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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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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8,432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작성
22.04.08 21:27
조회
560
추천
8
글자
12쪽

1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1)[수정]

DUMMY

“푸른 하늘 바다를 향해 불꽃을 쏘아 올려 새빨갛게 물들여 이 세상의 주인이 되어라. 그러면 아무것도 아닌 네 앞에 세상 모든 나약한 것들은 두려움에 몸서리치며 네 발아래 조아리리라.”


“뭐래. 먹고살기 바빠 죽겠구먼. 그딴 것 할 시간이 어디 있어. 밥이 나오나 빵이 나오나.”


류미의 말에 심기가 불편한지 불타오르는 자는 눈썹을 치켜세워 노려보았다.


“난 네게 세상을 마음대로 주무를 힘을 주었다. 언제라도 너의 그 잉여 인간의 삶을 청산하고 신으로서 살 수 있거늘.”


“힘은 개뿔. 돈이나 보석이 주렁주렁 열리는 식물의 씨앗이라도 주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한테.”


“시끄럽다! 어서 일어나서 떠나거라!”


뜨거운 불꽃이 온몸을 휘감았고 류미는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깼다.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헉! 헉! 헉! 뭐지? 이런 개똥보다 못한 꿈은...? 필튼 할아버지는 오히려 이런 개똥 같은 꿈이 길몽이라고 하던데. 뭔가 좋은 일이라도 생기려나?”


꿈에서 깨어난 류미는 황급히 탁상시계를 내려다보았다.


“꺅! 어쩜 좋아! 늦어 버렸어! 빨리 가야겠어.”


- - - - -


안드릭스 대륙의 고르곤의 숲


긴 갈색에 꽈배기처럼 구불구불 말린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땋은 류미는 기분 나쁜 꿈 생각은 접고 새로 나온 사랑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늘도 고르곤 숲 북부 늪지 주변에서 익숙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독성이 강한 검붉은 광대버섯을 채집하고 있었다.


고르곤 숲은 왕국 내에서 위험한 곳으로 출입 승인이 허락되지 않은 사람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이 숲에서 나고 자라는 동식물들을 마을에 내다 팔면 보수가 꽤 괜찮았다.


이 숲에서 다년간 유모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던 류미에겐 큼지막한 밤나무로 울창하고 작은 개울이 흐르던 어릴 적 뒷동산만큼이나 평범한 곳이었다.


특히나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감시를 받으며 거대한 성벽에 가려져 숨 막히게 살았던 10년간의 부유한 가문 장녀의 삶보다 이곳이 더 편안하고 아늑했다.


천장에서 비가 샐 만큼 노후화되고 지저분한 집이기는 하지만 자유를 만끽하며 숨 쉬는 지금의 생활에 대해 훨씬 더 삶에 대한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행복의 이면에는 불편한 점도 뒤따라오기 마련. 쉬는 날도 없이 매일 같이 마을 광장에 나가 상인들이 주는 돈으로 근근이 생활을 연명해야 했다.


돈은 늪지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제법 시장의 상인들 사이에서 명성이 올라 구하기 힘든 고르곤 숲의 재료는 류미가 대부분 도맡아 구해왔고 그 덕에 이전보단 조금은 윤택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가방 안쪽에 가득 차 있는 버섯을 만지작거리며 흐뭇해하고 있는 그때 숲 남쪽 부근에서 여자아이의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왔다.


고요한 숲속이라 그런지 소리가 숲 전체로 메아리치듯이 퍼져나갔고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던 새들은 화들짝 놀라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류미도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며 귀를 쫑긋 세웠다.


얼핏 듣기는 했지만 분명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에이~ 이런 위험한 숲에 사람이 그것도 여자아이가 있을 리 없지. 암!~”


환청이겠거니 생각하며 모기에 물린 팔을 벅벅 긁으며 시선을 거두었다.


“꺄악! 저리가!”


그때 다시 찢어지는 비명과 살려달라는 말이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환청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류미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등줄기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로브에 실례를 할까 봐 단전에 힘을 꽉 주고 눈을 질끈 감았다.


황급히 무한의 가방에 손을 넣어 푸른빛이 감도는 마나 물약을 꺼냈다. 그러고는 도둑고양이가 먹이를 포착하여 다가가듯 살금살금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 근방에는 고르곤이 없으니 분명 코볼트 패거리일 거라고 확신했다.


류미는 길고 끝이 동그랗게 말린 참나무로 된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이마저 그들에게 보일까 봐 등 뒤에 숨겼다. 비명은 이제는 울부짖는 소리로 바뀌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바로 덤불 뒤쪽에서 났다.


“분명히 이 근방에서 소리가 들려 왔는데?”


