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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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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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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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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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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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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바일라(2)

DUMMY

그때 정글을 헤치고 재커리와 드메넬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벽한 타이밍에 바일라는 기뻐 개다리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모험가님!”


“마리트!”


희망의 끈을 놓았던 마리트와 바일라의 얼굴이 환희로 물들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들의 뒤로 말을 탄 선원들과 오베릭, 허들슨이 나타났고 곧장 말을 내달려 긴 창으로 드메넬의 허벅지에 창을 꽂아 넣었다.


“끄아아악!”


“여보!”


드메넬은 넘어지는 그 순간에도 론지를 놓지 않았고 꼭 끌어안은 채 쓰러졌다.


“놈은 절대 죽이지 말고 산채로 끌고 가라. 주인님께 바칠 소중한 선물이다.”


신이 정말 있다면 저 부자를 구원해 주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선원들이 그를 에워싸 포승줄로 그를 꽁꽁 묶었고 곧바로 재커리와 바일라를 향해 달려왔다.


어느새 바일라의 옆으로 달려온 재커리는 바일라의 손을 잡고 끌었다.


“정신 차리세요. 계속 달려야만 합니다.”


재커리는 지팡이를 휘둘러 바람을 끌어모아 거대한 돌개바람을 생성했고 젖은 모래가 자갈 크기만큼 뭉쳐져 돌개바람과 함께 추격하는 선원들을 향해 날아갔다.


회전과 속도가 더해진 모래 덩어리는 선원들의 몸을 맞고 잘게 부서졌지만, 놈들을 쓰러뜨리고 충격을 줄 만큼 그 위력은 강했다.


재커리의 마법 공격으로 추격하는 선원들의 속도를 늦추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것만으로 저들을 따돌리기에는 부족했다.


재커리는 바일라를 재촉했고 마리트는 모래가 묻은 손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바일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머리는 버리고 떠나야 한다고 아우성쳤지만, 심장은 그들을 버리고 갈 수 없다고 쪼아댔고 바일라는 눈을 질끈 감고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았다.


탈옥에 대한 대가는 혹독했다.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채찍질과 매질을 당했고 물고문이 끝나면 불 고문이 이어졌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끔찍한 고문은 제독의 아들인 재커리 조차도 피해가지 못했고 심하면 더 심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제독에겐 그냥 말썽만 일으키는 아들일 뿐 아무것도 아니었다.


종일 이어진 고문은 물조차 마시지 못할 정도로 입안이 다 터진 후에야 끝이 났고 다시 차가운 감옥에 매달릴 수 있었다.


“콜록콜록.”


“재커리. 괜찮아요?”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아요. 숨 쉴 때마다 고통이 찾아와요.”


“미안해요. 드메넬의 가족들을 두고 차마 떠날 수는 없었어요.”


“하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가 내쉬는 한숨에 바일라의 가슴이 저려 왔고 미어져 차마 그를 바라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재커리가 사과했다.


“아니에요. 제 실수에요. 분명 술에 수면제를 탄다고 탔는데 핀트가 약을 바꿔치기했나 봐요. 고문장에 보니 다른 선원들과 시시덕거리며 절 바라보며 비웃고 있더라고요. 내 가장 친한 친구가 가장 중요한 순간 절 배신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런데 재커리 아버지를 배신하면서까지 우릴 구해주려고 한 이유가 뭐예요?”


“녹슨 닻 여관과 관련이 있으시다고 하셨죠?”


“네.”


“그 일이 일어나기 전 왕국군이 군대를 이끌고 항구로 들어오기 전 이곳으로 대사가 술과 식량 그리고 재물을 가득 실은 배를 타고 우리 섬으로 들어왔었어요.”


왕국군이 먼저 식량을 가지고 이곳으로 들어왔다는 말에 바일라는 불길함을 감지했다.


“평생을 원수로 지내왔는데 갑자기 그랬다는 건 목적이 있었겠죠?”


