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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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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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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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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화 내전(3)

DUMMY

“제 머릿속을 들여다볼 방법이 있기는 한가 보네요. 왜 거부하시는 거죠? 겁나세요?”


류미는 바일라가 아는 것보다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는 데일러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녀가 깜짝 놀랄만한 진실을 보게 하거나 듣게 한다면 그로 인해 그녀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무언가를 깨부순다면 류미가 심적으로 흔들려 저주받은 책에서 조금이나마 멀어질 수 있을 거란 판단을 내렸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극했다.


“보시지 않으시겠다면 제가 직접 말해드리죠.”


“그만!!!!!!”


대기를 가르는 쩌렁쩌렁한 류미의 목소리에 그 자리에 있던 전사들과 바일라, 재커리는 귀를 틀어막고는 움츠렸다.


곤히 잠을 자던 만티코어도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고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몸을 바짝 웅크렸다.


귀에서 ‘윙’하는 소리가 났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도 두근거리며 뛰는 심장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류미는 지팡이를 소환해 움켜잡고는 손을 뻗어 바일라와 재커리를 어선으로 날려버린 후 주변의 휘몰아치는 강풍을 만들어내 어선을 바다로 밀어 버렸다.


귀 안쪽에서 쥐어짜는 통증에 바일라와 재커리는 한동안 배에 누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통증이 가시고 눈을 떠 일어났을 땐 망망대해에 그들이 탄 어선만이 덩그러니 떠 있었으며 해적의 섬도 류미와 함대도 보이지 않았다.


- - - - -


강철 심장을 힘껏 움켜쥔 부족의 깃발이 먼지 바람에 세차게 휘날렸다.

그 아래에 하나 되어 모인 전사들은 한 손에는 무기를 들고 다른 한 손은 주먹을 쥐어 두근거리는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


아이는 부모의 손을 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움켜잡고 근심과 걱정 어린 눈빛으로 망루에 올라선 족장 타르가르를 올려다보았다.


타르가르는 부족민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요새 밖에 진을 치고 있는 산울림 부족을 그리고 대족장을 내려다보며 으르렁거렸다.


진작에 공격 준비를 마친 공성 전차는 슬금슬금 기어 나와 더 가까이 그리고 망루와 요새를 조준했다.


요새 벽이 무너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늑대 기병대는 앞다투어 도끼를 들고 함성을 내질렀고 늑대들은 등에 태운 벗의 함성에 맞춰 하늘 바다를 향해 울부짖었다.


타르가르는 그에 굴하지 않고 머릿수가 압도적인 산울림 부족의 전사들을 어깨를 펴고 담대하게 바라보았다.


풍족한 식량 덕에 다른 오크들보다 훨씬 비대한 몸집을 한 대족장이 늑대를 타고 그의 아들 로그닐과 아그리사의 남동생 코르두스의 호위를 받으며 두 오크는 앞으로 걸어 나왔고 서로를 응시했다.


“동족들을 인간들의 노예로 팔아치우고 그 대가로 재물을 챙겨 네놈의 배를 불리더니 살만 뒤룩뒤룩 찐 돼지 새끼가 다 되었군. 요르그. 육중한 네 몸을 태우고 다니는 늑대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나?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불쌍해 죽겠군.”


“떠들 수 있을 때 마음껏 떠들어라. 타르가르. 넌 궁지에 몰렸다. 불쌍한 네 백성들은 아무래도 주인을 잘못 만난 것 같군.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다. 그러니 무릎 꿇고 기어 나와 항복해라. 그러면 내 적어도 네놈에게 명예로운 죽음을 선사하지.”


“감히 네놈 따위가 명예를 논해? 다른 이는 몰라도 넌 그럴 자격이 없다. 요르그 이 추악하고 비열한 녀석아.”


타르가르는 한 발자국 더 내딛고는 보란 듯 태산 수호자를 번쩍 들어 올려 보이며 적들을 향해 외쳤다.


“보아라. 그리고 들어라. 저 짐승만도 못한 요르그를 단죄하기 위해 우리 오크의 긍지이자 자부심인 태산 수호자를 되찾아 왔노라!”


전설로만 내려오던 태산 수호자를 처음 실물로 영접한 산울림 부족의 전사들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고 한두 명씩 수군거리기 시작하더니 곧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진영 전체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진정한 대족장의 등장에 위세가 꺾인 전사들은 뒤쪽부터 시작해서 한두 명씩 진영을 이탈하기 시작하자 대족장의 신임을 얻어 장군의 자리까지 오른 아그리사의 동생 코르두스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부관인 마즈둠에게 명령했다.


“2개 소대를 주겠다. 꽁무니를 빼고 도망치는 겁쟁이들을 죽여라.”


“네. 장군. 3소대, 4소대 나를 따르라!”


마즈둠이 이끄는 늑대 기병대가 진영을 빠져나와 즉시 도망자들을 뒤쫓았다.


“대족장님. 공격을 서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저 도끼 한 자루 때문에 지금 이탈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자심이 몸 담고 있는 산울림 부족이 패배할 거라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왠지 그 고정관념이 깨져버릴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기분 나쁠 정도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땅 때문에 신경 쓰여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았다. 부대는 분명 제자리에 멈춰 있었고 함성도 어느덧 잦아들어 있었다.


지진의 전조 증상이라 하기엔 근처 숲에서 새들이 날아오르지도 않았다. 이런 대지의 울림이 일어날 만한 것은 주변에 그 어떠한 것도 없었다.


그래서 코르두스는 저렇게 당당하게 떠들어 대는 걸 미루어 봤을 때 어쩌면 겁쟁이에 결정 장애를 가진 저 타르가르가 정말로 그림자 숲으로 원정을 가 태산 수호자를 가지고 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코르두스는 고개를 저으며 애써 부정했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겁쟁이 따위는 무섭지 않았다.


