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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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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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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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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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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신의 군대(8)

DUMMY

류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어째서지?”


가다넬은 조금 격앙된 목소리로 침을 튀겨가며 그곳으로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곳엔 대형 괴수어가 아주 빈번하게 출현하는 곳이라 잘못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전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함대가 몰살당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좁은 만이라 함대를 댈만한 곳도 없을뿐더러 경비가 아주 삼엄한 지역이고 미넬리아까지 가는 길도 매우 협소해서 자칫 잘못하면 협공을 당하기 좋습니다. 그래서 좀 전에 추천을 드리지 않은 것입니다.”


트라노스는 갑자기 튀어나와 자신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가다넬을 노려보더니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류미는 그가 단지 의견을 반대해서가 아닌 자신의 종족을 절멸 직전까지 내몬 추락한 자들이기 때문에 흥분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멸치같이 말라비틀어진 게 어디서 감히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는 거냐. 지금 어른들 얘기하는 거 안 보여?”


“컥! 이거 안 놔!?”


“리크, 거스티, 휘나 너희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


휘나는 고개를 돌려 가볍게 그를 무시했고 리크와 거스티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겁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인간은 물론이고 사이클롭스나 리자드들도 굳이 나서서 둘을 말리지 않았다.


트라노스가 가다넬의 얼굴만 한 주먹을 들자 심기가 매우 불편해진 류미는 손을 뻗어 충격파를 사용해 트라노스를 벽까지 튕겨버렸고 그는 바람이 빠지고 있는 풍선처럼 힘없이 날아갔다.


“쿵!”


류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손을 움켜쥐는 행동을 취하고 팔을 들어 올리자 트라노스는 보이지 않는 손에 목이 졸리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목을 움켜쥐고 발버둥 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트라노스. 의회 구성원들 간에는 위아래가 없어. 모두가 동등하니 다툼도 용납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방금처럼 상대를 깔보고 무시한다든지 하는 행위는 다시는 하지 않도록 하고 사이좋게 지내.”


“크윽... 컥! 네!...”


류미가 꽉 쥔 손을 풀자 트라노스는 바닥으로 떨어져서 괴로워하며 기침했고 숨을 토해냈다.


류미는 손을 털고 자리에 모인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같은 경고를 했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오늘은 트라노스가 대신해서 경고를 받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신사답지 못한 추한 모습을 내게 보인다면 그 대상이 누구건 간에 바닥을 기어 다니며 음지를 찾아다니는 벌레로 만들어 버릴 것이고 그 자리에는 다른 녀석을 앉힐 거야. 너희들도 알겠지. 이 자리에 눈독 들이고 있는 자들이 많다는 걸 말이야.”


“네. 주인님. 명심하겠습니다.”


각 종족을 대표하는 자들을 특별히 선별하여 뽑았기에 이 안에서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는 매우 적었지만, 바깥에서는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자 이들을 지휘하고 있는 류미에게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을 하나로 묶을 법을 만들었고 보완해 나가는 작업을 계속해서 하고는 있지만, 태생과 문화적 차이를 하루아침에 좁히기란 쉽지 않았고 그 문제는 류미의 머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일 중 하나였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가 전장에서도 발생하게 될 경우 그동안 위태롭게 유지하며 쌓아 올린 탑이 한 번에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까 그게 가장 염려됐다.


시끄러웠던 장내 분위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고 트라노스도 몸을 추스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고 류미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가다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보이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트라노스는 겉으로 보기엔 힘만 세고 멍청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능구렁이 같은 기질이 있었다.


가다넬처럼 류미의 눈 밖에 난다면 어떤 차별대우를 받을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파악했고 그녀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는 그녀의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 또한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종족은 일이나 하는 노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휘나와 아스칼리를 제외한 인간인 리크, 거스티, 가다넬은 잡일을 도맡아 하고 의회 회의 때나 간간이 모습을 비추었고 류미도 딱히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트라노스는 그래도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이 늙고 멍청한 인간이 한 이야기도 틀리지는 않았지만 그건 평시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입니다. 특별한 날엔 그보다 좋은 공격 루트가 없죠.”


