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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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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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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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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3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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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바일라(3)

DUMMY

그 뒤로도 그의 손은 멈추지 않았고 이번엔 계란프라이 이불을 덮고 있는 볶음밥을 손으로 한 움큼 집어넣더니 그걸로도 모자라 다는 듯 더 많은 음식물을 입안에 욱여넣었고 그의 입은 복어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그가 식사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괴로웠고 바일라와 재커리는 아에 고개를 돌려 버렸다.


코를 자극하는 음식 냄새와 우적우적 씹고 있는 소리 때문에 정신이 흐트러졌고 바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고기 한 점을 집고 있었다.


“바일라님!”


“아... 이게 언제부터 제 손에 있었죠? 하하...”


창살이 촘촘하게 박힌 작은 창 틈으로 무기와 무기가 맞닿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고 서걱서걱 육신을 도륙 내는 소리와 함께 얕은 비명이 들려왔다. 곧이어 영혼을 잃은 육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놈들이 우리 바로 옆에 온 것 같아요. 그래도 최소한 미쳐서 크리스탐을 섬길 바에야 놈들에게 잡아먹히는 편이 낫겠죠?”


“가죽이 벗겨져서 놈들에게 잡아 먹힐 바에야 저는 그냥 혀를 깨물겠습니다.”


교활한 리자드는 사냥을 하는 데에 있어선 능수능란한 전사들이었고 기민하고 지능적이어서 마법사나 궁수들을 상대로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종족이라고 정평이 나 있었다.


해적들이 아무리 바다에서 날고 긴다고는 하나 여긴 육지였다. 제대로 된 성벽하나 없는 이런 곳에선 리자들을 상대로 싸워 이길 승산은 희박했다.


그동안 늪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체조건 때문에 주변 국가들이나 모험가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 그렇지 사실 안드릭스 대륙에서 마녀라고 불리는 로를리족 다음으로 경계해야 할 종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째서인지 옛 글런드족처럼 그들의 고향인 드라코니아를 벗어나 바다를 건너 이곳 해적의 섬까지 도달해 사냥을 즐기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로디네스 숲을 뒤흔들어 놓았던 불의 군대의 마수가 이번엔 드라코니아까지 뻗쳐 리자드들을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염려되었다.


“안에 뭐가 있나 살펴보자.”


“네. 장군님.”


리자드 전사는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왔고 사람이 있는 걸 확인하자 맛있게 요리를 해먹을 생각에 들떴는지 씨익 웃으며 바일라에게 다가왔고 혀를 날름거리며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오호! 여기 인간 여자가 있습니다. 잔 근육도 많은게 아주 쫄깃하겠는데요!”


쉬베닉스는 스르륵 다가와 전사를 거칠게 밀어내며 말했다.


“항복하는 자들은 포로로 데려간다. 군침 흘리지 마라.”


“네!? 진심이십니까? 인간의 가죽을 벗겨 빛에 말려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주인님의 명령이다. 쿼리스. 정 먹으려거든 죽은 녀석들의 다리 정도는 챙겨도 좋다. 하지만 노예로 쓸 인간은 남겨둬야 한다. 놈들을 배로 끌고 가라. 난 근처에 싸우고 있는 형제들에게 가겠다.”


“네. 알겠습니다...”


쉬베닉스가 나가자 쿼리스와 동료들은 구시렁거리며 쉬베닉스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손가락으로 욕을 했다.


“혼자서 재미라도 보겠단 건가? 우리만 여기에 남겨 놓고? 화살이나 맞고 콱 죽어버려라!”


“크하하! 이봐 쿼리스 들리겠어. 적당히 하라고.”


“듣든지 말든지. 쳇!”


쿼리스는 욕을 내뱉으며 창을 휘둘러 벽에 고정된 쇠사슬을 끊어 바일라와 일행을 풀어주었고 밧줄로 묶어 밖으로 끌고 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명이 줄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세네리엘의 빛에 눈을 찡그렸고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전장의 함성은 아직 섬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리자드들이 내지르는 괴기한 울음소리가 해적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어서 걸어라. 이 약해 빠진 놈들아!”


전사는 바일라의 어깨를 밀었고 그녀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걸음걸이로 어기적어기적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배가 고파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을 지경이었고 그동안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먹지 못해 입술은 갈라지고 입안은 사막을 떠서 옮겨 놓은 것 같이 퍽퍽했다.


“동작 봐라! 굼벵이를 구워삶아 먹었나.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해?”


“헉... 헉... 물 한 모금만 주시겠어요? 그럼 지금보단 더 잘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닥치고 걸어라! 맛있게 생긴 년아.”


리자드 전사는 허리춤에 찬 채찍을 꺼내 움켜쥐고 바일라의 등을 내리쳤다.


‘짜악!’


“꺄악!”


바일라가 쓰러지나 서로 연결된 밧줄 때문에 재커리가 넘어졌고 이어서 드메넬도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것들이 빨리 안 일어나? 지금 반항하는 거야!? 오냐 좋다. 사냥도 못 하고 인간 고기도 못 먹고 하찮은 노예들이나 옮기고 있어 짜증 났는데 잘됐다. 이 더러운 기분을 네놈들에게도 나눠주마.”


‘짜악! 짜악! 짜악!’


이미 걸레짝이 되어있던 몸에 채찍질은 치명적이었지만 고통을 신음할 힘도 버둥거릴 힘도 없었고 그가 빨리 지쳐 채찍질을 멈추는 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을 잃어가던 그때 왠 인간 여자의 무거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멈춰라.”


