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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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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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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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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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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급사(3)

DUMMY

탈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황금 깃털을 꺼내 들었고 그가 알아볼 수 있는 첫 번째 인물인 올리노로 변신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절 알아보시겠어요?”


검을 잡고 있던 드메넬의 손이 느슨해졌고 올리노로 변한 탈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 아니 당신은? 그 바다에 고개를 내밀고 있던 신병? 어... 어떻게...”


“이 모습으로 선장님의 배에 올라 섬까지 갔고~”


이번엔 채플랜 의술사로 변한 후 쥐의 모습 마지막으로 까마귀의 모습까지 변하더니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의술사로 변해 조사하고 까마귀의 모습으로 탈출했어요. 어때요?”


그는 처음 보는 기이한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 위협을 느낀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들이 말하는 게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드메넬은 검을 내려놓고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어지럽혀진 론지의 책상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동안 자신은 아니라고 믿고 싶지 않다고 주장해왔고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 뒤에 그럴듯하게 숨어 있었지만, 사실은 겁쟁이에 비겁하기 짝이 없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해야 하자 머리를 싸매고 몹시 힘들어했다.


어쩌면 이 집도 가족도 그리고 민병대 대장이라는 지위와 권력도 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자신을 치장하고 방어하기 위해 걸친 허물이었다고 살아남기 위해 가려야 했던 가면이라고 스스로 책망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진실이 눈앞에 드러났고 동생 드네타를 뒤로한 채 겁에 질려 꽁무니 빠지게 도망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동생을 구할 수 있었다.


수년간 카르딤 기사단에 들기 위해 훈련했고 자신의 한계에 수십 번이나 도전해 승리했었지만 그건 정신과 육체적인 승리였을 뿐 현실은 달랐다.


현실은 적들을 상대로 이기는 것이었다. 할 수 있다고 속으로만 되뇐다고 마주한 적을 쓰러뜨리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상처를 입은 자신을 대신해 싸우는 동생을 버리고 살기 위해 도망쳤다. 함께 맞서 싸웠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적어도 명예를 지키고 기사로서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았을지도...


드메넬이 숙였던 고개를 들자 문 뒤쪽에 어릴 적 아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거실에 걸어둔 젊은 시절 기사단에서 찍은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다. 그림 속 기사는 거울에 비치는 초라한 지금의 모습과는 반대로 용맹하고 담대해 보였고 꿈에 그리던 모습 그대로였다.


“아드님의 그림 실력이 출중하네요. 좀 더 크면 유명한 화가가 될 것 같아요. 그전에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가 있고 살아남는다면 말이에요.”


탈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검을 잡고 있는 그의 손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거짓말처럼 정신이 맑아짐과 동시에 드메넬은 처음으로 평안을 얻었고 위로받고 있음을 느끼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경계심이 완전히 해제되었다.


“이 엄청난 사실을 되도록 빨리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해요. 아직 우리에겐 희망이 있어요. 그러려면 페릴던을 지나 글린데일을 넘어가야 하는데 준비한 마나 물약이 바닥이나 바일라님과 함께 변신술을 통해서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혹시 물약을 구매할 만한 곳이나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까요?”


“회복 물약이라면 몇 개월 전에 구매해 둔 게 있지만 마나 물약은 쓸 일이 없어서 만약 구한다고 하더라도 크리스탐의 바르가 가문에서 만든 것밖에는 남아 있는 것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하지만?”


드메넬은 고슴도치 자라난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겼고 붉은 석양이 짙게 내리깔린 해안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탈리와 바일라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조금 위험할 수는 있겠지만 눈에 띄지 않게 빠져나갈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의 계획이라는 건 어선을 빌려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그나마 괴수어의 숫자가 적고 거대한 개체가 없는 남해로 돌아서 평화의 꿈의 섬이나 평화의 항구까지 가자는 것이었다.


