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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13,118
추천수 :
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2.18 08:00
조회
996
추천
16
글자
12쪽

48화 핵을 찾아서(1)

DUMMY

48화 핵을 찾아서(1)


“제가 그놈과 붙었다구요? 그리고 졌다니요? 게다가 SSS등급이었다니··· 제 회귀 전 마지막 기억은 요트에서 마족이 쏜 광선에 맞아 바다 속에 가라앉는 거였는데요.”


내가 드래곤 중의 왕과 붙었다고?

그럼 내가 기억하는 과거는 뭐지.


“지금 기억하고 있는 그 과거는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들려줬던 당신의 첫 회귀 직전의 기억입니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말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말이었나.

‘첫 회귀라니 역행의 목걸이를 사용해서 돌아온 게 한번이 아니란 말인가.’


“아마 지금쯤 당신이 회귀를 몇 번이나 했는지 고민하고 있겠죠.”


태선은 드라고나 4세를 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놀라지 말아요. 태선씨의 회귀는··· 지금까지 9,897번이에요.”

“!!!!!!”

“그 표정도 지금까지 회귀한 숫자만큼 본거 같군요.”


그녀의 말에 누가 놀라지 않을까.

만 번에 가까운 회귀.


“설마 내가 최소 5천년 동안 이 짓을 했다는 겁니까.”

“태선씨, 이번 9897번째 진행 속도가 가장 빨라서 그렇지. 제가 세고 있는 시간만 2만년이 훌쩍 넘었어요.”

“2만년!”

“당신이 카오스 상점에서 [기억]을 구매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2만년이 넘었으니까. 어쩌면 당신의 시간은 더 오래 지났을지도 모르죠. 당신이 기억을 구매해서 제게 준 이후부터가 제가 기억하는 제 첫 회귀의 시작이니까요. <역행의 목걸이>는 기억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습득한 시점 이후의 기억은 사망 시에 모두 사라지게 돼있어요.”

“······”


충격에 휩싸인 태선.

‘게임도 최대 백 시간 이내면 클리어가 가능했던 나였는데··· 2만년이라니. 이 정도면 소질이 없는 거 아닐까.’


“아직 충격적이어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올 거예요. 저는 이미 이 상황이 정기적으로 찾아왔기에 준비해둔 매뉴얼이 있어요.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그녀가 데려간 곳은 저택 3층에 자리한 서재였다.

무수히 많은 서적.


“많죠? 그간 제가 작성한 기록서예요. 태선씨가 전해준 이야기를 토대로 회귀할 때마다 작성한 것들이에요.”


태선이 서재에서 한권을 꺼낸다.

첫 장에는 4326번째라고 적혀있었다.

‘4326번째 회귀란 말이겠지.’


책의 중간쯤에 위치한 부분을 펼치자 그녀가 손 글씨로 적어둔 내 행적이 적혀있다.


-태선씨가 최지훈과 재회하고 그를 죽이는데 성공했다. 태선씨나 나나 많은 부상을 입었다. S등급의 헌터를 상대하기에 태선씨의 등급은 B등급 밖에 안됐었고, 나는 태선씨를 죽게 두고 싶지 않아 그의 곁에서 최지훈을 죽이는데 힘을 보탰다.-


‘내가 최지훈을 죽였었다고? 이번 생은 그를 죽이지 못했는데?’


“책의 맨 마지막을 봐주세요.”


내 의문어린 표정을 알아차린 고나은이 말한다.

여전히 내겐 드라고나 4세라는 이름보다 고나은이란 이름이 더 익숙했다.


-<역행의 목걸이>의 본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 발카네스가 태선씨를 찾아왔다. 목걸이의 회수와 함께 태선씨를 비롯한 이계의 모든 헌무제 연합군을 쓸어버릴 생각을 가졌던 녀석은 태선씨를 만나기 전에 이미 연합군을 전멸시켰다. 발카네스를 막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전력은 SS등급으로 SS등급 헌터의 부재는 연합군의 전멸로 이어 질 수밖에 없었다. 연합군의 총 사령관이 된 윤진아는 SS등급에 오르지 못한 채 발카네스의 브레스에 한줌의 재가 되었다. 태선씨는 드래곤에게 그 사실을 듣고는 분노하여 오랜 결투 끝에 놈을 죽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내게 돌아와 자신의 기억을 남기고는 자결했다.-


“자, 자결을 했다고? 아무리 내가 진아씨를 팬으로써 좋아한다지만···”

“당신은 SS등급 하나라도 더 살려야 마르키오스에게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놈을 잡는 다고해서 이 굴레가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태선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리아를 바라본다.

