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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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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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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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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흔적을 찾아(1)

DUMMY

그는 제거 대상을 제거함에 있어서 한치의 자비도 주저함도 없이 그게 누구이건 간에 단번에 제압해 버릴 수 있는 실력과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건 바로 스피제리였다.


그를 범인으로 생각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가장 뛰어난 암살자이기도 하지만 로렐로와도 곧잘 지냈고 특히 바일라를 향한 그의 집착 때문이었다.


그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 지내왔지만 바일라조차도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스피제리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고위층 귀족들을 상대로 퀘스트를 오로지 혼자서만 비밀스럽게 하고 다니는 것과 그렇지 않은 시간엔 늘 암살자답게 동료 그룹원들과 함께 퀘스트 중인 바일라를 찾아내 모험에 동참하는 것이었고 그녀의 옆엔 항상 그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소름 끼칠 정도로 비밀스럽고 냉혈한인 그와 이렇게 오랫동안 연애를 이어오고 있는 바일라도 제정신은 아니라고 늘 생각했다.


8년 전 바일라와 함께 이곳에 들리기 전에 그와 타릴 협곡에서 마주했었고 그는 할 일이 있다며 먼저 고르곤 숲으로 떠났었다.


로렐로와 헤어지고 항구로 가던 중에 다시 스피제리와 바일라는 재회했었다.


그는 퀘스트를 이미 끝내고 미행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고 로렐로가 숨어지내던 포도밭도 그날 알아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증거도 없는 억지스러운 추측일 뿐이었다.


잠시 후 그 억지스러운 추측에 힘을 실어줄 단서가 발견됐다.


그건 레베카가 찾아낸 젠트와 금 등 값진 보석들이 그대로 방치되어있는 상자를 발견한 것이었다.


역시나 평범한 강도 및 우발적인 살인은 아니라는 건 알게 됐고 죽인 시체를 굳이 2층 그레이스 방으로 끌고 가 침대에 나란히 눕혀 놓는 미친 짓을 한 범인 아니 스피제리가 노리는 건 무엇이었을까 생각에 잠겼다.


그가 범인이라고 단정 지은 건 아니지만 스피제리라고 생각하고 고민해본다면 쉽게 떠오를 것 같았다.


“잘생긴 우리 마법사 오빠 쌍꺼풀이 짙어진 걸 보아하니 뭔가 짚이는 데라도 있나 봐?”


데일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요.”


“그래? 아닌데 분명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레베카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털실을 툭 걷어차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위험을 무릎 쓰고 이 포도밭에 온 이유가 뭐야? 두 사람이 저렇게 된 걸 모르는 걸 보니 장례를 치러주러 굳이 이곳까지 온 건 아닌 것 같고 뭐 맡겨둔 거라도 있었던 거야?”


로렐로와 그레이스의 죽음에 가려져 이곳에 온 진짜 목적이었던 류미와 바일라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왔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스피제리가 찾던 것 또한 그것 때문이지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는 귀족들을 상대로 퀘스트를 했으니 크리스탐의 일도 도와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 생각이 들자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데일러스는 집을 빠져나와 포도밭으로 달려갔고 숫자 6번이 적혀 있는 포도나무의 가지를 따라 철조망이 처져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닥을 내려다보며 흔적을 찾았다.


이건 바일라와 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기에 스피제리가 알아낼 방법이 없을 터였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 사이로 딱 한 곳에만 잡초가 자라있지 않았다.


바일라가 다녀갔다는 흔적이었고 땅을 파내 그녀가 묻어둔 장문의 편지를 꺼내 부디 좋은 소식이 적혀 있길 바라며 펼쳐보았다.


류미는 바일라 그리고 드롱과 함께 그룹을 맺어 불의 군대와 전투 후 행방불명이 되었고 바일라는 왕국군에 의해 붙잡혀가는 길드원들을 구해내기 위해 고르곤 숲 너머 글린데일로 간다고 적혀 있었고 늦어도 2주 후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데일러스는 편지를 있는 힘껏 힘을 주어 마구 구겨 버렸다.


류미를 잃어버린 그녀에게 화가 났고 길드원들을 위험에 몰아넣었다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류미... 딸이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고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데일러스도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기에는 충분했다.


움켜쥔 편지를 화염 마법으로 태워버리고 흙더미를 발로 걷어차며 고함 대신 주먹을 쥐고 이를 꽉 깨물었다.


레베카는 손바닥으로 데일러스의 등을 있는 힘껏 때렸다.


“진정해.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는 게 우선이야. 먼저 무너지는 건 한심한 행동이니까 말이야.”


“후우~ 여정이 조금 더 길어질 것 같네요.”


레베카는 배시시 웃으며 데일러스의 옷자락을 살짝 붙잡으며 말했다.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늘었다는 건 내겐 좋은 소식이니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후후.”


“아... 제가 신경 쓰이는데요?”


데일러스는 바할랜 북쪽 기원의 대성당으로 오라는 마법 편지를 다시 묻어두고 레베카와 함께 류미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로디네스 숲으로 떠났다.


“저 사람들 저대로 두고 가도 괜찮을까?”


“두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럴 시간이 없어요. 더 지체하다가 주민이나 경비병이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우리가 범인으로 몰려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 - - - -


북쪽 페실로엔 대관문을 지나 로디네스 숲 류미가 머물렀었던 숲 바람 마을에 도착했을 땐 밤에 활동하던 벌레들도 잠들 정도로 깊은 새벽이었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사를 시작하기 위해 서둘러 방을 잡았다.


가진 돈이 많지 않아 한방을 써야 했지만, 소파가 있어 데일러스는 소파에 눕고 레베카는 갑옷을 벗고 서둘러 침대에 누웠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레베카님.”


