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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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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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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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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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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오크원정대(18)

DUMMY

호기롭게 돌진하던 임프 군대는 그 자리에 멈춰섰고 곧 비보가 날아들었다.


“주인님께서 뜻하신 바를 이루셨다. 마나 결정체가 파괴되었어! 이제 놈들은 우리 상대가 되지 않는다. 놈들에게 죽음을 선사해 주어라!”


“와아~~~”


온 힘을 다해 적들을 향해 마법을 쏟아붓던 휘나는 미넬리아 항구를 바라보았다.


기다리던 렉스크의 지원군이 도착했고 지친 휘나는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워 인상을 쓰며 오른쪽 어깨를 움켜잡았다.

회복 물약을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녀는 정신없이 이동하고 전투를 치르고 나서 쓰러진 후에야 자신의 어깨를 찔렀던 암살자의 단검에 독이 묻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이미 몸 전체가 독에 중독되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걸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소원이 있다면 주인이자 사랑하는 연인인 류미의 얼굴을 보는 것이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힘없이 누워 새카만 하늘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던 휘나의 눈앞에 렉스크가 씨익 웃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여어~휘나. 뭐야. 당해버린 것이냐?”


휘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꾹 다물었다. 대꾸할 힘도 없을뿐더러 남은 힘을 그에게 쓰고 싶지 않았다.


“흥! 꼴에 자존심은. 너와 내가 약속한 날이 이렇게 빨리 찾아오리라고는 생각 못 해 미처 조의금도 준비 못 했군. 이해해라. 큭큭큭.”


휘나는 눈을 떠 꺽꺽거리며 자신을 비웃고 있는 렉스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네가 이겼어. 그래서 말인데 승자의 자비로 부탁 하나만 들어줘.”


“응? 뭐냐. 침은 뱉지 말아 달라는 거냐? 와하하하!”


그녀는 그의 굴욕적인 언행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이를 꽉 깨물고 버텨냈다.


“주인님께 날 데려다줘.”


실실 웃고 있던 렉스크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걱정하지마. 난 이미 틀렸으니까. 아무리 전지전능하신 주인님이라 할지라도 내 죽음을 막아주실 순 없으니까.”


“좋다. 이 자비로우신 렉스크님께서 네년의 청을 들어주도록 하지.”


렉스크는 휘나를 안아 들어 올렸고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렸다.


그녀를 들고 달린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렉스크는 달리는 걸 멈추었고 휘나를 바닥에 내려다 놓은 후 절도 있게 창을 세로로 세워 몸 정중앙에 위치시킨 후 달려오는 류미를 향해 경례했다.


몸은 천천히 식어가고 손과 발끝부터 세포 하나하나가 죽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으윽... 렉스크... 나 추워. 잘 가다가 왜 내려 놓은 거야.”


“휘나!!!”


귓가에 류미의 목소리에 꺼져가던 의식의 끈을 겨우 붙잡아 끌어당겨 위로 올라오려 애썼다. 하지만 빠져나오려 발버둥 칠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구덩이 속으로 더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젠 끝이라고 생각할 즈음 류미의 따뜻한 손이 휘나의 손을 잡았고 류미는 휘나의 머리를 들어 무릎에 올려놓고는 끌어안아 주었다.


미세하게 류미가 흐느끼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그녀의 가슴도 그녀만큼이나 찢어졌고 미어졌다.


“휘나! 어떻게 된 거야! 괜찮은 거야? 정신 좀 차려봐! 렉스크. 뭐하고 서 있어. 빨리 미스낙을 불러와!”


“네!”


“다행이에요. 마지막으로 주인님을 볼 수 있어서...”


“마지막이라는 말하지 마! 내가 꼭 살릴 거야.”


류미는 휘나의 이마에 손을 대고 그녀에게 힘을 넘겨주려 했지만 소용없었고 버드네이즈 또한 가망이 없으니 휘나가 완전히 의식을 잃기 전에 작별인사하길 권했다.


