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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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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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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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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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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DUMMY

류미는 재빨리 달려가 어깨를 붙들고 앉아 있는 휘나의 상처를 살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울먹였다.


“괜찮아? 그러니까 내가 오지 말라고 했잖아. 이 상처 좀 봐. 어떻게 할 거야.”


휘나는 류미의 눈에 맺힌 눈물이 볼을 따라 흐르기 전에 닦아주며 애써 괜찮은 척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전사들은 이런 상처를 일컬어 영광스러운 상처라고들 하잖아요? 전사들만 그러라는 법 있어요? 쿡쿡. 저도 오늘 한 건 한 거죠.”


“지금 이런 상처를 입고도 웃음이 나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기는 했지만 휘나의 농담에 류미의 눈에서 눈물이 또다시 뿜어져 나와 뺨을 타고 흘러 턱에 매달렸다.


휘나는 그녀가 더 큰 슬픔과 걱정에 휘말리지 않게 가방에서 회복 물약을 꺼내 마셨고 류미에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고 부축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나는 상처보다도 새 옷에 상처가 생기고 흙탕물에 젖은 것에 대하여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했다.


“힝... 슬레피가 만들어 준 새 옷인데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드라코니아로 돌아가면 슬레피에게 또 만들어 달라고 할게. 걸을 수는 있겠어?”


“물론이죠. 어서 가요. 마법사들이 더 몰려오면 저희 병력만으로는 성벽을 지키는 건 힘들지도 몰라요.”


“그래. 맞아. 내 뒤로 바짝 따라와.”


두 사람은 더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우를 뚫고 걸리적거리는 모험가들과 병사들을 처리해 가며 최종 목적지인 마나 결정체 페네스타 앞에 섰다.


휘나와 글런드 전사들과 혹시 모를 적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페네스타 주위를 빙 둘러 수비진을 쳤다.


“드디어...”


페네스타에는 강력한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었고 주문을 풀고 흡수하기 위해선 꽤 공들여야 했고 류미는 검은책을 펼치고 지팡이를 들어 즉시 그 작업을 시작했다.


지금보다 얼마나 더 강한 힘을 얻게 될지 류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제발 바라건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휘나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기를 바랬다.


지팡이 끝에서 부정한 마력이 흘러나와 결계에 닿았고 푸른빛이 번쩍이며 불꽃이 튀며 파괴되지 않으려 격렬하게 저항했다.


류미는 눈을 질끈 감고 이를 꽉 깨물고는 모든 신경을 지팡이 끝에 집중시켰고 부정한 마력이 닿는 부분이 힘에 못 이겨 미세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고 번개가 내리치듯 쩍 갈라지며 사방으로 구 전체로 퍼져 나가더니 유리가 째지듯 파편이 사방에 흩어졌고 연기가 되어 흩날렸다.


“깨졌다.”


버드네이즈가 말하던 모든 준비는 페네스타 안에 저장된 순수한 마나 결정체를 흡수하면서부터 라고 늘 강조했고 드디어 그 순간이 찾아왔다. 망설이며 감격 따위와 같은 감상에 젖을 필요는 없었다.


부푼 기대감을 안고 재빨리 책장을 넘겨 알 수 없는 룬 문자들로 가득한 주문을 읊조리며 지팡이를 뻗었다.


“하으네페 늘로닥 누네베로 나델로...”


루비를 문 뱀의 눈이 번쩍이며 초록색 에메랄드가 빛나며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고 류미의 몸이 떠오르며 붉은빛으로 빛나기 시작했고 곧 주위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강한 비바람 앞에서도 불꽃은 꺼지기는커녕 모든 걸 집어삼키기라도 할 듯이 오히려 더 활활 타올랐다.


빗방울은 닿기도 전에 증발해 버렸고 바람은 공포에 떨며 피해 갔으며 지팡이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더 빛났다.


다급하게 달려온 리자드 병사는 헐떡거리며 의식을 진행 중인 류미를 한번 보고는 고개를 돌려 휘나의 앞으로 다가왔고 서문이 뚫렸다는 보고를 올렸다.


“어떻게 할까요?”


휘나는 류미를 지키는 정예병 1소대만을 남기고 직접 남은 병력을 이끌고 서문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빗소리와 전장의 전투 소리가 점차 잦아들었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됐을 때쯤 홀로 밀실에 갇히기라도 한 듯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었다.


