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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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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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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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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오크원정대(17)

DUMMY

타르가르의 도끼가 태산 수호자와 맞부딪혔다.


나무작대기 따위로 강철을 내려친 듯 손바닥에 그대로 충격이 전해져왔고 욱신거리며 저려왔다.


커다란 바위도 단 일격에 부숴버린다는 전설적인 무기 앞에서도 타르가르는 주눅 들기보다는 의연하게 행동했다.


태산 수호자 만큼이나 전설적인 그 바이락스 대족장을 넘어서서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오크를 지켜내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침착하게, 침착하게 다음 공격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거듭된 공격에도 바이락스의 약점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비록 뼈밖에 없는 상대였지만 여전히 그는 강했다. 넋놓고 있다가 그의 공격에 허버지를 베였고 그가 휘두르는 주먹에 얼굴을 맞았다.


“쳇... 역시 안 되겠어.”


계속 이대로 정면승부를 고집해서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선조들 중 그 누구도 가지지 못했었던 이 신성한 빛의 힘을 이용해 최대한 원거리 공격을 활용하여 그의 빈틈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처음엔 별 의미 없는 공격에 지나지 않았지만 거듭된 공격에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갑옷을 받쳐줄 살점이 없는 흉갑은 주인의 움직임을 방해했고 한쪽으로 무게가 쏠릴 때마다 삐거덕거리며 균형이 무너져 내렸다.


타르가르는 그 빈틈을 포착해 달려들어 왼쪽 어깨를 찍어 팔을 잘라냈고 왼쪽 옆구리를 파고드는 공격에 보호막을 이용해 방어하려 했지만 그대로 뚫고 들어와 갑옷을 가볍게 가르고 내부로 들어와 살점을 파고들었다.


이를 악물고 손을 뻗어 그의 팔뚝을 잡아 더 깊숙하게 들어오는 걸 막아냈지만 상처는 깊었고 붉은 피가 바닥에 떨어져 흥건히 적셨다.


“크윽!...”


바이락스는 머리로 들이받아 밀어내고 주춤거리는 타르가르를 향해 회전하며 목을 노리려 했다.


옆구리의 통증 때문에, 무기를 제대로 올릴 수 없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먼저 목이 잘릴 판이었다.


선조께서 지켜주신 덕분일까, 한쪽 팔마저 잃어버린 그는 중심을 잃으며 쓰러졌고 휘두른 도끼는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타르가르의 투구를 강타했다.


반쯤 벗겨진 투구 틈 사이로 타르가르의 눈이 번쩍였고 넘어지던 몸의 중심을 잡고 한 걸음 내디딘 뒤 그의 두개골을 내리쳤다.


“이야압!”


최후의 일격을 맞은 바이락스는 움직임을 완전히 멈췄고 타르가르는 선조의 도끼를 손에 쥐고 들어 올렸다.


비록 뼈만 남아 있기는 했지만 비아락스는 대족장을 상대로 이겼다는 승리감과 오크의 평생의 숙제인 태산 수호자를 되찾았다는 기쁨에 감전이라도 된 듯 온몸이 찌릿찌릿거리며 털이 바짝 곤두섰고 왼팔을 벌린 채 힘없이 누워있는 대족장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슬픔이 밀려왔다.


이러한 갑작스런 만남을 바란 적은 없지만 사실 타르가르는 이렇게라도 선조와 무기를 맞댈 수 있음에 조금은 반가우면서도 이미 한번 땅에 묻혔었던 선조를 일으켜 능욕시킨 카이스에게 분노했다.


뒤늦게 옆구리의 통증까지 밀려오자 짜증이 솟구쳤다.


“으윽...”


타르가르가 대족장을 쓰러뜨리는 사이 대원들과 요정들은 대부분 쓰러져 육신이 그들의 발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고 등장과 동시에 눈부신 활약을 보여준 아그리사와 도비쿠스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문신처럼 새겨졌다.


에이든을 포함해 제대로 서서 적들에게 맞서고 있는 대원들은 거의 없었다. 사실상 전투의 흐름은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그만 포기해라 나약하기 짝이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다면 내 자비롭게 네놈들의 시체를 기꺼이 나의 군대에 예속시켜 주마.”


