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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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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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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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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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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오크원정대(14)

DUMMY

도비쿠스는 의아해하며 아그리사를 바라보았다.


문고리를 잡은 건 아그리사의 팔이 아닌 바닥에 떨어져 있었던 뼈만 남은 오크의 팔이었다.


처음엔 그녀가 무엇을 의도하려는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녀는 카이스가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말을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렇군요. 죽음에 이른 자. 하지만 저들의 속도를 봐서 잘 아시잖아요. 우리의 힘만으로는 조금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호자의 능력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 생겼고 어떤 공격을 하는지도 모르잖아요. 우리라고 해서 수호자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잖습니까. 이 선택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뒤쪽에서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을 타고 스산한 카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어려운 주문도 아닌데 말이에요. 서두르시죠. 이러다 놈이 눈치라도 챈다면 놈이 문을 완전히 봉인될 수도 있습니다.”


아그리사는 길게 숨을 들이켠 후 내쉬었고 가슴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조금 긴장되서 그래요. 지금 바로 할게요.”


아그리사는 도비쿠스를 째려보며 말했다.


“처음엔 안 그러더니 넌 말이랑 겁이 참 많구나? 그래서 네가 미치도록 싫어. 정 내키지 않으면 뒤로 돌아가서 못하겠다고 징징거려보던지.”


“뭐?... 뭐요?”


아그리사는 도비쿠스가 자존심을 건드려야 확실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고 그가 망설일 때마다 그의 깊은 내면에 있는 곳을 어느 정도의 깊이와 강도로 건드려야 하는지까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가 공격조로 따라나설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


그는 그녀의 예상대로 더는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혀 혼자 머릿속으로 싸우지 않았고 행동으로 옮겨 보였다.


도비쿠스와 아그리사의 가짜 손이 문고리를 붙잡자 문의 가운데에 있던 나무 정령의 눈에 빛이 새어 나왔고 문고리는 손 모양으로 바뀌더니 문이 사라지고 그 공간에 하늘 바다를 수놓은 별빛처럼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저곳이 생명의 사원 안쪽으로 가는 길인 듯했다.


거대한 나무 정령이 좁은 틈을 비집고 밖으로 빠져나왔고 그는 아그리사와 도비쿠스를 성난 얼굴로 무섭게 내려다보았다.


“불경한 존재가 감히 생명의 사원으로 들어오려 하다니 너희를 안식의 길로 인도해 주마. 일어나라 형제들이여 일어나 사원을 더럽히려는 자들을 소탕하자.”


주위에 헐벗은 기괴스러운 나무들이 뿌리를 다리 삼아 가지를 팔로 만들어 단단하게 자신을 옭아매던 대지를 박차고 튀어나와 와이트들을 둘러쌌고 아그리사와 도비쿠스도 그들의 위협의 대상이 되었다.


카이스는 이를 갈며 문 앞에 있는 도비쿠스와 아그리사를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배은망덕한 놈들을 보았나. 기껏 살려주고 먹여주고 재워준 나를 네놈들이 감히 배신을 해? 역시 살아있는 존재들이란 믿을 것이 못 되는군.”


도비쿠스는 농축 물약이 든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카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부터 우리를 이용해 먹을 심산이었나? 강령술사.”


“그래. 그럴뻔했지. 그런데 네놈들이 모두 망쳐 놓았다. 음... 아니지 아니야. 거의 망쳐 놓았다고 해야겠군. 어찌 되었든 문은 열렸으니까.”


아그리사는 손에 쥐고 있던 오크 뼈를 내려다보고는 문을 쳐다보았다.


“어째서 문이 열린 거지? 난 네 말대로 죽은 자의 손을 빌려 문을 열었는데.”


“그래 너의 그 멍청한 행동 때문에 수호자들이 깨어났고 상당히 귀찮아졌지. 무엇으로 열든 살아있는 존재가 여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일종에 장갑을 끼고 연 것이나 매한가지지.”


“생명의 사원으로 가려는 진짜 목적이 무엇이냐?”


카이스는 귀찮다는 듯 귀를 후비며 말했다.


“그런 것까지 네놈에게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지 않나?”


“설마 태산 수호자를 노리는 것이냐?”


“그런 한심한 무기 따위에는 관심 없다.”


“그렇다는 건 네놈은 제2의 미친 트롤이 되려 했구나.”


“아... 그만!”