바다가 깊지 않고 작은 개체가 다수 돌아다니기는 해도 그곳은 파도가 거센 곳이었다. 비록 괴수어로부터 안전하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해안선을 따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이동할 때이다.


변칙적인 파도와 암초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배가 밀려 부딪혀 좌초될 수도 있기에 정말 실력 있는 항해사가 아니라면 어림도 못 내겠지만 일등 항해사인 드메넬이라면 철통같이 감시하고 있는 왕국 군을 뚫고 가는 것보다는 백배는 나아 보였다.


괴수어의 속도와 힘 그리고 탄력을 코앞에서 보았던 탈리는 걱정이 되는지 밥을 먹는 내내 불안한 눈빛으로 비스듬하게 앉아 다리를 떨었고 도무지 식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런 탈리를 바라보던 론지는 못 마땅해했고 다리를 떨고 있는 탈리의 허벅지를 ‘찰싹’ 때렸고 의자를 돌려 똑바로 앉혀주었다.


“밥 먹으면서 다릴 떨면 불행이 찾아온단 말이야. 똑바로 앉아서 먹어.”


탈리의 허벅지를 저렇게 찰지게 때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맞고 난 탈리의 반응이 궁금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얘기에도 꿈쩍하지 않고 의젓했던 탈리는 울먹거렸고 놀란 드메넬과 마리트는 론지를 야단쳤다.


“스읍! 론지! 왜 때리고 그래.”


론지는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고는 탈리의 등을 토닥이며 사과했다.


“미안해.”


“그... 그게 아니라. 남쪽엔 해적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그건 어떻게 뚫고 갈 생각이신지 불안하고 걱정돼 물어보고 싶은데 어른들이 식사하고 있을 땐 절대로 먼저 입을 열지 말라고 아버지가 그러셨단 말이야. 그런데 너무 궁금하다고!”


론지는 탈리의 말을 듣고 씩 웃더니 밥을 먹다 말고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해골문양이 큼지막하고 살벌하게 그려져 있는 깃발과 해적 모자와 메달, 강철로 만들어지고 날이 휘어 있는 최상급 커틀러스를 들고나와 펼쳐놓았다.


“짠! 우리 집에 숨겨져 있는 보물이야! 탈리 걱정할 것 없어! 우리 할아버지가 옛날에 해골 약탈 해적단의 2함대 선장이셨거든. 그러니 걱정할 것 없어.”


바일라는 고개를 홱 돌려 드메넬에게 말했다.


“뭔 민병대 대장이니 마니 하시더니 아버지께서 대단하신 분이셨네요?”


“크흠. 뭐... 그건 제 직업이 아니었으니 저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 어서 식사나 마저 끝내시죠. 오늘 밤은 어둠이 짙으니 이곳을 떠나기엔 적기입니다.”


촌구석에서 말은 집안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지만 굳이 모두가 잠든 이 새벽에 타고 간다는 건 나 도망가니 잡아주쇼 하는 것과 같았다.


이별을 아는지 모르는지 윈디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자 반가워 ‘푸드득’거리며 입술을 부르르 떨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론지는 달려가 그의 이마와 볼을 쓰다듬었고 이마를 맞대고는 슬픔에 잠겼고 말고삐를 느슨하게 풀어주고 언제든지 벗고 도망갈 수 있게 해주었다.


탈리는 이별 준비를 하는 론지의 곁으로 와 윈디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형. 걱정하지마. 윈디는 똑똑한 아이니까 분명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 잘 살 거야.”


“응. 알아.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네. 탈리. 반가웠어. 다음에 또 만나자.”


“응. 조만간 또 만나게 될 거야. 그동안 잘 지내.”


론지와 탈리는 가볍게 포옹하고 론지는 바일라 그리고 부모님의 곁으로 달려갔고 배에서 먹을 식량과 여벌의 옷만을 챙겨 마을 근처 작은 어선들이 묶여 있는 소항구로 향했다.


