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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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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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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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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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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화 내전(4)

DUMMY

“대족장님. 갈색바람 부족과 푸른갈기 부족이 저희를 공격하고 있고 기병 대장 마즈타가 전사하면서 측면이 뚫려 적들에게 완전히 노출됐습니다.”


만개해 있던 대족장의 얼굴에 처음으로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아직 입가에 미소만큼은 희미하게나마 빛나고 있었다.


“왕국군은? 왕국군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정찰병은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운 듯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망설였고 로그닐은 그의 뺨을 후려치며 역정을 냈다.


“우물쭈물하지 말고 대족장님께 사실대로 고하거라!”


정찰병은 억울한지 뺨을 어루만지며 눈물이 가득한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다.


“자신들의 요새에 틀어박혀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뭐라고!? 어째서?”


한껏 움츠러든 정찰병을 대신해서 코르두스가 그의 질문에 대신 대답했다.


“동족 간의 싸움을 통해 오크의 숫자를 줄이려는 수작 같습니다.”


대족장의 얼굴에는 더 이상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고 충격받은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왕께서 놈들을 처리할 지원군과 오크의 옛 영토를 되찾아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코르두스. 이 멍청한 녀석을 대신해 가서 왕국군을 데리고 와라. 아마 저쪽에선 이쪽 상황을 잘 모르는 걸 수도 있어. 가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려야 한다. 지금 당장 가라!”


“네... 알겠습니다.”


대족장이라는 이름의 빈 껍데기만 남은 요르그는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장군들의 그늘 속에 파묻혀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반면 타르가르는 최전선에 서서 병사들을 이끌고 있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타르가르는 사방이 막힌 알을 뚫고 나와 과거의 나약했던 모습을 버리고 진정한 대족장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코르두스는 이 싸움은 이미 기울었다고 생각했고 승산이 없는 전장을 떠나 반드시 살아남기로 마음을 먹었다. 늑대에 올라타 유유히 전장을 빠져나갔다.


“요르그!!!”


천둥이 내려치듯 쩌렁쩌렁한 타르가르의 목소리로 전장을 압도했고 곧이어 다시 땅이 흔들거리더니 아군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솟구쳐 올랐다.


“어디 숨어 있는 거냐. 이 비겁한 겁쟁이 녀석아! 네놈이 진정 대족장이라면 쥐새끼처럼 숨어 있지 말고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라. 네가 팔아넘겨 죽어간 백성들의 영혼을 대신해 정의의 심판을 내려줄 것이니 나와서 달게 받아라!”


요르그는 반짝반짝 잘 손질된 장군들의 갑옷을 통해 공포에 휩싸여 도축장에 끌려온 한 마리의 소처럼 벌벌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장군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비난을 쏟아붓고 있는 것만 같아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리를 파들파들 떨었다.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자존심과 굴욕감에 대족장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아들 로그닐이 어느덧 앞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주어 간신히 이성의 끈을 잡을 수 있었다.


“대족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국군만 제시간에 도착해 준다면 저 건방진 타르가르도 끝입니다.”


“그... 그래. 전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지금 즉시 저... 저자의 목을 베어오는 자는 이 자리에서 대장군으로 임명하겠다.”


단 일격에 십여 명이 나가떨어지는 판국에 제아무리 강심장을 가진 용맹한 전사라 할지라도 감히 덤벼들기는 힘들었다.


스스로가 말하면서도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누군가라도 나서서 이 위기를 극복할 희망을 주기를 소원했다.


하지만 한 마리의 맹수처럼 떵떵거리며 서로를 견제하고 힘을 과시하던 장군들은 언제부터 그리 친한 사이가 된 건지 따닥따닥 어깨를 맞대고 서서 눈치만 살피며 요르그의 눈에 띄지 않으려 기를 썼다.


그런 한심한 장군들의 태도를 보다 못한 로그닐은 도끼를 움켜쥐고 요르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말했다.


“아버지. 놈은 지금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괴물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신이 된 건 아닙니다. 제가 놈과 자웅을 겨루며 왕국군이 올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겠습니다.”