레베카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옆으로 누워 이불을 들어 자신의 옆을 두드렸다.


“내 옆에서 누워 자려고 한방을 잡은 것 아녔어? 난 괜찮으니까. 옆으로 와도 돼.”


데일러스는 레베카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누워 대꾸도 하지 않았다.


데일러스는 먼저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을 선호했지 오히려 먼저 다가오는 여자들을 경계하고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었다.


레베카는 그의 관심 끌기를 포기하고 천장을 바라보며 이곳까지 오며 데일러스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곱씹어 보다 하품을 하며 말했다.


“오빠 말대로 딸이 공주이자 왕족이 맞기는 한데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지 않아? 행방불명이 된 사람을 어떻게 찾을 거며 찾는다고 하더라도 뭐가 달라질까? 이미 왕국 전체가 그의 손아귀에 떨어진 마당에 말이야.”


데일러스는 일어나 앉아 품 안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반지와 함께 루시아 공주와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레베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사진 속 공주와 반지 그리고 데일러스를 번갈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공주님이 비위가 좋으신 건가? 스읍... 나라면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텐데.”


“뭐라고요!?”


레베카의 시선은 반지로 향했다.


“왕가의 반지라니 사진으로만 봤지 실물로는 처음 봐. 그것도 붉은색이 감도는... 전설급 반지라니. 탐나는데? 칼린 녀석 허언증만 늘어서 돌아왔나 했는데 진짜였다니.”


레베카는 군침을 삼키며 반지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감탄을 자아내더니 침을 ‘슥’ 닦고 다시 데일러스에게 돌려주었다.


“정말 불의 군대가 거점으로 삼았었던 그 광산 안으로 기어이 들어가겠다 이거지?”


데일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전자의 물을 컵에 따라 마셨다.


“오래되기는 했어도 분명 마법의 흔적이 동굴 곳곳에 남아 있으리라 생각돼요. 사실 반반이기는 하지만 이것 말고는 찾을 방법이 없어요. 흔적을 어떻게든 찾아내야죠.”


5월 말이 되면 세네리엘의 빛은 더 부지런해지고 오랫동안 이 세계에 머무르며 대지를 달궈 생명을 성장시켰다.


그 덕분에 따가운 햇볕이 아침부터 방안 전체로 스며들었고 그 때문에 더는 늦장을 부릴 수도 없었다.


데일러스와 레베카는 일찍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여관주인이 무료로 건네는 마법 섞인 조식을 마다하고 숲 바람 마을 서문에서 광산으로 일을 하러 나가는 마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상급기사 테일러에게 다가갔다.


바일라가 건넨 정보에 의하면 테일러는 정의로운 법의 집행자이자 사회의 선도자라고 했다.


하지만 류미와 바일라가 다녀간 몇 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바일라가 말하던 정의의 수호자는 죄 없는 행상인이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얻어터지고 있음에도 실실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데일러스는 팔짱을 끼고 시시덕거리는 병사들 옆으로 다가가 행상인이 맞고 있는 연유에 관해 물었고 그가 맞고 있는 이유는 아직도 페조미스 신흥 종교를 따르지 않고 빛을 믿고 있는 이단자라 그렇다고 했다.


멜브론에서도 심심찮게 주민들이나 경비병에게 매를 맞는 사람들도 보았기에 그나마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정말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단자라 낙인찍힌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밀리고 옷이 벗겨진 채 재산을 몰수당해 마을에서 추방당하거나 개종을 택한 후 신도들이 나눠주는 이상한 약을 마셔야만 했다.


하지만 평생을 믿어 온 종교를 버리고 개종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사상 자체를 뜯어고쳐야 하는 행위이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대부분의 사람은 최후까지 저항하지만, 결국엔 두손 두발을 들고 말았다.


행상인도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엉엉 울며 자비를 바랐지만, 사람들은 그에게 회개하라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압박에 견디다 못한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들이 건네는 물약을 받아 마셔야만 했고 어느새 나타난 신도들 틈에 둘러싸여 어디론가로 끌려갔다.


더 소름 끼치는 건 테일러도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크리스탐이 왕좌에 앉은 지 약 한 달 정도가 지났지만, 수도에서부터 이런 촌구석까지 마수가 뻗쳐 그의 손에 놀아나는 걸 보니 참담한 심경이었다.


어쩌면 불의 군대나 파충류 전염병보다 더한 재앙이 왕국 전체를 넘어 안드릭스 대륙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측은한 눈빛으로 행상인을 바라보다가 테일러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크흠! 안녕하십니까. 모험가님.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 간간이 불어와 모험하기 딱 좋지 않습니까?”


“그렇네요. 전 마법사인 게드로이고 이쪽은 전사인 신디입니다.”


테일러는 레베카가 만들어준 가짜 왕국 정식 길드 메달을 내보였다.


꽤 정교하게 만들어진 배지에 데일러스도 감탄했었다.


테일러는 메달을 받아들고는 확인한 후 돌려주며 말했다.


“도토리 공격대 분들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전 임시 책임자 상급기사 테일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골까지 무슨 일로 오셨나요?”


“불의 군대가 침입했었다는 광산을 한번 둘러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놈들의 공격형태를 잘 조사해 둔다면 혹시나 또 다른 곳에 놈들이 침입해 왔을 경우 대처가 쉬워져 좋은 일거리가 될 것 같아서요.”


테일러의 턱에 주름이 잡혔고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역시! 소문대로 도토리 공격대 분들은 대단하군요. 기꺼이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희는 감사하죠.”


테일러의 안내를 받으며 데일러스와 레베카는 광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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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9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8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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