“물론이죠. 불법 길드가 항구에 은거지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왕을 시해하려는 자가 그 길드에 소속되어 있다고 했고 군대가 잠시 항구 내로 들어와 길드를 해체 시키고 범죄자를 체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더군요.”


“그런일이.”


“과거에는 왕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했지만,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듯 그들이 이곳에 왔을 당시엔 저희는 노후화된 함선 이곳저곳을 수리하느라 재정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어요. 하루 벌어 하루 고치고 굶었죠. 그런 상태였기에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껄끄럽기는 했지만 당장에 재정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죠.”


재커리는 입안이 터져 있는 상태라 말을 할 때 마다 통증을 느꼈고 얼굴을 찡그리며 이따금 발음이 흐트러지고는 했다.


“그럼 그들이 나눠준 식량을 모두가 먹은 건가요?”


“네. 모두 나누어 가졌다고 들었어요.”


“그럼 재커리님은?”


“전 그 당시에 평화의 항구에 파견을 나가 있었고 제가 돌아왔을 땐 감자 하나 남지 않았었어요. 선장들은 식량에 독을 풀었네, 금화와 젠트에 저주를 걸었을 거라 떠들며 그들의 물건을 받아들인 아버지를 규탄했지만, 심할 땐 3일씩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주리는 상황에서 눈앞에 있는 식량을 두고 누가 참겠어요. 아버지는 명예를 목숨보다 더 중요시하는 분이세요.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걸 참을 수 없었겠죠. 그래서 아버지는 떨어진 민심과 명예를 회복할 겸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주었죠.”


“역시 그랬군요.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설마 정말로 저주가 걸려 있었던 건가요?”


바일라는 고개를 끄덕였고 재커리는 욕설을 내뱉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크리스탐의 간계에요. 하~ 이젠 그의 마수가 이곳까지 뻗쳤으니 미넬리아 마저 그리된다면 크리스탐을 막을 자가 없어요. 그러면 이 세상은 그자의 손에 떨어지겠죠. 어떻게든 이 감옥을 빠져나가 섬을 벗어나야 하는데...”


지금 세상이 이 지경이 되고 나니 바일라는 20년 전 데일러스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것에 대해서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때 데일러스의 기분이 이렇게 절망적이었을까?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이 난 것이 아니기에 희망을 놓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지만 굶주림과 목마름에 바일라는 점점 지쳐만 갔고 몸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약한 드메넬의 아내 마리트는 버텨내지 못했고 결국엔 감옥에서 숨을 거두었다.


드메넬은 아내의 죽음에 통곡하였지만, 눈물도 메말라 나오지 않았고 며칠을 쫄쫄 굶어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다 실신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태풍이 지나가자 기온이 무서울 정도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감방 안은 말 그대로 찜통처럼 푹푹 쪘다.


감옥 문이 열리고 아침에 준 식어 딱딱하게 굳은 스튜와 빵 그리고 말라비틀어져 파리와 개미의 간식이 된 사과를 들고 나갔고 포로들이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눕자 오베릭은 그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망가지자 몹시 불쾌해했다.


그는 선원들을 시켜 바일라와 재커리를 의자에 묶고 입을 열어 강제로 빵과 물을 욱여넣으려 했다.


“이것들이 날 엿 먹이려 발악을 하는군. 내 허락 없이 죽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하! 그렇게 두고만 볼 수는 없지. 너흰 절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 뭣들 하느냐! 주둥이를 벌려 음식을 집어넣으란 말이다. 이것들에게 점심밥을 먹이지 못하면 너희들을 괴수어 미끼로 써주마!”


“네에!?”


“뭘 꾸물거리고 있어! 빨리 시작하란 말이다!”


선원들이 바일라와 드메넬의 입을 벌리고 음식을 쑤셔 넣으려 하던 그때 ‘쿵’하는 소리가 적당한 시간을 두고 산발적으로 들려왔고 세상이 붕괴라도 하는 것처럼, 여진과 함께 바닥이 울렁거렸다.

