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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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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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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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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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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화 내전(2)

DUMMY

그룬달은 출발하기 전 에이든과 도비쿠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맙다. 영웅들이여. 또 신세를 지게됐군.”


부족장이 떠나고 타르가르의 눈앞에 양날 도끼를 움켜쥐고 우두커니 서 있는 네칼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에이든과 도비쿠스는 그의 어깨를 두드린 후 남문으로 향했다.


“타르가르...”


타르가르는 그녀를 꼬옥 안아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영원히 그녀를 껴 안고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와 모험하는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밤새 들려주며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음에 아쉬워했다.


“쿵!”


동문 쪽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날아와 벽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듯 함성이 들려왔다.


요새를 향한 공격을 시작하기에 앞서 공성 무기로 벽을 허무는 작업을 시작한 듯했고 타르가르의 눈빛이 흔들렸다.


네칼라는 타르가르를 불필요한 걱정 때문에, 임무를 망치지 않게 하려고 평소보다 더 밝게 웃어 보였고 마주 잡은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


“어서 가보세요. 병사들에게는 당신이 필요해요.”


“몸조심 하시오. 내 곧 돌아오리다.”


타르가르는 망루에 올라서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진군해 오는 두 부족의 군대를 바라보고는 마중을 나가기 위해 망루를 내려와 에이든과 도비쿠스를 지나쳐 문 앞에 섰다.


자신 있게 문 앞에 서기는 했지만, 긴장됐는지 뒤돌아 두 사람을 보며 빙긋 웃어 보였고 에이든은 어색하게 올라간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


“지금껏 잘 해오셨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타르가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삐거덕거리며 올라가는 요새 문을 응시하며 태산 수호자를 움켜잡았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요새 밖으로 걸어 나갔다.


타르가르가 자신을 보호해줄 병사들도 없이 단신으로 걸어 나오자 두 족장은 군대를 멈춰 세우고 서로를 바라보고는 늑대에서 내려 그에게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무기에 시선을 빼앗겼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무기라는 걸 알아챘고 눈을 비벼 주황빛을 뿜어내는 도끼에 시선을 집중했다.


“서... 설마. 그 무기는!?”


“태산 수호자?”


인간이 쥐고 휘두르기에는 굵었고 오크가 잡고 휘두르기 편하게 제작된 손잡이를 따라 금빛 덩굴무늬의 장식이 길고 널찍한 도끼날의 옆면까지 타고 올라가 있었으며 도끼날은 수 세기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날카롭고 예리해 공기마저 반으로 가를 듯 그 강인한 자태가 뚝뚝 묻어 나왔다.


유물 무기를 들고 있어서 그런지 혼란스러운 현 상황 때문인지 평소 인자하고 푸근했던 타르가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 자리에는 진정한 오크의 전사이자 영웅 하나가 떡하니 서 있는 것 같았다.


갈색바람 부족 족장 자브랄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슴에 손을 얹어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으며 말했다.


“지금은 전시상황이다. 타르가르. 그걸 모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겁도 없이 혼자 밖으로 나오다니 겁을 상실한 건가?”


“그 도끼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령 그 무기가 태산 수호자라고 해서 우리 모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타르가르는 두 족장의 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노려보더니 무기를 고쳐 잡으며 살기를 뿜어냈다.


“태산 수호자의 진정한 힘을 보고 싶나?”


두 족장은 순간 움찔했지만 타르가르와는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가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기에 곧 냉정을 되찾았다.


자브랄과 골고르는 비록 겁쟁이에 비겁하기까지 한 대족장의 그늘 아래에 숨죽이고 있었지만, 부족을 이끄는 족장이자 전사였고 오크였다.


힘을 과시해도 쉽사리 넘어오지 않을뿐더러 힘으로 그들을 위협하여 함께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대족장과 자신이 다를 바 없었고 오랫동안 유지 해왔던 서로 간의 유대관계는 쉽게 끊어질 거란 걸 잘 알았다.


