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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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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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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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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신의 군대(7)

DUMMY

마른 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옹기종기 모여 서로 밀착하여 활동을 멈춘 글런드들의 모습이 보였다.


리자드보다는 짧지만 두꺼운 꼬리, 넓고 길며 튼튼한 주둥이와 강철처럼 단단한 각질의 비늘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고 불의 군대에 의해 강제적으로 진화된 팔과 다리 등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다만 살아 있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그들은 심각할 정도로 말라 있었고 비늘엔 녹빛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


같은 동족이라 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해 먹어치워 버렸는지 주변엔 부식된 작은 뼛조각들이 모래처럼 흩어져 있었다.


류미는 아직 눈을 감고 있는 휘나의 볼을 부드럽게 매만지며 말했다.


“이제 눈을 떠도 돼.”


휘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떠 앞을 바라보았다. 어찌나 세게 눈을 감고 있었는지 앞이 흐릿했지만, 시야는 금방 복구되었다.


류미가 비춰주는 빛을 따라 도달한 곳엔 글런드들의 모습이 보였고 류미는 만족한 듯 미소짓고 있었다.


“헉! 저... 정말 아직도 살아 있었네요!”


“네게 주는 내 선물이야.”


“네?”


휘나는 류미의 의중을 파악하려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저들을 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하고 있는지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무슨 의미세요?”


“저 정도의 크기는 돼야 너의 연구가 빛을 발하지 않겠어? 쓸만한 녀석들로 만들어 봐. 나를 위해서 말이야.”


그제야 선물의 의미를 깨달은 휘나는 류미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정말로 제가 해도 되는 거예요?”


“물론이지. 기대하고 있을게. 그전에 녀석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들어야겠지?”


불의 군대가 패배하고 글런드를 지배하던 화염의 힘도 줄어들면서 종족은 몰락의 길을 걸었고 불의 군대가 다시 돌아와 다시 자신들을 이끌어 주길 희망하며 미약하지만 그들의 힘이 피어올라오는 깊숙한 동굴 속으로 파고들어 동면을 취하고 있었다.


류미는 그들을 구원해 미넬리아로 침공할 계획을 세웠다.


류미 본인 스스로가 리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이들을 구원해 지배해도 되지만 휘나의 환심을 삼과 동시에 더 강력한 종복으로 만들어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버드네이즈의 격렬한 반대에도 일부러 그녀에게 중대한 임무를 맡겼다.


휘나도 그걸 아는지 이번 연구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 - - - -


렉스크와 약속했던 시간이 지나고 류미는 끝없는 해안에 홀로 서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았고 잠시 후 저 멀리 렉스크 제독이 이끄는 함대가 위풍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만족스러울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바다를 건너 미넬리아로 향할 함선은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코랄 늪에 도착한 군대는 나무를 베고 돌을 깎아 맨드라 산을 중심으로 미넬리아를 침공할 준비를 하기 위해 전초기지를 세웠다.


속속들이 리자드 군대가 코랄 늪에 도착했고 휘나의 조수들이 도착하자 연구에도 점차 속도가 붙었다.


늦어도 무더위가 시작될 다음 주에는 신비로운 마법도시 미넬리아에 도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의회를 불러들여 계획을 세웠다.


“미넬리아의 지리에 밝은 자는 손을 들어보렴.”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렉스크의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가다넬이 간사한 미소를 짓고 허리를 굽신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3년 전과 4년 전에 두 번에 걸쳐 비싼 뱃삯을 지불하고 포빌이라는 임프 마법사의 마법봉을 도굴하기 위해 미넬리아에 숨어 들어간 적이 있어서 수도와 근방 지역의 지리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주인님.”


“그래? 너 의외로 쓸모가 있구나. 그럼 잡설 말고 말해 보렴.”


“미넬리아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임프군의 모든 함대가 집결해 있는 전쟁의 섬을 지나 수도로 가는 길이 있고 두 번째는 놈들이 흘려버린 공업용 폐수로 뒤덮인 진창 해안을 지나 수도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음~ 좋아. 계속해.”


“첫 번째 길은 임프의 함대와 정면으로 부딪쳐 가야하는 부담감이 있고 두 번째 길엔 놈들의 함대는 없지만, 자칫 잘못 상륙했다가는 진창에 발이 묶여 놈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렉스크는 가다넬을 팔꿈치로 밀어내고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놈들의 함대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제가 놈들을 쓸어버리고 쥐방울만 한 놈들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문을 열겠습니다. 전쟁의 섬 쪽으로 가시지요.”


밀려난 가다넬은 반대쪽에서 나오는 쉬베닉스의 어깨에 또다시 밀려 엉덩방아를 찧었고 두 리자드가 듣지 못하게 조용히 욕을 내뱉었다.


“안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함선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저흰 수중전에 대한 경험이 없습니다. 놈들과 정면을 붙기보다는 에리자엘의 빛도 뜨지 않는 새벽에 조용히 해안을 넘어 수도로 가는 게 더 가능성 있습니다.”


쉬베닉스와 렉스크는 서로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임프는 요정들만큼이나 몸집은 작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의 위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니 놈들의 강점을 파괴하려면 미넬리아에 최대한 빠르게 파고들어 도시 중앙에 있는 순수한 마나 결정체를 검은 책과 버드네이즈의 지팡이를 이용해 빠르게 흡수해야만 했다.


그것만 해낸다면 임프의 마법 공격은 무력화될 테고 무기를 들고 덤벼든다고 하더라도 신체적으로 불리한 놈들은 금방 해치울 수 있었다.