카이스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숲에 울려 퍼졌다.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구나.”


아그리사는 수호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수호자! 우린 적이 아니야. 베라멜 여왕과 함께 예전의 숲의 모습을 되찾고 숲을 수호하기 위해 오크를 위해 전사하신 바이락스 대족장님의 무기를 되찾고 그분의 의지를 받들고 실현하기 위해 온거야. 그러니 미친 트롤처럼 보주를 이용해 숲을 황폐화하려는 저 녀석을 함께 처리하자.”


수호자는 아그리사를 힐끔 내려다보고는 왼손을 들어 움켜쥐었고 그러자 땅에서 나무뿌리가 솟아나 아그리사와 도비쿠스를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옭아맸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우린 너희 편이라고!”


“사악한 병균 덩어리들을 데리고 온 너희들의 잘못도 있으니 그 죄는 저 더러운 무리를 처리하고 단죄해 주겠다.”


“병균이라고? 지금 그 말 후회하게 해주마.”


카이스는 지팡이를 땅바닥에 내려치고 보주를 들어 올려 암흑마력을 방출했다.


청록색의 빛이 근처 뼈 무덤을 뒤덮었고 코를 찌르는 시체의 악취가 퍼지며 잠시 후 죽어 아무렇게나 뒤엉켜 묻혔었던 오크의 뼈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무덤을 파헤치고 죽음의 사병들이 흙더미 속에서 하나둘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그리사와 도비쿠스는 그가 왜 정문이 아닌 후문을 택한 건지 알게 되었다.


아그리사는 마을 더듬으며 죽어 땅에 묻혀서도 고통을 받는 선조들을 바라보며 울먹였다.


“서... 선조들이... 이놈! 절대 용서 못 해!”


“일어나라! 나의 하수인들이여 일어나 주인을 도와 수호자들을 처리해라!”


“크라아아아악!”


껍데기만 남은 옛 용사들은 과거의 영광은 모두 잊은 채 오로지 카이스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그 중심에는 바이락스 대족장도 있었고 그의 손에는 그토록 찾던 태산 수호자가 들려 있었다.


바이락스는 태산 수호자를 휘두르며 와이트들과 함께 수호자들과 전투를 시작했다.


“아그리사님!”


“보고 있어요. 생명의 사원이 아닌 이런 곳에 묻혀 있었다니...”


“그러고 보니 베라멜 여왕이 이곳에서 오크들이 전투를 펼쳤다고 했죠?”


“이 사실을 빨리 본대에 알려야 해!”


“그런데 이 구속을 어떻게 풀고 나가죠? 아무리 힘을 줘봐도 꿈쩍도 안 하는데...”


“그냥 먹어치워 버리자!”


아그리사는 곧장 몸통을 조르고 있는 뿌리 쪽을 아무 생각 없이 이빨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다고 속박 마법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되네?”


이런 1차원적인 방법이 통할 줄은 몰랐지만, 수호자가 눈치채기 전에 속박에서 풀려난다면 와이트들의 추격 또한 피해 본대에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비쿠스도 아그리사를 따라 뿌리를 이빨로 물어보았다. 생각보다 단단하지는 않았지만 질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보단 평소 관리를 못 한 탓인지 금방 이가 아파 왔다.


반면에 아그리사는 마치 비버처럼 앞니와 날카로운 송곳니를 이용하여 뿌리를 물고 뜯고 뱉어내고를 반복했다.


순식간에 몸통을 조르고 있던 뿌리에서 해방된 아그리사는 도끼를 집어 들고 남은 부위를 모두 잘라내고 이에 통증을 느끼며 느릿느릿 첫 뿌리 부분을 잘근잘근 씹고 있던 도비쿠스의 머리통을 내려치고는 도비쿠스를 풀어주었다.


“하여튼 이건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돼. 내가 네 엄마냐? 하나하나 내가 다 해줘야 해요. 어후! 선조들이시여 이 짐 덩어리를 진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구해준 건 생각도 안 하고...”


도비쿠스는 등에 짊어진 상자를 내려놓고 대충 손에 잡히는 적당량을 집어 아그리사와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대원들이 있는 방향으로 도망쳤다.


“제니타! 엘마! 쥐새끼 같은 것들이 도망친다. 놈들을 잡아 와라! 죽여도 좋지만, 기왕이면 숨이 붙어 있는 상태로 내게 데리고 와라. 아직 갚아야 할 빚이 있으니까 말이야.”


