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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와 패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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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최근연재일 :
2020.02.09 22:13
연재수 :
271 회
조회수 :
116,440
추천수 :
2,679
글자수 :
1,047,762

작성
19.07.26 00:06
조회
344
추천
12
글자
7쪽

25장 금빛 여명 6화 매듭짓기 上

DUMMY

25장 금빛 여명




6. 매듭짓기 上




금방 돌아오겠다며 새벽같이 지구 관사로 떠난 슈레디안은 하루가 꼬박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저무는 석양 아래 무리 지어 앉은 인부들은 어두운 얼굴로 수런거렸다.


나이는 젊으나 슈레디안은 인부들의 구심점이었다. 신분을 감추고 있었을 적에도, 그리고 사태 해결을 하겠다고 나서며 제 신분과 이리 온 목적을 밝혔을 적에도 그는 이곳 사람들의 흔들림 없는 지도자였다. 지배하기 위해 이끈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더더욱 슈레디안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단 한 명의 절대적인 구심점이 사라지자 그들은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어졌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갔고, 어둠이 깔리며 가슴 속 깊이 불안도 깊어졌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상론은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밤이 이슥해져서야 그들은 슈레디안을 믿자고, 그를 믿고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매듭을 짓고 자리를 파했으나, 가슴 속에 피어오르는 불안한 감정마저 가눌 수는 없었다.


밤새 뒤척거리던 이들은, 이튿날 새벽빛이 밝자마자 세레즈군이 세워놓은 망루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들은 해가 하늘 높이 떠오르고 주변이 온통 환해질 무렵 채석장으로 다가오는 노틸라드 상비군의 부대를 보았다.


기다린 슈레디안에게서는 아무 소식이 없고 군부대가 접근하자 사람들은 한순간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오는 무리가 공격이나 진압을 위해서라기에는 지나치게 소규모였기에 떨리는 마음을 간신히 누른 채 그들을 맞이했다.


뜻밖에도 채석장에 도착한 노틸라드 상비군은 공터에 묶여 있는 카이아 파견대의 장교와 하사관들을 보고도 별반 격노하는 기색 없이 무심히 지나쳤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코네세타인들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본인을 노틸라드 영지의 부사령관이라고 소개한 앳된 얼굴의 장수는 하등 신경 쓰지 않았다. 어린 부사령관은 유려한 코네세타 말로 본인은 슈레디안 크론케이터와의 협상 결과를 알려주고자 이곳을 찾아왔으며, 채석장의 인부들에 대한 공격 의도가 없다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들을 한데 불러모은 뒤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금일 부로 카이아의 채석장은 노틸라드 상비군의 지휘 아래 들어갈 것이다. 크론케이터가 내세운 코네세타 측의 요구가 객관적으로 크게 부당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바, 그 정도의 의견조차 사전에 조율하지 못하여 소요를 방과한 기존 카이아 파견대는 채석장에 대한 지휘권을 보유할 만큼의 능력이 없다고 간주, 해산하여 상비군의 휘하에 편제한다. 이는 간밤에 이미 장계의 형태로 조정에 올라갔으니 추후로도 변동사항은 없을 것이다. 물론 지휘권 이양에 대한 외관상의 명목은 '가이샤드의 습격'이다. 갑자기 공격해 들어온 유목민족에 맞서 카이아 파견대와 코네세타 인부들은 분전하였으나 불행하게도 파견대의 대장과 하사관들 대부분이 전사하고 코네세타 인부들 역시 상당수 죽거나 다친 것으로 기록되었고, 이와 같은 사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관사의 상비군 일부가 이곳에 주류하기로 결정되었으니 모두 그리 알도록 하라.”


하일리겐은 흡사 모국어처럼 능란하게 코네세타어를 구사하는 메이샤드에게 시선을 준 채 입술을 비틀었다. 가이샤드의 습격이라니, 문제없이 장계를 올리기 위해 지어낸 명분이라고 하기에는 영악하기 짝이 없는 술책이었다.


그 발언은 폭동을 일으킨 코네세타인을 지키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외려 그건 부차적인 목적에 가까웠다. 미드프레드가 부임하기 이전, 노틸라드는 영지의 절반 넘게 유목민족에게 빼앗긴 바 있었다. 그 당시에 광산도 적의 수중으로 넘어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이샤드가 다시 이곳을 노린다고 해도 조정에서 믿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있을 법한 개연성을 가지고 조정을 속여 자연스레 지휘체계가 다른 카이아 파견대를 밀어내고 상비군을 주둔시켜 광산을 장악한다. 그 속셈의 이면에 있는 것은 바로 이곳에서 나오는 방연석이었다.


카이아는 노틸라드에서 길라시안 영지에 이르는 거대한 산맥이었고, 이곳의 채굴장에서는 조정에서 요구하는 철 외에도 여러 가지 광석이 다채롭게 나왔다. 도성의 세느비엔느는 무기를 만들기 위한 철광석 외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방연석을 잘 제련하면 납과 은을 채취할 수가 있었다.


세레즈에서는 광업이 발달하지 않은 까닭에 방연석이 쓸모없는 돌멩이 취급을 받으나, 커런스나 코네세타의 숙련된 기술자에게는 방연석은 그 자체로 돈이나 다름없었다. 고작 3개월밖에 광산 노역을 하지 않은 주제에 어떻게 엇비슷해 보이는 광물 가운데서 방연석을 알아봤는지 실로 놀라운 일이나, 만약 아체프렌이 은 제련 방법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실행할 기술자를 데려올 수 있다면 카이아는 그가 반드시 얻어야 할 땅이었다. 이렇게 아무런 군사 행동 없이 이 땅을 획득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만했다.