익숙한 공기와 분위기 속에 오직 분주하게 류미의 심장박동 소리만이 이 공허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곳. 가시 성채가 눈앞에 아른거렸으며 그 장면은 보기 싫다는 듯 빠르게 지나가 성벽을 뛰어넘어 어느새 버드나무 아래에 도착해 있었고 그네에 앉아 따뜻한 엄마의 품에 안겨 더없이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이 보였다.


그 뒤와 옆으로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아빠 게일과 자신을 조롱하며 비웃고 있는 동급생들의 모습도 함께 나타났다.


이내 류미의 마음속에는 증오와 분노가 싹을 틔워 장악했고 버드나무 그네 아래에 엎드려 울고 있는 또 다른 류미가 검을 집어 들고 일어나 아빠와 친구들의 가슴에 날카로운 검을 차례로 찔러 넣었다.


피범벅이 되어 환희에 차 웃고 있는 또 다른 류미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를 향해 류미도 미소로 답해 주었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불꽃에 타는 빗물 냄새, 전장을 울리는 함성과 비명, 힘을 너무 주어 쥐가 날 것 같은 손의 감각 그리고 꾹 다문 입에서 나는 피비린내.


이를 너무 꽉 깨물고 있었던 탓인지 이가 부러졌고 그 충격으로 입안은 쇠 맛이 도는 피로 흥건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아직 희미하게 푸른빛을 내뿜고 있던 페네스타는 곧 빛을 잃었다.


의식이 마무리됐고 출렁거리다 못해 넘쳐 흐르는 힘에 쾌락이 뒤따랐고 류미는 탄성을 내질렀다.


“아...”


공중에 떠올랐었던 류미의 두 다리가 빗물이 흐르는 바닥에 닿았고 이 모습을 보고 기뻐하고 있을 휘나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머저리 같은 리자드 전사들만 보일 뿐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류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눈에 불을 켜고 힘껏 삼지창을 쥐고 어둠 속을 노려보고 있는 근처 병사 하나를 불렀다.


“어이 거기 너.”


“네?... 넵!”


“휘나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저... 그게 서문이 뚫려서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방어하러 갔습니다.”


그러고 보니 풀어 놓았던 천둥의 정령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천둥의 정령이 당할 정도라면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들이 벌써 꽤 많이 몰려 왔다는 것이었다.


얼마 동안이나 의식에 취해 있었는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불어난 물의 양으로 보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야아아아~”


서문이 뚫리고 피에른에서 마법사들이 도착했다는 소문이 벌써 성내에 퍼졌는지 마을 곳곳에 쥐새끼처럼 숨어 있던 임프 주민들이 그에 용기를 얻고 날이 달리고 휘두를 수 있는 각종 무기와 주방에서 사용하던 식칼 등을 들고 골목골목에서 쏟아져 나왔고 그 모습에 당황한 리자드 병사들은 뒤로 물러나 서로가 어깨를 맞대 의지하며 류미의 곁을 에워쌌다.


“주인님을 보호해라!”


류미가 전력을 다해 싸운다면 저런 오합지졸 무리 정도는 혼자서 정리하는 건 일도 아니지만 아직은 저들의 활용가치가 있었고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휘나의 안전이 우선이었다.


늘 해왔다는 것처럼 류미는 자연스럽게 지팡이 아랫부분으로 땅을 3번 두드렸고 바로 앞에 원이 생겨나더니 원 바깥쪽에 룬문자가 새겨지고 가운데엔 룬 무늬가 새겨진 마법 진이 만들어졌고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켄티넨탈이 모습을 드러냈다.


끔찍한 형태의 괴물을 마주한 리자드 병사들은 입을 떡 벌리고 창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며 류미에게서 떨어져 서서 주민들과 동화되어 류미의 마법 쇼에 공포를 드러냈다.


늘 미소를 머금은 상태로 자신을 바라보던 켄티넨탈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 그의 소름 돋는 미소엔 어째서인지 슬픔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오랜만이야. 친구.”


류미는 눈을 깜빡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러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켄티넨탈과 류미의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렇다고 해서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던 적도 없기는 했지만, 왠지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꼈다.


