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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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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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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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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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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오크원정대(16)

DUMMY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대원들은 하나둘 무기를 내려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땀을 닦고 물통을 꺼내 목을 축였다.


타르가르도 잠시 자리에 앉아 쉬는 듯하더니 전투의 열기가 가시질 않는지 계속 주위를 서성거리며 무기를 휘둘러 댔고 쉬고 있던 대원들도 그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그때 사원 중심부에서 폭발음이 들려왔고 동시에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트롤의 울부짖음이었다.


모두가 놀라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타르가르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으르렁거리며 도끼를 짧게 잡은 뒤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를 낮추었다.


이번엔 에이든도 그와 같은 마음을 품었다. 에이든은 대원들을 보호해줄 보호막을 걸어 주었고 주문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사원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안식의 사원과 마찬가지로 옅은 보라색의 보호막이 사원내에 처져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자 바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원형 형태의 거대한 지붕을 흰색 기둥 수십 개가 아래에서 받쳐주고 있었다.


그 주위로 쓰러진 고목 나무가 서로 뒤엉켜 있었고 그 사이로 몸통과 머리가 날아간 조각상들이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한때는 아름다웠을 이 정원은 죽음과 어둠만 있었다.


정원을 통과해 중앙 건물 안쪽으로 들어온 대원들을 기다리는 건 녹색피를 흘리며 만물의 보주를 끌어안고 보호하고 있는 트롤 르웬이었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오크 사병들과 와이트가 있었고 그 중심에는 바이락스 대족장이 태산 수호자를 들고 서 있었다.


“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 분 계신가요?”


에이든의 물음에 대답 대신 베라멜의 외침만이 사원에 울려 퍼졌다.


“웬디!”


트롤은 뒤를 돌아 다소 빠르게 날갯짓을 하고 있는 베라멜 여왕을 향해 시선을 떨어뜨렸다.


“베라멜? 거기 베라멜이 맞소?”


트롤의 눈은 희뿌연 안개로 뒤덮인 듯 잿빛이었고 앞을 볼 수 없는지 그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희미하게나마 그 형체만 겨우 알아보는 듯했다.


“네. 저에요. 황금내림 골짜기 페릴 트리나의 딸 베라멜이에요.”


베라멜의 또랑또랑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울먹이고 있었다.


르웬은 안식을 찾은 듯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 긴 영겁의 세월이 지났구려. 그대를 이렇게 다시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아니 사실 난 당신이 죽었을 거로 생각했소. 숲을 뒤덮은 더러운 역병이 숲과 가족을 갉아먹고 친구들을 추악한 트롤로 만들어 버렸지.”


베라멜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당신을 구하러 가야 했지만 난 너무 겁이 나서 갈 수가 없었소. 그리고 누군가는 사명감을 가지고 육신을 파고 들어와 뼈와 근육을 뒤틀어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역병을 잠재워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난 이곳에 홀로 남기로 한 거요. 날 용서하지 마시오. 베라멜. 난 실패했소. 그 무엇도 지키지 못했지.”


베라멜은 조심스럽게 그의 팔이 닿을만한 거리까지 날아올랐다.


에이든은 그녀를 말리기 위해 소리를 질렀다.


“베라멜! 뭐 하는 거예요! 놈은 적이라고요!”


트롤은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빛을 보기 위해 눈을 마구 비벼댔고 눈과 머릿속에 담으려 했지만, 더 희미해져만 갔다.


“안돼... 이토록 가까이에 있는데 당신을 볼 수 없다니... 고통스럽구려. 베라멜...”


트롤은 손을 뻗었고 베라멜은 그의 손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젠 당신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그 사명감을 그만 내려놓으세요. 우리가 당신을 도울게요.”


베라멜을 향해 별안간 청록색의 길 다란 팔이 날아와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 커컥!”


“이런 날파리 같은 계집이 감히 다 된 밥을 훔쳐 먹으려 들어? 고얀 것!”


카이스는 지팡이를 움직여 베라멜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고 와이트들은 그녀의 목에 날카로운 검을 들이댔다.


“보주를 내놓거라 트롤이여. 그렇지 않으면 이 벌레의 목을 벨 것이다. 바보가 아니라면 그걸 원하지는 않겠지?”


“아... 안돼! 베라멜!”


“르웬!!! 보주를 넘겨주면 안 돼요!”


