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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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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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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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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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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3화 위슈트리나(4)

DUMMY

“그럼 평화의 항구로 가는 건 어떨까요? 해적들이나 용병들이라면 뭔가 쓸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위슈트리나도 로운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그를 제거하기 위한 임무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애석하게도 지금 현재로서는 왕국의 배신자인 오베릭 제독 말고는 의지할 곳이 딱히 없었다.


“레이먼. 걸을 수 있겠어? 아무래도 지금 당장 떠나야 할 것 같은데.”


“괴수어 찜을 맛볼 생각을 하니 힘이 불끈불끈 솟는데요!?”


“아... 그러니? 그것참 좋은 소식이네.”


세 사람은 즉시 짐을 싸 어둠에 둘러싸인 산장을 빠져나가 마지네 초원으로 향했다.


- - - - -


녹빛이 바다처럼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지대인 마지네 초원은 고대엔 켄타로우스와 오크가 대립과 공존을 했던 전장이자 삶의 터전이었고 현대에는 중요한 요충지인 이 초원을 놓고 인간과 켄타로우스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곳이었다.


아토메스 국왕과 그의 후손이 다스리던 당시에는 평화로서 초원을 공유해 왔지만 대가 끊기고 크리스탐의 정권이 시작됨과 동시에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평화는 깨져버렸고 웃음기가 서린 가면을 벗어던지고 켄타로우스의 땅인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야욕을 드러냈다.


전쟁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 상태에서 켄타로우스들은 저항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예고 없이 들이닥친 왕국군에게 그들의 대칸인 그라노무스를 잃었고 통한의 학살을 당해 매리모스 강 이북 지역까지 후퇴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초원 이곳저곳에 세 사람이 보았던 괴물 군대의 전진 요새가 곳곳에 지어져 있었고 인근을 정찰하는 병사들도 심심찮게 보여 낮에는 초록빛 바다인 초원을 이동하는 데에 있어 위험했다.


최대한 그들과의 접촉을 피하려 낮에는 서쪽 글린데일과 마지네 초원을 가로막고 있는 산 능선 깊은 곳 멧돼지가 만들어 놓은 좁고, 구불구불하며 가시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난 곳으로 이동했고 밤에는 초원으로 다시 내려와 걸었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세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초원을 지나 고르곤의 숲 북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르곤의 숲도 위험천만하기는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왕국군의 이동 경로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고 고르곤이야 숲 중심부까지 가지만 않는다면 만날 일도 없어 사실상 세 사람에게는 안전지대나 다름없었다.


“대장.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래. 이곳에서 좀 쉬었다가 가자. 베이먼 몸은 좀 어때? 괜찮아?”


베이먼의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였다. 그의 눈은 눈병이라도 난 것 처럼 충혈되어 있었고 마치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입가엔 침이 고여 있었다.


처음엔 단순 배고픔에 저런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달랐다.

걱정된 위슈트리나가 가까이 다가가 그의 이마를 짚어보자 열이 펄펄 끓었다.


“뭐... 뭐야! 열이 왜 이렇게 심하지?”


“그으으으...”


로운도 가까이 다가와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불렀다.


“야 임마. 괜찮아?”


“지옥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모든 것이 그분의 분노 아래에 쓰러질 것이며 그분이 창조하신 끝을 모르는 무자비한 괴물들이 온 세상을 불태울 것이다. 무릎을 꿇고 조아려 함께하거나 아니면 죽음을 맞이해라. 포이니타의 백성들이여 다시 일어나 세상을 불태워라.”


“뭐라는 거야?”


그때 위슈트리나와 로운의 심장을 무언가가 움켜쥐듯 쥐어짜는 고통이 찾아왔고 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가슴을 두드렸다.


“컥... 커흑... 갑자기 왜 이렇게 심장이...”


시간이 거꾸로 흐르듯 위슈트리나의 기억이 과거로 빠르게 흘러갔다.


어젯밤 산장. 대원들과 함께 도적단을 급습하던 비오는 날 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임관하던 그 순간을 지나 어느덧 위슈트리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해맑게 웃으며 근교에 있는 공원으로 산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도 오래가지 못했고 모든 조명이 꺼지듯 모든 기억 또한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발 아래에는 부모님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아무런 감정도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단 하나 명확한 건 따르지 않는 자를 처리했다는 그분을 기쁘게 해드렸다는 만족감과 살을 베어낸 쾌감밖에는 남지 않았다.


위슈트리나는 천륜을 거스르는 행위를 했음에도 아무런 죄의식도 느낄 수 없었고 부모님의 피로 얼룩진 얼굴과 갑옷을 앞치마로 ‘슥’ 닦아내고는 다시 외출했다.


- - - - -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 얇은 창가를 건드리고 창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오래된 여닫이문 틈 사이로 빠져나가며 기괴한 작은 소음을 만들어냈고 그 소리에 맞춰 창문과 문이 덜커덩거리며 리듬을 탔다.


소파 위에 담요를 돌돌 말고 잠을 자고 있던 오베릭 제독은 시끄러운 바람 소리에 잠긴 목으로 욕을 내뱉으며 소파에 걸터앉아 한 손으로는 숙취로 인해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쥐고 다른 손으로는 바닥에 놓인 주전자를 들어 올려 주둥이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요샌 나이를 먹어 노화가 진행 중인지 물을 마셔도 마셔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절반이나 차 있던 주전자의 물을 한 번에 다 마셔버렸고 갈증이 해소되자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흡족해했다.