“전 이미 틀렸어요. 주인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이젠 최종 목적지를 향해 달리실 일만 남으셨네요. 축하드려요. 주인님께선 반드시 해내실 수 있으실 거예요.”


“너 없이 내가 어떻게 그 길을 갈 수 있겠어. 넌 나의 전부인데.”


류미의 얼굴에 드러난 분노와 증오가 휘나를 불안하게 했다.


“다 부숴버릴 거야! 특히 널 이렇게 만든 저 쓰레기 같은 녀석들을 말이야.”


휘나는 힘겹게 손을 뻗어 눈물과 빗물로 흠뻑 젖은 류미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임프들을 죽이시면 안 돼요. 전 그들의 손에 죽은 것이 아니라 주어진 운명을 맞이한 것뿐이에요. 그들의 활용가치가 높다는 것은 주인님도 아시잖아요.”


휘나는 류미의 목덜미를 잡고 자신의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젠 더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동안 절 사랑해 줘서 고마워요. 내 사랑...”


그게 휘나가 류미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류미는 한동안 힘없이 늘어진 휘나를 끌어안고 절규했고 폭풍은 더 거세게 몰아쳤다.


- - - - -


카이스와 그가 이끄는 사병군단은 만물의 보주가 폭발하며 일으킨 광휘의 빛에 의해 전멸했다. 태산 수호자를 되찾고 놈들을 쓰러뜨리기는 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요정들이 평생을 가꿔온 숲은 모두 말라 버렸고 발이 닿는 대지는 퍼석퍼석한 곰보빵처럼 쉽게 으깨졌고 부서졌다.


숲이 죽자 빛이 닿는 나무 윗부분에 앉아 간간이 지저귀어 귀를 즐겁게 해주던 새들도 숲에 찾아오지 않았고 늑대 무리도 숲을 떠나 근처 다른 숲으로 이주했는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던 울음소리도 밤새 들려오지 않았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구석구석 어둠에 찌들어 있던 숲에 다시 세네리엘의 빛이 닿고 있었고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다시 이곳을 녹색으로 물들일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것이었기에 센드리나와 몇 남지 않은 요정들은 절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오랜 숙제를 풀었다는 것에 대해 더 만족스러워했다.



에이든은 센드리나와 손을 맞잡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아직 그림자로 뒤덮여 있는 태초의 숲이자 고향땅 실리즈나로 돌아가 우리 요정족의 운명의 사업인 숲을 가꾸고 길 잃은 영혼들을 인도하는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모든 역량을 쏟을 생각이에요. 아주 오래 걸리기는 하겠지만 말이에요.”


“저희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센드리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여신님의 뜻대로 세상을 위협하는 자들을 소탕해 주세요. 저희는 비록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멀리서나마 여러분들을 위해 기도할게요.”


“고맙습니다. 언젠가 또 뵐 날이 있겠죠?”


“되도록 그럴 일이 없길 바래요. 그럼 저흰 먼저 가볼게요. 빛이 앞길을 비춰주길.”


타르가르와 아그리사는 쓰러진 전사들의 유품을 챙겨 썬송으로 돌아가기 위해 울데크를 따라 선두에 섰다.


그림자 숲 초입부에 다다를 무렵 누군가의 발길이 닿았던 흔적만 남은 낡은 길을 따라 가던중 길 중앙에 갈색 로브를 입고 후드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떡하니 서 있었다.


그가 차려입은 행색으로 보아하니 그림자 숲을 탐험해 명성을 쌓으려는 모험가처럼 보이지 않았고 이상한 쪽지 하나를 손에 들고 눈알을 굴려 일행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듯 울데크의 벗인 강철 발톱은 멈춰서더니 자세를 낮춰 털을 바짝 세운 후 이빨을 드러내 으르렁거렸다.


“강철 발톱. 왜 그러니?”


에이든은 타르가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제가 갔다 올게요.”


“흠... 괜찮겠소?”


