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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113,123
추천수 :
1,944
글자수 :
616,109

작성
22.12.29 07:45
조회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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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59화 호승심(4)

DUMMY

59화 호승심(4)


푸른 초목은 붉은 핏물들로 인해 어지럽혀져 있었다.

초목과 땅에 떨어진 혈흔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숨을 가쁘게 내쉬며 꼿꼿하게 서있다.


"흐아··· 엘프 주제에 제법 고강하구나. 만만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서있을 기력이 남아 있는 게냐."


황보가주가 혼신의 내력을 쥐어짜 날린 천왕삼권 중 이권을 막아낸 유리아를 향해 외친다.


"하아. 하아. 제 뒤에 그분이 계신 한 전 쓰러지지 않습니다."


가쁜 숨을 내쉬는 유리아.

그녀의 마나는 진작 고갈이 난 상태였다.

태산절진으로 그녀를 압박해오던 황보세가의 이백에 가까운 무인들은 실신한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황보가의 직계 가족들을 포함한 일부 무인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황보가주는 유리아와는 상대적으로 기력 관리를 해온 덕택에 등급에서 밀리는 데도 불구하고 세가의 절기인 천왕삼권을 쓸 여력이 있었다.


"계집··· 내 천왕삼권은 아직 한 방이 남았단다. 일권은 태산을 무너트릴 힘을 가졌고, 이권은 무너진 태산을 날려버릴 힘을 가졌다. 마지막 제 삼권은 태산을 가루로 만들어낼 힘을 가지고 있지. 이걸 막아내고도 지금처럼 제 몸성히 서있을 성 싶으냐? 차라리 지금이라도 잘못을 사죄하고 곱게 죽을 것을 권하마."

"어차피 죽는다면 흩날릴 가루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택하다니. 그래 사죄는 죽은 뒤에 내 아들에게 하거라."


황보 가주가 삼권을 날리기 위한 진기를 끌어 모은다.

삼 초식 밖에 없는 무공이지만 숱한 무인들 사이에서 최강의 무공을 논하는 자리에선 빠지지 않는 황보세가의 ‘천왕삼권’.

가주의 말마따나 태산을 지워버릴 정도로 강하다.

특히 마지막 삼권만큼은 초절정인 그가 화경의 고수들과 합을 나눴을 때에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단, 진기를 끓어 올리는 데에 오랜 캐스팅 타임이 존재했기에 최대의 단점이었다.

하지만 이미 유리아는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는 그에게 달려가 단검을 휘두를 힘조차 없었다.

제자리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인 그녀의 몸 상태.


'태선님. 부디 깨달음을 얻고 편해지시길 바랍니다.'

유리아는 자신의 뒤에서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는 태선을 바라보며 마음 속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다는 듯.


"흐아압!"


끌어올린 진기를 자신의 오른쪽 주먹으로 한데 모은 황보 가주가 마지막 삼권을 내지른다.


그가 뻗은 오른손에서 환한 금빛이 새어나온다.

그것을 끝으로 눈을 질끈 감은 유리아.


쿠구구구.

지축이 흔들리는 착각을 주며 거력의 기운이 유리아를 휩쓸어버리려는 듯 그녀를 덮친다.

콰과과광.

비산하는 흙먼지 구름에 창백한 얼굴을 한 황보가주가 만족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허허허, 가주님 지난 오대세가 경합 때보다 더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곧 깨달음만 얻으신다면 화경에 오르시겠군요."


직계 가족들은 그의 천왕삼권에 감격한 듯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의 칭찬에 만연한 미소를 보이던 가주가 먼지 구름 속 거뭇한 그림자를 보더니 안색을 굳히기 시작한다.


자욱한 먼지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자 굳건히 서있는 실루엣이 보인다.

유리아의 여리한 실루엣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제법 두터운 그림자.


먼지가 가라앉고서야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 저, 저 무슨."


당황한 가주를 비롯한 그의 세가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 한 채 덜덜 거리는 손가락만 가리킬 뿐이었다.


유리아를 안고 있는 태선.

그리고 고고용은 둘 사이를 잇고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유리아의 몸은 빠르게 재생되며 회복되어 간다.

전투의 한복판인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외모가 더욱 이질감을 불러일으킨다.


"미안. 오래 걸렸지."

"아니요."


스르륵.

탈진했어도 백번은 더 탈진했어야 할 그녀는 깨어난 태선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놓였는지 혹은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잠에 든다.

결코 맘 편히 잠들 수 없는 이 상황에서.


그녀를 조심스레 안아들어 거대한 고목나무 한편에 내려둔 태선.


