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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헌터는 멸망을 막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10.29 13:49
최근연재일 :
2023.02.28 13:3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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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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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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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7화 호승심(2)

DUMMY

57화 호승심(2)


헌터들의 제 1 안전거점.

백색 천으로 만들어진 막사에 붉은 의복을 입은 중년인이 들어선다.

이곳에 자리하면 안 될 인물이라도 되는 양 놀란 눈으로 중년인을 쳐다보는 사람들.


“자네가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

“맹주님···”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중년인은 제갈군사였다.

맹주를 향해 가늘게 떨리는 입술.

차마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가 수치스러워 그런 게 아닐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겐가?”


제갈세가 제일 두뇌인 차남을 무림맹으로 데려와 군사자리에 앉힌 그다.

그와 함께한 세월만 스무해가 넘었다.

이젠 그의 표정만 봐도 사안의 대중소를 가늠할 수 있는 남궁 맹주였다.


“심각한 일인가보군. 괜찮으니 말해보게.”

“용국 객잔이··· 전소되었습니다.”

“!!!!”


맹주를 비롯한 막사 안에 그와 일찍이 회의를 함께한 무림맹의 주요인사들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게 무슨 소린가 제갈 군사. 지은 지 한 달도 안 된 용국객잔이 왜 불에 타.”


무림맹 내에서 가장 연장자인 무림맹주 그가 벌써 환갑을 넘겼음에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건 최근 환골탈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반면 맹주와 동갑내기 친구이지만 아직 깨달음의 깊이 차이로 인해 동네 할아버지 같은 외모를 가진 윤 장로.

그는 화산파의 장문인의 자리를 제자에게 내준 뒤로 무림맹의 대장로 직을 맡고 있었다.

그가 제갈 군사를 향해 호통 치는 이유는 용국객잔을 짓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이가 그였기 때문이다.


“사람을 제외 한 몬스터들은 결코 접근하지 못하도록 결계까지 치지 않았는가? 게다가 거긴 무림맹의 다음 토벌 지역을 물색하기 위한 전초기지가 아닌가? 그런 그곳이 불에 타다니?!”

“아무래도 사람에 의한 방화 같습니다.”

“무림맹의 행사를 대놓고 방해하는 인물이 있단 말인가? 과거라면 그런 이들이 많았겠지만 이계에 그런 자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백 여 년 전 한명의 고수로 인해 무림 일통 된 이후 무림맹의 권세는 날로 커졌다.

그 규모는 북경의 황제와 ‘중원을 양분했다.’라는 말이 저잣거리에 나돌 정도였기에.

제갈군사가 의심하는 바가 결코 맹주를 위시한 윤 장로에겐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었다.


“그것이··· 이번 헌무제 대회의를 위해서 떠나시고 난 뒤의 일입니다. 용국객잔의 문 앞에는 천마신교의 재림을 알리는 대자보가 붙어있었습니다. 그들이 객잔 인근에서 비밀 모임을 갖는 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 대한 진위 확인을 위해 소수만을 남겨둔 채 원정을 나섰었습니다.”

“마, 마교라니? 그게 사실인가!”


마교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윤장로.

그와 함께 모인 무림맹의 고위 인사들 역시 당혹스러움이 드러난 건 마찬가지였다.


“으음··· 천마신교라. 군사가 그리 지시 할만 했군. 하지만 소문만으로 그리 많은 병력을 움직였다니 자네답지 않았어.”

“면목 없습니다.”

“천마신교의 잔당들은 확인했는가?”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태평성대가 그리 좋지만은 않구나. 무림맹의 전대 맹주님들의 일기를 볼 때마다 느낀 거지만 지금의 이 현상이 우리에겐 어쩌면 미래를 위한 예행연습일지도 모르겠어.’

남궁 맹주는 무림맹 내 무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안일함을 볼 때면 미래가 걱정되곤 했다.

그리고 지금.

제갈 군사 역시 비지성체 몬스터를 상대로는 그의 병법과 전술이 완벽하게 먹혔지만, 사람을 상대로는 허점이 많이 드러났다.

‘치열한 전장에서 살아 남아온 게 아니었기에 어쩌면 적응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다. 다만···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선 안돼.’


생각을 정리한 남궁 맹주가 군사를 포함한 막사 안의 모든 이들에게 말한다.


“지금 바로 용국객잔으로 향하겠소. 모두 채비하시오.”

“존명!”


*


“윤아··· 흑흑···”


주검이 된 황보윤을 끌어안은 채 울고 있는 황보세가의 가주.

제갈 군사의 지시로 인해 방화범을 추적하는데 세가의 전 병력을 투입했다.

그 결과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장남의 죽음.


중원에 자리한 세가를 나설 때만 해도 자신의 이름과 가문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열심히 토벌하겠다던 녀석은 이제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


“제국 쪽 연놈들이라 했느냐.”