풀숲에 숨어 머리만 빼꼼 내밀어 밖을 내다보았다. 정말 그곳엔 아이가 있었고 나무를 등진 채 몸을 바들바들 떨며 양손은 새카만 검은색 머리를 감싸 쥐고 울고 있었으며 그 앞에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코볼트가 자신의 다리만 한 둔기를 어깨에 올린 채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금방 끝내줄게. 인간아. 얌전히 있으렴. 킥킥.”


금방이라도 뾰족한 가시가 돋은 둔기로 머리를 내려칠 분위기였다. 놈의 뒤에도 두 놈이 더 있었는데 하나는 빛나는 장신구를 여럿 치장한 것으로 보아 우두머리의 짝처럼 보였고, 또 다른 녀석은 활을 손에 쥔 채 어슬렁거리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무리 생활을 하는 코볼트의 특성상 우두머리만 처리한다면 남은 둘은 분명 겁을 먹고 달아 날 테지만 함부로 나섰다가 이곳을 순찰하는 경비병과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벌금에 단기간 감옥에 투옥될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혼자 힘으로 저 우두머리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조차 없어 망설였다.


하지만 위험에 빠진 아이를 모른 척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아 모든 마나를 우두머리를 향해 날리고 도망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스로 생각해도 완벽한 작전이었다.


“후~ 좋아. 류미야. 넌 할 수 있어...! 아냐. 빗나가기라도 한다면...”


류미는 눈을 질끈 감고 마나 물약을 입으로 가져가 입구를 막고 있는 마개를 송곳니로 물어 마개가 빠지며 소리가 새어 나가기라도 할까 봐 살살 돌렸다.


“뽁... 꿀꺽! 꿀꺽!”


마나가 혈관을 따라 몸에 퍼졌다. 병은 재활용해야 하니 다시 가방 안에 집어넣고 손을 우두머리를 향해 겨냥한 후 마음속으로 주문을 읊조렸다.


“파이어볼...!”


류미의 지팡이와 손안에서 불꽃이 채 다 모이기도 전에 서쪽 덤불 사이에서 화살이 ‘쐐액’하며 날아가 우두머리 코볼트 등 쪽에 날아가 꽂혔다. 우두머리 코볼트는 가느다란 신음을 뱉어내고는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키에엑!”


또다시 활을 들고 있던 코볼트의 복부에 화살이 날아와 정강이를 관통했다. 남은 우두머리의 짝은 놀라 비명을 내지르며 재빨리 숲속 깊이 도망쳤고 뒤이어 화살 2발이 덤불 사이를 뚫고 날아갔지만,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 소리만 날 뿐 코볼트가 쓰러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화살 깃의 흰색 깃털 모양을 보아 왕국 경비대가 쏜 화살이었다. 경비병들도 순찰을 돌다 류미처럼 비명을 듣고 이곳으로 온 것 같았다.


그들과의 거리가 아무리 멀다고 하더라도 10m도 안 될 정도로 가까웠고 코볼트보다 경비대가 더 귀찮은 존재였기에 그들이 덤불에서 나와 확인사살을 위해 가는 틈을 타 도망가기로 했다.


류미는 시전하려던 주문을 취소하고 병사들의 시선을 확인한 후 살금살금 뒷걸음질 쳤다. 이런 와중에도 그냥 마셔서 낭비되어버린 마나 물약값이 아까워 입술을 꽉 깨물었다.


뒤쪽으로 도망가려던 찰나 목에 닿은 날카로운 무언가가 닿자 화들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류미는 자신의 목에 닿아있는 게 나뭇가지가 아닌 날카로운 검이라는 걸 확신했고 검 끝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정의를 수호하는 이 에이든님을 피해 도망가 보시겠다고? 하! 어림없지. 지팡이를 내려놓고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려라. 그렇지 않으면 너의 목에 커다란 구멍을 내주마.”


류미는 손을 파들파들 떨며 황급히 지팡이를 떨어뜨리고 손을 번쩍 들었다.


“이럴 줄 알았어! 내 팔자에 길몽은 개뿔! 사... 살려 주세요. 전 평범한 퀘스터예요!”


등 뒤에 선 자는 류미의 지팡이를 멀찌감치 발로 차버리고는 좀 더 묵직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천천히 일어나서 얼굴을 보여라. 허튼짓은 하지 않는 게 좋겠지? 재판을 받기도 전에 향냄새를 맡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역시 그냥 지나쳤어야 했다고 후회하며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숙인 채 뒤돌아섰다. 두려움에 몸이 떨려 도저히 그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류미의 시선은 그의 벨트를 향해 있었다. 은으로 장식된 멋진 벨트였다. 얼마나 광나게 닦았으면 벨트를 통해 푸른빛이 반사되어 류미의 로브에 닿을 정도로 반짝였다.


눈에 눈물이 송골송골 맺혀 큰 방울이 되었다. 금방이라도 주근깨와 작은 솜털이 나 있는 볼을 따라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류미에게 검을 겨누던 남자는 뭔가에 놀란 듯 겨누고 있던 검을 내리고 류미에게 바짝 다가왔다.