베라멜은 목이 졸린 와중에도 보주를 지키려 소리를 질렀고 사력을 다해 찬란하고 성스러운 빛을 내뿜었다.


“크아악! 따가워! 이년이 가만히 있지 못해!”


뿜어져 나오는 빛 에너지에 영향을 받은 카이스의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되살아나 움직이던 사병 중 일부가 부서져 내렸다.


와이트는 베라멜이 더는 빛을 발산하지 못하게 복부에 검을 찔러 넣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검이 배속으로 밀고 들어오자 베라멜은 목이 졸린 채 몸을 파르르 떨었고 녹색피를 내뿜었다.


그러자 빛이 사그라들고 축 늘어졌다. 아직 살아 있기는 하지만 저대로 둔다면 빛의 힘으로도 그녀를 구원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카이스는 베라멜을 내려놓고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지팡이를 앞으로 뻗어 사병들과 와이트들에게 말했다.


“놈들을 처치하고 뼈를 발라 와라!”


바이락스는 태산 수호자를 들어 올렸고 사병들이 대원들과 르웬을 향해 돌격했다.


타르가르는 함성을 내지르며 오크 용사들에게 말했다.


“영광스러운 전투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전사답게 그리고 오크답게 싸워라! 선조들과 빛이 너희를 보호하고 있다!”


요정들은 베라멜을 대신하여 센드리나가 이끌었고 에이든도 무기를 움켜쥐고 적들을 향해 달려갔다.


압도적인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원들은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지켜주며 용감하게 적들의 도끼를 맞받아쳤다.


에이든은 오크들의 기세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제 할 일을 하고 있었지만, 이 싸움이 조금은 무모하다가 생각했다.


물론 만물의 보주를 되찾고 베라멜을 구해내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아무리 뼈밖에 남지 않은 자들을 상대하는 거라고는 해도 적들은 군단이었고 이쪽은 고작 3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목숨을 걸고 처절하게 레이스들을 상대해가며 이곳까지 왔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많이 불리했다.


길게 끌게 되면 불리한 건 이쪽이기에 보주를 보호하며 빠르게 적진을 파고들어야 했다.


요정들의 마법 공격에 앞다투어 달려오던 사병들이 쓰러졌고 대원들이 휘두르는 빛의 공격 앞에 잎이 떨어지듯 우수수 떨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트롤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와이트들 그리고 뒤쪽에서 트롤과 대원들을 향해 암흑 마법을 난사하고 있는 강령술사였다.


가뜩이나 한 번에 3~4개의 무기를 막아내기 바쁜 대원들에게 그의 공격은 가혹했고 치명적이었다.


요정들이 날아올라 그를 향해 가려 해도 궁수들이 쏘는 화살에 맘 놓고 앞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족장님! 인원이 달리는 건 알지만 전 로웬을 도와야 할 것 같습니다. 적들이 로웬을 우선 공격하고 있어요.”


“알겠소! 흐야압!”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를 지켜야 했다. 에이든은 앞을 가로막는 사병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고 아무것도 없던 대기에 거대한 망치가 빛을 뿜어내며 적들을 강타했다.


뼈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에이든은 로웬을 구원하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와이트가 더 빨랐다.


와이트들은 트롤을 둘러싸고 공격을 퍼부었다.


그나마 보주의 힘 덕분에 보호막이 버티고는 있지만 이미 힘을 많이 소진한 듯 보주의 힘은 미약했다.


아마도 대원들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저들을 상대로 꽤 많은 힘을 소진한 듯 보였다.


에이든이 다가오는 걸 확인한 와이트 한 명이 잽싸게 무리를 빠져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에이든의 눈앞에 나타났고 가로로 내려찍었다.


“탕! 크윽! 언제 여기까지...”


“크헬헬! 네놈에게서 따가운 빛이 흘러나오는구나. 하지만 그 빛도 곧 꺼질 것이다.”


“자신만만하군. 그럼 한번 네놈의 실력을 확인해볼까?”


에이든은 그를 밀어내고 자세를 잡았고 빛을 내뿜는 둔기와 방패를 움켜쥐었다.


서로가 서로의 자세를 확인하며 정식으로 맞붙으려 하던 그때 입구 방향에서 화살이 날아와 머리를 관통했다.


“뭐지?”


“내 멋진 활 솜씨를 보았소? 아그리사.”