소리와 진동은 서쪽 해안가 쪽에서 섬 중심부까지 밀려왔다.


“뭐지?”


오베릭은 문 가까이에 서 있는 선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봐! 거기 너.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봐라.”


“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볼 필요도 없이 선원이 문을 열자마자 적들의 침입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나팔소리가 들려왔다.


“땡! 땡! 땡! 땡! 땡!”


여태껏 단 한 번도 울린 적이 없는 전쟁의 종소리였다. 오베릭은 격노했지만 혼란스러웠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이 땅과 바다를 악의를 품고 침범한 자들은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해적의 섬과 가장 가까운 미넬리아의 임프들과도 서로 바다를 공유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고 왕국에는 이미 함께하겠다고 분명한 의사를 밝혔으며 앞으로도 제독으로서 바다를 지키도록 약속도 받아냈는데 적이라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누구든지 간에 겁도 없이 자신의 바다에 침범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리라 마음먹은 오베릭은 커틀러스를 뽑아 들고 선원들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


바일라와 재커리는 순간 정신이 흐트러지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턱을 움직여 음식물을 씹을 뻔했고 목을 움직여 넘길뻔했다.


진심으로 씹어 삼키고 싶었지만, 눈을 질끈 감고는 저주가 걸려 있는 음식을 모조리 뱉어냈고 혹시 조금이라도 넘어갔을까 봐 바닥에 깔린 지푸라기를 잡아 목구멍에 찔러 넣어 구역질을 시도해 모두 밖으로 빼냈다.


가뜩이나 없는 기력에 발버둥 치느라 숨을 쉴 힘까지 모두 소진한 바일라는 그대로 힘없이 드러누워 버렸다.


해적의 섬을 침범한 상대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들을 모조리 쓸어버려 주길 바랐고 부디 물 한 방울이라도 나눠주거나 혹은 끈질기게 붙어 있는 목숨이라도 끊어주기를 바랬다.


“슈우웅~ 쿠왕!”


대기를 열기로 짓누르며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묵직한 이 소리.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절대 아니었다.


오래되어 흑백의 기억으로도 되살릴 수 없는 먼 옛날의 일이었지만 분명 들어본 소리였다. 이 소리는 메테오 마법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대륙 내에서 찾아보기도 힘든 5성급 마법사들이나 쓰는 고위 마법 중 하나였다. 어째서 희귀한 검은 오팔보다 더 보기 힘든 5성급 마법사가 이곳에 있는지 그리고 왜 해적의 섬을 공격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왕국의 만행을 눈치챈 다른 모험가 집단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데일러스가? 그를 위해 쪽지를 남기고 왔지만, 그 또한 아닐 거로 생각했다.


그들의 숨겨진 발톱을 여태껏 추적해온 바일라도 오베릭과 그의 해적이 크리스탐의 손에 넘어갔다는 걸 몰랐었다. 그럼 저 밖에 있는 건 대체...


‘쿠구구구...’


“와아아아~”


“사냥할 시간이다. 리자드 형제들이여~ 마음껏 날뛰어라!”


“리자드라고? 재커리 들었어요?”


“네. 저도 들었어요. 어째서 그들이 이곳에 바다엔 또 어떻게 나왔을까요?”


드메넬은 마리트가 죽은 이후 삶을 포기한 것인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바닥에 웅크린 채 비애에 잠겨 있던 그는 엎질러진 음식과 포도주를 응시하더니 침을 흘리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드메넬! 론지와 마리트를 생각해서라도 정신 바짝 차리세요!”


“론지...”


드메넬 눈의 초점이 흐려지더니 육즙이 흐르고 번들거리는 두툼한 고기 한 점을 집어 들고는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침을 질질 흘렸고 바일라와 재커리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입안에 넣어 허겁지겁 씹어 먹어 먹더니 ‘아’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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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화 바일라(2) 22.12.27 32 0 11쪽
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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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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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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