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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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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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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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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위슈트리나(3)

DUMMY

궁지에 몰린 위슈트리나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검 끝을 놈들의 심장에 겨누었고 빠져나갈 틈을 살폈다.


7명이나 되는 모험가들을 상대하는 건 벅찼지만 점원들이라면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검을 쥐고 있는 경갑 장갑 틈으로 잽싸게 손가락을 집어넣어 연막탄을 꺼내 모험가들이 있는 바닥 쪽에 던지자 자욱한 검은 연기가 빠르게 선술집 안에 퍼졌다.


위슈트리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지하실 입구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는 여성 종업원에게 달려들어 베어내고 밀쳐낸 뒤 미끄러지듯 몸을 던져 요리사의 가랑이 사이를 빠져나갔고 지하실 입구에도 연막탄을 던져 시야를 방해했다.


지하로 무사히 내려온 위슈트리나는 던져둔 사과를 집어 선술집 지하 통로를 통해 빠져나갔다.


- - - - -


우거진 산림 사이에 자리 잡은 낡은 산장 한 채. 오랜 시간 손님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는지 앞마당을 제외한 산장 주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예쁜 장미 넝쿨이 있던 아치형의 구름다리 출입구엔 장미를 몰아내고 담쟁이 넝쿨이 점령하고 있었다.


위슈트리나는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이곳 산장처럼 산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그늘진 해먹에 누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며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산이나 숲속을 좋아했다.


그래서 위슈트리나는 여름 휴가엔 늘 자연의 노랫소리를 따라 매년 이곳으로 오고는 했다. 만약 아직 군에서 복무하고 있었다면 올해 여름에도 찾아왔을 위슈트리나가 좋아하는 최고의 장소였다.


입구를 지나 짧은 오르막길을 올라와 녹색 잔디 위에 평상이 있는 마당에 도착했다. 그곳엔 산장 주인인 펠릭스가 마침 나와 있었다.


머리에 흰머리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펠리스는 반년 사이에 더 핼쑥해져 있었고 다리를 다쳤는지 쩔뚝거리며 정신이 나간 개처럼 마당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가는 귀도 먹었는지 어둠 속을 빠져나와 가로등 아래에 서서 헛기침을 했음에도 눈치채지 못했고 힘에 부치는지 평상에 덜렁 드러누워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주인장.”


위슈트리나가 가까이 다가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부르자 펠식스는 그제야 손님이 왔음을 알아챘고 신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이구~ 허리야. 몇 분이세요? 엉? 어이구! 기사님이 아니세요! 아직 여름도 안됐는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곧 전쟁이 시작된다고 하던데 어떻게 시간이 좀 나셨나 봐요.”


“그렇게 됐어.


”올해도 혼자 오셨나요?”


“아니. 일행들이 먼저 도착했을 텐데.”


“글쎄요. 제가 요새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오늘도 저녁을 2번이나 먹는 바람에 속이 더부룩해서 운동 중이었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확인해보겠습니다.”


펠릭스는 얼굴에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정중하게 모셨고 입 출입 명부가 있는 산장 안으로 안내했다.


지팡이를 카운터 한 켠에 잘 세워두고 명부 위에 벗어두었던 돋보기안경을 착용한 후 펠릭스는 명부를 들여다보는가 싶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팔짱을 끼고 의자에 등을 기댄 후 그대로 눈을 감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응? 이... 이봐.”


“크어어어어.”


기억력이 안 좋아졌다기보단 정신 자체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애정의 장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위슈트리나에겐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녀는 잠든 그를 대신해 명부를 살폈다.


2주 전 마지막 손님이 이곳을 방문했었고 그 후로는 오늘 저녁 부하들이 방문한 기록이 마지막이었다.


로운과 베이먼이 있는 302호로 올라가려 계단으로 향하던 도중 열린 식당 문 틈새로 잘 구워진 쿠키 한 접시가 보였다.


식탐 대장이자 부상당 한 베이먼을 위해 위슈트리나는 잠이 든 펠릭스의 눈치를 살폈다.