“글쎄요. 혹시 모르니 대비를 해두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태산 수호자를 노리는 자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세상에 널려 있으니까요.”


탈것이 없어 타르가르의 뒤에 앉아 있던 에이든이 허리케인의 등에서 내려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괜찮으세요? 혹시 길을 잃으셨습니까?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무언갈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들리지 않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작게나마 그가 중얼거리고 있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오크와 함께 다니는... 황금빛 판금 갑옷을 입었다라...”


후드 속에서 그의 눈이 번뜩였다.


그의 말에 의미를 해석할 필요도 없이 이쪽에 볼일이 있는 것 같았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왔던 에이든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고 천천히 손을 뻗어 무기 손잡이를 붙잡았다.


후드 밖으로 드러나 있는 그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가더니 숨겨두었던 최상급 단검을 꺼내 들고는 갑자기 에이든을 향해 달려들었고 쓰러진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암흑 술사와 궁수들이 튀어나와 공격했다.


미처 무기를 완전히 빼 들지 못한 에이든은 아슬아슬하게 판금 장갑 손등으로 그의 공격을 쳐냈고 곧장 들어오는 공격을 무기로 방어했지만 재빠른 세 번째 공격에 단검이 볼을 스쳐 지나갔다.


“윽.”


놈의 움직임은 와이트보다 빨랐고 유연했으며 예리한 공격 하나하나에 힘이 제대로 실려 있었다.


단 세 번의 공격만으로도 그가 상위 암살자임을 감지한 에이든은 빛의 보호막을 걸고 모든 힘을 쥐어 짜낼 각오를 했다.


“넌 대체 누구냐. 왜 갑자기 우릴 공격하는 거지?”


“그러는 넌 은혜를 입었음에도 왜 왕국을 배신하고 게일후작의 개가 되어 하찮은 오크 따위를 돕고 있는 것이냐. 에이든.”


그 순간 머릿속에 지독스러울 정도로 간사한 크리스탐의 얼굴이 딱 떠올랐고 그를 위해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하고 다닌다는 암살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 자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에이든은 비틀어진 장갑을 고쳐 쓰고 목을 좌우로 꺾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크리스탐의 의뢰를 받고 온 모양이군.”


암살자는 걸리적거리는 로브와 후드를 벗어 던지고 본 모습을 드러냈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에이든이 크리스탐의 존함을 함부로 부른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 비췄다.


정체를 드러낸 그는 눈꼬리가 살짝 내려가 있고 부리부리한 눈이지만 날카로웠으며 눈 밑은 다크서클로 퀭했고 눈썹은 진한 검은색을 한 암살자는 체구와 키는 에이든보다 작았지만 몰래 숨어들어 누군가의 숨통을 끊어 놓기에는 적합한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큰 특징은 소매 사이를 삐져나온 문신이었는데 하얀 백합이 새겨져 있었다.


“나더러 개라고 표현하더니 너도 크리스탐의 충실한 개중에 한 마리인 것 같구나.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보니 말이야.”


“경비대장이나 하던 놈이 잘도 떠드는군. 네 실력으로는 날 이길 수 없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다면 조용히 끝내주마.”


“미안. 내가 족보가 있는 개라 그런지 똥개가 짓는 소리는 알아듣질 못해서 다시 말해줄래?”


“큭... 실력의 차이를 느끼기도 전에 네 심장을 도려내 주마.”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암살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깊숙이 파고들어 심장을 노렸다.

아마 보호막과 판금 갑옷이 없었다면 놈에게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었다.


암살자는 에이든이 휘두르는 무기를 피해 반대쪽으로 이동해 옆구리를 베었고 펄럭거리는 에이든의 망토를 붙잡고 빙글 돌아 등을 향해 단검을 내려 꼽았다.


“핑!”


단 세 번의 공격에 보호막이 부서져 버렸다. 그는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뒤쪽으로 도약했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끌끌 혀를 찼다.


“이제 어쩌나 네놈의 몸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빛의 기사 에이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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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0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4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2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2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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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6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5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6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5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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