어쩌면 그게 사실이라면 이 자리에 있는 유리아나 이그드라실의 땅에 살고 있는 엘프 종족도 모두 토벌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러고 싶지 않았다.


“네, 맞는 말이에요. 이계의 모든 몬스터를 멸해야 지금 이 신의 장난이 끝나는 것도 아니죠. 문제는 <역행의 목걸이>는 어떤 경우로든 태선씨가 쥐고 있어야 해요. 그게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되돌아가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키니까요. 문제는 그 목걸이를 챙김으로써 발카네스를 상대해야하고 발카네스를 설사 쓰러트리더라도 드래곤의 왕인 마르키오스가 다시 덤벼올 거예요. 그들은 독립된 개체처럼 행동하지만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가 나서서 복수를 하는 종족이니까요. 더욱이 하찮게 여기는 미물에 의해 동족이 죽었다면 그 종 자체를 없애려고 들죠.”

“결국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거군요.”

“네.”


게임을 좋아했던 나답다.

<역행의 목걸이>와 고나은을 이용해 세이브 구간을 만들었다.

이 게임의 최종 목적는 세이브 어스겠지.

그녀가 기억하는 것만 9897번이라니.

내가 한 가지 게임을 그렇게나 오래 한 게 있었을까.


‘당연히 없겠지. 2만 시간도 아니고 2만년이 훌쩍 넘는 시간인데···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

하지만 9897번의 회귀를 생각하면 분명 이런 상황 역시 수도 없이 겪었을 것이다.

여전히 내가 고나은과 이 자리에 서있는 걸 보면 난 결국 이겨내고 앞만 보고 달렸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 못 먹어도 Go다.’


태선의 눈빛이 달라진걸 알아챈 드라고나 4세.

‘진행도 여태껏 봐온 것 중 상상이상으로 빨라. 하지만 무엇보다 더 빨라진 건 생각의 정리와 마음가짐이다. 어쩌면 이번만큼은···’

그의 죽음을 수없이 봐왔다.

더는 그의 죽음을 위해 흘릴 눈물도 없었다.

그에게 가진 일말의 동정이나 연모의 감정 따윈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의 감정은 태선에게 전해지더라도 죽으면서 잊혀 질게 뻔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알아봐주지 못 할 이 세상을 구한다는 것.

지금처럼 [기억]의 역할을 자처한 자신만이라도 태선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을 뿐이다.


“지금 진행 방향에 대해 피드백을 줄 수 있나요?”

“제가 드리는 말이 전부 옳은 방향이라 말할 순 없습니다. 다만, 태선씨의 가장 최근의 회귀에서 실수한 부분을 고쳐서 진행 중이기에 그에 따라 답을 드리겠습니다.”

“가장 최근 회귀라면 9896번째 말인가요?”

“네.”

“그 회귀는 실패 요인이 뭐였나요?”

“조급함이었습니다. 이번만큼 빠르진 않았으나 충분히 빠른 속도로 성장했죠. 하지만 너무 빨리 발카네스와 부딪쳤습니다.”

“그게 언제 붙은 거죠?”

“윤진아 헌터, 차호철 헌터가 SS등급에 도달하고 바로 도전하셨지요.”

“······”


지금의 나도 그 정도 전력이라면 당장이라도 붙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기질 못했다고?’


“네, 이기지 못했습니다.”


드라고나 4세는 태선의 얼굴을 읽었는지 그가 속으로 물은 물음에 답한다.


“이기지 못한 원인이 있다면 뭔가요. 분명 아까 기록서에는 SS등급 헌터의 부제로 막지 못했다고 쓰여 있었는데요.”

“그것은 막기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입니다. 결국 발카네스는 넘어야 할 산이죠. 발카네스를 잡기 위해선 SS등급에 도달한 다른 헌터들과 SS등급에 도달한 최지훈의 도움입니다.”

“설마 저보고 그 싸가지를 만나서 도와 달라 애걸복걸 빌라는 말은 아니죠?”

“어차피 때가 되면 최지훈 쪽에서 먼저 다가올 겁니다. 드래곤에게서 필요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요.”

“드래곤 레어의 보물이요?”

“맞습니다. 당연히 그전에 태선씨는 녀석의 레어에서 <역행의 목걸이>를 회수한 후에 결전을 벌여야합니다.”

“그야 당연하죠. 그런데 최지훈 그 녀석이 레어의 보물을 노린다고요?··· 혹시?!”