애초에 미넬리아를 침공하려는 목적 또한 그것에 있었으니 렉스크의 말대로 전쟁의 섬을 지나 미넬리아로 단번에 쳐들어가는 것이 맞다 봤다.


“결정했어. 렉스크의 말대로 전면전으로 갈 거야. 놈들의 함대를 격파하고 곧장 미넬리아로 밀고 들어갈 테니 준비들 해.”


쉬베닉스는 한 걸음 더 걸어 나와 류미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결정을 재고하여 주십시오. 자칫 잘못하다간 병력 전체가 바다에 수장될지도 모릅니다.”


렉스크는 그런 그를 보며 비아냥거렸다.


“실망스럽군. 쉬베닉스. 예전엔 안 그러더니 뼛속까지 겁쟁이가 되어 버렸어.”


“설치는 것도 정도껏 해라. 렉스크.”


류미는 기분이 언짢은지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류미의 작은 움직임에도 화들짝 놀란 쉬베닉스와 렉스크는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류미에게는 벌레만도 못한 리자드들이기는 하나 아직은 그 쓸모가 무궁무진했기에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또각또각”


굽이 높은 구두를 신은 휘나가 회의장 안쪽으로 들어왔고 그녀는 류미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의회 구성원들은 그녀의 등장이 불편한지 류미의 눈치를 살피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휘나는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치켜세우고 도발이라도 하듯 어깨를 펴 더 당당하게 걸어 렉스크와 쉬베닉스를 지나 류미가 앉아 있는 단상 아래까지 다가왔다.


“주인님께서 주신 일을 행했습니다.”


잠시 후 청색 로브를 입은 휘나의 조교들이 회의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로 무장한 글런드 전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회의장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억의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는 자들은 두려움과 복수심으로 불타올랐고 그런 기억조차 없는 자들은 걸어 다니는 악어가 마냥 신기한지 동물원이라도 온 듯 그를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류미는 휘나의 취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연구물은 역시나 끔찍했고 고슴도치를 활용한 건지 온몸을 뒤덮은 뼈 가시 때문에 걷는 것이 다소 불완전했다.


글런드 전사는 어느덧 뒤뚱뒤뚱 휘나의 옆으로 다가와 나란히 섰고 살벌하게 튀어나온 뼈 가시를 집어넣고는 육중한 상체를 숙여 무릎을 꿇고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주인님. 전 트라노스라고 합니다. 한때는 한 부족을 이끌던 장군이자 지금은 평범한 부족의 일원이죠. 비참한 운명에 처한 저흴 구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그래 반가워. 밥을 잘 챙겨 먹고 있는 것 같구나.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살집도 좀 붙고 근육도 더 커졌네.”


“신경 써주신 덕분에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응. 그래야지.”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뭔데?”


“주인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종족을 이끄는 대족장이 없는 지금 글런드를 이끌어 옛 영광을 재현해 보고 싶습니다.”


“그만한 재목은 되고?”


“이 자리에 있는 어떤 이가 제 상대가 된다고 하더라도 꺾어 버릴 자신이 있습니다.”


“뭐라고!?”


“이런 건방진 자를 보았나!”


류미는 피식 웃었고 의자 왼쪽 팔걸이에 기대앉으며 트라노스의 무례함에 몹시 불쾌해했지만 어찌 되었든 글런드를 이끌 우두머리는 필요했고 겸손함 따위는 없는 저런 자신감 또한 자신이 만든 것이었다.


가식적인 껍데기 따위는 없는 무리에서 이런 일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트라노스. 후훗.”


“저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만큼 제 의지는 강철보다 단단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류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


의회 구성원들은 재빨리 무릎을 꿇었고 트라노스의 앞에 선 류미는 그의 툭 튀어나온 거대한 주둥이를 살포시 들어 올렸다.


불의 군대의 지배에서 벗어난 지 수백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의 눈동자엔 불꽃이 이글거리고 류미의 힘과 뒤섞여 있었다.

거기에다가 휘나가 새롭게 주입한 어둠의 힘이 그의 몸을 흐르다 못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미 충분한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트라노스의 눈은 더 많은 더 강력한 힘을 갈구하고 있었다.


글런드의 정신을 지배하기 위한 과정에 충분한 힘을 부여했지만,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선 이들의 활약이 꼭 필요했고 이들을 굳이 찾아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서 류미는 특별히 렉스크에게 주었던 만큼 힘을 더 나누어 주었다.


류미의 힘이 전달되자 트라노스는 눈을 감고 극강의 쾌락을 음미하며 만족한 듯 혀를 날름거렸다.


“이제 넌 글런드를 이끄는 대족장이자 의회의 구성원이다.”


트라노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땐 류미는 제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녀의 뒤에 후광이 비치는 것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류미는 무언가라도 기다리는 듯 손을 팔걸이에 올려놓고 리듬을 타듯 손가락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류미가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와 모든 계획에 대해 속속들이 살펴보고 이해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트라노스는 미넬리아 공성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일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류미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넬리아로 가는 길이 두 갈래라고 생각하시고들 계시겠지만 실은 한곳이 더 있습니다. 진창 해안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나오는 펠링만이라는 곳이죠.”


렉스크와 쉬베닉스 두 장군에게 밀리고 휘나와 트라노스의 등장에 조용히 뒷전으로 밀려났었던 가다넬이 다시 리자드 장군들 틈 사이를 비집고 나오며 조금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곳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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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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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3 0 12쪽
»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1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7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9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8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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