더 나아가 타르가르를 베어버리고 그의 무기를 손에 넣는다면 대족장의 자리에 오를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도.


“진정해라. 코르두스. 약해 빠진 것들은 역사에 남을 위대한 전투에 방해만 될 뿐이다. 그냥 가게 두어라. 그리고 곧 알게 되겠지. 진정한 대족장은 우리 아버지란 걸 말이야.”


요그그는 껄껄껄 웃으며 아들인 로그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내 아들의 안목과 식견이 이 정도 일 줄이야. 훌륭하게 성장했구나. 로그닐. 그래 차기 대족장이 이 정도는 돼야지. 암! 그래야지. 그리고 코르두스. 너무 걱정할 것 없다. 갈색바람 부족과 푸른갈기 부족이 도착하면 저 오만방자한 타르가르도 곧 꼬랑지를 내리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자비를 구걸하게 될 테니까.”


“하지만 이상합니다. 이미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지 않습니까.”


로그닐은 깔보듯 피식 웃으며 코르두스를 보며 말했다.


“대족장을 호위하는 장군의 기개가 그것밖에 되지 않는 건가. 코르두스. 이미 이 싸움은 해보나 마나 우리의 승리이니 부하들에게 전리품이나 잘 챙기라고 일러두게.”


타르가르의 옆으로 부족장 그룬달이 다가와 나란히 섰다.


“이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 타르가르. 자네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물론이지.”


“시간 끌 것 없지. 우린 모두 준비가 끝났어. 어서 박살을 내버리자고.”


타르가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고개만 살짝 돌려 늑대 기병대 무리에 끼어있는 네칼라를 내려다보았다.


늑대를 모는 솜씨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기수이지만 이런 대규모 전투는 처음이라 그런지 그런 그녀도 꽤 긴장한 듯 안장에 앉아 계속해서 더 편안하고 도끼를 잘 휘두를 수 있게 고쳐 잡았고 크게 심호흡하며 맥동하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조들께서 부족을 보우하시고 그녀를 지켜주시길 기도했다.


“난 영웅들과 함께 길을 뚫을걸세. 자네는 주민들을 데리고 두려움의 골짜기를 통해 피신시키게. 로를리족에게는 이미 말해두었으니 그들이 해치는 일은 없을 거야.”


“그곳에 매복이 있으면 어쩌지?”



“걱정 하지마. 갈색바람 부족이 근방까지 함께 갔다가 투란으로 내려오기로 했으니.”


“알겠어.”


타르가르와 그룬달은 손을 마주 잡고는 서로를 향해 당겨 무운을 빌어 주었고 즉시 망루에서 내려가 피난민들에게 돌아가 지시를 기다렸다.


타르가르는 태산 수호자를 치켜들고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전사들을 향해 외쳤다.


“형제자매들이여. 무기를 들어라.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저들에게 진정한 오크란 어떻게 싸우는지 똑똑히 보여줘라! 오크를 위하여!”


“오크 만세!!!”


환호와 함께 요새의 문이 열렸고 늑대 기병대는 기다렸다는 듯 적을 향해 우르르 쏟아져 내려갔고 타르가르는 껑충 뛰어내려 적진을 향해 도약하며 대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계획은 무식하리만큼 간단했다. 산울림 부족의 군대를 정면으로 맞부딪혀 뚫어내 바할랜으로 가는 길을 여는 것이었다.


타르가르는 끓어오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했고 싸우기를 망설이며 서 있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가르고 찢어발겼다.


적들은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진영 한복판에 나타난 타르가르 때문에 순간 혼란에 빠졌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늑대 기병대가 들이닥쳐 유린했다.


고삐 풀린 아그리사는 도끼를 들어 찍어 적의 머리를 두 동강 냈고 피투성이가 된 도끼를 마음껏 휘두르며 옆에 서서 동료가 처참하게 죽어 나가는 모습을 공포감에 휩싸여 넋을 잃고 보고 있던 전사의 몸통을 베어 넘겼다.


쾌감에 둘러싸여 피의 향연을 만끽하느라 너무 몰입한 나머지 뒤에서 날아드는 적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고 기회를 포착한 적의 육중한 도끼가 척추를 향해 날아들었다.


“죽어라! 강철심장 부족놈들!”


그때 그림자처럼 따르는 도비쿠스의 검이 오크의 옆구리를 파고 몸속 깊히 파고 들어갔고 도끼는 주인의 손을 떠나 맥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아그리사. 당신의 뒤는 내가 지키겠소.”


아그리사는 엄지를 들어올려 보이고는 새로운 상대를 찾아 적진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어갔고 그 역시 아그리사를 따라갔다.


겨우 정신을 차린 산울림 부족 전사들은 반격을 시작했고 뿔피리 소리와 함께 강철심장 부족의 요새 안쪽에서 푸른갈기 부족이 함성을 내지르며 아수라장이 된 전장에 합류했고 장군들 사이에 숨어 숨죽이고 있던 요르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도끼를 들어 지시를 내렸다.


“드디어 원군이 도착했다!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하지만 환호성은 아군이 아닌 적들에게서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전투 시작 전부터 울렁거리던 땅이 본격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큰 폭발과 함께 십여 명의 전사들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바닥으로 추락했으며 그 중심에는 타르가르가 있었다.


그가 든 무기는 허풍이 아닌 진짜였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대족장에게 곧 흉보가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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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6화 바일라(3) 22.12.30 37 0 11쪽
145 145화 바일라(2) 22.12.27 31 0 11쪽
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1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137 137화 오크원정대(19) 22.12.13 31 0 12쪽
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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