“형제들이여 난 자네들과 다투고자 온 것이 아닐세. 자네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푸른갈기 부족 족장 골고르는 주먹을 주무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안 그랬다면 벌써 밀어 버렸을걸? 훗!”


“대족장이 어떤 달콤한 말로 의리 넘치는 자네들을 속여 예까지 끌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자네들은 대족장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속고 있어. 대체 어떤 제안을 했길래 형제인 날 치려 하는 건가?”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 숨기지 않겠네. 그는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비옥한 우리의 옛 영토를 되찾아 주기로 했네. 젖과 꿀이 흐르는 저 초원을 말이야. 우리의 젊은이들이 인간왕국으로 가 피땀 흘려 헌신한 대가로 말이야.”


“흐음...”

“인간왕국을 형으로서 섬기라는 조건도 있지. 조건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황량한 이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바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리할걸세. 아마도 지금쯤이면 인간들이 켄타로우스를 밀어내고 그 지역 전체를 장악해 놓고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겠지.”


“자네가 말하는 그 일이라는 게 형제를 죽이는 일인가?”


“그러게 왜 대족장님의 뜻에 동참하지 않고 비협조적으로 일을 처리한 건가. 더 이상 일꾼들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했다던데. 그러게 조금만 더 참고 우리처럼 그냥 젊은 일꾼들을 순순히 보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쯧쯧.”


“자네들도 파견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뿐더러 뭔가 석연찮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합심하여 대족장께 말해보자고 했잖아. 그건 골고르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갈색바람 부족 족장 자브랄은 손과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땐 우리가 틀렸었어. 대족장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했었던 거야. 후~ 타르가르. 그냥 문을 열고 항복하게. 인간의 보호 아래에 힘을 키운 후 독립하면 되지 않나. 그땐 우리가 자네의 편에 서서 함께 하겠네. 내 약속하지.”


“보호라고? 흥! 거짓된 진실 속에 눈이라도 먼 것인가? 아니면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에 도취 되어 멍청이가 되어 버린 것인가.”


“말 조심하게 형제여.”


“눈을 떠 현실을 직시하게. 저 밖에 와 있는 인간놈들은 우리가 보낸 형제자매의 영혼을 뽑아내고 그 안에 내재 된 힘을 병사들에게 주입했어. 전쟁 병기로 만들어졌다고. 그런데 보호를 해주겠다고 했다고? 개소리 집어치우라고 해.”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물론이지. 금방 알게 될걸세. 나의 요새가 무너지는 순간 자네들과 부족원들은 포로로 붙잡혀 끌려가 똑같이 개죽음을 당할 거야. 그것으로 끝날 거로 생각하나? 여자들은 가축처럼 창살 안에 갇혀 햇빛도 보지 못하고 힘을 뽑아낼 아이를 출산하게 될 거고 남자들은 노예로 길러져 그들의 똥이나 닦아주다 쓸모가 없어지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겠지.”


“...”


“카악~퉤! 생각만 해도 역겹고 굴욕적이군. 후손들에게 차가운 바닥과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우리와 곰팡이로 얼룩진 습한 사육실을 물려 주고 싶지 않으면 정신 차리게. 못 믿겠으면 날 따라오게. 진실을 보여주지.”


골고르와 자브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타르가르를 노려보며 말했다.


“무슨 꿍꿍이지?”


“내 말에 책임질 수 있냐고 묻지 않았나? 자! 문은 열려있다. 병사들을 데리고 들어가도 좋아.”


타르가르는 요새를 향해 소리쳤다.


“무기를 내려놓아라!”


타르가르의 한 마디에 궁수들은 활을 내려놓았고 전사들 또한 도끼를 바닥에 내던졌다.


“진실을 보려니 겁이라도 나는 건가? 시간 없네. 대족장이 요새의 입구를 열면 다 끝이야. 확인하려거든 부디 서둘러 주게나.”