“예, 마지막으로 윤 형님과 헤어질 때 추적한 자들에게 당한 게 틀림없습니다. 제국 측에서도 비행 마법을 다룰 정도로 강한 자들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원 병력을 불러서 함께 덮치려 했건만, 정의감에 홀로 싸우시다 전사한 것 같습니다.”


그의 시신은 인근에 널린 흑풍의의 시신들과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서 발견되었다.

황보윤을 비롯한 모든 시신에는 복부 위쪽으로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 말은 곧 한 사람에게 같은 수법으로 당했다는 걸 추측할 수 있었다.

흑풍의의 사내들이 한사람에게 학살당하자 보다 못한 황보윤이 나선 걸로 마무리 짓는 이들.


“크흑··· 암 그렇고말고 윤이는 항상 정의를 외치던 아이였으니까.”


한참 동안 황보윤을 끌어안고 있던 가주가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윤이의 장례는 그 연놈들을 죽인 뒤에 치르도록 하겠다!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쳐라!”

“저 가주님 천라지망은 하늘을 나는 이들에겐 소용없지 않습니까?”

“흥, 그건 천라지망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제깟 놈이 하늘을 날아봐야 얼마나 날 수 있겠느냐. 놈도 사람이라면 기력이 다해 분명 지상으로 내려오겠지. 그때 남긴 족적 방향으로 놈들이 향한 위치를 찾아낸다.”

“존명!”


5인 1조가 되어 용국객잔을 기점으로 넓게 산개하는 황보세가의 무인들.

그 형세가 마치 거대한 그물망과 같았다.


*


황보세가의 무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을 쫓고 있다는 걸 모르는 태선.

그는 지금 마나 고갈로 인해 유리아와 해안가를 향해 걷고 있었다.


“태선님.”

“응?”

“아까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는데 교주라고 불리는 사람이랑 친구인가요?”

“친구? 흥. 그런 놈이랑 친구하느니 이계의 몬스터들이랑 친구하는 게 낫지.”

“······”

“아아, 이계의 몬스터라고 해서 엘프나 서리갈기족을 지칭한 게 아니야. 오크같은 애들 오우거나···”

“오해하지 않았어요. 저도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어요.”

“에혀. 내 팔자야. 고아로 자란 것도 모자라 만 번을 넘게 회귀 당하고, 기억도 못해, 친구라고 생각했던 놈이랑은 원수까지 돼···”


찰나였지만 태선은 이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았다.

지금 이 일.

자기만족에 가까운 것 일가.

아니면 함께하는 동료들과 유대감을 쌓아가며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고 축하하기 위해서 하는 것 일가.


잠시 길가에 앉아있는 태선의 곁에 유리아가 다가온다.


“힘들죠? 인간보다 오래 사는 제가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드려도 될까요.”

“유리아, 미안한데 나는 만 번을 회귀했어. 살아도 아르온보다 20배는 넘게 살았을 거야.”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뭐가 아닌데.”

“기억이요. 태선님이 어쩌면 기억 능력을 자신에게 남긴 게 아니라 드라고나에게 남겼던 건 그것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서였을 거예요.”

“뜻하는 의미가 뭔데.”

“반복되는 기억이 당장 태선님에게 유의미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수회를 거듭한 연속되는 상황에서 그 기억은 분명 고통일 거예요.”


태선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경청한다.

분명 자신이 기억을 지닌 채 회귀했다면 진행은 원할 할 것이다.

하지만 거듭된 실패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잃지 않는다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조차도 자신에겐 큰 시련이었기에.


“지금 태선님이 하고 있는 일 하나하나 제가 다 알고 있지는 않지만 고된 길이란 걸 알아요. 혹시 저희 엘프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한참 동안을 말하던 유리아는 태선을 향해 갑작스러운 질문을 한다.


“아니,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

“어떨 것 같아요? 만약 태선님이 저희 엘프처럼 살아야한다면.”

“음. 사실 처음 얼마간은 행복감이 넘쳐나고 좋겠지. 하지만 얼마아간 단조로운 하루의 연속이란 걸 깨달을 때 즘이면···”


태선은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아마 우스겟 소리로 하는 말이었겠지만 태선은 실제로도 그랬을 것 같았다.

매일 같이 이슬이나 풀을 먹어야하고 진전도 없는 정령마법 혹은 용언마법을 연구해가며 살아야 한다.

거기에 힘들게 모아온 마나는 정기적으로 이그드라실에게 헌납해야하고.

···못 할 짓이다.


“태선님은 못 할 일이라 생각하시겠죠.”

“!!!”


대답대신 표정으로 그녀에게 답하는 태선.

잠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어떤 동물인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동물이지 않은가.

반면 숲에서 뛰어다니는 엘프들은 인간들에게 이용당하기 딱 좋은 생명체다.

그 엘프족인 유리가아 이젠 태선의 속까지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태선님은 엘프였던 적이 없으니까요. 종의 목적성 혹은 목표성은 오로지 그 종만 알 수 있어요. 서로 짐작만 할 뿐이죠. 그렇다면 인간이 가진 목적은 어디에 있을까요.”