그곳을 지키는 왕국의 병사들은 없었지만 페조미스 신도들이 남은 주민들을 전도하고 설파하기 위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쏘다녔고 그들은 무기만 안 들었을 뿐이지 군인이나 다름없었다.


기민하게 움직여야 길이 보일 터였다.

드메넬의 안내하에 항구로 향하던 그때 페조미스 신도들이 횃불을 들고 어느 집 앞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저 집은 밀리덴 할아버지 집인데 왜 저들이 저기에 모여 있는 걸까요?”


“분명 전도하려고 모여 있는 것이겠죠. 잘됐네요. 놈들이 저곳에 신경을 쏟고 있는 틈을 타 항구로 재빨리 항구로 가죠.”


일행이 항구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려는 순간 고함이 들렸고 신도들과 밀리덴 영감이 말싸움을 시작했고 소리는 점차 커졌다.


실랑이가 이어지다 밀리덴 영감은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고 처음엔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신도들은 영감을 둘러업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잠시 후 집안 전체에 불꽃에 휩쓸리자 신도들은 부리나케 현장에서 도망쳤다.


마리트는 충격에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어쩜 좋아... 여보. 어떻게 좀 해봐요. 아직 살아계실지도 모르잖아요.”


오랜 벗인 허믹의 아버지인 밀리덴 아저씨의 죽음은 애석하지만 드메넬은 마리트의 손을 잡았고 그녀를 이끌었다.


“마리트 꾸물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불꽃을 보고 마을 사람들과 경비병들이 곧 이곳으로 들이닥칠 거라고 그렇게 되면 우린 꼼짝없이 잡혀. 론지. 서두르자.”


“네!? 엄마랑 저도요?”


“그래!”


일행이 소항구 근처로 내려왔을 때쯤 양동이를 양손에 쥔 경비병들과 마을 사람들이 불타는 밀리덴 영감의 집으로 몰려들었다.


그곳엔 그 일을 저지른 신도들도 왔고 그들은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지 모르는척하며 둘러 모여 애도하는 기도를 했다.


바일라는 혹시 모를 누군가의 등장에 대비해 층층이 쌓여 있는 생선 상자 뒤에 몸을 숨기고 활을 움켜잡았고 론지는 정박해 있는 어선의 밧줄을 풀었다.


“누나! 다 됐어요. 어서 배에 올라타세요.”


소리가 너무 컸었던 걸까.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항구에 밤늦게 조업을 끝내고 돌아온 노부부가 그물을 정리하고는 소리를 듣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거기 누구요?”


“누나. 여기는 저한테 맡기시고 어서 빨리 안으로 들어가세요. 전 마을에서 알아주는 말썽꾸러기라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바일라는 론지가 걱정됐지만, 이곳에서 이방인은 자신밖에 없었고 론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바일라가 부부와 함께 몸을 숨겼고 마을 입구에 사는 노부부가 론지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고는 화를 냈다.


“아이고~ 놀래라! 론지. 이놈의 자식. 오밤중에 여기서 뭘 하는 게야!”


“아... 그게 저... 밤 낚시를 즐기고 있었어요! 친구들도 다 이사 가고 심심해서요. 타베스 할아버지 오늘 좀 늦으셨네요? 얼른 들어가세요. 저도 딱 한 마리만 잡고 들어갈게요.”


“그래 너도 얼른 하고 들어가. 근데 잔치라도 하는 거야? 저 언덕 위엔 왜 이렇게 밝은 거야?”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 방향이면 밀리덴 형님 집인데. 생일잔치라도 하는 건가? 할멈~ 우리도 빨리 끝내고 올라 가보자고.”


론지는 노부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재빨리 배에 올라탔고 배는 항구를 떠나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향해 그리고 남쪽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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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2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6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4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5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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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2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32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3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5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2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7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8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8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8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40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7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9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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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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