“류미!? 마법 학과의 괴짜 마술사 류미 맞지?”


류미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방향으로 용기를 내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눈을 깜빡였고, 위태롭게 눈에 맺혀 있던 눈물이 볼을 따라 턱 끝까지 데굴데굴 굴러가 류미의 보라색 로브에 닿았다.


류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키가 큰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치는 데에는 고개를 한참을 더 꺾어 올라가야 했다. 남자의 얼굴을 본 류미는 긴장되었던 몸이 완화면서 그대로 축축한 늪지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흐아앙!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이대로 감방에 들어가면...”


류미가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자 남자는 당황했는지 손을 빠르게 내저으며 진정시키려 애썼다.


“아... 울지 마. 나야 나 에이든이야. 기억 안 나?”


“에... 에이든?”


눈물을 쏟아내던 류미가 에이든이라는 말에 눈물을 훔치며 그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까지 그를 알아보지 못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그는 특성 학교 동창이었던 에이든이었다. 그러자 안도감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았고 그와 동시에 류미는 자괴감이라는 또 다른 감정에 사무쳤다. 그 이유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자신과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된 에이든과의 옷차림새가 대비되기 때문이었다.


에이든이 입고 있는 휘장에는 왕실 경비대 소속을 의미하는 금빛으로 빛나는 그리폰의 발톱이 새겨져 있었고 멋스럽게 잘 닦인 판금 갑옷은 얼굴까지 비칠 정도로 번쩍거렸다.


특히나 그는 예전과 변함없이 독수리처럼 날렵한 눈매와 불그스름하고 도톰한 입술을 가지고 있었고 어깨까지 내려오는 그의 찰랑거리는 금빛 머리카락은 학창 시절 류미가 사모했던 에이든의 모습 그대로였다.


“네가 원하던 왕실 기사단이 되었구나. 축하해. 보기 좋다.”


“고마워.”


성공해 멋지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에이든의 모습을 본 류미는 그동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었던 환상에서 마침내 깨어났고 아침에 꾸었던 꿈이 흉몽이 아니라 길몽임을 알게 되었다. 이젠 더럽고 딱딱한 껍질을 벗고 날개를 펼칠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꿈이라는 걸.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응. 난 괜찮아. 조금 놀랐을 뿐이야.”


에이든은 부드럽게 류미의 양쪽 어깨를 쓰다듬으며 경직된 몸을 진정시켜 주었다. 에이든의 부드럽고 강한 손길에 울먹이며 들썩거리던 어깨가 천천히 풀어졌다.


로브의 밑부분은 고여있던 물에 축축하게 젖어버렸고 훌쩍거리며 긴 로브의 소매 끝부분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에이든은 류미가 눈물을 다 닦고 스스로 마음을 진정시킬 때까지 기다려주며 갑옷 사이에서 분홍색 바탕에 동백꽃 자수가 새겨진 손수건을 내밀었다.


“나 이제 재판 받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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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177화 지도자(1) 23.02.21 23 0 12쪽
176 176화 반격(2) 23.02.20 23 0 10쪽
175 175화 반격(1) 23.02.19 21 0 11쪽
174 174화 기습(6) 23.02.17 27 0 12쪽
173 173화 기습(5) 23.02.14 23 0 11쪽
172 172화 기습(4) 23.02.13 22 0 11쪽
171 171화 전쟁의 서막(2) 23.02.12 22 0 11쪽
170 170화 전쟁의 서막(1) 23.02.10 24 0 11쪽
169 169화 기습(3) 23.02.07 26 0 12쪽
168 168화 기습(2) 23.02.06 23 0 11쪽
167 167화 기습(1) 23.02.06 23 0 11쪽
166 166화 연합(10) 23.02.04 24 0 12쪽
165 165화 연합(9) 23.01.31 23 0 11쪽
164 164화 연합(8) 23.01.30 38 0 12쪽
163 163화 연합(7) 23.01.29 24 0 11쪽
162 162화 연합(6) 23.01.27 24 0 11쪽
161 161화 연합(5) 23.01.24 29 0 10쪽
160 160화 연합(4) 23.01.23 30 0 12쪽
159 159화 연합(3) 23.01.22 31 0 12쪽
158 158화 대모 모구라 23.01.21 30 0 12쪽
157 157화 연합(2) 23.01.17 32 0 10쪽
156 156화 연합(1) 23.01.16 32 0 12쪽
155 155화 류미(1) 23.01.16 31 0 12쪽
154 154화 스피제리(3) 23.01.13 31 0 11쪽
153 153화 스피제리(2) 23.01.11 34 0 11쪽
152 152화 스피제리(1) 23.01.09 35 0 11쪽
151 151화 크리스탐 23.01.09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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