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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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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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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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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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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화 오크원정대(9)

DUMMY

에이든과 오크들은 차원문을 통해 들어가 짐을 빠르고 편안하게 옮기기 위해 거치적거리는 판금 갑옷을 벗고 유사시 몸을 보호해줄 무기만 착용한 채 신호가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사원안에 있는 황금 사과를 증류하고 있었다.


“사부. 증류하고 남은 찌꺼기는 어떻게 할까?”


모르호크는 침을 꿀꺽 삼키며 수분이 다 빠져 축 처진 찌꺼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가리키며 말했다.


“남은 건 이따가 우리가 먹죠. 가뜩이나 먹을 것도 부족한데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요. 종일 먹은 거라고는 버섯밖에 없는데 이러다가 몸에서 버섯이 돋아날 것만 같으니까요.”


오크들은 에이든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자기들끼리 낄낄거렸다.


에이든은 잠깐 그들과 섞여 웃었고 시선을 돌려 신호가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요정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비크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에이든님! 신호가 왔어요!”


“갑시다! 준비들 하세요.”


시시덕거리던 오크들도 에이든을 따라 무기를 챙겨 들고 비크윙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혹시 모를 적들의 침입을 대비해 자리를 잡았다.


요정들은 비크윙의 손끝이 향하는 곳을 향해 일제히 손을 뻗었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대기에 개똥벌레 궁둥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보다 훨씬 작은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빛은 점차 커져 탁구공만 해졌다가 순식간에 오크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을 정도로 팽창했다.


“다 됐습니다! 준비하세요.”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차원문이 울렁거리더니 익숙한 체구의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르가르가 호탕하게 웃으며 사과 상자를 들고 춤이라도 출 듯 경쾌한 발걸음으로 차원문을 통과해 나왔고 그 뒤로 함께 떠났던 늑대들도 사원으로 돌아와 기쁜 듯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며 차원문을 빠져나왔다.


모르호크는 냉큼 달려가 족장이 가지고 나온 상자를 받아들고는 증류기 옆으로 가져갔다.


“지금 차원문 안쪽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으니 모두 차례대로 들어가 옮겨라!”


에이든과 타르가르는 악수를 하고 포옹해 그를 반겨주었다.


“족장님! 성공하셨군요!”


그도 다시 사원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이 믿기지 않는지 웃으며 에이든을 안아주었다.


“설마 제가 실패하리라 생각하신 거 아니시겠죠?”


“그럴 리가요. 당연히 믿고 있었죠.”


“그런데 인간들은 이렇게 남자들끼리 포옹을 즐기는 겁니까? 포옹까지 해주시다니 조금 과한 것이 아닐는지요. 누가보면 오해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오크들이 짐을 옮기다 말고 모두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아... 오크들은 즐거울 때나 반가울 땐 포옹을 하지 않나 보군요. 몰랐습니다. 그래도 위험한 임무였지 않습니까. 이 정도는 해 줘야죠.”


“뭐 차차 익숙해지겠죠.”


“그건 그렇고 건너편 상황은 어떻습니까? 여왕님 말대로 사과는 충분히 있나요? 레이스들은요? 혹시 당한 대원은 없습니까?”


타르가르는 미소를 지으며 지나치게 걱정하는 그의 무거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모두 무사하오.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사과도 너무 많아 언제 다 옮길 수 있을지 걱정일 지경입니다.”


그를 안심시켜 주려는 타르가르의 손길에도 에이든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진해졌다.


레이스들의 어설픈 공격과 일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러다 안식의 사원이나 황금내림 골짜기 둘 중 한 곳으로 놈들이 무더기로 몰려올까 염려되었다.


그래서 차원문을 관리하는 요정들을 제외하고 남은 요정들에게 사원 주위 정찰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무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 일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지. 오히려 과하게 걱정한다면 정작 해야 할 우리 일을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알지만...”


“사부!”