집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젠트를 충분히 챙겨오지 못해 수중엔 젠트가 그리 많지 않았고 그가 완전히 곯아떨어진 것을 확인한 그녀는 장부 아래에 성의껏 젠트를 끼워 놓고 쟁반을 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방문 앞에 도착하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경직되어 있던 몸이 풀어졌고 피로가 몰려왔다.


그와 동시에 부상당 한 베이먼이 걱정돼 문고리를 잡고 혹시 모를 그의 상태에 충격을 받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한 후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걱정했던 것 과는 정반대로 베이먼은 소파에 드러누워 봉긋 솟아있는 제르베르 산맥처럼 부푼 배를 긁적이며 한가로이 초콜릿 쿠키를 먹고 있었고 로운은 반대편 소파에서 태평하게 잠을 퍼질러 자고 있었다.


“어? 대장 왔어요?”


부하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위슈트리나는 쟁반을 문 앞에 내려다 놓고 빠른 걸음으로 베이먼에게 다가가 발을 들어 머리를 밟으며 분노를 표출했다.


“아! 갑자기 왜 그러세요. 대장.”


“허접한 놈에게 배때기를 찔리고도 지금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으이그! 이 화상아. 넌 자존심도 없어?”


상처 부위를 붙잡고 끙끙대며 쿠키를 입에 밀어 넣는 그를 본 순간 위슈트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르기는 했지만 베이먼을 밟고 있는 지금은 그가 걱정했던 것만큼 큰 부상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 위안이 됐고 기뻤다.


폭력은 그녀에게 있어서 말 그대로 폭력이자 애정 표현 중 일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세상천지에 배를 찔린 환자를 이렇게 발로 짓밟는 사람이 어딨어요!”


“한심해서 그런다. 한심해서. 쯧쯧.”


위슈트리나는 고개를 돌려 다음 타깃인 로운을 무서운 눈으로 내려다보았고 그의 미래를 알고 있는 베이먼은 낄낄거리며 웃다가 상처가 벌어져 끙끙 앓았다.


“하~ 이런 녀석들을 믿고 그동안 위험천만한 작전들을 수행해왔다니 여태껏 목숨이 붙어 있는 것도 신기하단 말이야.”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위슈트리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맸고 이런 상황에서도 꿈이라도 꾸는지 옹알이를 하는 로운의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로운은 갑작스러운 물세례에 화들짝 놀라 검을 뽑고 소파에서 일어나 공격 자세를 취했다.


“스... 습격이냐!?”


“나다 이놈아!”


위슈트리나는 로운의 뒤통수를 후려치고는 양쪽 소파 가운데에 홀로 있는 1인용 소파에 앉았고 다리를 꼬았다.


“베이먼 배는 좀 어때?”


베이먼이 일어나려 하자 위슈트리나는 손을 내저으며 그를 다시 눕혔다.


“대장이 절 짓밟기 전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좀 쑤시기는 해요. 진담이에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그런 이쑤시개 따위로는 내 비계를 뚫을 수 없다고요.”


위슈트리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괜히 이렇게 살을 찌우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나저나 대장 혹시 사탕 남는 것 없으세요? 달콤함이 부족해서 그런지 더 아픈 것 같아요.”


“네가 3개나 뺏어 먹어서 이제 없어!”


짜증을 내기는 했지만 위슈트리나는 주머니를 뒤져 혹시나 사탕이 남아 있는지 확인했지만 정말 없었고 로운을 기다리며 먹은 사탕이 마지막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일 날이 밝으면 근방 시장에 내려가 연근을 좀 사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잘 아물게 이따가 회복 물약 하나 더 마셔.”


“네. 대장.”


로운은 검을 넣고 등불 하나만 남기고는 방안을 비추는 불빛을 모두 소등하고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살짝 걷어 바깥을 살폈고 문으로 걸어가 귀를 기울인 후 문을 열어 복도를 살피고는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베이먼. 어쩌다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거지? 네가 불필요하게 말썽이나 일으키는 로운도 아니고 말이야.”


베이먼은 기어이 남은 쿠키 한 조각을 입안에 욱여넣고는 웅얼거리며 오른손을 들어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를 가리켰다.


“그 녀석이 이 반지를 보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던데요.”


“그건 빛의 사제이셨던 아버지의 유품이잖아. 그게 뭐 어쨌다고?”


