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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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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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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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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오크원정대(11)

DUMMY

하루아침에 파트너를 잃은 아그리사의 늑대 밴지와 도비쿠스의 늑대 순둥이를 위로함과 동시에 두 전사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이렇게라도 해야 뫼비우스의 띠처럼 꽁꽁 얽혀버린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타르가르는 힘없이 땅바닥에 턱을 괴고 누워 끙끙거리는 두 늑대의 앞에 쪼그려 앉았고 육포를 내밀었다.


밴지는 코를 벌름거리며 관심을 보이다가 고개를 훽 돌리고는 다시 바닥에 엎드렸고 파트너를 두 번이나 잃어 상실감이 큰 순둥이는 쳐다도 보지 않고 낑낑거리기만 했다.


구슬픈 순둥이의 음성이 타르가르의 마음을 뾰족한 송곳으로 찌르듯 후벼 파 더 아프게 했다.


“족장님?”


에이든이 어느새 다가와 타르가르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낮엔 제가 경솔했습니다. 사실 누구보다 상심이 크신 건 족장님일 텐데 말이에요.”


“괜찮아요. 저도 에이든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낯선 땅 낯선 오크들 사이에서 의지가 되어주고 각별하게 지낸 건 아그리사 밖에 없었잖아요. 그리고 아그리사는 에이든님의 첫 번째 제자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맞습니다.”


“저도 우리의 두 전사가 살아 있을 거라 믿습니다. 분명 그들이라면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잃지 않고 집중해주기를 바라고 있을 거고요.”


“그렇겠죠? 잠시 방황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잃은 건 아니니까요.”


약초를 달이는 진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딱딱하게 굳었던 몸이 하나둘 깨어나는 것이 느껴졌고 고난의 천리 행군을 끝내고 막 병영에 돌아온 듯 온몸이 뻐근했다.


사령관으로 승급한 뒤 체력단련을 소홀히 한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평소 관리를 잘했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도 해보았다.


입안의 텁텁함과 달그락거리는 소리 때문에 눈을 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만 살짝 돌렸고 하마터면 도비쿠스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곳에는 과수원에서 보았던 머리가 없는 남자가 떨어진 자기 머리를 붙이려 거울 보며 머리를 이리 붙였다가 뗐다를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손에 뭐라도 들고 있어야 싸우든지 방어를 하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른손을 바쁘게 더듬거렸다.


바삐 움직이던 손끝에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것이 손에 닿았고 그 순간 커다란 손바닥이 얼굴로 날아와 코를 내리찍었다.


이번엔 소리를 안 지를 수가 없었다.


“아악! 내코...!”


시큰해진 코를 움켜쥐고 손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그녀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사나운 맹수의 눈으로 쌍심지를 켜고 내려다보고 있었고 도비쿠스의 손은 아그리사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었다.


또 이런 실수를 저질렀으니 이젠 그냥 변태로 낙인찍혀 사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았다.


“하하... 아그리사. 일어나셨네요? 하하... 때리지 마세요. 정말 실수...”


“아악!”


아그리사의 주먹은 용서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고 도비쿠스의 오른쪽 눈두덩이를 가격했다. 이번 공격은 역대급으로 아팠다.


얼굴을 감싸 쥔 채 바닥을 뒹굴다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남자의 발에 부딪혔고 눈을 감싸진 채 서둘러 아그리사의 옆으로 대피했다.


“으악! 아그리사! 저 녀석 대체 정체가 뭐죠!?”


“호들갑 떨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 우릴 구해주신 분들에게 실례잖아!”


그때 거울 옆에 있던 문이 열리고 오른쪽 가슴에 타이탄 왕국 마법부 상징인 빛나는 지팡이를 쥔 손이 찍힌 진한 회색 로브를 입고 허리춤에는 마법봉과 보주를 차고 있었고 손에는 약초와 사과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든 남자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바구니를 탁자에 내려놓고 로브를 벗자 창백한 피부 위에 새하얀 머리카락을 드러났다.


그는 여성처럼 길고 가는 예쁜 손을 가지고 있었고 긴 손톱 위엔 빨간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오! 깨어나셨군요. 반갑습니다. 전 이곳에 살고 있는 강령술사 미셸 카이스라고 합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이스님. 전 도비쿠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제 뒤에 계신분은...”


