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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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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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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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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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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4화 오크원정대(13)

DUMMY

강령술사인 카이스는 보라색 빛을 내뿜는 마법봉을 손에 쥐고 보주를 왼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보주는 그가 내뿜는 마력 때문에 손위에 뜬 상태로 적당한 높이를 유지했다.


“그 말썽꾸러기 트롤녀석의 머리통을 부숴버리러 가야죠.”


“지... 진심이세요? 이렇게 갑자기... 저희야 여러분들이 도와주시면 큰 힘이 되겠지만...”


이만하면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그들의 도움에 충분히 감사해하고 있다는 표현은 끝난 것이라 도비쿠스는 생각했다.


더 이상의 인사는 사치일 뿐. 무게에 짓눌려 굽어진 허리를 똑바로 펴고 아그리사와 카이스를 지나 맨 앞에 섰다.


황금내림 골짜기를 향해 오던, 그날 나무에 새긴 엑스자 표식이 보였다.


“이곳부터 사원까지 가는 길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앞장서도록 하죠.”


카이스는 도비쿠스보다 한발 더 나아가 앞에 서며 말했다.


“잊으셨습니까? 저희는 여러분들의 동료들과 함께 싸울 수 없습니다. 대신 사원으로 향하는 숨겨진 통로를 알고 있죠. 졸개들은 무시하고 바로 우두머리에게 가는 겁니다.”


도비쿠스는 제대로 들었지만, 재차 확인했다.


“지름길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근방에는 부러진 가족들의 뼈를 대체할 뼈들이 많이 있어. 자주 들렸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놈들을 상대하기에 좋은 능력을 가진 와이트들을 굳이 빛의 기사단원들에게 데리고 가 합류해봤자 와이트들을 신경 쓴다고 기사단원들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더 컸다.


그리고 정면을 방어하느라 놈의 하수인들을 입구에 몰아 놓았을 테니 오히려 뒤쪽은 허술할 것이었다.


도비쿠스는 고개를 끄덕여 그의 제안을 수락했고 아그리사는 몸이 근질근질한지 거대한 양날 도끼를 휘두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와이트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방금까지 눈앞에서 알짱거렸는데 한 번의 깜빡임에 다른 나뭇가지에 올라서서 추격하는 레이스들을 베어버렸고 검 끝에 흘러내리는 검은피를 맛보았다.


그들이 거리를 벌려준 덕분에 아그리사도 모처럼 실력을 발휘했다.


뒤따라오는 레이스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 버리고 비수를 꺼내 들어 멀리서 접근하던 레이스의 입에 던져 넣어 머리를 관통시켰다.


미끄러지듯 한 마리의 백조처럼 동작은 컸지만 섬세하고 날카로웠고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는 보는 도비쿠스도 감탄을 자아낼 만큼 빨랐다.


역시 그녀도 오크는 오크였다. 일반인들은 들고만 있어도 그 무게에 버거워할 양날 도끼를 저렇게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그의 신체 능력이 부럽기까지 했다.


반대로 도비쿠스는 짊어진 상자 때문에 제대로 뛰는 것도 버거웠다. 하지만 뒤처져도 무기를 제대로 휘두를 수 없어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따금 앞서가던 와이트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 레이스를 자신을 대신해 베어주었기 때문이었다.


늑대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북쪽에서 들려왔다.


피 냄새를 맡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대원들 쪽에서 꽤 고전 중인 듯했다. 하지만 이대로 뚫고 가 놈의 뒤통수를 칠 수만 있다면 놈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그 틈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단칼에 트롤 녀석을 쓰러뜨리고 주인공이 되리라 다짐하며 최대한 힘을 아꼈다.


- - - - -


끝도 없이 몰려드는 레이스들 때문에 요정 한 명과 빛의 기사가 벌써 둘이나 쓰러졌다.


무기를 휘두르는 팔엔 쥐가 났고 그들이 흘리는 피에 묻어나오는 매캐하고 지독한 냄새 때문에 콧속이 따끔거렸다.


조금 전 한 놈을 쓰러뜨렸지만, 환상이라도 보는 듯 에이든의 눈앞에는 또 다른 녀석이 입을 쩍 벌리고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날카로운 손톱을 마구 휘둘러 댔다.


진영이 붕괴하기 시작했고 빛의 파동을 일으켜 적들을 최대한 진영 밖으로 밀어냈다. 이미 분산된 진영은 복구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전투의 광적인 열기에 잠식된 대원들은 이미 무아지경 상태에 이르러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흩어지지 마라! 뭉쳐야 한다!”