모르호크가 사과 상자를 짊어진 채 에이든에게 걸어와 증류가 다 된 것 같다고 말해주었고 타르가르는 에이든과 다른 이들과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차원문을 넘어가 황금내림 골짜기로 돌아갔다.


- - - - -


헬티네스 입구 앞에서 보초를 서던 도비쿠스는 다리가 아픈지 널따란 나무뿌리에 걸쳐 앉아 잠시 무기를 내려놓고 등을 그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아그리사가 집어던진 돌에 맞아 피가 나 딱지가 앉은 머리 주변이 가려운지 벅벅 긁었다.


아그리사는 그런 그가 아니꼬운지 기분 나쁜 표정과 말투로 말했다.


“너 밑에서 일하기 싫어서 보초를 서겠다고 자원한 거지? 이렇게 농땡이를 피울 거면 오지를 말던가 아니면 혼자 하지 난 왜 불러서 나까지 눈치 보게 만들어 짜증 나게.”


도비쿠스는 깍지를 껴 뒤통수에 대고 이젠 몸을 누인 곳이 편안한지 아예 드러누웠다.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기는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다른 이유도 있어요.”


“한 나라 군대의 지휘관이라는 자가 이렇게 나태하니 나라가 망하지 쯧쯧.”


도비쿠스는 마지막에 내뱉은 그녀의 말에 발끈할 뻔했지만 더는 그녀와 다투어 사이가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 대충 콧방귀를 뀌며 흘렸다.


“제 임무는 족장의 안전을 지키고 그가 무사히 유물을 손에 넣은 뒤 썬송으로 돌아가 대족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이곳에 노동을 하러 온 게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이 내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의 매듭을 풀고 조금 더 나은 관계로 바꿔 남은 시간 동안 사이좋게 지내고자 같이 올라오자고 한 것이오.”


“하여튼 입만 살아서.”


“입만 살다니요. 전 행동으로 말보다 앞서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라고요. 보세요. 늑대에게 선택받아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의 말에 반박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임무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의 행동들은 하나같이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빛의 힘도 부리지 못하는 자가 굳이 황금내림 골짜기까지 따라온 것도 그렇고 따라오기 위해 늑대를 꼬신 것도 그랬다.


“그래서 무슨 오해를 풀고 싶다는 거야? 너랑 나랑 오해할 게 뭐가 있...! 너 설마... 이 변태가 정말! 이젠 네 머릿속에 죽을 때까지 남을 좋은 추억이 되어버린 거냐? 잊을 만하면 이게 자꾸 그때 얘기를 꺼내 내.”


아그리사는 도끼를 움켜쥐고 도비쿠스를 내려찍기 위해 치켜들자 도비쿠스는 그녀가 진심으로 내려찍으려는 걸 감지하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정말입니다.! 정말 씻으러 갔었던 거라고요!”


“시끄러워!”


“오크들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원래 인간들은 최소한 하루에 한 번씩은 씻는단 말이오. 그날 종일 땀을 흘리고 저녁에 씻지도 못하고 잠들어 몸이 찝찝해 새벽같이 일어나 씻으러 간 겁니다. 그때 아래쪽에 에이든도 있었다고요!”


“이게 어디서 우리 사부 이름을 팔아먹고 있어. 이 거짓말쟁이에 비겁한 녀석아.”


“정말이에요. 안식의 사원으로 돌아가서 그 녀석에게 물어보면 될 것 아닙니까!”


굳이 목숨을 걸고 거짓말을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그리사는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 그의 다리 사이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었던 도끼를 내리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잠깐! 방금 그 미소는 뭡니까? 예!?”


아그리사는 고개를 홱 돌렸고 도비쿠스는 뭔가 차별당한 것 같은 기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숨을 걸고 그녀를 추궁했다.


“하! 참나. 나는 안되고 그놈은 봐도 된다? 뭐 그런 겁니까?”


“뭐라고!? 이 미친놈이? 지금 그게 숙녀에게 할 소리냐? 그래! 넌 안되고 에이든은 된다 어쩔래?”


