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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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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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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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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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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4화 바일라(1)

DUMMY

“평화의 항구에 은거처를 둔 은둔자 길드의 부길드장이고 이름은 바일라라고 해요.”


오베릭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고는 턱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그런 길드는 처음 들어 보는군. 허들슨 들어본 적 있나?”


허들슨은 뒷짐을 진 채 서서 고개를 저었고 다른 선원들도 고개를 저었다.


“하긴 하루에도 몇 개씩 생겨나고 없어지는 게 길드이니 그런 코딱지만 한 길드는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 크흐흐. 보나 마나 형편없는 길드였겠지.”


오베릭을 올려다보는 바일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말투에도 장미꽃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박혀 있었다.


“녹슨 닻 여관은 알고 계시겠죠? 당신의 부하 중 몇몇이 단골손님이었고 크리스탐에게 돈을 받고 왕국 군을 중립지역인 평화의 항구에 끌어들여 파괴한 곳이니 모르는 척할 뿐 모를 리가 없겠죠.”


오베릭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입을 벌리고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 술집! 어허 말끔하게 청소를 해놓고 나간다고 하더니 바퀴벌레 한 마리가 여태 살아 있었군. 그래 밥은 먹고 다니나? 후후.”


“흥!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뭐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죠? 왜 그런 짓을 한 거죠?”


“물어보라고 말도 안 했는데 혼자 다 해 먹는군. 그래 대답해주지. 설마 우릴 봉사단체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우린 해적이야.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지.”


“그렇다면 그나마 다행이네요.”


“응? 뭐가 다행이라는 거지?”


“적어도 악랄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크리스탐의 하수인은 아닌 것 같아서요.”


“하! 당돌하고 야무지지만 지나칠 정도로 무례하군. 개똥 같은 자존심이 좔좔 흐르는 게 꼭 재커리와 대화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너희 둘 다 꼴에 지금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냐?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나 보군. 됐고. 이제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이곳에 온 이유나 말해주실까.”


바일라는 그동안 죽어간 길드원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슬퍼지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격앙된 목소리로 페릴던과 글리아 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해 설명했지만, 길길이 날뛰어야 할 오베릭은 이야기를 듣는 중간중간 지루한지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하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등 진지하게 듣지 않았고 별로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일라와 드메넬이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반응에 이상함을 느꼈다.


“제 언변이 좋은 편은 아니기는 하지만 그렇게 지루해하실 정도로 가벼운 주제는 아닐 텐데요.”


오베릭은 팔짱을 끼고 앉아 배가 고픈지 배를 쓰다듬으며 입맛을 다셨고 의자에 등을 기대 거의 드러누운 자세로 발을 쭉 폈다.


“그렇지. 분명 가벼운 주제는 절대 아니지. 그분께서 내게 아주 큰 상을 내리실 테니까.”


“그게 무슨?”


“이런 복덩이들이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내게 굴러들어오다니. 힘들게 고문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술술 불어주다니 고맙기도 하지.”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평화의 항구로 데려가 왕국에 넘겨줘야겠군. 잘 보관했다가 말이야. 우리에겐 복덩이들아 잘 모셔라.”


바일라는 결박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렇게 쉽게 풀릴 리도 없었고 선원들 2명이 달려들어 그녀를 제압했다.


곧이어 장딴지만 한 몽둥이가 날아와 바일라와 드메넬의 머리를 강타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애초부터 이들은 해적이었다. 드메넬의 아버지가 해적의 원수로서 그들 사이에서 활약했다고 하더라도 명예 따위는 옆집 개 이름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바다의 도적들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결과는 너무 끔찍했다. 그래도 오베릭이라면 아니 그동안 중립을 고수해온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라도 먹힐 거로 생각했었다. 그냥 차라리 해적단이 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면 이 결과를 바꿀 수 있었을까?


몽둥이를 맞은 뒤통수와 목덜미 부근이 뻐근했고 손과 발은 여전히 묶여 있었으며 감옥 안쪽에서 구슬프게 울고 있는 마리트의 음성만 들려왔다.


흙냄새가 창살 사이로 스며들었고 빗소리와 바람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지하는 아닌 듯했다.

결박만 풀어낼 수 있다면 탈출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캄캄한 감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생각을 하던 그때 강한 비바람을 뚫고 누군가가 감옥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감옥 앞을 지키고 있는 선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누구냐! 멈춰서서 후드를 걷어 신분을 밝혀라!”


“나야 재커리.”


“갑판장님. 곧 태풍이 섬을 강타할 텐데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재커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로 오긴 알면서. 아까 멀리서 어렴풋이 봤는데 반반하게 생긴 포로 하나가 있던데. 재미 좀 볼까 해서 말이야.”


“아... 갑판장님. 안됩니다. 그러다 제독님이나 다른 선원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저흴 괴수어의 먹이로 던져 버릴 거라고요.”


재커리는 소매 안에 손을 집어넣어 꼼지락거리더니 빛나는 금화를 꺼내 선원들에게 내밀었다.


“금화 하나씩 받고 들여보내 줄래? 아니면 전 함대 갑판을 둘이서 닦아볼래?”


금화에 눈이 휘둥그레진 선원은 잽싸게 금화를 집어 호주머니에 넣고는 슬금슬금 길을 열어주며 말했다.


“둘이서 닦는 건 아무래도... 딱 20분입니다. 더는 저희도 안 돼요.”


“고마워. 친구들 특별히 이번 주말에 쉬게 해줄게.”


“흐흐흐. 약속하신 겁니다.”


“이래뵈도 제독의 아들이라고. 약속은 지켜.”


바닷바람에 부식되어 녹이 슬 대로 쓴 철문이 ‘끼리릭’ 거리며 열렸고 재커리라는 자가 감옥 안으로 들어와 벽에 걸린 등불을 켜자 철문이 닫혔다.