우렁찬 타르가르 족장의 음성이 대기를 가르자 대원들은 거의 잃을 뻔했던 정신을 되찾고 주위를 둘러보며 또 다른 빛을 찾아 서로 밀착했다.


흩어졌던 빛이 다시 하나가 되자 얼핏 보면 정체되어 있었던 빛이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두에 선 울데크가 적들의 포위를 뚫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 때에 도전적인 아그리사가 있었더라면 이런 포위망쯤이야 쉽게 뚫었을 텐데’라는 진하고 씁쓸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명의 사원에 도착했을 땐 준비했던 마나도 모자랄 판국이었다.


에이든은 거머리처럼 자꾸 엉겨 붙은 레이스를 거대화 한 해머로 찍어버리고 베라멜 여왕을 불렀다.


“여왕님!”


에이든의 부름에 대원들 머리 위에서 방어하고 있던 베라멜이 쏜살같이 내려와 에이든의 옆에 자리 잡았다.


“고치 작전입니다.”


“알겠어요.”


베라멜은 앵두 같은 작고 붉은빛이 도는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휘파람을 불었고 신호에 맞춰 다른 요정들도 하강해 대원들 틈을 파고들었다.


오크들은 서로 밀착해 하나의 빛으로 서로를 연결했다.


타르가르와 베라멜은 에이든의 손끝에 힘을 주입했고 에이든은 빛으로 충만해진 구체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레이스들은 헬티네스를 쓰러뜨렸던 방식으로 전개된 보호막을 향해 암흑 에너지를 방출했고 보호막에 쩍쩍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보호막 틈새로 스며든 암흑 에너지는 고스란히 대원들에게 전달됐고 상상도 못 할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크아아악! 족장님... 더... 더는 버틸 수가 없습니다. 그냥 쏴버리죠!”


“조금만 더 참게. 아직 모자라!”


대원들의 손끝으로 파고든 암흑 에너지는 혈관을 따라 체내에 퍼지기 시작했고 뼈와 피부가 썩어들어 갔으며 부식된 살점이 꽃가루처럼 공기 중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또 한 명의 대원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고 그는 레이스들에게 영양 공급원이 되었다.


실패하느냐 성공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찬란한 빛의 구체가 에이든의 손끝을 떠나 위로 솟구쳤고 빛의 파장이 레이스들을 빛으로 충만해진 구체가 팽창하기 시작해 번쩍이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쿠왕!”


빛이 가로로 퍼져 나가며 레이스들의 허리를 반으로 토막 내고 출렁이는 빛의 물결이 숲 전체를 뒤덮은 모든 어둠을 집어삼켜 소멸시켜 버렸다.


레이스들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토해내며 산산이 조각났고 해방된 영혼들은 죽음의 찬가를 소리높여 부르며 일제히 안식의 사원을 향해 날아갔다.


의식이 끝나자 모든 대원은 바닥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바닥을 짚고 있는 에이든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소진한 마나의 양이 많아 그런지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허기짐에 등줄기에선 식은땀까지 흘러내렸다.


무릎을 꿇고 앉아 가방에서 마나 물약을 꺼내 재빨리 바닥난 마나를 채워 넣자 방전되었던 신체 기능이 다시 재가동됐다.


자가 치유를 마친 대원들은 다시 땅을 딛고 일어나 용맹한 자태를 뽐내며 타르가르 족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베라멜과 요정들은 사원을 향해 날아가는 영혼들이 걱정되는지 뒤를 돌아보며 감상에 빠져들었다.


“과연 몇이나 안식의 사원에 도착할 수 있을지... 안식의 신 자히도엘 그리고 생명의 여신이신 에리자엘이시여 부디 저들을 지켜주시길...”


감상에 젖은 베라멜과는 다르게 타르가르는 진군해 온 길을 돌아보지 않았고 오로지 나아가야 할 길에만 집중했다.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숲과 짙게 깔린 어둠 사이에 가려져 희미하게 보이는 생명의 사원 외벽을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며 말했다.


“이젠 놈들이 만찬을 즐기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겁니다. 베라멜. 놈들의 아비가 바로 우리 눈앞에 있소. 위기를 느낀 트롤녀석이 숲 전역에 퍼져 있는 레이스들을 더 끌어모으기 전에 다시 진군을 서둘러야 합니다.”


정신을 차린 베라멜은 요정들과 함께 비행을 시작했다.


“제군들이여 무기를 들고 빛을 밝혀라! 선조들의 원수이자 숲 파괴자가 우리의 눈앞에 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것이고 놈들은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될 것이다. 가자! 용사들이여! 나를 따르라!”


대원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오크 만세!”