천왕삼권의 마지막 삼권을 오롯이 등으로만 받아낸 태선을 바라보는 황보가주는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왕삼권이 어떤 무공인가. 고절한 기인들조차도 마지막 삼권에 이르러서는 맞서기보단 흘리는 무공인 것을··· 그저 등으로 받아냈는데 상처하나 없다니!'


황보가주는 경지도 아직 초절정일뿐이거니와 가문자체가 내공보단 외공을 더 우선시 했기에 기감이 좋지 못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앞에 있는 상대의 경지만큼은 정확히 짚어 낼 수 있었다.


"혀, 현경··· 이제 갓 약관을 지난 나이 같은데···"


한국인의 탁월한 유전자 덕에 타국을 떠나 중원 사람들에게 조차 동안으로 보였던 태선은 이제 갓 약관 정도 밖에 안 되는 고수로 보였다.


"분명 전해들은 바로는 제국 측의 마법사라 했는데, 그 말이 거짓이었단 말인가."


당황하는 그의 곁에 세가의 무인 하나가 붙어 그의 궁금증을 해결 해주고자 첨언한다.


"마법사들 중엔 고강한 공격 마법만큼이나 절세의 보호마법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저자는 혼신의 내력을 이용해 보호 마법을 펼친 것이 분명합니다."


듣고 보니 그랬다.

현경의 경지는 그야말로 천외천의 경지였다.

눈앞의 사내가 환골탈태를 한 현경의 고수가 아닌 이상 절세무공을 몸으로 가볍게 받아낸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헌터들만큼이나 정보가 없는 마법사라면 차라리 이해가 쉬웠다.

자신이 모르는 이들인 만큼 알지 못하는 능력을 발휘했을 거란 생각.

어쩌면 그것은 안일함이면서 동시에 묵과였다.

그의 머리는 분명 등급 이상의 강자임을 알지만 마음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그의 경지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평생 동안 일궈온 경지를 부정하는 것과 같았기에.


"왜지?"


좌중을 한 번 둘러본 태선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듣기 힘들 만큼 작은 소리였지만 숲속에 자리한 이들의 귓가에는 우레와 같은 소리로 들렸다.


"큭. 뭐가 말이냐!"

"나와 유리아를 왜 공격한 거지?"

"정녕 날 능멸할 셈이냐! 그대가 내 자식을 죽였는데 왜냐는 말이 나온단 말인가!"


태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심장을 타격하듯 크게 울렸지만, 먼저 간 자식을 떠올리며 황보가주가 경직된 턱과 손을 움직이며 열변을 토한다.


"그저 용국객잔의 방화범을 찾기 위해서 미행을 붙였을 뿐인데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내 자식을 죽여 놓고 그런 말이 나오는가!"

"자식? 그게 네 아들이었나?"


태선은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자신을 쫓아오던 미약한 기운.

그것은 저자의 아들이었나 보다.

하지만 태선의 말을 곡해한 황보가주의 눈엔 핏발이 섰다.

'그게 네 자식이었나 라고?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살해 욕구만을 풀기 위해서 처참하게 죽였단 말인가?'


어찌 들으면 태선의 말은 황보 가주의 물음에 대한 긍정의 의미로 답한 것 같았기에 황보가주는 지금 그와 대화 할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악귀 같은 놈. 네 놈에겐 그저 일개 무인으로 죽어 갔을 진 몰라도 내겐 소중한 장남이다! 네놈이 고강한 보호막을 가졌든 현경에 오른 절세의 고수든 이젠 상관없다. 네놈의 팔 한 짝이라도 가져가서 죽은 내 아들의 혼을 달랠 것이다!"


팟!


황보가주가 태선의 대답을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자신이 할 말 만을 내뱉고는 자리를 박차 태선에게 향한다.


이미 유리아에게 천왕삼권을 쓰느라 일신의 내력이 부족한 그는 태선에게 조금이라도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자 선천지기까지 끌어올려 오른 주먹에 내력을 담아낸다.


쿠구구구궁.

그의 주먹에서 새어나오는 섬광 같은 빛.

그것은 태산거권을 펼칠 때 흘러나오는 내력이었다.


대성하면 태산을 한 손으로 무너트린다는 단일 초식의 무공이었지만, 첫 수에 황보세가의 무공을 잘 모르는 상대를 제압하는 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무공이었다.


콰아아앙.

태선이 양 팔을 교차하며 그의 초식을 막아내자 그의 등 뒤로 거대한 후폭풍이 일며 초목이 흩날린다.