자브랄은 결심한 듯 골고르에게 말했다.


“내가 보고 오도록 하지.”


“아닐세 나도 내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


두 족장은 무리로 돌아가 늑대에 올라탔고 요새 안으로 군을 이끌었다. 두 족장이 요새로 들어가 서문에 주둔 중인 그 괴물들을 본다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쯤 되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진배없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저들이야말로 현 상황을 기회로 맞아 반격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한 수를 둔 셈이 되니 말이다.


그래서 요새로 돌아온 타르가르는 두 족장만은 데리고 서문으로 가자고 제안했지만, 그들은 의심하며 단칼에 거절하고는 각 부족의 정예 병력 절반인 50명씩 차출해 따르도록 했다.


인원이 많을수록 시간은 그만큼 허비하게 될 테고, 그 사이 동문이 뚫리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다.


타르가르는 부사관 노르문드의 뒤에 올라타 그들이 빨리 달릴 수 있도록 앞장서서 달렸다.


“노르문드. 동문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두 군데 정도가 공성 전차의 공격으로 무너지기는 했지만, 아직 버틸 수 있습니다. 아마도 남쪽에서 나팔 소리가 나지 않아 아직 기다리는 듯합니다. 더 지체된다면 무시하고 자신들의 병력만으로 공격할 거라 생각됩니다.”


조바심이나 항문이 따끔거릴 정도로 두 족장은 심하게 경계를 했고 경계가 조금 느슨해지자 이제는 순간의 여유를 즐기며 느긋하게 따라왔다.


“저렇게 늦게 따라와서야 될 일도 안 되겠군.”


타르가르는 그들을 일부러 도발하기로 했다.


“엉덩이에 주먹만 한 종기라도 난 건가? 아니면 치질이라도 걸린 거야? 느려 터졌군.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 부족의 늑대 몇 마리를 선물로 주겠네.”


타르가르의 허접스러운 도발이 먹혀들었는지 두 족장은 눈에 불을 켜고 뒤쫓아 왔다. 이것으로 한시름 놓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길...


- - - - -


“또각또각.”


시커먼 남성들로 우글거리는 사령부에서는 흔히 들을 수 없는 하이힐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상급기사의 직위까지 오른 위슈트리나는 사령부의 시선에서는 국민에게 직급에는 남녀차별은 없다는 걸 알리는 좋은 마스코트였고 성격이 포악하여 하급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녀가 여성으로서 이렇게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실력도 출중하기는 하지만 임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개인적인 감정이입을 하지 않았고 주저함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맡은 임무는 뭐든 완벽하고 깔끔했고 실패를 한 적이 없어서였다.


반대로 그녀가 임관한 지 14년이 지났음에도 기사 대장으로 진급을 못 하고 있는 건 6년 전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에 항거했다는 꼬리표가 지금껏 따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왔고 부름을 받고 사령부에 온 것이었다.


위슈트리나는 곱고 가녀린 예쁜 손으로 문을 두드렸다.


“똑똑.”


문 위쪽 표찰엔 기사 대장실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고 잠시 후 문 안쪽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주이스 특성학교 동문이자 임관 동기였던 로드너가 조간신문을 읽으며 다리를 꼬고 건방진 자세로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검술 실력이 위슈트리나의 발끝도 못 미치던 코흘리개가 저러고 앉아 있으니 속이 뒤틀렸지만, 상관 앞이라 내색하지 않고 절도있게 경례를 올렸다.


로드너는 행정부 차관 알비르 퀸터의 아들이었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전 정권의 더러운 잔재가 남아 있음에 구역질이 났다.


썩을 대로 썩어 문드러진 귀족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왕국을 설계해 건설해 나가겠다던 그의 약속은 언제쯤 지켜질지 궁금해하던 그때 로드너는 신문을 반으로 접어 책상에 올려놓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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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0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4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2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0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6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5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6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5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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