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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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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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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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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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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내전(1)

DUMMY

에이든은 타르가르의 옆에 나란히 서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하셔야죠. 크리스탐은 심판받을 겁니다.”


“그 전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탈리의 표정과 말투가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보아 무슨 일이 생겼음이 틀림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불안함 때문에 이 말을 내뱉는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전에 족장님. 늑대들은 귀소 본능이 아주 뛰어나다고 알고 있는데 맞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이번엔 에이든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형. 혹시 마나 물약 남는 것 있어요? 급하게 오느라 조금 밖에 챙겨오질 못해서.”


에이든은 아그리사와 도비쿠스가 와이트들에게서 가지고 온 농축 물약을 내밀었다.


“이렇게 귀한 물약을...! 고맙습니다. 그럼 늑대들은 따로 보내시고 저와 먼저 썬송으로 가시죠. 이런 물약이라면 최상위 주술을 사용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을 거예요. 이야기는 가면서 해 드릴게요.”


탈리는 물약을 마시자마자 주술을 시전하며 바닥에 엎드렸고 몸에 빛이 일렁이더니 거대한 와이번으로 변신했다.


그는 대원들이 자신의 커다란 몸 위로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몸을 굽히고 날개를 내려주었고 대원들은 늑대들을 먼저 산세가 험하고 가파르기로 소문난 페인델시아산맥으로 보낸 후 탈리의 등에 올라탔다.


와이번이라니 안드릭스 대륙의 최상위 포식자 위에 타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진귀한 경험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도 이 많은 인원을 태우고 과연 날아오를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거대하고 튼튼한 날개와 두꺼운 허벅지 덕분에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고 탈리는 포효를 내지르며 남쪽으로 날아갔다.


저 멀리 무리를 지어 전속력으로 고향을 향해 달려가는 붉은 갈기늑대 무리가 아래에 보였고 페인델시아산맥과 정면으로 마주할 때쯤 탈리는 입을 열어 발생한 일에 대해 털어놓았다.


“지금 현재 왕국군이 마지네 고원에 살고있는 켄타로우스군을 공격하고 있고 썬송으로도 병력이 밀고 오고 있어요.”


“뭐라고!?”


“켄타로우스군은 거의 궤멸 직전이고 요르그 대족장이 이끄는 군대가 투란에서 빠져나와 이미 돌부리 언덕을 넘어 강철심장 부족 크롱크요새까지 진격하고 있었어요.”


“설마 갈색바람 부족과 푸른갈기 부족의 깃발도 함께 있었습니까?”


“남쪽에서도 북소리가 들렸으니 아마도...”


“하... 젠장 그 어리석은 대족장이 결국 사달을 내는군!”


은둔자 길드 폐허 위를 지날 때쯤 강한 바람이 불어와 탈리는 순간 균형을 잃고 크게 흔들렸고 도비쿠스가 빠르게 낚아챘으니 망정이지 맨 앞에 앉아 있는 아그리사가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다.


떨어질 뻔한 아찔했던 순간보다 발아래에 마법의 흉터로 처참할 정도로 갈가리 찢겨져 버린 아지트의 모습에 아그리사는 더 충격을 받았다.


오랫동안 함께 손과 발을 맞춘 인연들은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소중한 인연들이었었다.


고향인 썬송도 인간의 손에 의해 저리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치가 떨렸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우리에겐 태산 수호자가 있잖아요. 분명 태산 수호자를 보게 되면 대족장은 몰라도 갈색바람 부족과 푸른갈기 부족은 우리와 함께할 거예요.”


“정말 그렇게 될까?”


“에이든. 무슨 소리야. 너도 태산 수호자의 힘을 봐서 알잖아?”


“초원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최상위 포식자인 사자라 할지라도 승산이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걸지는 않아. 오히려 무리를 이끌어 안전한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지. 두 부족을 이끄는 족장들 또한 타르가르님 만큼이나 자신들의 부족을 아끼고 지키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까딱하다가는 부족 전체가 몰살당할지도 모르는 이 전투에 태산 수호자를 든 족장님이 있다고 한들 그들이 과연 모든 것을 걸고 우리 쪽에 서서 싸워줄까?”