류미는 계속하라는 듯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특별한 날이란 바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입니다.”


글런드 군대가 처음으로 안드릭스 대륙에 등장한 것도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날 밤이었었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거대 괴수어들도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함대는 펠링만으로 충분히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그곳엔 작은 어촌 마을이 있고 그 뒤로 오빌 산맥이 자리하고 있는데 산맥이 너무 험준해 그냥 걸어서 넘어가려면 3일 이상이 소요되죠.”


“3일이라...”


“고맙게도 오빌 산맥 아래엔 임프들이 미넬리아 남부 숲까지 연결되는 긴 터널을 뚫려 있어 저흰 그곳을 1시간도 걸리지 않고 통과할 수 있습니다. 가다넬의 말처럼 평소에는 그곳을 철통방어하고 있는 병사들이 있겠지만 좀 전에도 말했듯이 폭풍우가 오면 숲 인근에 있는 오빌 대호수의 물이 범람하게 되고 그 물은 고스란히 터널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게 되죠. 똑똑한 건지 멍청한 건지 놈들은 그렇게 뚫어 놓았죠.”


“그땐 그 터널을 지키는 병사들이 없다는 거군.”


“그렇사옵니다. 주인님. 그런 날엔 아무도 돌아다니지도 않죠. 그뿐만 아니라 성벽 주위를 흐르는 수로와 하수도도 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쉬베닉스는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터널이 물로 가득 찬 곳을 누가 어떻게 뚫고 갈 것이며 사방이 막힌 천혜의 요새는 또 어떻게 들어갈 건가. 아니 애초에 폭풍우가 언제 불지도 모르고 그런 악조건 속에 그것도 밤에 무슨 수로 함대를 이끌고 그곳까지 간단 말인가.”


잠자코 듣고 있던 리크와 거스티는 손을 들어 말했다.


“배는 조금만 더 손을 보면 뚫고 갈 수 있습니다만... 조건이 있다면 폭풍우의 전조 때 미리 바다로 나간다면 가능은 합니다.”


“그것 또한 저들이 잠자코 함대를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나 가능하지.”


트라노스의 표정은 자신이 있는지 여유로웠다.


“우린 수백 년간 살아남기 위해서 빛조차 거의 들지 않는 따뜻한 동굴에서 웅크려 살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왔다. 당연히 저들은 우리가 멸종했을 거로 생각할 거고 우리가 공격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겠지. 이 자리에 그 누구도 우리가 살아 있으리라 생각한 자가 있나? 주인님밖에는 몰랐지. 안 그래?”


“그건... 흠...”


“너희 리자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 글런드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아주 빠른 속도로 잠영할 수 있는 특기를 가졌다. 우리가 아무도 뚫지 못했던 미넬리아를 함락 직전까지 몰아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야. 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단 말이지.”


“그래 좋아. 하지만 그것도 언제 비가 올지 알아야 가능한 것 아닌가? 그리고 그 비구름의 크기도 중요하지 10분 정도 잠깐 내린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물이 없이는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하는 우리는 기후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지. 그래서 예부터 우린 날씨를 기록하고 예측하는 직업을 가진 자들을 육성했지. 우린 그들을 폭우술사라 부른다.”


“그래서 비가 온다고 하던가?”


“그래. 폭우술사의 말에 따르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폭풍우는 정확히 16일 후에 온다고 했다.”


“풋! 허풍 떨지 마라. 트라노스.”


“어이 뱀꼬리. 내기할까? 서로의 목을 걸고서 말이야.”


집요하게 따지고 들던 쉬베닉스는 꼬리를 내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류미는 지팡이 밑 부분으로 바닥을 3번 내려치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흡족한 표정으로 트라노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 트라노스. 네 계획대로 한다. 실수는 곧 종족 전체의 말살로 이어지게 될 것이란 걸 잊지 마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맡겨 주십시오.”