채찍을 휘두르던 전사와 옆에 있던 다른 리자드들은 기겁하며 바일라처럼 바닥에 바짝 엎드리더니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주... 주인님!”


리자드들이 인간 여자를 주인으로 모실 리가 없었고 꺼져가는 의식 속에 바일라는 환청을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을 땐 정말로 그녀의 눈앞에는 높지 않은 신발을 신고 로브를 입고 있는 인간 여자가 떡하니 서 있었고 그 여자는 다름 아닌 행방불명되었었던 류미였다.


환청이 들리다 못해 환영까지 보게 되자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았다.


“으으... 제발 물 한 모금만... 부탁이에요.”


“이년이 아직도!”


류미의 손에서 전기가 번쩍이더니 어느새 채찍을 들고 있던 전사의 몸을 휘감고는 통구이로 만들고 있었다.


“끄아악!”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꼭 매를 들어야 말을 들어요.”


바일라의 눈동자가 완전히 초점을 잃고 스르륵 돌아갈 때 그녀의 입술에 무언가 닿았고 미지근한 물이 밀려 들어와 메마른 사막을 시원하게 적셨다.


바일라의 눈이 번쩍 뜨였고 그녀는 갓 태어난 송아지가 어미 소의 젖을 갈망하듯 이빨로 물통의 주둥이를 물고는 쭉쭉 빨아 당겼다.


여태껏 살면서 수백 가지의 훌륭한 요리들을 맛보았지만, 이 물 한 모금에 비할 수가 없었고 이 한 모금은 바일라를 즐겁고 황홀하게 했으며 낡을 대로 낡은 기존의 몸을 버리고 그 몸에서 새로운 자아가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류미는 물통을 들어 물이 더 잘 나올 수 있게 통을 위로 들어 올려주었고 그녀의 명령에 따라 호위병도 물통을 열어 재커리와 드메넬에게도 물을 먹여주었다.


물통 안의 물을 절반쯤 정신없이 마시던 그때 류미는 바일라의 입에서 행복을 빼앗아 갔다.


며칠 동안 물도 식량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쫄쫄 굶은 바일라에겐 턱없이 모자라는 양이었지만 목을 축이고 몸을 일으켜 걸을 수 있을 정도로는 충분했다. 하지만 드메넬은 조금 달랐다.


그는 리자드가 입에 물고 있는 물통을 빼앗아 가려하자 한 마리의 짐승처럼 공격적으로 으르렁거렸고 바닥에서 빙글 돌아 리자드의 다리를 걷어차며 광기에 잠식된 것처럼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고 류미는 일어나서 드메넬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두 사람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죽여. 노예로 쓸 포로도 너희가 먹을 여분의 다리 한쪽도 챙기지 마. 속이 썩었어. 먹으면 분명 탈이 날 거다. 다른 장군들에게도 지금 바로 전달해.”


“네. 주인님.”


렉스크는 드메넬의 앞으로 걸어가 그의 심장에 삼지창을 찔러 넣었고 드메넬은 광기를 멈추고 바닥에 축 늘어졌다.


“안돼! 류미님 무슨 짓을 하시는 거예요! 드메넬은 저의 동료라고요!”


렉스크가 바일라를 향해 창을 돌리자 류미는 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내 지인이니 살려둬. 부상이 심한 것 같으니 미스낙에게 보내.”


“알겠습니다. 뭣들 하느냐. 함선으로 호송하라. 저항하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지만 죽이지는 말도록!”


류미는 한 번도 바일라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고 렉스크와 함께 해적들의 본거지로 걸어갔다.


자신을 볼 때면 늘 부담스러울 정도의 콧소리와 환한 미소를 띠며 팔을 벌려 달려들던 류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겨울 호수만큼 시릴 정도로 차갑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온몸이 오싹한 냉혈 인간이 되어있었다.


못 본 사이에 못 알아볼 정도로 흑화되어 있는 류미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쓰렸고 바일라는 슬픔과 증오의 오라를 은은하게 흩뿌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류미가 가지고 있던 검은책. 분명 그 저주받은 물건에서 부정한 마력이 흘러나와 류미를 잠식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저 극악무도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리자드들이 류미를 주인으로 모시고 또 류미는 저들을 데리고 드라코니아 근방도 아닌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이 섬을 어째서 공격하고 있는 것인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해적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기 위함도 아닌 것 같고 이 섬을 거점으로 삼기 위함일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왜 무엇을 위한 거점이 필요할까? 어디를 공격하기 위한 거점일까? 미넬리아? 아니면 평화의 항구? 그 다음은? 생각할 것이 많았다.


지금은 재커리와 함께 뭔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우선 류미를 설득해보고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면 데일러스가 남겨 뒀을지 모를 편지를 찾아 멜브론으로 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분명 바일라를 알아보았고 감정이 남아 있으니 도와준 것이었다. 다시 류미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설득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리자드들은 바일라와 재커리를 끌고 그들이 타고 온 거대한 함선으로 데리고 가 사제로 보이는 복장과 장신구를 차고 있는 리자드 여성에게 데려갔고 결박한 밧줄을 풀어주고는 재커리를 칸막이가 처져있는 침대에 눞힌후 밖으로 나갔다.


미스낙이라는 여사제의 상냥한 미소속에도 바일라와 재커리처럼 공포가 서려 있는 것이 보였다. 어쩌면 새로운 친구이자 조언가를 사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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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6화 바일라(3) 22.12.30 37 0 11쪽
145 145화 바일라(2) 22.12.27 31 0 11쪽
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0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4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2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0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6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5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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