“와아~ 이 누나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시네.”


위슈트리나는 도끼눈을 치켜뜨고 자신을 깔보는 듯한 말투를 하는 로운을 노려보았고 로운은 그녀의 인내심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걸 눈치챘다.


만약 한 번만 더 세 치 혀를 놀려댔다가는 혓바닥이 잘려나갈 거라는 걸 감지한, 로운은 소파의 맨 끝자리로 슬금슬금 엉덩이 근육을 이용해 이동했다.


“죄... 죄송합니다. 입 닫고 있겠습니다.”


로운은 입술의 지퍼를 쓱 잠갔다.


위슈트리나는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분노를 간신히 억제하고 길게 심호흡하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후 몸을 앞으로 숙여 양팔을 무릎에 댔다. 그녀는 로운에게 다시 가까이 오라고 손가락을 까딱했다.


“안 때릴 테니까 가까이 와서 말해.”


로운은 마른침을 억지로 삼키고 입술을 날름거려 마른 입술을 침으로 적셨고 그녀의 생각이 바뀌기 전에 제자리로 돌아와 누가 들을세라 위슈트리나를 향해 고개를 푹 숙여 소곤거렸다.


“저 뚱땡이를 공격한 사람은 신흥종교인 페조미스의 신도에요.”


“페조미스? 그게 뭐야 난 처음 들어보는데?”


“누난 우리 말고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 자체를 안 하시잖아요. 남 일에 별로 관심도 없으시고. 심지어 14년을 함께 일한 저랑 베이먼의 생일도 모르시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모르실 수밖에요.”


“이 자식이 아까부터 계속 날 괄시하네.”


“사실이잖아요. 그럼 제 생일이 언제인데요?”


위슈트리나는 생각에 잠긴 듯 입술을 쭉 내밀었고 턱에 호두 껍데기 같은 주름이 잡혔다. 시선은 등불이 달린 천장을 향했다가 낡은 오동나무 옷장으로 향했고 다시 로운에게로 향했다.


로운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됐습니다. 뭘 바랍니까.”


“아~ 닥쳐.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래서 뭘 믿는 종교인데? 에리자엘? 자히도엘?”


로운은 그녀의 물음에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크리스탐 국왕이요.”


“뭐? 뭘 믿는다고?”


“국왕이요! 국왕!”


“왜에!? 뭐 대단한 자라고.”


“그거야 저도 모르죠.”


“흠... 그럼 이 모든 사건의 꼭대기에 그가 있는 걸까?”


“제 생각에는 우리가 찾아야 할 해답 중 하나겠죠. 어쩌면 하나둘 모아 맞춘 퍼즐의 마지막 그림이 될 수도 있고요.”


“페조미스 종교의 다른 정보에 대해 더 아는 건 없어?”


“소문엔 중부인 글린데일과 서부인 페릴던, 아쉰베일은 다 개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겠지. 서부와 중부는 크리스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니까.”


“문제는 따르지 않는 자들을 그 광신도들이 집안에 가둬놓고 불을 질러 버린다거나 사로잡아 개종할 때까지 고문하거나 글리아 섬으로 보내지고 있다는 거죠.”


“미친...”


위슈트리나는 발이 불편한지 하이힐을 벗고 소파 위로 발을 모아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앉으며 말했다.


“그가 아무리 인망이 높았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하나로 묶었을까? 지금 돌아가는 형세를 보아하니 단순 협박에 의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왕위에 오른 지 1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럴 순 없어. 그리고 말이야. 혹시 지옥이라는 것이 뭔지 알아?”


“아뇨. 모르겠는데요. 처음 듣는 말이에요.”


“그 신도 녀석이 내게 달려들 때 지옥에나 떨어지라며 달려들었었거든.”


“감옥 같은 걸 말한 게 아닐까요?”


위슈트리나는 노란 단발머리를 손으로 마구 헝클어뜨렸다.


“하... 머리 아프네. 대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네.”


“앞으로 저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확실한 건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순 없다는 거야. 최대한 글린데일과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야 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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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5화 바일라(2) 22.12.27 31 0 11쪽
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0 0 11쪽
»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0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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