“네. 주인님.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그리사와 도비쿠스는 한 쌍의 사슴처럼 재빠르게 앞을 막는 바위를 훌쩍 뛰어넘고 맹렬하게 수풀을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둘의 바로 뒤쪽으로 제니타와 엘마가 먹잇감을 뒤쫓는 굶주린 야수처럼 쏜살같이 달려왔다.


속도에선 그들보다 아래에 있기에 얼마 가지 못 해 아그리사는 엘마의 공격에 오른쪽 어깨를 살짝 베였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피한 덕분이었다. 아그리사와 엘마, 도비쿠스와 제니타는 서로를 마주했고 무기를 겨누었다.


엘마는 기분나쁜 웃음을 짓더니 혀를 할짝거리며 아그리사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마. 천천히 죽여줄 테니까. 나도 좀 즐겨야 하지 않겠어?”


“너 따위에게 당하려고 지금껏 힘들게 살아온 게 아니거든? 오늘 나를 만난 걸 후회하게 해줄게.”


“내 상대가 사령관이라니. 이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교만하기 짝이 없는 놈이군.”


지금껏 상대해온 상대 중 가장 강하다는 걸 아그리사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전문적으로 무기를 다루는 법을 배운 적은 없다고는 하나 와이트들은 기분 나쁠 정도로 재빨랐고 게다가 버프 기술까지 사용할 줄 아는 놈들이니 특별히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우선은 수비적으로 하되 기회가 나면 역습할 생각을 했다.


먼저 치명타를 피하고자 빛의 보호막을 걸었고 그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했다.


엘마는 검을 정면에 놓고 자세를 낮게 잡고 있었다.


엘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아그리사에게 달려들었고 첫 공격은 보호막이 대신 맞아주기는 했지만, 다음 베기 공격에 허벅지를 베였다.


“큭...”


아그리사는 도끼를 휘둘렀고 엘마는 자세를 낮춰 가뿐하게 피한 뒤 검의 손잡이로 턱을 올려친 후 몸쪽 깊숙한 곳으로 베기를 시도했다.


아그리사는 재빨리 그녀의 기분 나쁜 숨결까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붙어 그녀의 팔을 겨드랑이에 낀 후 머리로 그녀의 얼굴을 내리찍었다.


코가 으스러지며 뼈가 땅바닥에 흩뿌려졌고 엘마는 힘 버프를 사용해 아그리사의 겨드랑이에서 팔을 뺀 후 뒤쪽으로 물러났다.


“내 코가... 부서졌잖아!”


“냄새를 맡는 기능이 있기는 했냐? 장식 아니었어?”


“네 머리를 잘라 코만 써주겠다! 망할 년!”


엘마는 이를 딱딱거리며 분노를 드러냈고 다시 빠르게 돌진해 무기를 마구 휘두르며 아그리사를 몰아붙였다.


첫 공격에 오른팔을 베였다.


역시 와이트의 속도 하나만은 인정해야 했다.


그러나 와이트는 속도만 빨랐지 전문적으로 전투 기술을 익히지 못한 탓에 상대에게 치명적인 공격은 넣지 못했고 형편없고 근본 없는 휘두르기 공격만 주야장천 해댔다.


강한 상대와 싸운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아그리사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버렸고 이젠 질려 버렸다.


아그리사는 빈틈을 보인 엘마를 향해 양날 도끼를 휘둘러 그녀의 팔을 잘라버렸다.


“댕강!”


무기를 든 팔을 잃은 앨마의 목숨은 바람 앞의 등불이나 마찬가지였고 아그리사의 다음 공격으로 목이 잘려나갔다.


목이 잘려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썩어빠진 몸뚱이는 아그리사의 발목을 붙잡고 격렬하게 저항했고 주둥아리는 걸레를 문 것처럼 거친 욕설을 내뿜어 댔다.


“크아앙! 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그리사는 도끼로 그녀의 두개골을 반으로 잘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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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5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3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138 138화 내전(1) 22.12.16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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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135 135화 미넬리아 공성전(2) 22.12.11 29 0 12쪽
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7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8 0 12쪽
124 124화 오크원정대(13) 22.11.21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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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122화 오크원정대(11) 22.11.18 36 0 12쪽
121 121화 오크원정대(10) 22.11.15 3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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