“뭐라고요!? 오크 여성들은 다 그런 겁니까? 막 보여주... 악!”


도비쿠스는 멱살을 잡힌 상태로 구석에 내몰렸고 위기의 순간 주위의 공기가 차가워지고 섬뜩한 기운을 느꼈고 마을 외곽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그리사의 손이 얼굴을 오가는 와중에도 바쁘게 눈동자를 굴려 무언가를 찾았고 한곳에 멈춰서더니 그곳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어라? 얘 봐라? 이젠 맞는 와중에도 날 무시하고 괄시까지 하네. 이게 은근슬쩍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가려고 하는 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네. 이건 몸에 밴 습관이야. 습관.”


“우리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드디어 강림하셨네요. 아그리사. 모두에게 알리세요. 작업을 서둘러 달라고요.”


“뭐?”


아그리사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고 그 끝에는 마을을 새카맣게 뒤덮을 정도로 많은 레이스가 까마귀 떼처럼 몰려와 어두운 숲을 더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끼쳐 닭살이 돋아났다.


“가세요! 빨리!”


도비쿠스의 단호한 음성에 아그리사는 서둘러 아래층으로 달려갔다.


이미 위쪽 창고의 사과 상자는 거의 다 날라 텅텅 비어 있었고 한참을 더 내려가서야 부지런히 상자를 옮기고 있는 오크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마그라! 놈들이 몰려 왔어요. 족장님께 말씀드리고 서둘러 주세요!”


아그리사는 다시 구불구불한 오르막 통로를 내달렸다. 허벅지가 끊어질 것 같고 숨통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멈추지 않고 죽어라 달렸다.


검을 붙들고 하늘을 뒤덮은 적들을 노려보는 도비쿠스의 뒷모습이 보이자 늦지 않았다는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의 옆에 도착하자 그녀의 눈앞에는 먹구름이 몰려온 것처럼 헬티네스 주위를 둘러싼 레이스의 모습이 보였다.


아그리사는 거칠게 욕설을 내지르고는 즉시 주문을 시전해 도끼에 빛을 주입했다.


“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요.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빛은 얼마 뻗어 나가지 못하고 레이스들에게 가로막혔고 레이스들은 불쾌하다는 듯 알 수 없는 음성을 내뱉으며 스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 몸이 되듯 엉겨 붙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거대한 고리를 만들어 헬티네스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속도는 점차 빨라져 그들의 추악한 얼굴이 하나로 겹쳐져 보이기 시작하더니 검은 오라가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헬티네스의 두꺼운 줄기를 향해 뻗어 나가 스며들었다.


“저 자식들 대체 뭘 하려는 거지?”


“글쎄요. 아무래도 제가 보기엔 우릴 먼저 공격하지 않고 이 거대한 나무를 먼저 공격하는 것으로 보아 이 나무가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하하하하하하하!”


천둥이 내려치듯 기괴한 웃음소리가 하늘에 만개하자 땅바닥이 꿈틀거리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뿌리와 줄기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동굴이 외벽과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놈들 우릴 생매장하려나 본데요!”


격렬하게 요동치는 대지 때문에 중심은커녕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었고 무너져 내리는 바위들을 피해 도비쿠스는 가장 넓고 단단해 보이는 뿌리를 향해 아그리사는 밀어 넣고 달려가 감싸 안은 채 방패를 들어 올려 머리를 보호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은 이미 부서져 내린 바위와 헬티네스 잔해로 꽉 막혀 버렸고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아그리사는 자신을 부둥켜안고 있는 도비쿠스를 밀어내고 주위를 살폈다. 살길은 딱 하나 황금내림 골짜기 동쪽에서 흘러 길드 아지트가 있는 필피르산으로 가는 방법밖에는 없었지만 뛰어서 레이스들을 따돌리고 과연 그곳까지 레이스들을 따돌리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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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2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2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6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4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4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4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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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2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31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3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5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2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7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8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8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8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40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7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9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8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8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7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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