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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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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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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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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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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0화 위슈트리나(1)

DUMMY

“위슈트리나. 저번 일도 그렇고 반역자 게일의 잔당을 정리하는 일도 그렇고 늘 해오던 대로 아주 깔끔하게 잘 해줬어. 역시 자넨 최고라니까.”


“미천한 부모의 여식에게 이토록 과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지난 진급심사를 앞두고 내뱉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내뱉자 기분이 확 상한 그녀는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성질을 죽이지 못해 시퍼런 독기를 뿜어냈다.


그녀의 날 선 대답에 기분이 언짢아진 로드너는 눈에 힘을 주고 위슈트리나를 노려보았다.


“날 아직 임관 동기라 생각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미천한 부모의 여식은 윗사람을 공경하는 법도 배우지 못하는 건가?”


위슈트리나는 열중쉬어 자세를 유지한 채 정면에 있는 창가를 응시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로드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이번엔 정말 진급시켜 주려고 노력했다고. 하아~ 미안하네. 하지만 어쩌겠는가. 로디네스 숲에 불의 군대가 쳐들어와 사령관 자리와 기사대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는데. 촌구석으로 가는 건 죽어도 싫다며. 그러니 다음을 기약하자고.”


“작년에도 그러셨죠.”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자네 진급을 내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다음번에도 안 되겠네요.”


위슈트리나는 가슴 위쪽에 달린 계급장을 떼어내 로드너의 책상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지금 뭐 하는 건가? 상급기사.”


“퇴사하겠습니다. 되도록 빨리 처리해 주시고 퇴직금도 정확하게 정산해 주십시오.”


그 말을 남기고 위슈트리나는 다시 한번 절도있게 경례를 올린 후 뒤돌아 문고리를 잡았다.


“위슈트리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문을 밀고 나가자 묵직한 무언가가 ‘쿵’하며 문에 부딪혔고 그곳에는 오랫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일해온 중기사 로운이 문에 부딪혀 쓰라린 머리를 감싸 쥐고 신음하고 있었고 그의 뒤에는 하급기사 베이먼도 함께 있었다.


“뭐하냐?”


“어... 대장. 나오셨네요.”


위슈트리나는 두 머저리를 희번덕거리며 쳐다보고는 고개를 ‘훽’ 돌려 가버렸고 로운과 베이먼은 기사대장 로드너에게 경례를 한 후 문을 닫고 그녀를 뒤쫓아 갔다.


사령부를 나오자 아래에 있는 연병장에서 임관한 지 3주밖에 되지 않은 햇병아리 기사들이 조교의 동작을 따라 하며 훈련을 하고 있었고 위슈트리나는 물방울 모양으로 잘 다듬어진 향나무 아래에 서서 막대사탕의 비닐을 벗기고 있었다.


“또 연근 사탕을 드시고 계세요? 하나 남는 게 있으면 저도 하나 주세요.”


위슈트리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리고는 사탕 하나를 그에게 베이먼에게 건넸다. 베이먼은 이빨로 비닐을 물어뜯고는 허겁지겁 입안에 사탕을 넣었다.


“대장 어머니의 손맛은 어쩜 이렇게 좋으시죠? 이 연근 사탕은 정말 특이해! 아! 그나저나 어떻게 되셨어요?”


로운은 베이먼의 불룩 튀어나온 똥배를 팔꿈치로 가격하며 말했다.


“멍청이야! 대장 표정 보면 몰라?”


“그럼 뷔페에 못 가는 거예요? 오늘 대장 진급하면 뷔페에 가는 줄 알고 아침도 안 챙겨 먹고 왔는데... 아!... 현기증도 나고 식은땀도 흐르고 보세요. 손도 지금 파들파들 떨린단 말이에요. 기절할 것 같아!”


“그러게 왜 아침도 안 먹고 온 거야! 돼지야.”


“형님이 오늘 대장 무조건 진급한다고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배 터지게 먹게 해준다고 해놓고선. 우이씨!”


“어라? 얘 봐라? 잘하면 한 대 치겠다?”


“계급장 떼고 한 번 해볼까요!?”


위슈트리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두통에 이마를 ‘탁’ 치고는 혀를 끌끌 차며 사탕을 오른쪽 볼에 몰아넣고는 가버렸다.


