 세상 어떤 존재보다 더 먼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그 '도마뱀'이 싫습니다."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깊게 패인 주름과 움푹 들어간 그의 눈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세대를 이어온 공포와 마주했을 때.

외면 해왔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눈앞에 있는 신을 모시는 자로 인해.


"용언 마법은 9서클까지 존재합니다만 오리온님께서 배운 건 7서클까지였습니다. 제가 7서클을 배우는데 900년이 걸렸지요."

"900··· 소, 속성으로 한 달만 배운다면 몇 서클까지 가능할까요?"

"한 달이요? 1서클의 한개도 힘들 듯 하군요."

"한 개여도 몬스터들의 언어를 들을 순 있죠?"


아르온이 끄덕인다.


“용언에 대한 이해가 마법의 시작이니까요.”


차라리 잘됐다. 아직까지 백보신권의 힘이 유효했기에 좋은 공격 스킬을 얻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진 않아도 된다.


***


"크윽. 젠장 너무 안일했다."


아르온의 말만 믿고 멀리 사냥을 다녀온 게 실책이었다.

하이엘프들은 식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

그저 그때그때 이슬을 먹는 게 전부인 그들.

태선은 이들과 한 달 가까이를 지내면서 홀로 식사시간을 가져야 했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었던 정오.

제법 먼 거리까지 날아가 버팔로를 잡아먹고 온 태선의 눈앞에 펼쳐진 하이엘프의 거처는 온통 파괴되어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몇몇 엘프들.

대부분 안면을 튼 하이엘프들이었지만, 일부는 다른 엘프들이었다.

그 외모만으로 어떤 무리가 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다크엘프··· 퓨어엘프··· 결국 연합한 건가'

자신들의 주홍글씨나 다름없는 과오를 도려내기위해 손을 맞잡은 그들은 하이엘프를 처형하기위해 데려간 듯했다.

급한 데로 숨을 쉬고 있는 이들에게 고고용으로 회생시킨 후 길을 나선다.


'난희 소저에게 배운 신법과는 다르게 정말로 하나 배우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이야.'

한 달 가까이를 1서클의 마법 하나를 배우는 데 전념한 태선.


그래도 오래 머무른 덕분에 하이엘프를 위기에서 도울 기회가 생긴 것.

그는 저공비행으로 속력을 내며 퓨어엘프의 거처로 짐작되는 곳을 향해 이동한다.


***


"프리온··· 난 이제서야 온전히 이해 할 수 있었다네."

"뭘 말인가. 아르온."


입가에 피를 흘리며 말하는 아르온을 향해 되묻는 초로의 엘프.

투명하면서도 푸른 피부로 미루어보아 그는 퓨어엘프였다.


"용언 마법 말일세. 지금 우리 엘프들을 세 부류로 나뉘게 만든 그것을 가르쳐 준건 드래곤 아닌가."

"지금 나랑 역사 공부를 하자는 겐가?"

"어쩌면 드래곤의 유희가 오리온의 시대에서 끝난 게 아니란 걸 말이야."

"유희가 끝나지 않아? 더욱 이해 못할 소릴 하는 군. 그대 식구들의 사망 소식에 슬퍼서 그런 헛소리를 하는가."

"엘프들이야 죽으면 이그드라실의 품으로 가는데 그게 뭐 슬퍼할 일인가. 다만, 누구에게 죽었느냐가 중요한 일이지."


프리온은 아르온을 재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하이엘프들.

어쩌면 아르온이 천수를 누리는 동안 그의 현명한 결정들로 인해 그렇게 단단해져 갔을 것이다.


그래서 한 세력의 힘만으로는 굴복 시킬 수 없었다.

그때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다크엘프들.

얼마 전 태양을 섬기는 자로부터 동족들이 큰 피해를 받아 전력에 큰 손실이 생겼다고 한다.


그자를 데려간 건 하이엘프였다는 것.