바일라보다 조금 큰 키를 가진 재커리라는 남자는 곧장 감옥 중간쯤에 위치한 감방에 갇혀있는 바일라를 향해 걸어왔고 등불을 들어 바일라를 향해 비추었다.


그는 사지가 벽에 묶여 매달려 있는 바일라를 바라보고는 열쇠로 감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고 안으로 들어와 그녀가 잘 결박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바일라는 그가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있는걸 확인했고 틈이 나면 그를 어떻게든 때려눕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가 어리석은 행동을 해주길 바랐다.


그때 하늘 바다가 두 쪽으로 갈라지기라도 하듯 콰광거리며 번개가 내려치고는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렸다.


천둥소리에 놀란 재커리는 잠시 멈칫했지만, 다시 바일라를 향해 슬금슬금 걸어왔고 바일라는 비명을 지르는 연기를 하며 발버둥 쳤다.


감옥 밖에 서 있는 선원들은 낄낄거리며 웃었고 재커리는 재빨리 다가와 재갈을 물고 있는 바일라의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쉬이~ 비명을 지르는 건 좋지만 너무 크게 지르지는 마세요. 거대한 태풍이 섬 위를 돌고 있지만 바람을 타고 소리가 섬 곳곳으로 퍼져 나갈 거예요. 그렇게 되면 우리 둘 다 죽을 거예요.”


바일라의 비명에 감옥에서 가장 구석진 감방 안에 갇혀 울고 있던 마리트는 자신 말고도 누군가 감옥에 함께 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꼈는지 눈물을 닦고 훌쩍거리며 재갈 때문에 정확한 발음이 힘이 듦에도 몸을 휘감은 불안감과 공포를 떨쳐내려 계속 말을 걸어왔다.


재커리는 바일라의 입안 깊숙하게 들어가 있는 재갈을 풀어주며 말했다.


“부탁이니 소리 지르지 마세요. 알겠죠?”


“푸하!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고 이러는 거지?”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을 도와드리려는 거예요.”


“어... 어째서. 당신은 오베릭 제독의 아들 아냐? 지금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 중요한 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곳을 빠져나가 섬을 탈출하는 거죠.”


재커리는 로브 속에 숨겨온 단검을 꺼내 바일라를 구속하고 있는 밧줄을 끊어 그녀를 풀어주었고 그녀에게 감방과 감옥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꾸러미와 손에 단검을 쥐여주었다.


“이걸로 아이의 엄마도 풀어주세요. 당신의 무기를 되찾을 시간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보호할 수단은 있어야 하니 단검도 가지고 계시고요. 경비병들은 제가 처리하죠.”


“진심이야? 발각되면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당신들이 이곳에 오기 며칠 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일이에요. 단지 인원이 늘었을 뿐이죠. 시간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드릴게요. 감옥을 나가면 감옥 뒤편으로 활동을 멈춘 화산이 보일 겁니다. 그 아래에 있는 정글을 가로질러 가면 해안이 나올 거예요. 해안 따라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제 친구 핀트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거기에서 봐요. 전 당신의 친구와 아이를 데리고 갈게요. 태풍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에 가야 하니 서두르죠.”


재커리는 감옥 입구로 걸어가 문을 두드렸고 선원은 문을 열어주었다. 강한 비바람이 감옥 안으로 밀려 들어왔고 바일라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감옥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기도 전에 선원들은 재커리의 마법에 쓰러졌다.


재커리는 쓰러진 병사들을 일으켜 의자에 앉히고 바일라에게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나와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바일라는 마리트와 함께 감옥을 빠져나와 재커리가 말한 방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몸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의 비바람이 옷깃을 붙잡고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날아드는 빗물과 부유물이 시야마저 차단시켜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지만 계속 달렸다. 혼자였다면 더 쉽고 빨랐겠지만 마리트와 함께 가려니 좀처럼 속도를 낼 수 없었고 밤이 깊어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돌부리에 걸려 마리트가 넘어졌고 조급함에 바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다그치며 팔을 끌어당겼다.


“마리트! 빨리 일어나요! 이렇게 가다가는 해안에 도착하기도 전에 놈들에게 붙잡히고 말 거라고요! 미치겠네.”


“미... 미안해요. 결혼하고 이렇게 힘껏 달려본 적이 없어서 그래요.”


애석하게도 평범한 여자의 삶이란 결혼 이후엔 출산과 육아 그리고 끝이 나지 않는 집안일로 이어졌다.


바일라도 그 삶을 잘 알았다. 할머니도 그랬고 어머니도 그랬으니까. 미처 그 생각을 못 하고 급한 마음에 그녀에게 윽박지른 것 같아 미안했다.


“미안해요. 마리트. 소릴 질러서.”


바일라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워주었고 전력으로 달리되 최대한 그녀의 속도에 맞춰 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해안에 도착했고 푹푹 빠지는 젖은 해변을 따라 북서쪽으로 달려가던 그때 정글 쪽에서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놈들이 오고 있어요. 마리트. 조금만 더 힘을 내줘요.”


하지만 이미 체력의 한계를 넘어선 지 한참이나 된 그녀에게 그런 힘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지금도 거의 끌려가고 있는 수준이었다. 마리트는 바일라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바일라. 이러다가 둘 다 죽어요. 절 두고 그냥 가세요.”


바일라는 뿌리치는 마리트의 손을 다시 잡고 어떻게든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자 끌어당겼지만, 바위처럼 무거웠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부탁이에요. 놓아주세요. 대신 내 아이 론지만은 꼭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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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바일라(3) 22.12.30 36 0 11쪽
145 145화 바일라(2) 22.12.27 31 0 11쪽
»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0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4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2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2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0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6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5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6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5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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