아그리사는 중지 손가락을 올려 보이며 외쳤다.


“개소리 집어쳐! 비겁하게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앞으로 당당하게 나와서 한판 붙자!”


아그리사의 도발에도 그는 허리를 젖혀 비웃기만 할 뿐 사병들을 계속 전진시켰다.


그때 태산 수호자를 쥐고 있는 타르가르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떨림을 애써 부정했다. 자신도 모르게 죽음을 두려워하고 벌벌 떨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건 아니었다.


타르가르는 언제든 이 한 목숨받쳐 전사답고 명예롭게 죽겠다고 다짐해 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마음가짐은 변함이 없었다.


타르가르는 점점 강해지는 손의 떨림에 고개를 숙여 손을 바라보았고 떨림은 손이 아닌 태산 수호자에서 나고 있었다.


“이 떨림은 뭐지? 선조들께서 나를 보우하시는 건가?”


타르가르는 무기를 움켜쥐어 떨림이 몸을 타고 흐르도록 내버려 두었다. 거짓말처럼 힘이 솟아났고 끓어오르는 몸의 열기에 씩씩거리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흘러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 마리의 맹수처럼 포효를 내지르며 적진 한가운데로 도약했다.


“우린 절대로 네깟 놈에게 쓰러지지 않는다. 진정한 태산 수호자의 주인이 강림했으니 머리를 조아려라!”


에이든은 무모한 그의 행동에 깜짝 놀라 그의 이름을 불렀다.


“타르가르!!!”


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갑자기 저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대로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아무리 유물 무기를 손에 넣었다고는 하나 무모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그는 방금 바이락스와의 싸움으로 상처 입은 상태였다.


에이든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병들만 득실거릴 뿐 대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마나는 아그리사가 건네준 것이 전부였다.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며 우글대는 사병들 틈 사이를 뚫고 도비쿠스와 아그리사가 그의 옆으로 왔다.


“아그리사! 도비쿠스님!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치던 아그리사의 표정은 굳다 못해 썩어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을 거로 생각했던 만물의 보주는 보이지 않았고 키가 커 포위당해도 보여야 할 트롤 르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서... 설마!?”


“어떻게든 해보려 했는데 적이 너무 많았어. 이제 어떻게 하지?”


“우선 흩어진 대원들을 모아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끼리 상대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야.”


“그게 무슨 약한 소리야! 어쨌든 이렇게 될 걸 알고 온 것 아냐? 이대로 물러난다, 하더라도 저 미치광이 강령술사는 어떻게 할 건데? 저들이 안식의 사원까지 밀고 올라오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우리 선에서 끝내지 못하면 세력이 더 커질지도 몰라.”


“맞아. 그렇기는 한데...”


“우선은 네 말대로 흩어진 대원들을 모으자.”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고 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대형 보호막을 세워 입구 쪽으로 향했고 구름같이 몰려든 적과 맞서 결사 항전 중인 대원들과 합류했다.


오크대원 6명과 요정은 고작 3명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쿵!!!”


그때 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듯 울렁거렸고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충격으로 건물 전체가 흔들렸으며 천장 일부분이 떨어져 나와 사병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태산 수호자를 든 타르가르가 만들어 내는 작품 중에 일부였다.


“엄청난 힘이군. 전설이 허구가 아니었어.”


아그리사는 도끼를 사납게 휘두르며 또 한 명의 사병을 박살 냈고 곧바로 공격해오는 사병들의 무기를 받아치며 말했다.


“똑똑히 보았겠지? 저게 바로 우리 자랑스러운 선조들이 사용하시던 무기다~ 이 말이야. 후후. 저 정도라면 우리가 이곳에서 조금만 버텨준다면 족장님께서 다 처리하시겠는데?”


“아니. 더 늦기 전에 족장님을 구원하러 가야 해. 태산 수호자가 당해낼 자 없는 전설적인 무기라 하더라도 그 무기를 자가 무적이 되는 건 아니잖아. 결국엔 지치게 될 거야.”