과거에도 이그드라실의 땅에 불순한 것을 들인 그들이 이번에도 역사를 반복시키려 한다.

어떻게든 결착을 내겠다고 결정한 것이 이틀 전이었고, 자신의 앞에 적의 수장 아르온을 포박한 채 심문하고 있다.


"아르온··· 그대가 대단한 건 알고 있지만. 태양을 섬기는 자를 끌어들이다니. 그건 무모했다네. 그 덕에 피해 없이 우리 퓨어엘프 밑으로 다크엘프가 들어왔으니까. 누구에게 죽고 말고 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가에 대해 생각해야 하네."


프리온이 아르온의 뒤편에 자리한 거대한 나무를 바라본다.

엘프들의 신으로 여겨지는 이그드라실.

감히 올라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그 높이조차 가늠해볼 수 없었다.

그만큼 오랜 세월 이 땅에 뿌리내려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 준 나무.

엘프들에게 있어서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아르온님! 유리아님!"

"????"


이그드라실의 신성함에 대해 스스로 찬양하고 있을 때 프리온의 귀에 들리는 불협화음.

소리의 진원지는 이그드라실이었다.

좀 더 정확히는 그 위였다.


푸드드드드득! 쩌저적.

태선이 이그드라실 위에서 잔가지와 풀잎들을 다 해쳐가며 지상으로 추락한다.

쿵.


"어이쿠. 하필 마나가 딱 떨어지냐."


엉덩방아를 찧은 태선이 꼬리뼈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후두두두둑.

그가 일어서자 주변에 쏟아지는 이그드라실의 잔가지들과 풀잎들.


프리온은 이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비현실적이었다.

세상 어느 누가 이그드라실의 나무를 함부로 대할까.


그의 붕괴된 멘탈이 복구되고, 사고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놀란 두 눈과 벌어진 턱은 금방이라도 함께 빠져나갈 것 같았다.


"네, 네 이놈!!!"


태선을 향해 화를 버럭 내는 프리온.

하지만 태선은 그를 가볍게 무시한다.


"오, 찾았다. 아르온님"

"허허허. 빨리도 찾아오셨군요."

"한참 찾다가 문득 이 땅에서 가장 높은 나무를 찾으면 되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지요. 하하하"

"역시··· 신을 모시는 분답게 항상 높은 곳을 찾아다니시는군요. 허허허."


둘 간의 스스럼없는 대화.

한 달 남짓 되는 기간 동안 개인 과외처럼 용언 마법을 가르쳐준 그와 친해진 태선이었다.

그게 못마땅한 프리온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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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호승심(1) 22.12.26 715 10 11쪽
55 55화 방화범(4) 22.12.25 730 11 12쪽
54 54화 방화범(3) 22.12.24 781 12 12쪽
53 53화 방화범(2) 22.12.23 808 14 12쪽
52 52화 방화범(1) 22.12.22 826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2 14 12쪽
50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0 13 11쪽
49 49화 핵을 찾아서(2) 22.12.19 942 12 11쪽
48 48화 핵을 찾아서(1) 22.12.18 996 16 12쪽
47 47화 드러나는 진실(4) 22.12.17 996 16 12쪽
46 46화 드러나는 진실(3) 22.12.16 1,003 15 12쪽
45 45화 드러나는 진실(2) 22.12.15 1,015 17 12쪽
44 44화 드러나는 진실(1) 22.12.14 1,042 16 11쪽
43 43화 이그드라실의 축복(4) 22.12.13 1,052 17 12쪽
42 42화 이그드라실의 축복(3) 22.12.12 1,026 17 12쪽
41 41화 이그드라실의 축복(2) 22.12.11 1,044 18 10쪽
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7 17 12쪽
»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22.12.09 1,060 17 12쪽
38 38화 이그드라실의 땅(3) 22.12.08 1,081 17 11쪽
37 37화 이그드라실의 땅(2) 22.12.07 1,092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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