“그래. 하지만 거기까지야. 지금부터는 내가 활약할 시간이니까.”


“아그리사! 도비쿠스님! 무사하셨군요!”


“우리가 죽기라도 했을까 봐? 우릴 너무 과소평가 한 것 아냐?”


아그리사와 도비쿠스는 멋진 등장과는 다르게 에이든의 옆에 도착하자마자 허리를 숙여 무릎을 붙잡고 숨을 헐떡거렸다.


어디서부터 뛰어 왔는지 땀이 흥건했고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러 머리가 어지러웠다.


“다들 무사하셨군요! 어떻게 된 거예요?”


도비쿠스는 잠시 기다리라는 듯 손가락을 들어 올려 보였다.


“지금... 헉헉... 이 와중에 그딴 게... 헉! 으아! 힘들어... 듣고 싶은거요? 이러다 저 허섭스레기 같은 녀석이 보주를 빼앗기게 되면 어쩌려고.”


“에이든 녀석들은 아주 빠르지만, 실력은 형편없으니 긴장하지 말고 이 누나만 따라오라고. 자 널 위해 준비했어. 농축한 마나 물약이야.”


아그리사는 마나 물약을 던져주고는 손바닥으로 도비쿠스의 등짝 때리며 말했다.


“나 먼저 간다. 힘들면 그냥 집에 가버려. 안 말릴게.”


에이든은 마나 물약을 받아들고는 미소를 지었고 피식 웃으며 도비쿠스의 등을 토닥인 뒤 아그리사를 따라갔다.


“저... 저... 이젠 좀 친해졌다 이건가? 아주 건방져.”


아그리사와 도비쿠스의 등장에 와이트들은 꽤 경계했고 대응하기 위해 무리에서 이탈해 나왔다.


아그리사는 윙크를 하고는 자신의 상대를 향해 달려갔다.


에이든 초반부터 처음 상대하는 날렵한 와이트의 속도에 애를 먹어야 했다. 그래서 공격보다는 수비쪽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


대부분의 공격은 정면 아니면 측면으로 두 발자국 옆으로 돌아 들어왔고 목보다는 몸쪽을 노렸다.


판금을 두른 자를 상대로 몸쪽을 노리다니 그것도 한손검으로 말이다.


아그리사와 도비쿠스의 말대로 속도는 빨랐지만, 전투 기술은 기사를 따라다니며 시중을 들고 교육을 받는 종자들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에이든은 그의 검을 막아내며 호시탐탐 반격할 기회를 노렸고 그가 갑옷 중 가장 단단한 부분인 골반 쪽을 노리며 근접해 왔다.


무기를 휘두르기에는 조금 느릴 것 같고 너무 가까웠다. 그래서 방패로 그의 상체를 공격하고 손을 뻗어 그의 목을 붙잡았다.


“키에엑!”


“드디어...”


에이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을 조르고 있는 손끝으로 힘을 집중시켰다.


공포와 완전한 죽음이 임박해 온다는 걸 감지한 와이트는 비명을 지르며 꽉 조여진 목을 풀기 위해 낚싯줄에 걸린 생선처럼 퍼덕거렸고 에이든은 그에게 빛의 에너지를 주입했다.


그러자 와이트의 눈, 코, 입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얇디얇은 신음을 내뱉으며 산산이 조각났다.


그 사이 아그리사는 능숙하게 한 녀석을 깔끔하게 베어내고 몰려드는 사병들을 상대하느라 바빴고 도비쿠스는 진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고 와이트와 싸우고 있었다.


도비쿠스가 조금 걱정되기는 했지만, 이쪽은 살아 돌아온 두 전사에게 맡기면 될 것으로 보였고 이제 문제는 사병 군단이었다.


쓰러진 놈들의 뼈는 어느새 언덕을 형성해 냈지만, 도무지 적의 숫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지쳐가는 대원들이나 요정들은 한 명씩 쓰러져 갔다.


결정타는 카르가스 대족장이 휘두른 태산 수호자가 땅을 가르고 솟구쳐 오르게 하는 기술이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대원들은 그의 일격에 뒤로 날아갔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정작 휘두른 바이락스나 카이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고 우연히 사용하게 된 것 같았다.


“족장님! 저 유물 무기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이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타르가르는 손바닥에 침을 뱉고 자신의 도끼를 움켜잡으며 각오를 다졌다.


“내게 맡겨주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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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7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9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8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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