에이든은 날아온 해골바가지에 침을 뱉고 밟아 부숴버리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이것 봐 머리는 멀쩡하잖아. 허무하게도 강령술사의 손짓 한 번에 다시 되살아 날 거라고. 지금 족장님은 놈들을 쓸어버리고 있는 게 아니야. 길을 뚫고 가 강령술사를 죽이고 여왕님을 구하기 위해 가는 건데 제자리걸음 중이라는 거지.”


에이든은 이를 악물고 계속해서 무기를 휘둘렀고 무기를 휘두르는 행위조차 이젠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꺄악!”


여왕을 대신하여 요정을 이끌던 센드리나가 가슴을 움켜잡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졌고 놀란 동료 요정들이 황급히 그녀의 곁으로 내려왔다.


“센드리나님!”


“무리하게 마법을 사용하다가 그런 거니 자매님들 자리를 지키세요.”


또 한 명이 쓰러지자 대원들의 마음속에 좌절감과 함께 신념에 대한 의심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그들의 예리한 공격도 한층 무뎌졌다.


에이든은 남은 마나를 쥐어짜 내 전열에 있던 사병들을 정화하는 빛의 마법을 사용했고 아그리사가 건넨 농축 마나 물약을 마셨다.


그러고는 황급히 센드리나에게 다가가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센드리나님 제가 치유해 드릴게요!”


센드리나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치유 마법을 시전 하려던 에이든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저런 녀석들에게 당할 정도로 전 나약하지 않아요. 단지...”


확고한 의지와 자신감을 내 비추던 센드리나의 얼굴이 금방 슬픔으로 젖어 들었고 그녀의 슬픔이 에이든의 마음속까지 닿자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단지 결속이 끊어졌을 뿐이라 그래요.”


“결속이라면... 설마?”


요정들은 다른 종족들과는 다르게 특이한 방법으로 아이를 낳았는데 꽃처럼 아빠의 꽃가루가 엄마의 더듬이에 닿으면서 씨앗을 만들게 되고 씨앗에서 2~5명이 동시에 태어난다.


씨앗은 대지에 뿌리를 내리게 되고 처음 심장이 뛰는 순간부터 형제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결속되어 같은 영양분을 섭취하며 같은 꿈을 꾸며 자라게 되는 형식이었다.


베라멜과 센드리나는 같은 씨앗에서 함께 나고 자란 자매였고 그녀가 지금 고통을 느끼는 건 베라멜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언니를 느낄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센드리나가 움켜쥐고 있던 가슴에서 손을 떼자 한 대 맞은 듯 붉은 멍이 들어 있었다. 그녀의 날개는 빛을 잃었고 더듬이도 병든 풀처럼 시들시들해졌다.


에이든은 여왕의 부고 소식에도 놀라지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예견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당장에 손을 썼다고 하더라도 멀리서 보아도 그녀의 상처는 심각한 수준이었었다. 게다가 카이스가 원했던 만물의 보주를 손에 넣었으니 그에게 여왕의 목숨 따위는 파리보다 못했을지도.


“사실 언니는 처음부터 당신들에게 눈곱만큼도 기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함께하자며 내미는 손을 거부할 수도 없었죠. 안식의 사원과 함께 최후의 요정족인 저희의 운명이 당시에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보호막은 약해지고 의지를 잃어가는 요정들이 점점 늘어났었거든요. 그렇지만 오크와 그동안 우리가 엄두도 못했던 인간이 레이스들을 상대로 성공적으로 일을 해내는 것을 본 언니는 당신들이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운명이고 여신님이 우리에게 내려주시는 마지막 희망의 빛이라 여겼어요. 어쩌면 정말 해내리라 믿은 거죠. 저도... 그랬고요.”


에이든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요?”


센드리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에이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그녀의 확고한 태도와 대답에 서운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현재 처한 상황으로 봤을 때는 맞는 말이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전 당신들을 믿습니다. 단지 여신의 뜻을 우리가 잘못 해석했다는 뜻이니까요.”


“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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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3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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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30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3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1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6 0 11쪽
»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7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7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9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8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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