갈증이 가시자 몸이 재가동 되는지 근육이 긴장되고 정신이 맑아졌다. 오베릭은 아직 자신의 온기가 남아 있는 소파에 손을 대고 다시 잠을 청할까도 생각했지만, 허리도 찌뿌둥한 게 밖으로 나가 체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얼굴을 부비고 일어나 각종 서류와 젠트 위를 덮고 있는 모자를 챙겨 머리에 푹 눌러쓰고 문으로 걸어갔다.


문고리를 잡고 돌려 문을 밀자마자 강한 바람에 의해 오래되어 낡아빠진 나무문이 휘청거리며 자유를 갈망하듯 바람을 따라 날아갈 것처럼 격렬하게 저항했다.


“뭔 바람이 이렇게...”


“제독님. 일어나셨습니까?”


오베릭은 고개를 돌려 계단 아래를 바라보았고 항구에서 함선을 수리하고 있어야 할 선원 하나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숨을 고르며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댕키스?”


“10분 전에 앞바다에서 수상한 어선 한 척을 나포했습니다.”


“수상한 어선?”


“네. 저희의 깃발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성인 남성 한 명과 성인 여성 둘 그리고 사내아이를 태운 어선이었습니다. 어선 내부엔 조업한 흔적은 없었고 여자 중 한 명은 모험가였습니다.”


“이상한 조합이군. 허들슨은?”


“부제독은 지금 회의장에서 그들을 심문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오베릭은 어느덧 하늘 바다를 뒤덮어 세상을 암흑으로 물들이고 있는 거대한 검은 장막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태풍이 오는가 보다. 함대 수리는 태풍이 지나간 뒤에 하고 선체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함선들을 항구에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잘 정박시켜 두라고 선장들에게 말하고 경비탑에 있는 선원들도 아래로 내려와서 근무를 서게 하라고 재커리에게 전달해.”


“네. 제독님.”


오베릭은 집 아래에 묶어둔 자신의 애마 위에 올라타 5분 정도 우거진 정글을 내달렸고 2개의 경비탑과 어시장을 지나 선원들의 숙소 앞에 있는 회의장에 도착해 마구간지기에게 말을 넘긴 후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니까 정말로 자네의 아버지가 2함대 클레이도였다. 이건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소.”


나포된 배에 있던 사람들은 손과 발이 묶인 채로 부제독 허들슨의 앞에 꿇어앉아 있었다.


오베릭 제독을 발견한 허들슨은 쪼그려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와 드메넬이 가지고 있던 해적단의 메달과 커틀러스를 건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우리의 물건이 맞아 메달도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것이 아니야. 정말 클레이도의 아들이 맞는 것 같아.”


“뭐 하는 사람이래?”


“페릴던에서 선장과 민병대장을 했다는군.”


“클레이도가 페릴던 사람이었던가? 그가 은퇴한 지 꽤 되어 기억이 나질 않는군.”


“아마 평화의 항구 출신일 거야. 제필트 선장과 고향이 같았으니.”


오베릭은 까슬까슬한 자신의 턱수염을 매만지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들과 딸이 있었던 건 기억이 나는데 벌써 저렇게 자라서 아이를 낳았다니. 세월 참. 그런데 어쩌다가 이곳까지 흘러온 거래?”


“그건 네가 오면 얘기하겠다고 버티고 있었어.”


“흠... 일단 저놈과 모험가만 놔두고 아이와 아이엄마는 빈집이 있으면 그곳으로 안내해줘. 꽤 쓸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 우선은 정중히 모셔야지.”


허들슨은 고개를 끄덕였고 선원들을 바라보며 손짓하자 마리트의 손과 발을 묶고 있는 밧줄을 풀어 주었고 양쪽에서 붙들어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 하자 론지는 위협을 느꼈는지 미약하지만 격렬하게 저항했다.


“아빠!”


“괜찮아. 엄마랑 가 있어. 아빠도 금방 갈게.”


오베릭은 옆으로 마리트와 론지가 지나가자 그는 자신의 자리로 가 앉고는 드메넬과 바일라를 무섭게 쏘아보며 말했다.


“겁도 없이 감히 내 바다에 들어오다니 간도 크군.”


드메넬은 양손이 뒤로 묶인 채로 그대로 머리를 나무 바닥에 조아리고 목숨을 구걸했지만 카르딤 기사단과 함선의 선장 그리고 민병대 대장을 역임했었던 드메넬에겐 아직 왕국에 대한 충성심 자부심이 남아 있었다.


그와 반대로 나라를 배신하고 왕국의 함대를 탈취해 남쪽 해상을 장악해 해적질이나 하고 있는 탈러스 제독의 후예 오베릭 따위에게 손과 발이 묶인 채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이 굴욕적이면서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가족의 안전과 나아가 왕국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으며 우선은 그에게 악의가 없다는 걸 표현해 살아남아야 했고 머리를 조아리는 행동만큼 그 점을 잘 표현하는 방법이 없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소.”


“으흠... 부제독이 말하길 선장 일도 하고 페릴던 민병대장까지 하고 있었다던데.”


드메넬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질문만 5번째요. 정말 지치게 하는군.”


감추려 했던 자존심이 튀어나왔고 드메넬은 말을 내뱉자마자 후회했다.

허들슨은 눈을 부릅뜨고 드메넬을 노려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살아남고 싶으면 입조심 해라.”


“사회적 위치가 있는데 이렇게 식솔들을 데리고 이곳까지 야반도주해야 할 정도로 급할 일이 뭐가 있지? 그것도 창피했을 죽은 아비의 유품까지 챙겨서 말이야.”


바일라는 헛기침하며 목을 가다듬었고 고개를 들어 오베릭을 똑바로 올려보며 말했다.


“이 부분부터는 제가 말하죠.”


오베릭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바일라를 바라보며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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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5화 바일라(2) 22.12.27 31 0 11쪽
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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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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