“그럼 포기하고 이대로 우리끼리 바할랜으로 도망이라도 가자는 말이야?”


“생각해봐. 안 그래도 불리한 상황에서 태산 수호자까지 저들에게 잃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어.”


“닥쳐. 이 겁쟁이야. 가려면 너 혼자 도망쳐. 난 끝까지 싸울 테니까.”


타르가르는 에이든의 말에도 공감했고 아그리사의 말에도 공감했다. 하지만 자신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부족민들을 이대로 저버릴 수는 없었다.


믿지는 않지만, 요정들도 여신이 우리를 보우하고 있다고 했었다.


“에이든님. 자브랄족장과 골고르족장은 대족장과는 다르게 충분히 믿을만한 자들이오. 그들은 내게 맡겨 주시오. 반드시 설득하겠소. 애초에 우리의 목적은 흩어진 오크를 규합하는 것 아니었소.”


“성공했다고 가정하고 그 뒤엔 어떻게 하실 거죠? 남쪽 드래나스트엔 그리핀 기사단이 있고 북쪽은 페인델시아산맥으로 막혀 있어요. 그리고 서쪽에선 왕국 군이 밀고 오는데 어떻게 빠져나가시려고요.”


아그리사의 뒤에 앉아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비쿠스가 물었다.


“대족장이 이끄는 군대의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음... 많으면 1000명 가까이 될 겁니다. 갈색바람 부족과 푸른갈기 부족이 우리와 함께 한다면 저희 쪽은 700명 정도 될 거고요.”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음... 좋은 생각까지는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주군.”


“뭔데?”


“투란으로 정면 돌파하여 바할랜까지 가는 수 밖에요. 상대가 병력은 더 많기는 하지만 그쪽이나 저쪽이나 실전경험이 전무 합니다. 부대를 이끄는 지휘관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되겠죠. 그리고 우리에겐 어마 무시한 무기를 가진 족장도 있고 주군께서 마녀들과 공중에서 아군을 지원해 주신다면 피는 좀 보겠지만 적어도 포위되어 전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그리사는 손을 번쩍 들어 도비쿠스의 의견에 찬성했고 타르가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어떻게 생각해?”


에이든은 현실적인 사람이었고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결정을 내리는 신중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해야 할 선택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일이었기에 평소보다 더 신중을 기했다.


“만약에 경우도 생각해야 합니다. 왜 다들 반드시 ‘성공할 거다’라는 개념으로 작전을 구상하고 계신지 모르겠군요. 두 부족이 합류하지 않는다면요. 그땐 지금처럼 탈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겁쟁이라 모욕하는 아그리사를 제외하고는 그가 염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타르가르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북서쪽에 그나마 험하지 않은 두려움의 골짜기라는 곳이 있소. 그 골짜기를 넘어가면 바로 마녀의 숲으로 갈 수 있지요. 예전부터 정말 식량이 모자라 며칠씩 굶어야 할 때만 목숨을 걸고 그 골짜기를 지나 마녀의 숲으로 가 사냥을 하고는 했어요. 하나 길목이 좁아 많은 이가 한 번에 그곳을 통과하는 건 불가능하니 만약 일이 잘 못 된다면 여러분들만이라도 그곳으로 빠져나가십시오.”


“잠시만요. 족장님. 말끝이 이상한데요? 마치 우리만 가라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그렇소이다. 내 목숨은 태어남과 동시에 부족과 연결되었고 평생 그렇게 살고자 다짐했소. 이 목숨이 쓰러질 때까지 긍지를 가지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부족을 버리고 떠나지 않을 거란 말이오. 아그리사.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태산 수호자를 들고 에이든님과 도비쿠스님을 따라가거라.”


“싫어요. 족장님에게도 긍지가 있듯이 저 또한 긍지가 있어요. 족장님이라 해도 제 의지와 고집은 꺽지 못 하실걸요? 그러니 그런 말씀 마세요.”