“아. 저흰 먼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렇죠? 아그리사님. 몸은 좀 어떠십니까? 어디 한번 볼까요? 흠... 머리에 벌어진 상처는 잘 꿰매어 졌네요. 발목은 3일 정도 지나면 무리 없이 걸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는 거울에 서서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남자의 가녀린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조금 놀라셨죠? 아그리사님은 아까 얘기해 드렸으니 도비쿠스님에게 설명하자면 여기 있는 이 친구는 제 친동생 미셸 제니타입니다.”


“반가워요~”


“생전엔 글린데일에서 제일 잘 나가던 외과 의사였지만 지금은 과수원에서 일하는 농부이자 전사이죠. 이 정도면 사실상 다 말씀드린 거나 진배없지만 저흰 모두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죠. 죽음의 세계에서 말이죠.”


카이스는 벨라스코 국왕 세대에 초대 마법부 장관 출신이었고 명망 높은 가문의 후손이었고 천부적으로 타고난 위대한 마법사 중 한 명이었지만 파충류 전염병에 걸려 죽음이 다가온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금지된 마법인 강령술을 심취하다 수도에서 추방당해 가족들과 친지들을 이끌고 레이스가 숲 전체에 창궐하기 전에 이곳 그림자 숲 깊숙한 곳에 숨어들었다고 했다.


도비쿠스와 아그리사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본 그는 원하는 건 사랑하는 가족들과 평생을 보내고자 하는 욕심에 비롯되어 연구하게 된 것이지 절대 강령술을 악의적으로 다루지도 않았으며 그럴 생각도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실제로 그가 가족이라고 일컫는 자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괴물들이기는 하나 남을 경계심과 선입견을 가지고 오크와 인간들을 바라보기보다는 마치 오랜 친구나 가까운 이웃인 양 편견 없는 눈으로 바라봐 주었고 선한 성격에 친절함이 더해져 사교성까지 높은 그들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래서 도비쿠스와 아그리사는 그들에 대한 경계를 낮춤과 동시에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카이스의 마음을 측은하게 여겼다. 카이스는 자신과 일원들을 와이트라고 칭해 불렀다.


도비쿠스는 한껏 부어오른 눈두덩이를 매만지며 레이스들이 추격을 멈추고 돌아간 이유에 관해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날아다니는 그들이 강물 따위에 겁을 먹었을 리는 없고...


“아마 득보다는 실이 많으니 포기했을 거예요. 두 명분의 영혼을 빼앗고자 수십 명분의 영혼을 잃을 순 없으니까요.”


도비쿠스는 설마설마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카이스와 제니타를 흘깃 바라보고는 말했다.


“와이트들이 레이스를 상대로 이길수 있다는 건가요?”


“달그락 달그락...”


카이스는 얼굴을 구기며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친 자세로 뒤를 돌아 그의 동생 제니타를 사납게 노려보며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거참! 신경 거슬리게 언제까지 그거로 서 있을 거야. 제시한테 가서 붙여 달라고 해. 손님들이랑 얘기하고 있는 거 안 보여? 그리고 누누이 말했지. 자꾸 만지작거리면 뼈를 이어주는 부분이 갈려서 영영 떨어져 버릴지도 모른다고. 평생 그렇게 들고 다닐래?”


제니타는 들고 있는 얼굴을 카이스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내가 명색이 의사인데 이까짓 거 하나 혼자 못 할까 봐.”


“너 지금 1시간째 그러고 있으니까 그러지! 별것도 아닌 거로 자만하지 좀 마.”


“재수 없어. 잘난 척은 누가 하는데...”


제니타는 보란 듯이 가운데 손가락을 형에게 올려 보이고는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갔다.


“저... 저게 진짜. 에휴~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아! 저 녀석 하는 짓을 보면 어리숙해 보이지만 혼자서도 레이스 다섯 정도는 너끈히 해치울 수 있어요.”


도비쿠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놀란 눈으로 아그리사와 눈을 마주쳤다.


“다... 다섯이라고요!? 둘도 벅찬데 다섯이라니... 무슨 의사가 그래요? 전투 능력을 생전에 전문적으로 배우시기라도 한 건가요?”