유리아는 태선에게 답을 얻기 위해 말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마지막 말로 태선이 답을 찾길 바랐다.


“인간의 목적···”


머릿속에 자리 잡은 두 단어는 결코 몇 분 내에 해답을 주진 못할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과거의 자신은 분명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았을 테고, 드라고나에게 기억능력을 미련 없이 던져줬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유리아와 나눈 이 대화로 인해 한걸음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삶의 목적, 행복의 목적···’

인간은 어쩌면 가장 불행한 동물일지도 모른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는 동물.

끝임 없이 시험대 위에 올라야하는 존재.

.

.

.


상념에 잠긴 태선.

유리아는 그를 불러도 반응조차 없기에 그의 고민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


3시간이 지나갈 무렵.

여전히 태선은 미동도 없었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유리아는 분주했다.

숲속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처음엔 조심성이 많은 야생 동물이거나 몬스터인 줄 알았지만, 알 수 없는 새소리로 신호를 주고받는 걸 알아차렸다.

‘이 곳에 내가 모르는 새소리는 없어. 불청객이 분명해. 태선님이 이러고 있으니 내가 지켜드려야겠어.’


적들도 그녀가 눈치 챘다는 걸 느꼈는지 조금씩 과감성이 드러난다.

나무 뒤편에서 하나 둘씩 나타나는 장정들.

황보세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두 현세의 헬창과 흡사했다.

모두가 검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지니고 있었고 무리 중 가장 강한 자가 그녀 앞으로 다가 선다.


“막내야. 신호탄을 쏘아 올려라.”

“예, 사형”


철컥. 피유우웅!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하늘에 황보세가를 상징하는 점토색 먼지구름이 일자로 만들어진다.


“쳐랏.”


5명의 장정들이 유리아를 향해 달려든다.

S등급의 유리아를 상대하기엔 약한 AB등급 무인들이지만, 중원의 합격술과 진법이 더해져 유리아를 상대로 응수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더욱이 요혈이 아닌 지원군이 오기까지 발을 붙잡아둘 요량으로 수비 식을 취하는 이들.


*


“고작 도망간 곳이 해안가 근처에 자리한 숲속이더냐.”

“예, 지금 남녀 중 남성은 운기조식을 하는 중이라 보고 받았습니다.”

“운기조식이라··· 비행으로 인해 기력이 다했나보군. 어쩌면 놈을 치기 위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서둘러 채비하라 그리고 세가의 총공세가 시작 될 것이다.”

“존명!”


황보세가가 용국객잔에서 자리를 비운지 얼마 안가 그곳에 당도한 또 다른 무리들.


“정말··· 다 타버렸구나.”


무림맹의 대장로가 재가 되어버린 용국객잔의 입구에 다가 선다.

이곳을 기점 삼아 토벌에 나선 무인들도 많을 텐데, 보급품이 없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일게 분명했다.


“이곳에 황보세가가 있다고 하지 않았더냐?”

“안 그래도 오는 길에 황보세가의 신호탄을 봤다는 정찰병의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래? 신호탄은 적에게 공격당하거나 공격할 때 사용할진데 이곳이 아닌 곳에서 터트렸다면···”

“아무래도 마교 쪽과 교전중인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좋다, 이곳에는 최소 인원만 남겨두고 우리도 합류한다. 윤 장로 그대가 이곳을 지켜주시게.”

“알겠습니다. 맹주님”


헌터들의 안전거점에서부터 쉼 없이 이곳 용국객잔까지 온 이들은 다시 정찰병이 봤다는 신호탄이 터진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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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화 호승심(1) 22.12.26 716 10 11쪽
55 55화 방화범(4) 22.12.25 731 11 12쪽
54 54화 방화범(3) 22.12.24 782 12 12쪽
53 53화 방화범(2) 22.12.23 808 14 12쪽
52 52화 방화범(1) 22.12.22 826 16 11쪽
51 51화 핵을 찾아서(4) 22.12.21 823 14 12쪽
50 50화 핵을 찾아서(3) 22.12.20 851 13 11쪽
49 49화 핵을 찾아서(2) 22.12.19 943 12 11쪽
48 48화 핵을 찾아서(1) 22.12.18 997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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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드러나는 진실(3) 22.12.16 1,004 15 12쪽
45 45화 드러나는 진실(2) 22.12.15 1,016 17 12쪽
44 44화 드러나는 진실(1) 22.12.14 1,043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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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화 이그드라실의 축복(3) 22.12.12 1,027 17 12쪽
41 41화 이그드라실의 축복(2) 22.12.11 1,045 18 10쪽
40 40화 이그드라실의 축복(1) 22.12.10 1,058 17 12쪽
39 39화 이그드라실의 땅(4) 22.12.09 1,060 17 12쪽
38 38화 이그드라실의 땅(3) 22.12.08 1,082 17 11쪽
37 37화 이그드라실의 땅(2) 22.12.07 1,093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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