“숲을 위하여!”


베라멜과 요정들도 앙증맞은 작은 손을 높이 들어 사기를 더 했고, 최종전을 치르기 위해 생명의 사원을 향해 나아갔다.


- - - - -


타르처럼 끈적하게 달라붙는 레이스들의 분비물이 옷에 들러붙어 고약한 냄새를 풍겨댔다.


작은 연못이라도 있으면 뛰어들어 씻어내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에 할 수 있는 건 떨어진 낙엽과 나뭇가지를 이용해 닦아내는 것밖에는 없었다.


분명 생기로 가득했을 사원의 뒷문은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고 구불구불 제멋대로 꼬인 마른 덤불이 길을 막아섰고 제니타와 제니가 검을 이용해 가지를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그리사는 발밑에 무언가를 밟고 넘어질 뻔했다.


“휴~ 놀래라.”


그냥 돌부리려니 생각하고 아래로 내려다보니 가죽 신발 아래에 있는 건 다름 아닌 부서진 두개골이었고 죽은 망자들의 무덤이자 벌레들의 좋은 은신처였다.


뚫린 입과 텅 빈 눈 사이로 지네와 거미가 기어 다녔고 참혹한 광경에 몸에 있는 털이 바짝 곤두섰다.


두개골의 형태로 보아 이건 오크의 뼈였다.


주변에 관심을 조금 더 기울이자 불룩하게 솟아오른 언덕들이 수십 개는 더 있었고 그것들은 모두 다 흙과 뼈들로 이루어진 산이자 선조들의 무덤이라는 걸 알게 된 아그리사의 눈은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이글거렸고 양날 도끼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선조들의 유골 앞에 조아렸고 그들을 위한 기도와 목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아그리사의 부름에 응답해 주지 않았다.


“반드시 놈의 머리를 잘라 낯선 땅에서 고향을 그리고 가족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선조들에게 바치겠어요.”


“찾았습니다! 이쪽이에요.”


덤불 한가운데에 연결된 어떠한 벽 하나 없이 떡 하니 커다란 여닫이문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게 사원의 뒷문이라고요?”


요정들이 들락날락하기에는 많이 커 보였다.


문의 표면에는 그동안 관리를 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는지 녹빛 이끼와 덤불에 잠식되어 있었고 문 가운데에는 구불구불한 뿔이 솟아 있는 나무 정령의 얼굴을 본 따 만든 오래되고 부식된 청동 장식과 나무줄기가 손 모양으로 변형되어 문고리처럼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와이트들은 눈앞에 문을 두고도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고 아그리사와 도비쿠스가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안 들어가시고 왜 가만히들 계세요?”


카이스는 문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이 문을 열 수 있는 건 오직 살아있는 존재만이 열 수 있어 저희는 열 수가 없습니다. 두 분께서 열어 주셔야 합니다.”


“저희가요? 어떻게 하면 되죠?”


“문고리를 잡으시고 ‘영원한 봄을 맞으라’라고 암호를 읊으면 수호자가 활성화될 겁니다. 수호자는 죽음에 이른 자를 경계해 제거하려는 경향이 있으니 저희는 잠시 뒤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아그리사는 망설임 없이 문고리를 잡았고 도비쿠스는 선뜻 문고리를 잡지 못하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망설였다.


“빨리 안 잡고 뭐 해?”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갑자기 저들이 우릴 선뜻 도우려는 게 이상하고요. 처음엔 거절하더니 왜 인제 와서 우릴 도우려는 걸까요?”


“나도 알고 있으니까 문이나 열어. 내게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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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2화 위슈트리나(3) 22.12.23 34 0 12쪽
141 141화 위슈트리나(2) 22.12.20 32 0 11쪽
140 140화 위슈트리나(1) 22.12.19 32 0 12쪽
139 139화 내전(2) 22.12.18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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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136화 오크원정대(18) 22.12.12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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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화 미넬리아 공성전(1) 22.12.09 31 0 12쪽
133 133화 신의 군대(8) 22.12.06 32 0 12쪽
132 132화 신의 군대(7) 22.12.05 30 0 11쪽
131 131화 신의 군대(6) 22.12.04 35 0 11쪽
130 130화 오크원정대(17) 22.12.02 36 0 12쪽
129 129화 오크원정대(16) 22.11.29 36 0 12쪽
128 128화 흔적을 찾아(2) 22.11.28 36 0 11쪽
127 127화 흔적을 찾아(1) 22.11.27 38 0 12쪽
126 126화 오크원정대(15) 22.11.25 36 0 13쪽
125 125화 오크원정대(14) 22.11.22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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