한 줄기의 빛이 요그르의 민머리에 닿은 듯 따사로움이 느껴졌고 요르그는 손을 뻗어 바위처럼 단단한 아들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워주었다.


“그래. 네가 왜 부족장의 자리에 앉아 있는지 이 한심한 놈들에게 보여주어라.”


로그닐은 늑대에 올라타 기세등등하게 함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부대원들과 함께 전장 속으로 사라졌고 잠시 후 늑대의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에이든은 피 칠갑이 된 타르가르의 팔을 붙잡았다.


성난 그의 팔뚝은 용광로에 달궈진 쇳덩이처럼 뜨거웠고 악력만으로도 사람의 머리통 정도는 우습게 으깨버릴 수 있는 고릴라처럼 탱탱하게 팽창되어 있었다.


이건 빛의 힘이 아니었다. 유물 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우면서도 위험한 힘이었다. 그가 그 힘에 혹여나 지배되고 있는 건 아닐지 염려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고 그는 그간 억눌려져 있었던 감정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타르가르님.”


타르가르의 팔을 잡은 에이든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뛰던 그의 맥박이 안정화되며 타르가르는 반 토막 난 로그닐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지금은 복수의 시간이 아닙니다. 이곳을 돌파해 바할랜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에 집중하시죠.”


타르가르는 저 멀리 장군들의 틈에 섞여 있는 요르그를 으르렁거리며 바라보며 흙먼지로 뒤덮인 입안을 물로 말끔히 헹구어내고는 시선을 돌렸다. 아군 전사들도 이제 많이 지친 듯 보였다.


“모두 나를 따르라!”


균형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지자 느긋하게 관전을 하던 왕국군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고 타르가르는 다시 선두에 서서 부족을 이끌어 산울림 부족의 포위를 뚫고 썬송을 벗어나 그들의 본거지인 투란으로 전진했다.


긴 가뭄에 땅은 쩍쩍 갈라졌고 매일 같이 새로운 지하수를 찾아 땅을 파내야만 했고 가벼운 바람에도 흙먼지가 휘날려 눈, 코, 입에 모래가 들어가 기관지염을 달고 살지 않아도 될 만큼 척박한 썬송과는 다르게 투란의 땅은 부드러우면서도 기름져 촉촉했다.


흙만 퍼먹어도 하루 3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비옥한 땅을 가지고 있었고 우거진 숲과 맑은 물이 넘쳐흐르며 강을 건널 다리도 건설되어 있었다.


결의를 다지며 용감하게 싸워온 전사들을 현혹하기에는 금화도 육즙이 흐르는 고기도 필요 없었고 가족들과 함께 살 푸르른 숲과 힘차게 흐르는 강이면 충분했다.


이러한 자연광경을 처음 접한 전사들의 걸음을 발목에 거대한 쇠공을 달아 놓은 듯 느려졌고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마음을 빼앗긴 그들에겐 우렁찬 타르가르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걸음걸이는 더욱 느려졌다.


“계속 이동해라!”


타르가르는 넋을 놓고 나무 위에 탐스럽게 열린 과일을 바라보는 병사의 가죽 갑옷을 붙잡고 흔들었다.


“저런 과일 따위에 자네의 목숨을 내놓을 텐가. 보라카! 허상에 지나지 않은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계속 달려라. 지금 네가 꾸물거리고 있는 동안 뒤쪽의 형제들은 죽어 간다!”


“타르가르님!”


빨리 자신을 봐달라는 듯 다급한 에이든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에이든은 손짓과 몸짓을 섞어가며 타르가르를 재촉했다.


“왕국군이 산울림 부족과 합류했고 이곳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어요. 다리를 끊어 시간을 벌어야 할 텐데 아직 다리를 통과하지 못한 전사들이 너무 많습니다.”


“별동대를 꾸려서 시간을 벌어 봅시다.”


느릿느릿 걷던 전사들은 둘의 대화에 서두르기 시작했다. 목숨 바쳐 싸워 썬송을 벗어나 이제야 푸르른 땅을 밟았기에 뒤쪽에 남아 함께 끝까지 싸울 전사들을 모으려는 타르가르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공격하는 자의 입장과 도망치는 입장은 엄연히 달랐다. 그래서 억지로 그들을 붙들어 놓고 싸운다 한들 괴물을 상대로 제대로 된 저항도 할 수 없을뿐더러 족장이라 하더라도 그럴 권한도 없었다.


