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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13,151
추천수 :
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2.22 06:50
조회
826
추천
16
글자
11쪽

52화 방화범(1)

DUMMY

52화 방화범(1)


마족에 이어 용족의 등장.


어쩌면 이것은 예고장 같았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경악에 찬 내 얼굴을 바라보는 시청자가 있기라도 한 걸까.


정작 이 순간 중요한 건 마그마 거인이었다.

녀석이 가진 핵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지만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기까진.


고척 돔 구장을 연상케 하는 이곳의 천장은 불의 기운으로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박힌 핵.

그것은 이 공간을 밝히기 위한 에너지원처럼 보였다.


비행으로 몸을 가볍게 띄운다.

천장에 닿기 위해 조금씩 다가간다.


핵을 향해 손을 뻗어 쥐어본다.

질척거리는 촉감은 마치 다 식어버린 죽에 맨손을 집어넣은 것과 비슷했지만 그 원인은 녹아내리는 손 때문이었다.


"으읔. 끄아아악."


촤르르륵.

천천히 쥐었다가는 손목까지 사라질 것 같은 생각에 있는 힘껏 핵을 붙잡고 때어낸다.

잠시 뒤 ‘쩌저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빛을 발하던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유리벽이라도 됐던 걸까.


천장의 균열은 벽 쪽까지 향했고 이내 하나둘 탈락하기 시작하더니 깨진 틈사이로 짙은 어둠이 찾아온다.


끝없는 어둠, 공허.


지금 태선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들이었다.


'결국은··· 카오스와 관련이 있는 걸까.'


완전한 어둠 속에 자리한 태선.

손에 쥔 마그마 거인의 핵만이 유일한 빛이었다.


콰드드득.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핵을 맨 손으로 강하게 쥐자 핵은 형태를 잃은 채 빛을 잃어간다.


드드드드드드.

자신이 선 자리를 비롯해 모든 것들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어둠 반대편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나온다.


"태선님!"


태선이 빛 밖으로 몸을 완전히 꺼내자 달려오는 유리아.


"유리아."

"괜찮으신 거죠? 다친 곳은 없죠?"


유리아가 놀란 얼굴로 태선의 몸 이곳저곳을 체크한다.

그가 거인의 입으로 들어갈 때만해도 남겨진 세 사람들 중 가장 초연했다.


하지만 거인이 쓰러진 지금.

누구보다 그를 걱정하고 괜찮은 모습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다.


"괜찮아. 이 정도는···"

"흥, 이정도면 별일 아니라?! 자만심이 지나치군."


자신이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는 대상이 태선에게 눈을 못 때자 괜한 심술이 난 제롬.


"이봐, 난 그래도 네놈에게 먼저 기회를 줬어. 정당한 승부를 원한 거 아니었어?

"애초 하늘을 날 수 있는 놈에게 정당한 승부가 있겠나."


태선의 비행 스킬을 목격한 순간부터 자존심에 금이 간 제롬.

그가 제국 내에서 왕위계승 서열 1위를 달린다고 해도 세상엔 할 수 없는 몇 가지가 존재했다.

그것은 8등급 서클을 배울 수 없다는 것.

마검사의 한계이기도 했다.


'8서클은 도달해야 비행 마법이라도 구사 할 수 있을 텐데, 저놈은 무슨 복이 있는지 비행 스킬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걸까.'

이건 태선을 향한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다음 만남엔 반드시 8서클에 도달해 네놈과 함께 나란히 비행을 해주지! 유리아씨 다음 만남엔 이런 초라한 모습이 아닌 더 나은 모습이 되어 나타나겠소."


그러고는 태선에게 다가가 있는 유리아를 애절하게 바라본 뒤 자리를 떠났다.


"도전장을 내민 건지 파티사냥 초대장을 내민 건지···"


혼란스러운 태선.

'나란히 비행하자는 건 같이 다니자 이말 아닌가?'


발바닥에서부터 느껴지는 달아오르는 느낌.


"태, 태선님 이쪽으로."


다급히 유리아가 태선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긴다.

제롬이 이 모습마저 보고 갔다면 입에 거품을 물었겠지만 마그마에 발이 녹을 뻔한 태선은 유리아의 도움으로 발보다 신발(?)을 지켜 낼 수 있었다.


