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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13,104
추천수 :
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2.28 07:45
조회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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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1쪽

58화 호승심(3)

DUMMY

58화 호승심(3)


태산절진.

황보숭이 황건적을 토벌하던 시기에 이름을 날린 후한의 장수다.

장사를 수비하던 당시 화공을 구사해 적들을 혼란에 빠뜨린 적이 있는데, 이때 화공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판단으로 그가 고심 끝에 만들어낸 진법이다.

장소에 구애 받지 않으면서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최소한의 피해로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유리아를 상대로 황보세가의 다섯 무인이 태산절진을 펼친다.


휘이이익.

S등급인 유리아에게 이들은 개별적으로 상대했을 때 1초 지적도 안 되는 이들이 분명했다.

맨 앞에 서있던 사내가 A등급으로 보였고 나머지 사내들은 잘 봐줘야 B등급이었다.


태선을 지키고자 한수 한수를 내지를 때마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강한 수를 펼쳤다.

하지만 그녀의 검을 받는 무인들의 입장에선 큰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그게 바로 진법이 가진 힘이었다.


"계집 제법 검이 매섭구나. 그 대단한 실력으로 우릴 쓰러트리고 싶겠지만, 우리는 너의 발목을 붙잡아두는 게 목적이다. 그러니 이곳을 벗어날 생각은 접어두게 좋을 거다!"


황보세가의 무인은 큰소리 친 만큼이나 유리아를 쩔쩔매게 하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겪는 진법에 당황했다.

당황한 그녀의 기색을 눈치 챈 무인들은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5인의 연환공격을 구사해 유리아를 몰아 부친다.


"저쪽이다."


숲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유리아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내들의 안색이 밝아지는 걸로 보아 내내 말하던 지원 병력임을 파악한다.

'이대로 끌면 불리해. 5명도 번거로운 상황에서···'


"흐아압!"


합을 교환하는 유리아와 세가 무인들 사이에 떨어지는 거구의 사내.

쾅.

난데없이 둘 사이에 나타난 사내는 지면을 향해 곤봉을 휘두른다.


"크하하하. 계집 하나 자빠뜨리지 못하고 쩔쩔매다니. 권각에서 수련하는 놈들도 이제 별 볼일 없구나."

"젠장, 자네 뭐하는 짓인가."


유리아에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몰아붙이던 그들의 흐름이 깨지고 만다.


"하아···하아.. "


불청객이 분명했지만 그로 인해 한숨을 돌리는 유리아.


"난 도와주려 달려들었지."


거구의 사내는 곤봉을 어깨 위로 들쳐 메고는 머쓱한 얼굴로 말한다.


"보통이 아닌 자다! 우리가 주도하던 흐름이 깨졌으니 그 흐름을 다시 만들기까지 출혈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피 내가 대신 흘려드리지. 물론 그 전에 저 계집이 내 곤봉에 곤죽이 된다면 흘려줄 피도 없어지겠지만. 크하하하"

"··· 상대를 얕보지 마라. 약한 자들이었다면 천라지망을 펼치지도 않았을 거다."


일찍이 유리아와 손속을 나눈 사내는 잠시 자신의 손목을 바라본다.

얼얼하다 못해 덜덜 떨려온다.

'차라리 잘됐다. 태산절진을 앞뿐만 아니라 뒤쪽에서도 펼친다면 제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서둘러 자세를 갖추어라! 다음 원군이 올 때까지 버틴다."


사내의 지시에 일사분란해지는 무인들.


유리아 역시 어느 정도 숨을 돌렸는지 허리를 편다.

그리곤 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 낸 뒤 긴 머리를 말아 올리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하겠다는 무언의 제스쳐는 그녀의 앞에 대치하고 있는 황보세가의 무인들에겐 다르게 작용했다.


"허억."

"세, 세상에 저런 미인이 있다니···"

"실로 경국지색의 미모 아닌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감탄사는 조금 전까지 불타오르는 전의를 떨어트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여자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외골수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


곤봉을 든 사내와 처음 유리아와 손속을 나눈 사내가 큰 소리로 외친다.


"정신 차려라! 눈앞의 상대는 우리 황보세가의 장남을 죽인 대죄인이다. 저 여인과 함께하고 싶은 놈이 있다면 내 앞으로 와라. 이 주먹으로 머리를 부셔주마."


으르렁거리며 외치는 그의 일갈에 무인들이 하나 둘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마, 마녀다! 마교의 마녀다!"

"그 짧은 시간에 남자 여럿을 홀리다니."


무인들이 제멋대로 자신을 판단하는 모습에 잔뜩 화가 난 유리아.