- - - - -


리크와 거스티의 가열로는 들끓는 대지와 세네리엘의 빛처럼 더 뜨거워졌고 렉스크가 이끄는 함대는 매일 같이 바다로 나가 다가올 해상전과 폭풍우를 뚫고 나아가는 훈련을 했다.


미넬리아 공성전은 트라노스가 이끄는 글런드가 제1군을 맡고 본대는 렉스크, 류미와 휘나, 쉬베닉스는 제2군으로 본대가 전쟁의 섬을 타격하는 사이 2군은 미넬리아 해 근방에서 대기하고 1군의 신호에 맞춰 남쪽과 북쪽에서 기습 협공을 하기로 했다.


정찰 결과 전쟁이 사라진 평화로운 세월을 보냈던 임프의 군대는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고 경비 또한 느슨했으며 밤에 경계 근무를 서는 병사들은 교대 후에 바로 곯아떨어져 성벽이 벌레가 있는 수풀보다 조용하다고 하니 폭풍우가 쏟아지는 날엔 어떤 모습일지 눈에 훤했다.


류미는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종족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노력했다. 크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분란을 잠재우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예언자가 예언했던 15일을 단 몇 시간을 남긴 시점 가다넬은 무릎의 통증을 호소했고 남쪽에서 타르처럼 새카만 먹구름과 함께 거센 바람이 코랄 늪을 향해 불어왔다.


트라노스는 하늘 바다를 올려다보며 눈을 감았고 비 냄새를 맡았다.


“곧 시작되겠군.”


한가로이 풀을 뜯던 동물과 새들을 곧 닥쳐올 비바람을 피하고자 숲으로 숨어들었고 류미의 군대는 늪지를 새카맣게 뒤덮었다.


덩치가 커 함선에 승선하지 못하는 사이클롭스와 부상자,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무기를 점검하며 날이 저물기를 기다렸고 저물자마자 함선에 승선했고 바다로 나갔다.


약한 비가 내리며 병사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향긋한 편백 나무 향이 비릿한 바다 냄새와 실랑이를 벌였다.


비바람은 점차 강해졌고 파도가 높아지며 선체가 휘청거렸다.


바다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리자드들은 배멀미에 쓰러졌고 엎드리거나 누워서 어쩔줄 몰라했고 우왕좌왕하며 배가 흔들리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휘둘렸다.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기진맥진하여 쓰러질 것 같았다.


잠시 후 하늘을 가르는 천둥과 함께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은 더 거세게 항해하는 함선을 위협했다.


갑판에 서서 작업을 하던 리자드 선원 2명이 바람에 실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에 삼켜졌고 뒤따라 오던 함선 한 척은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박살이 나버렸다.


본격적인 하늘 바다의 심술이 시작되기도 전에 전쟁의 섬으로 도착해야만 했다.


“전속력으로 노를 저어라!”


북쪽으로 불던 바람이 서쪽을 향해 틀기 시작했고 함대는 일제히 돛을 펼쳤고 조타실에서 지도를 펴놓고 나침반을 보고 있던 렉스크는 외쳤다.


“지금이다. 좌현으로!”


선원 3명이 달라붙어 완강하게 저항하는 키를 돌렸고 그 순간 배가 급하게 꺾이며 밖에서 작업하던 선원들이 우르르 바닷속으로 떨어졌다.


“멍청한 녀석들 뭐든 붙잡아라!”


“쿠구궁...”


또다시 번개가 바다 위로 떨어졌고 시야에 전쟁의 섬이 보였고 항구에 정박 중인 임프군의 함대가 눈에 들어왔다.


10분 정도 되는 거리였다. 목에 걸린 호루라기를 손에 쥐고 만지작거리며 렉스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을 응시했다.


렉스크의 시야에 적 함선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손에 쥐고 있던 호각을 세차게 불었다.


함선의 속도가 줄어들자 병사들은 허리춤에 찬 갈고리가 달린 밧줄과 사다리를 꺼내 들고 임프의 함선을 향해 힘껏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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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3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7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9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8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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