'황보세가, 헬장 문파답게 강하긴 하지만···'


태선의 팔은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했다.

가볍게 소매를 털어내는 그.


"아, 아니 어떻게."

"실전된 금강불괴라···"

"!!!!!!"


회심의 공격이 아무렇지 않게 막히자 눈을 크게 뜬 채 입이 얼어버린 황보가주는 이해가 가지않았다.

그의 이해를 돕는 불청객의 한 마디.

그리고 태선은 불청객의 존재로 인해 황보가주와 같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매, 맹주님 여기까진 어떻게."


황보가주의 말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있었지만, 남궁 맹주의 시선은 태선에게 꽂혀 있었다.


"소림 절세의 무공을 어찌 익힌 건지 물어보고 싶으나, 속편하게 알려 줄 리는 없을 테고. 나와 겨뤄 내가 이기면 답해주는 게 어떻겠는가?"

"내가 이기면 당신은 내게 뭘 해줄 건가요?"


태선은 맹주를 향해 도발의 의미로 당신이라 칭했지만, 맹주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글쎄, 그대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니. 소원 하나를 들어 주는 거로 하지. 어떤가? 이러면 계산이 좀 맞겠는가?"

"나쁘지 않네요."

"하하하하 나쁘지 않다라. 딱히 당장 바라는 게 없나 보군. 황보 가주! 정말 미안하네만 저자와의 대결을 잠시 미뤄 줄 수 있는가?"


황보 가주는 어안이 벙벙했다.

다짜고짜 나타나 태선에게 결투를 제안하는 맹주의 모습은 놀라웠다.

더욱이 권위적이던 맹주가 자신에게 부탁까지 하며 양보를 했다.

'차라리 잘되었다. 맹주가 나서 준다면 윤이의 복수에 가까워지겠지.'


황보가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자신의 힘으로는 태선을 제압할 수 없을 거란 판단에서 내린 결정.


"그대의 배려는 결코 잊지 않겠네."


맹주는 그 모든 걸 간파 했으면서도 황보가주를 향해 포권하며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한다.

인사를 마친 맹주가 시선을 돌려 태선을 바라본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사내는 결코 자신보다 아래가 아니라는 걸.

요동치는 그의 심장.

'얼마만인가···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군.'


맹주가 자신의 창궁검을 꺼내고 빈 검집을 저멀리 나무를 향해 던진다.

전혀 날카롭지 않은 검집의 바닥부분은 나무를 한 자는 뚫고 들어간다.


검객이 검 집을 버린다는 것.

목을 내걸겠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태선을 인정하는 남궁맹주가 초연한 자세로 그를 향해 마주선다.


둘 사이에 이어진 적막.

먼저 움직인 건 태선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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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호승심(4) 22.12.29 652 8 11쪽
58 58화 호승심(3) 22.12.28 673 9 11쪽
57 57화 호승심(2) 22.12.27 719 10 13쪽
56 56화 호승심(1) 22.12.26 715 10 11쪽
55 55화 방화범(4) 22.12.25 731 11 12쪽
54 54화 방화범(3) 22.12.24 782 12 12쪽
53 53화 방화범(2) 22.12.23 808 14 12쪽
52 52화 방화범(1) 22.12.22 826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3 14 12쪽
50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0 13 11쪽
49 49화 핵을 찾아서(2) 22.12.19 942 12 11쪽
48 48화 핵을 찾아서(1) 22.12.18 997 16 12쪽
47 47화 드러나는 진실(4) 22.12.17 996 16 12쪽
46 46화 드러나는 진실(3) 22.12.16 1,003 15 12쪽
45 45화 드러나는 진실(2) 22.12.15 1,015 17 12쪽
44 44화 드러나는 진실(1) 22.12.14 1,043 16 11쪽
43 43화 이그드라실의 축복(4) 22.12.13 1,052 17 12쪽
42 42화 이그드라실의 축복(3) 22.12.12 1,027 17 12쪽
41 41화 이그드라실의 축복(2) 22.12.11 1,045 18 10쪽
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7 17 12쪽
39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22.12.09 1,060 17 12쪽
38 38화 이그드라실의 땅(3) 22.12.08 1,082 17 11쪽
37 37화 이그드라실의 땅(2) 22.12.07 1,092 23 11쪽
36 36화 이그드라실의 땅(1) +1 22.12.06 1,117 21 12쪽
35 35화 새로운 국면(4) 22.12.05 1,101 20 12쪽
34 34화 새로운 국면(3) 22.12.04 1,134 25 12쪽
33 33화 새로운 국면(2) +2 22.12.03 1,145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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