용언마법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던 단검은 저들에게 먹히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자 허리춤에 납검을 한다.


그 모습을 본 무인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달려든다.


“마녀가 싸움을 포기했다! 서둘러 공격하자.”

"흥, 운디네!"


유리아와 계약이 맺어진 중급 물의 정령인 운디네가 소환되고, 달려오는 무인들을 향해 강한 물대포를 쏘아낸다.


"으아아악."

"마인이 아닌 정령술사다. 상대적으로 약한 물의 정령이니 버티기만 하면 된다! 천근추(千近墜)를 사용해 몸을 무겁게 하라."


쿠웅. 쿠웅.

무인들이 천근추를 사용한 후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지면에 발이 박히며 휩쓸리는 물줄기 사이에서도 꼿꼿이 서있을 수 있게 되었다.


황보세가는 박투술로 시작해 온몸을 무기로 만드는데 주력한 가문으로 입문시 통과의례처럼 배워야하는 무공이 있었으니 바로 천근추였다.


천근추는 전신에 골고루 퍼진 내력을 원하는 방향으로 한곳에 집중시켜 내던지는 무공으로 단순히 몸의 무게를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 일종의 발경법에 가까웠다.


운디네가 여전히 강한 물줄기를 쏘아내고 있었지만, 무인들에게 가볍게 파훼 당하자 그녀가 직접 나서기 위해 한걸음 나가 선다.

여전히 상념에 잠긴 태선.

벽을 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마음 속 답답함을 정리하기 위함 일까.


유리아는 얼마가 걸리든 그가 훌훌 털고 일어나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어떻게든 막아야해.'

다시 마음을 다잡은 유리아.

손을 들어 그들을 향해 용언을 읊는다.


"흥! 잔재주는 거기까지다."


곤봉을 휘두르며 맹렬한 속도로 접근하는 거구의 사내.

부우웅 부우우웅.

그가 곤봉을 한번 휘저을 때마다 대기를 가르는 요란한 바람소리가 들린다.


"라이트닝 필드."


치지지직.

유리아의 용언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곤봉 사내를 비롯한 총 10명의 무인들의 머리 위에 스파크가 튀더니.

검붉게 어두워져 가는 하늘이 일순간 새하얀 도화지처럼 변화한다.

눈 깜짝할 순간이라는 말이 이보다 정확 할 수 있을까.


빠지지직.


"끄아아아악."

"우으으윽."


번개에 감전이라도 되었는지 저마다 단말마의 비병을 내뱉곤 픽픽 쓰러진다.


쿵.

그리고 그녀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던 사내는 철로 만들어진 곤봉 덕에 남들보다 더 강하게 감전당해 쓰러진다.


"후우··· 진작 용언 마법으로 싸웠어야했나. 괜히 체력만 소비했어."


잠시 한숨 돌린 유리아는 그제 서야 알아차린다.


"어느 틈에···:


10명의 무인들을 상대하느라 주변 기척을 살피는데 소홀히 한 그녀.

어느새 200명에 다다른 황보세가 무인들 틈에 둘러싸여있다는 걸 깨닫는다.


숲속이었기에 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이들 하나하나의 기세가 좀 전에 붙었던 자들과 비슷했기에 유추할 수 있었다.


"감히··· 내 아들을 죽이고도 우리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가."


남자는 단 세 번 울어야 한다.

자식을 잃었을 때에 대한 눈물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자신이 먼저 죽는 게 자연의 섭리니까.


그런데 오늘 뜻하지 않게 눈물을 흘렸다.


"내 비록 재능이 부족해 화경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누구보다 근성은 있다 자부한다. 오늘 이곳에서 황보세가의 모든 걸 걸고 네년과 저놈을 죽일 것이다."


상의를 찢어 던지는 황보 가주.

중원 최고의 마초 집단답게 마흔이 넘었는데도 흔들리는 살점 하나 보이지 않는 근육질 그 자체였다.


그가 상찢을 하자 세가의 무인들이 하나둘 상탈을 하고 전투에 임할 준비를 한다.


마찬가지로 자세를 잡는 유리아.

모든 마나를 고갈 시키더라도 태선만큼은 지키겠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가 서려있다.


***


"어떤 것 같습니까."

"음··· 달라."


황보세가가 자리를 비운 용국객잔 내에서 발견했던 황보윤의 사체.

가슴에 큼지막하게 생겨난 관통상과 자신의 눈앞에 있는 흑풍의를 입은 사체들의 관통상과는 완벽하게 패턴이 달랐다.