타르가르는 고개를 돌려 에이든을 바라보았고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은 그의 부탁을 당연히 거부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의 방법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고 전장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두 부족을 규합시키는 데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바람이 바뀌어 이제는 뒤에서 불어왔고 탈리는 그 바람을 타고 활강을 시작했다.


저 멀리 먼지구름이 회오리치며 하늘 바다 위로 흐르고 있었고 그 아래엔 크롱크요새가 보였다. 요르그 대족장이 전 병력을 이끌고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탈리의 말대로 끔찍한 괴물로 변해버린 왕국군이 보였지만 그들은 가만히 주둔지에 틀어박혀 있을 뿐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오크 부족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손대지 않고 코를 풀려는 모양새처럼 보였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적어도 동쪽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탈리는 포효하며 지상으로 내려앉았고 갑작스러운 와이번의 등장에 오히려 강철심장 부족민들이 혼란에 빠졌고 탈리는 대원들이 등에서 내리자마자 매의 모습으로 바꾸고는 말했다.


“되도록이면 많이 빨리 원군을 데리고 올게요.”


“응. 부탁해. 비행 조심하고.”


탈리는 조금의 쉴 틈도 없이 재빨리 날아올라 마녀의 숲을 향해 날아갔다.


“족장님이 돌아오셨다!”


“우린 살았어!”


바삐 움직이던 병사들이 환호로 영웅들의 귀환을 반겨주었다.


“울데크. 자넨 늑대 기병대를 이끌고 동문 앞에 대기하고. 아그리사. 주민들을 모아 기병대 뒤에 모아줘. 언제든지 뒤따를 수 있게 말이야.”


잠시 후 족장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부족장 그룬달과 사랑하는 그의 여인 네칼라가 늑대를 타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타르가르!”


“그룬달.”


그룬달은 타르가르의 손에 들린 태산 수호자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


“감축드립니다. 대족장님.”


타르가르는 그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이러지마 친구. 뭐 하는 거야.”


“장난 좀 쳐봤는데 은근히 좋아하네? 재수 없게 말이야. 방금 네 표정을 네가 봤어야 했는데. 큭큭.”


“쳇. 그보다 현재 전황은 어떤가?”


“아직 놈들이 본격적으로 공격하지는 않고 있네. 딱 시간 맞춰 도착한 셈이지. 아무래도 갈색바람 부족과 푸른갈기 부족이 남문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동시에 공격할 생각인 듯하네. 요르그 대족장이 이끄는 산울림 부족은 이미 동문에 도착했고 그래서 우선 우리 군의 절반에 가까운 병력을 그곳으로 보냈어. 놈이 작정한 듯 인간들이 사용하는 공성 무기를 잔뜩 끌고 와서 오래 버티지는 못할걸세. 우리의 요새는 인간과 다르게 통나무를 쓰지 않나.”


“이럴 줄 알았으면 내 동생 다르할을 바다에 보낼 게 아니라 석공술을 익히도록 미넬리아나 글린데일로 보낼 걸 그랬군. 수다는 이쯤하고 자네는 서문으로 가 2개 소대만 남겨놓고 동문으로 지원을 가줘.”


“자네 미쳤나!? 인간들이 서쪽에 주둔하고 있어. 그들이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그곳은 무엇으로 막으라는 건가? 실질적으로 가장 위험한 게 저들인데. 자네가 못 봐서 그래. 저 밖에 있는 것들은 내가 아는 키만 크고 말라비틀어진 인간이 아니라고. 몸집은 우리만큼이나 크고 건장해 마치 트롤 같다고.”


밍밍한 타르가르의 반응에 그룬달은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알고 있었다는 눈치군.”


타르가르는 그룬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지. 우선 빨리 군을 이끌고 동문부터 막아줘.”


“그래 알겠어. 뭔가 계획이 있나보군. 잘 부탁한다. 형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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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4화 바일라(1) 22.12.26 31 0 11쪽
143 143화 위슈트리나(4) 22.12.25 30 0 11쪽
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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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123 123화 오크원정대(12) 22.11.20 37 0 11쪽
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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