마그마 거인이 핵을 잃고 쓰러지자 그의 시신은 용암이 되어 화산의 아래쪽을 향해 흘러 내려가기 시작한다.


"어! 마정석이에요."


유리아가 용암 가운데 보이는 검붉은 물체를 발견하곤 손을 들어 가리킨다.


"이놈은 등급이 뭐였을지 알아 볼 수 있겠네요."


태선이 비행을 이용해 거인의 마정석을 챙긴다.

손에 쥐어진 마정석은 손이 타들어갈 듯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SSS등급의 마정석이야···"


이제야 납득이 간다.

SS등급인 자신의 공격은 속성이 맞지 않아 타격이 없었다 치더라도 S등급의 속성공격에도 별 타격이 없어보였다.


'거인과 드래곤이 붙었다면 누가 이겼을까?'

아니다.

거인은 영상속의 용족과 관련이 있어보였다.

드래곤과 용족은 무슨 관계일까.


"유리아."

"네"

"받아. 이 마정석은 니꺼야."

"네에? 아니에요. 태선님이 사냥에 성공한 건데 그걸 제가 어떻게 받아요."


고개를 가로 젓는 태선.


"녀석의 입 안쪽까지 무사히 들어 갈 수 있었던 건 네 도움이 컸어. 거기다 지금 이 SSS 마정석은 내가 지금 먹더라도 크게 성장되진 않을 거야."

"아니요. 태선님은 하루라도 빨리 SSS등급을 맞춰야 하는데 마정석 한 개라도 아쉬운 상황이잖아요."

"맞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리아 너도 들어서 알겠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을 나 혼자 이끌어 갈 수도 없는 일이야. 누군가는 내가 부재중일 때 앞에 나서서 사람들을 이끌어 가야해. 그리고 그게 난 다른 사람들도 좋지만 유리아 너였으면 좋겠어."

"!!!!"


태선은 느낄 수 있었다.

SS등급에 오르며 남다른 기감으로 생명체의 감정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고, 그동안 함께한 유리아는 인간들에게 호기심, 동경, 연모 등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그녀에게 그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유리아의 앞에 건네진 마정석.

불속성이라도 머금었는지 뜨거운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태선과 잠시 눈을 마주치던 유리아가 하얀 손을 들어 천천히 마정석을 집어 올린다.


치이이익.

마정석을 쥔 그녀의 손이 늘러 붙기라도 하는 건지 살이 타는 소리가 들린다.

인상을 찌푸린 유리아는 그대로 입안으로 마정석을 털어 넣는다.


"흡!"

"걱정하지마 유리아. 고고용이 있으니까. 고통은 잠깐이야."


고개를 끄덕이는 유리아를 확인한 태선은 그대로 그녀에 명치를 향해 고고용을 박아 넣는다.


잠시 뒤 화한 느낌과 함께 뭔가 가슴속을 막아 두고 있던 게 뚫리는 듯 착각을 주며 개운함을 느낀다.


"허억허억."

"고생했어. 유리아 앞으로 이런 놈 10번 정도만 잡으면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여, 열 번이요?"

"응. 그래도 열 번이면 양호하지. 큭큭큭."

“그런데 정말 괜찮아요? 저에게 이런 과분한 걸 주셔도 되는 건지···”

“정말 괜찮아. 네가 강해지는 만큼 내게도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오늘 마그마 거인을 쓰러트리는 태선을 보면서도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진 그녀였지만, 태선이 멋쩍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을 보자 더욱 마음이 놓였다.

그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어쩌면 오리온으로부터 시작된 탐구.

미지에 대한 호기심은 세대와 공간을 초월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답은 태선과 함께하면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오늘에서야 확신이 되었다.


유리아가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지도 모르는 태선.

그는 동굴 안쪽 한편에 자리한 조사단의 흔적으로 추측되는 잿더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어진 잿더미들.

반쯤 타다 남은 옷가지들만이 그들의 흔적임을 알리고 있었다.


“결국··· 모든 원흉은 저 놈이었던 건가.”

“네, 브뤼오네스트의 만년설이 녹고 있던 것. 그리고 조사단원들의 ···”

“그래도 자네 덕에 모든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네. 정말로 고맙네. 어쩌면 2차 조사단을 꾸려서 왔더라도 마을로 돌아가지 못했을 테지.”