“다르다면 어떤 것이 다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제갈 군사가 호기심에 남궁 맹주가 보는 신원미상의 사체를 들여다보며 묻는다.


“황보윤의 관통상을 보면 아주 거친 손속에 의한 찢긴 살점이 많았다네. 하지만 여기 널려있는 사체들의 관통상을 들여다보면 피부가 매끈하게 잘려 있는 게 보일 게야. 우리 무인들이나 헌터들이 만들어내는 상처는 이것과도 같다네.”


남궁 맹주가 자신의 손을 펼쳐 보인다.


“지문 말씀이십니까?”

“그래, 검객 천명이 있다면 이들이 만들어 내는 검상은 다 같아보일지 몰라도 그들이 힘을 주는 세기와 방향 그리고 정확도 등에 의해서 구별될 수 있지. 물론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안목도 높아야하고 남들이 볼 수 없는 걸 보는 경지까진 올라야 하지.”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제갈 군사.


“그렇다면 황보 가주는 장남을 죽인 자를 쫓는 중인데 그자가 범인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네.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음, 자네들은 지쳐 보이는 듯 하니 내가 먼저 가보겠네. 천천히 따라 오시게.”

“호, 혼자 가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먼 길을 다시 돌아오느라 힘에 부치는 걸 알 고 있네. 난 괜찮으니 천천히 인솔하여 오시게.”

“존명!”


맹주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제갈 군사를 뒤로하고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집결한 것으로 추측되는 장소로 무한보(無限步)를 펼치며 향한다.

그런 그의 얼굴에 핀 미소.


‘환갑이 다되는 동안 제대로 된 적수 하나 만나본 적이 없다. 헌무제 연합이 결성되기 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경지를 견주어 봐야했는데··· 어쩌면 못 이룬 꿈을 오늘 이룰지도 모르겠구나.’

태평성대나 다를 바 없는 중원 생활은 그에겐 얼마 전까지 만해도 무료함의 연속이었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게이트.

만약 무신이 존재한다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리라 생각했지만, 제갈 군사를 비롯한 무림맹의 주요 인사들은 맹주의 나 홀로 이계 토벌 행을 한사코 반대했다.


그런 그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생각해둔 자가 있었다.

최근 무서운 성장 속도를 보이며 헌무제 삼계에 지대한 파장을 몰고 다닌다는 그.

어쩌면 저 앞에 그자가 있을 것 같았다.


흑풍의의 사내들.

미세하지만 마기다.

마인을 막아내고 자리를 뜬 거다.

황보윤이 어쩌다 휩쓸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와는 별게 일 거다.


“조금만 기다리시게.”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더욱 지면을 박차는 무림 맹주.

억압되어 있던 그의 호승심에 불을 지피는 사내는 태선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달려오는지도 모르고 있던 태선은 감았던 눈을 뜬다.

유리아와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하고 1시간이 흐른 뒤였다.

더욱 검게 짙어진 눈동자와 차분하게 내려앉은 그의 마음.

미세하지만 그의 안광에선 은은한 검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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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호승심(4) 22.12.29 651 8 11쪽
» 58화 호승심(3) 22.12.28 673 9 11쪽
57 57화 호승심(2) 22.12.27 719 10 13쪽
56 56화 호승심(1) 22.12.26 715 10 11쪽
55 55화 방화범(4) 22.12.25 730 11 12쪽
54 54화 방화범(3) 22.12.24 781 12 12쪽
53 53화 방화범(2) 22.12.23 808 14 12쪽
52 52화 방화범(1) 22.12.22 826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3 14 12쪽
50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0 13 11쪽
49 49화 핵을 찾아서(2) 22.12.19 942 12 11쪽
48 48화 핵을 찾아서(1) 22.12.18 996 16 12쪽
47 47화 드러나는 진실(4) 22.12.17 996 16 12쪽
46 46화 드러나는 진실(3) 22.12.16 1,003 15 12쪽
45 45화 드러나는 진실(2) 22.12.15 1,015 17 12쪽
44 44화 드러나는 진실(1) 22.12.14 1,042 16 11쪽
43 43화 이그드라실의 축복(4) 22.12.13 1,052 17 12쪽
42 42화 이그드라실의 축복(3) 22.12.12 1,026 17 12쪽
41 41화 이그드라실의 축복(2) 22.12.11 1,044 18 10쪽
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7 17 12쪽
39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22.12.09 1,060 17 12쪽
38 38화 이그드라실의 땅(3) 22.12.08 1,081 17 11쪽
37 37화 이그드라실의 땅(2) 22.12.07 1,092 23 11쪽
36 36화 이그드라실의 땅(1) +1 22.12.06 1,117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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