카이스는 가죽이 찢어질까 봐 환하게 웃지 못하고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보이며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인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물인 것 아시나요? 그것도 무려 70%나 되죠. 반면에 저희 와이트는 고작 15%도 안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몸이 가볍습니다. 그 때문에 사람이나 오크보다 훨씬 빨라 레이스들의 느릿느릿한 속도로는 저희를 따라잡을 수 없죠. 그리고 제가 가족들을 좀 가르쳐 놔서 다들 기본적인 버프 기술 같은 것도 곧잘 다룰 수 있어서 상황에 따라 속도를 더 올린다던가 힘을 더 올릴 수도 있어요. 과수원에 정착한 이유도 그 때문이기도 하죠.”


카이스의 말을 듣고 도비쿠스는 집안을 빙 둘러보았다.


수확한 황금 사과가 가득 담긴 상자가 쌓여 있었고 그 옆으로 빈 약병을 담아둔 상자와 찬장엔 마나가 가득 담긴 물약이 진열되어 있었다.


“혹시 사과를 이용해 증류하고 계신 건가요?”


“오호! 증류법에 대해 아십니까?”


“네. 아는 놈이 특성 학교에서 배운 게 있다면서 그걸 한답시고 저흴 이곳으로 보냈거든요. 고작 과학 시간에 잠깐 사부작거린 얕은 지식으로 말이에요.”


아그리사는 도비쿠스를 노려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보내기는 따라가겠다고 생떼를 써놓고선. 진짜 양심도 없나? 변태 녀석.”


“학교라... 제가 생전에 과학 교과서에 증류법에 관해 집필하기는 했는데... 아마도 제가 집필한 걸 본 걸 수도 있겠군요! 그런 훌륭한 청년이 있다니 꼭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그런데 지금 줄곧 제 이야기만 줄줄이 늘어놓고 있군요. 이제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바깥세상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길래 이곳까지 오게 되셨는지 말이에요. 기왕이면 아주 세세하게 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아주 길고 지루한 이야기가 될 텐데요.”


“아! 이야기를 해주시기 전에 잠깐만요!”


카이스는 문을 열어 바깥에서 작업하고 있던 가족들을 불러 모았고 주방으로 달려가 산처럼 쌓아 올린 사과 파이와 함께 사과 주스가 담긴 병을 가지고 나왔고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아~ 벌써 설레요. 바깥 이야기를 듣는 건 이곳에 온 이후로 처음이거든요. 저희에겐 남는 건 시간과 이 사과뿐이니 제발 아주 천천히 자세하게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헤헤.”


가족들은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진흙 뭍은 장화를 털지도 않고 산책을 하고 들어오는 개처럼 헐레벌떡 들어왔고 손도 씻지도 않은 채 음식부터 집어 들고는 식탁 주위에 둘러앉았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마치 할머니의 신비롭고 두툼한 이야기보따리를 듣기 위해 모여 앉은 아이들처럼 와이트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도비쿠스를 바라보았다.


엘마라는 주황색 머리를 한 카이스의 부인은 턱이 빠져 덜렁덜렁함에도 잘도 파이를 씹어 삼켰고 머리를 아직 붙이지 못한 제니타는 식도로 주스를 실험하는 과학자처럼 조심스럽게 부어 넣었다.


처음 이곳에 와 눈을 뜬 잠깐 그들의 몰골이 흉물스러워 보였지만 그새 익숙해졌는지 지금은 그냥 무덤덤했다.


말주변이 없는 데다가 부담스러운 눈빛에 목소리 끝이 떨리고 갈라지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흐렸던 말투도 곧 또박또박 해졌고 이제는 능변가라도 된 것처럼 능숙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에 아그리사는 흥미를 잃고 무기 손질에 집중하다 어느새 곯아떨어져 버렸지만 반면에 와이트들은 뮤지컬 한 편을 보는 듯 도비쿠스의 말 한마디에도 자지러지거나 화들짝 놀라는 등 반응해 주었고 그들의 열렬한 반응에 힘입어 도비쿠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몸동작까지 섞어가며 이야기보따리를 활짝 벌려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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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0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4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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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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