“어떻게 해줄까?”


“끝까지 저항하는 놈들만 죽여줘.”


류미는 뒤를 돌아 휘나가 간 서문 방향으로 걸어갔고 가로막고 있는 무리 앞에 섰다.


류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힘 앞에 오들오들 떨던 주민들은 무기를 떨어뜨리고 길을 비켜섰고 류미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 친구를 화나게 하지 않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럼 적어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지도.”


류미는 이동속도를 극으로 올려주는 버프를 걸고 바람을 따라 빠르게 달려 나아갔다.


- - - - -


“저런 조그마한 놈들에게 당하려고 수백 년간 축축한 지하 동굴에서 아등바등 버텨온 것이냐!?”


“그... 그렇지만.”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얼리는 아이스 볼 수십 개가 다시 성벽을 강타했고 산산 조각나며 성벽 틈 사이로 들러붙어 그대로 굳었다.


마법을 시전 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손짓하자 얼음이 파괴됨과 동시에 성벽도 함께 폭발하며 파편이 흩어졌고 성벽에 연결되어 굳건하게 버티던 노즈미르 대관문이 균형을 잃고 통째로 쓰러졌다.


미넬리아로 가는 길이 열리자 함성과 함께 대왕 도도새를 탄 기병들과 보병들이 용감하게 함성을 내지르며 공격해 왔다.


“젠장 할! 머리에 마나만 든 똥 멍청이 마법사들 같으니. 저 강철 성문이 얼마짜리인지 알긴 아는 거야?”


석공 장인 묘오는 충혈된 눈을 번쩍 뜨고 펄쩍 뛰며 친구이자 대마법사인 쇼틀의 긴 흰 수염을 잡아당겼다.


“아악! 미친... 이거 안놔!? 지금 나라가 저딴 하등 생물들한테 짓밟히게 생겼는데 그딴 게 중요하냐?”


“우리 석공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희대의 역작을 망가뜨렸으니 네놈 수염을 잘라다가 망가진 성문에 제를 올리겠다! 크앙!”


“놔! 놓으라고!”


쇼틀이 묘오에게 붙들려 두 임프가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하자 기세 좋게 공격해 들어가던 병사들 뒤를 봐주던 마법사들은 대마법사의 다음 명을 기다리기 위해 진군을 멈췄다.


“망할 영감님들 작작들 좀 하세요!”


두 임프의 추태에 보다 못한 기병대를 이끌던 대장 르모는 뜯어말리기 위해 그들 사이로 합류했고 서로 서로가 얽히고설켰다.


“넌 또 뭐야.”


묘오는 르모의 머리카락을 잡았고 르모는 두 임프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만들 좀 하세요!”


한심하고 유치찬란한 의미 없는 실랑이가 계속되자 쇼틀의 제자인 니키는 뒤엉켜 다투고 있는 세 명 사이를 갈라놓을 충격파를 사용했다.


‘찌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세 방향으로 튕겨 나갔고 쇼틀은 가녀린 비명을 내질렀다.


“갸아악! 내 수염이...”


묘오의 손에 쇼틀의 수염이 한 움큼 쥐어져 있었고 그는 당황한 듯 손을 내저으며 뒤로 천천히 물러섰다.


“너... 는 내가 죽인다. 감히 내 매력 포인트를 뜯었겠다!”


분노한 쇼틀의 손이 다시 번쩍거렸고 전류가 강하게 흐르는 구체가 만들어졌다.


“친구? 잠깐만... 이건 내가 그런 게 아니야. 어! 그렇지. 네 제자가 갑자기 마법을 쓰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라고. 내 잘못이 아니야. 그렇지!? 니키! 어서 해명하라고!”


멀뚱멀뚱 상황을 지켜보던 니키는 순간이동을 이용해 마법사들 사이로 도망쳐 버렸다.


쇼틀의 손에 집중된 구체가 점점 커지던 그때 하늘 바다가 번쩍이더니 세네리엘의 빛보다 더 밝은 빛이 미넬리아 전체를 밝혔고 쇼틀은 물론이고 마법사들은 가슴을 움켜쥔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어내며 풀썩 주저앉았다.


“크윽! 이 빛은... 설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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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3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30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3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1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7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9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8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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