“어? 대장. 어디 가세요!”


위슈트리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매섭게 노려보며 경고했다.


“따라오기만 해. 확 묻어 버릴 테니까.”


묻어 버린다고 경고하는 건 정말 그녀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다는 말이었기에 로운과 베이먼은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그만두실 거예요? 농담이시죠?”


“복도에서 다 듣고 있었잖아.”


“한 번만 더 재고해 보시는 게...?”


“안 해! 안 한다고!”


“형님. 대장이 정말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어떻게 하죠?”


“네가 눈치 없이 뷔페 얘기를 꺼내서 그렇잖아! 멍청이야!”


“아... 싼 거 먹어도 되는데... 가서 다시 말할까요?”


“됐다. 너랑 무슨 이야기를 하냐.”


그렇게 위슈트리나는 혼자서 병영으로 돌아갔고 짐을 챙겨 고향 집으로 돌아갔다.


- - - - -


며칠 후 오랜만에 거식 소파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부스스한 몰골로 눈을 뜬 그녀는 입에 닭 다리를 물고 질겅질겅 씹고 있는 아빠 조엘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지그시 딸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우리 공주님. 일어났어? 밥 먹어.”


마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고 그녀는 졸린 눈을 비비며 소파에 앉아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고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며 기지개를 켰다.


“흐으응~ 끄아아아!”


위슈트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쯤 감긴 눈으로 아버지 조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팔짱을 낀 후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주방으로 걸어갔다.


‘달그락 달그락.’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매콤한 향기가 코를 지나 침샘을 자극했다. 지금의 이 감각이라면 2마리 정도는 너끈히 먹어 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식탁 앞에 도착하자 조엘은 자연스럽게 딸이 앉을 의자를 빼주었고 그녀가 의자에 앉으려 하자 식탁 쪽으로 밀어주었다.


위슈트리나는 투명한 잔에 물을 붓고 입안에 머금을 만큼 넣은 뒤 목을 뒤로 젖혀 시원하게 입을 헹군 뒤 꿀꺽 삼키고는 입을 알 수 없는 국물이 묻은 소매로 ‘슥’ 닦았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먹기 전 해왔던 그녀만의 의식이었지만 군 입대 후 식사예절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몰래 화장실에서 하고 나서 식당으로 들어갔지만 집에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위슈트리나는 잔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기 위해 포크를 집어 들자 조엘이 깨소금이 뿌려진 닭볶음탕 한 접시를 앞에 놓아주었다.


“우리 공주님. 많이 먹어.”


“응. 아빠 고마워.”


“대장 맛있게 드십시오.”


“쩝쩝... 부디 천천히 드세요. 대장.”


“그래. 너희도 맛있게 먹어.”


위슈트리나의 동공이 확장되며 흔들렸고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내질렀다.


“끼야아아아아악!”


그 순간 엄마 낸시의 손바닥이 날아와 정수를 때렸다.


“놀랬잖아! 계집애야!”


아픈 것도 잠시 위슈트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옆자리에는 로운과 그 옆에는 입에 빨간 양념을 묻힌채 누가 뺏어 갈까 봐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는 베이먼의 모습도 보였다.


엄마의 사랑스러운 손맛으로 아픔을 느껴 꿈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위슈트리나는 한 번 더 볼을 꼬집어 확인했고 역시나 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얼굴이 불게 달아올랐다.


“집에선 공주님으로 불리시는군요. 그리고 옷에 뭔가 많이 튀어있고 식사 전에 물로 헹구시고 참... 군에서는 숨 막힐 정도로 각 잡힌 모습을 보이시더니 집에선 다른 사람이시네요. 동생분이 있나 했어요. 소개해달라고 할 뻔...”


“너... 너희들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밥 먹는데요. 쩝쩝.”


로운은 윙크했다..


“아니! 미친놈들아, 궁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할 놈들이 왜 여기 와서 밥을 처먹고 있냐고!”


로운은 눈을 끔뻑거리고는 말했다.


“때려치웠어요.”


“왜!?”


“의리가 있지 누나가 그만뒀는데 우리도 그만둬야죠.”


“... 의리는 개뿔! 야! 헛소리하지 말고 지금 당장 돌아가.”