“네, 맞습니다. 태선씨가 최초로 드래곤 레어에서 가지고 나온 보물 중 하나인 <아이기스의 방패>입니다.”


<아이기스의 방패> 죽음에 이르는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 주는 방패다.

그것도 공격로에 대고 들고만 있으면 결코 데미지가 들어오지 않는다.

‘성능은 내 회귀 전 최지훈이 충분히 입증한 방패였으니까. 오죽하면 핵전쟁이 일어나도 아이기스의 방패 하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놈에게 그 방패가 갔을 때 내게 위협은 없었죠?”

“네, 오히려 방패를 받은 이후로 사이는 원만해졌으니 줄건 주는 게 이득입니다.”

“4인 파티로 드래곤을 잡는다라.”

“하지만 명심하세요. 발카네스를 잡는다면 최소 반년 이내 늦으면 일 년 이내에 마르키오스가 찾아올 거예요.”

“놈이 그렇게 센가요?”

“발카네스보다 딱 두 배 강합니다.”

“두 배라면 SSS등급을 찍어야 한다 이 말이군요.”

“발카네스의 레어에 있는 아티펙트를 활용한다면 SSS급은 한명이면 충분하죠. 과거에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마르키오스를 잡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전력손실을 최소화해서 마르키오스를 제압하는 게 최우선과제입니다.”

“그게 안 된다면··· 천마룡이 들어올 때가 문제가 된다 이 말이군요.”


드라고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계가 열리고 닫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듯 천마룡의 게이트가 지구에 열리는 것 역시 기정사실이다.

태선은 그녀와의 대화로 미루어봤을 때 짐작하고 있었다.

만 번이 넘었을 회귀와 2만 시간을 넘겼을 회귀.

그동안 이곳 이계에서 버틴 나날들만은 아닐 것이다.

천마룡을 대적하기 위한 준비단계.

어쩌면 본 게임에 앞서 신이 인간에게 내린 튜토리얼 타임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최지훈이 접근해오기 전까지는 최대한 성장을 해야겠군요. 발카네스를 잡겠다는 건 이어올 마르키오스 역시 상대해야한다는 거니까요.”

“맞아요.”

“저··· 혹시 태선님의 미래에는 저도 존재하나요?”


둘의 대화가 마무리가 되어가던 찰나 유리아가 끼어든다.


“네, 유리아씨도 있습니다.”

“혹시, 이계 게이트가 닫히고 천마룡이 넘어오는 시점에도 유리아가 같이 있다는 말은 아니죠?”

“유리아씨는 지구에 필요한 존재에요.”

“??, 필요한 존재라니. 자세히 말해 봐요.”


태선은 의아 할 수밖에 없었다.

이계의 주민인 유리아가 지구에 필요한 존재라니? 도대체 왜?


“죄송합니다. 그건 후에 말씀드리죠. 지금 저희가 집중해야하는 건 아직 천마룡이 온 시기가 아니라는 거예요. 그 말은 이계에 온전히 집중해야한다는 거죠. 때가 된다면 제가 이후 알아두셔야 할 일들에 대해 피드백을 드리겠습니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지금은 그녀의 말이 맞았다.

천마룡의 침공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계는 현재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실인 현재는 우선하는 법이다.


저택 앞을 나서는 길.

태선과 유리아가 성장을 위해 떠나려하자 드라고나가 따라 나선다.


“저는 이제 협회가 아닌 이곳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일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될 때면 제게 방문해주세요. 그때마다 나아갈 지침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알겠어요. 고나은씨도 잘 지내고 계세요.”

“마지막으로 다음번 방문시에는 꼭 <역행의 목걸이>를 회수해 오세요.”


그녀의 말에 미소로 답하는 태선은 유리아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다.

고나은이 말한 SSS등급을 위한 여정 첫 번째인 서리갈기족을 만나기 위해서.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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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화 방화범(2) 22.12.23 808 14 12쪽
52 52화 방화범(1) 22.12.22 826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3 14 12쪽
50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0 13 11쪽
49 49화 핵을 찾아서(2) 22.12.19 942 12 11쪽
» 48화 핵을 찾아서(1) 22.12.18 997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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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드러나는 진실(2) 22.12.15 1,01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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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이그드라실의 축복(2) 22.12.11 1,045 18 10쪽
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7 17 12쪽
39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22.12.09 1,060 17 12쪽
38 38화 이그드라실의 땅(3) 22.12.08 1,082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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