이런 절망 속에서도 기꺼이 자신을 목숨을 내놓는 전사들은 있어 40여 명의 전사가 그와 뜻을 같이하기로 맹세했고 타르가르는 그들과 함께 다리를 건넜다.


기세가 한풀 꺾인 아군 전사들은 적군에게 확실히 밀리고 있었고 후방을 이끌던 갈색바람 부족 최강의 전사 베조크는 팔이 잘린 채로 의식을 잃고 자신의 늑대에 매달려 타르가르를 지나갔다.


타르가르는 함께 온 전사들이 동요하기 전에 전장으로 달려나갔고 에이든도 곧장 그의 뒤를 따랐다.


다시 등장한 태산 수호자에 적군은 멈춰서 적절한 거리를 두고 섰지만 왕국군은 달랐다. 거대한 양손검을 식칼 따위를 휘두르듯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좋았고 덩치에 비례해 속도 또한 굉장히 빨랐다.


병사의 검과 태산 수호자가 맞부딪혔다. 빛이 번쩍였고 자신의 키만큼이나 길고 단단한 양손검이 유리잔 깨지듯 산산 조각났다. 도끼는 그대로 병사의 판금 갑옷을 찢고 들어가 어깨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


하지만 병사는 인상 정도만 찌푸리더니 주먹을 날려 타르가르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크윽! 이 녀석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감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뼈를 으스러뜨리고 살점을 정확하게 베어냈다.


보통의 생명체라면 의식불명 상태가 되어야 할 정도로 치명적인 공격이었음에도 그는 고작 어깨를 매만지는 정도로 충분한지 옆에 쓰러진 전사의 무기를 멀쩡한 반대편 팔로 집어 들고는 일어났다.


“흥! 점점 재미있어지는군.”


재미있어지다니 그와 다르게 에이든은 죽을 맛이었다. 세 번이나 괴물 병사를 망치로 내려쳤지만 쓰러지기는커녕 더 해보라는 듯 방어 따위는 아예 제쳐두고 더욱 매섭게 공격해 왔다.


힘겨루기 자체가 되지 않는 상대였기에 억지로 방패를 들어 막기보다는 피해 다니는 게 신경과 근육에 가해지는 충격이 덜했다.


생명을 가진 상대로는 제대로 된 힘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부족함보다는 덜함이 나았고 적들은 계속해서 몰려오는데 언제까지고 병사 한 명과 싸울 수는 없었다.


에이든은 마지막 마나 물약을 마시고 빛의 마법을 주입해 방패와 망치를 키워 놈을 공격했고 꿈쩍도 하지 않던 괴물 병사가 주춤했다.


놈도 어리둥절 해했고 기회를 잡은 에이든은 그의 머리를 내려쳐 머리를 두부를 으깨듯 부숴버렸다.


얼떨떨하기는 했지만, 빛의 마법이 죽은 자들을 상대로 쓸 때 보다 훨씬 더 잘 드는 것 같았다.


“타르가르님! 빛의 마법이 놈들의 약점이에요!”


“빛이시여!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에이든과 타르가르는 뒤쪽으로 조금 물러나 놈들과의 적당한 거리를 두었고 손을 모아 적들을 향해 일렁이는 빛의 파장을 발산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파장은 물웅덩이에 작은 돌멩이 하나 떨어진 것처럼 잔잔하게 흘러갔지만, 그 속엔 치명적이고 날카로운 칼날이 스며 있었다.


멋모르고 달려들던 왕국 병사들은 몸이 반 토막이 나 잘려나갔지만 두 명분의 힘이라 그 힘이 약했고 더 멀리 더 빠르게 퍼져나가지는 못했다.


오크들은 이 공격이 자신들에게 해를 가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채고 의식을 행하고 있는 타르가르와 에이든을 향해 공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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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4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2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2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0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6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5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6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5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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