“너나 돌아가 이년아! 곰처럼 집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지 말고 아니면 시집이라도 가던가. 윗동네 만둣집 아들 스캇이라는 청년이 있는데 성실하고 건실하다더라. 시집이라도 가서 얌전하게 만두나 빚으며 아들, 딸 구분 없이 다섯 명 정도나 낳고 살아.”


“아 싫다고 몇 번이나 말하는 거야!”


낸시는 국물이 뚝뚝 떨어지는 국자를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이년이 어디서 눈을 부라리면서 바락바락 대들어! 딱 결정해. 너도 다시 돌아가든지 아니면 시집을 가던지.”


조엘은 강인한 전사처럼 국자를 들고 딸을 살해하려는 아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어허~ 여보. 살살해요. 손님들도 계시는데.”


“이거 안 놔? 너도 쫓겨나고 싶어?”


“음... 아뇨. 그냥 밥 먹을게요.”


“저... 저희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냥 투명인간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어머니.”


위슈트리나는 아버지 조엘과 로운을 번갈아 보며 째려보았고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식사에 열중했다.


“하여튼 도움이 안 돼! 내가 이 집구석 나가던지 해야지.”


“당장 나가. 이년아!”


위슈트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이먼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만 먹어 돼지야. 닭 다리는 지가 다 처먹고 앉아 있네. 건방진 놈. 그리고 지금 대장이 얻어터지고 있는데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다 따라와!”


“야! 너 얘기하다 말고 어디가!”


“여사님께서 나가라고 하셨잖아요! 다시 출근하면 될 거 아니에요. 어휴 정말!”


위슈트리나는 로운과 베이먼을 바깥으로 쫓아내고 검과 갑옷을 대충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고 문이 ‘쾅’하고 닫혔다.


“야이! 계집애야. 지금 반항하는 거야!? 다시 안 들어와!?”


위슈트리나는 문을 다시 열어 고개만 빼꼼 내밀고는 말했다.


“아니야... 바람 때문에 세게 닫힌 거라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사라져!”


“응... 엄마 사랑해~”


“사랑은 개뿔!”


위슈트리나가 떠나가자 집안 공기는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낸시는 씩씩거리며 조엘을 노려보며 말했다.


“누굴 닮았는지... 쯧쯧.”


“누가 봐도 자기 판박이인데... 설마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막상 가버리니 서운하죠?”


“흥~ 시끄러워요. 밥이나 드세요. 썩을 년. 밥이나 다 먹고 가지...”


분네 못 이겨 집을 박차고 나오기는 했지만 위슈트리나는 갈 곳이 없었다. 이미 퇴직 처리가 완료되어 퇴직금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이렇게 내 처지니 우울했고 서운함이 몰려왔다.


지금껏 국가의 안녕과 질서 그리고 자신의 명예를 좇으며 아등바등 살았던 지난 시절이 덧없이 느껴졌고 운명의 길이라 믿고 걸었던 길 한복판에 멈춰서자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어느 방향으로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그녀는 동료들의 부름에도 응답하지 않고 묵묵히 언덕을 걸어 내려와 어느덧 대로변에 도착해 있었고 걸음을 멈추었다.


위슈트리나가 걸음을 멈춘 이유는 고르곤 숲을 향해 진군하는 병사들 때문이었다.


“로운.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위슈트리나의 앞을 지나가는 병사들은 군내에서도 한 덩치 하는 베이먼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하나같이 모두 다 거구였고 차이가 있다면 큰 몸집 대부분을 말랑말랑한 지방 덩어리의 비중이 큰 베이먼과는 다르게 탄탄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성난 고르곤 수컷이 정면으로 달려와도 코웃음 치며 거뜬하게 제압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앞쪽의 병사들만 그런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병사하는 진군하는 내내 조금이라도 작거나 왜소한 병사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4년을 복무한 그녀도 이런 괴물 군대가 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살집이 붙은 헛소문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상한 건 또 있었다. 이들의 존재를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는 듯이 하던 일도 멈추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하며 손을 흔들어 대는 주민들이었다.


마치 미리 나와서 병사들에게 격려하여 그들에게 용기와 사기를 북돋아 달라고 요청이라도 한 것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집 밖으로 나와 진군하는 병사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로운. 저들에 대해 좀 알아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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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5화 바일라(2) 22.12.27 32 0 11쪽
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3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3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1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7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9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8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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