붉은 별의 진심이 느껴지는 감사였지만 태선은 마음 놓고 받을 수 없었다.

그들 입장에선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았을 테니.


***


“죄송합니다. 우미알리크. 단서는 찾았지만··· 조사단원들을 구할 순 없었습니다. 제가 더 서둘러야했는데.”


우미알리크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태선.

그가 용언 마법을 배우기 전이었다면 그저 대화도 통하지 않았을 몬스터로 취급했을 이들이었다.

진심으로 서리갈기족의 우두머리를 향해 조의를 표했다.

어쩌면 지금 이 상황을 몇 천 번을 마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비통한 소식을 전하는 조문객이었다.


“아니라네. 너무 자책하지 말게나. 부족의 젊은이들이 희생된 건 분명 슬픈 일이지만, 자네 덕에 우리 마을은 미래를 잃지 않았네. 어린 부족민들의 미래는 자네가 만들어 준 게야. 나야 말로 자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네.”


우미알리크가 탁자 아래에 두었던 작은 목함을 올려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목함의 자물쇠를 풀어 열어 젖힌다.


푸른 바다를 닮은 청색 옥피리가 태선의 눈에 들어온다.


“자네가 원한 나가족이 우리에게 준 보물이라네. 서리갈기족은 바다로 향할 일이 없기에 사용해본 적이 없지만 자네라면 요긴하게 사용하겠군.”


우미알리크가 목함을 태선 쪽으로 밀자 조심스럽게 옥피리를 손에 쥐는 태선.


“나가족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들의 허락이 필요하지. 그게 어찌 보면 출입을 허가하는 징표나 다름없지. 아마 자네는 우리 부족이 아닌 나가족을 만나기 위해서 여정을 나섰던 게지.”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우미알리크 말씀대로 저는 나가족에게 향하기 위해 서리갈기족을 찾았습니다만, 이곳에 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나가족으로 향하는 이곳 서리갈기족에서의 여정 역시 저에게 꼭 거쳐야 할 길이었다는 걸요.”


마그마 거인 안에서 보았던 용족들.

그것은 단순히 우연은 아니었다.

우연이 연속된다면 그것은 필연이다.

나가족을 만나기위해서 이곳에 왔고, 서리갈기족의 부탁으로 인해 용족에게까지 닿았다.

결코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니었다.

이것은 어쩌면 신적인 존재가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태선의 말에 부족장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서리갈기 부족에게서 피리를 얻은 태선은 유리아와 함께 떠나기 위해 마을 입구에 서있었다.

이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나려던 찰나.

태선에게 다가오는 붉은 별.


“태선이라 했나?”

“예.”

“우리 부족은 강하지 않다네. 하지만 오랜 세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네. 언젠가 자네가 우리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주저 없이 돕겠네.”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붉은 별.”

“그대가 가는 길에 따듯한 햇살이 맴돌길 바라네.”


서리갈기부족식 작별인사를 건네받은 태선은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길을 나선다.


***


브뤼오네스트 산맥을 지나 나가족이 있는 해안가로 향하기 위해서 유리아와 비행을 하는 태선.

부족한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 지상을 걸으며 이동 중인 그들의 눈앞에 나무 곳곳에 붙은 수리검들은 태선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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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8화 호승심(3) 22.12.28 673 9 11쪽
57 57화 호승심(2) 22.12.27 720 10 13쪽
56 56화 호승심(1) 22.12.26 716 10 11쪽
55 55화 방화범(4) 22.12.25 731 11 12쪽
54 54화 방화범(3) 22.12.24 782 12 12쪽
53 53화 방화범(2) 22.12.23 808 14 12쪽
» 52화 방화범(1) 22.12.22 827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3 14 12쪽
50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1 13 11쪽
49 49화 핵을 찾아서(2) 22.12.19 943 12 11쪽
48 48화 핵을 찾아서(1) 22.12.18 997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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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드러나는 진실(3) 22.12.16 1,004 15 12쪽
45 45화 드러나는 진실(2) 22.12.15 1,016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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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이그드라실의 축복(2) 22.12.11 1,045 18 10쪽
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8 17 12쪽
39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22.12.09 1,060 17 12쪽
38 38화 이그드라실의 땅(3) 22.12.08 1,082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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