“조정에 보고된 장계대로 ‘가이샤드의 습격으로 부상자가 많아’ 이번 상납은 부득불 연기되었으며, 그 불운한 사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감축된 인원에 따라 상납량도 기존의 1/3로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개인당 일일 철광석 채굴량도 기존의 절반 이하인 수레 2대분으로 조정하고자 한다.”


하일리겐은 카이아에서 은을 채취하리라 하였을 때 아체프렌의 의도를 읽었다. 신분을 감추고 있을 적에도 범상치 않은 자라 여기긴 했지만 그는 미드프레드를 만나 제 신분증명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보위 계승을 위한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방연석에서 채취한 은은 전쟁을 위한 그의 자금줄이 되리라.


과연 세간의 평대로 태자 아체프렌은 식견도, 행보도 남다른 인물이었다. 태자의 실종이 길어지며 왕국의 세력판도는 세느비엔느와 폰다 대공에게 기울어져 있었으나, 불리한 정황에서도 침착하게 해야 할 일을 찾아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기는 그를 여왕이나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안타미젤 왕자가 이겨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도성의 귀족들은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내게서 돌아섰고, 북부는 군부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나 이곳의 주둔군은 원래부터 세느비엔느의 비호를 받아 성장한 조정의 무관 귀족 세력에 기반해 있다. 그리고 상인 출신 영주가 많은 남부는 내가 승리를 확신시켜주지 않는다면 결코 내게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한테는 세느비엔느와 안타미젤에게 없는 정당성이 있으니, 내게도 이 정도 장애쯤은 있어야 공정한 싸움이라 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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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30장 흐르는 별 3-4화 암살시도 +2 19.09.09 258 9 10쪽
174 30장 흐르는 별 2화 왕자의 재목 +2 19.09.07 255 11 8쪽
173 30장 흐르는 별 1화 사절 데니아크 19.09.06 220 9 7쪽
172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6화 대관식 소식 19.09.05 244 7 9쪽
171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5화 재상의 대처 19.09.04 242 9 9쪽
170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4화 촌각을 다투는 사안 19.09.03 218 7 9쪽
169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3화 누군가에겐 기회인 소식 19.09.02 230 8 8쪽
168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2화 장계 19.09.02 236 9 8쪽
167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1화 충격적인 입장표명 19.08.31 238 8 7쪽
166 28장 소생하는 빛 7화 선택의 기로 19.08.30 245 9 10쪽
165 28장 소생하는 빛 6화 태자의 약혼녀와 젊은 대공 19.08.29 244 9 10쪽
164 28장 소생하는 빛 5화 결혼 피로연 +2 19.08.28 286 10 8쪽
163 28장 소생하는 빛 4화 태자의 부탁 19.08.27 256 9 7쪽
162 28장 소생하는 빛 3화 태자와의 대면 19.08.26 247 9 7쪽
161 28장 소생하는 빛 2화 초청장 19.08.25 250 9 12쪽
160 2부 28장 소생하는 빛 1화 보이지 않는 감화력 19.08.24 272 9 10쪽
159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7화 더 큰 싸움을 위한 전진(추가) 19.08.23 288 8 8쪽
158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5-6화 토벌전 19.08.22 271 9 10쪽
157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4화 정당한 길 19.08.21 277 9 10쪽
156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3화 뮤켄의 우려 19.08.12 351 11 8쪽
155 27장 소리없이 흐르는 물 2화 태자의 귀환 소식 19.08.09 346 9 8쪽
154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1화 어떤 조짐 19.08.07 323 8 8쪽
153 26장 조용한 개화 6화 혼담 19.08.05 334 9 7쪽
152 26장 조용한 개화 5화 왕실 종친과의 접견 19.08.02 341 8 8쪽
151 26장 조용한 개화 4화 공주와 기사 下 19.07.31 292 13 8쪽
150 26장 조용한 개화 3화 공주와 기사 上 19.07.30 311 12 7쪽
149 26장 조용한 개화 2화 커런스의 공주, 다이엘라 19.07.29 301 9 10쪽
148 26장 조용한 개화 1화 커런스의 왕실 수예모임 +2 19.07.28 378 9 7쪽
147 25장 금빛 여명 7화 매듭짓기 下 19.07.27 344 10 7쪽
» 25장 금빛 여명 6화 매듭짓기 上 19.07.26 345 12 7쪽
145 25장 금빛 여명 5화 벗 19.07.25 356 10 13쪽
144 25장 금빛 여명 4화 해후 19.07.24 345 11 7쪽
143 25장 금빛 여명 3화 내막 19.07.23 344 12 7쪽
142 2부 25장 금빛 여명 1-2화 구명 19.07.22 324 12 11쪽
141 24장 내일의 시 7장 마지막 인사 19.07.20 384 12 7쪽
140 24장 내일의 시 6화 협상 19.07.19 307 10 11쪽
139 24장 내일의 시 5화 항거 19.07.18 314 9 8쪽
138 24장 내일의 시 4화 폭동 19.07.17 309 10 10쪽
137 24장 내일의 시 3화 핍박 19.07.16 335 8 7쪽
136 24장 내일의 시 2 모두의 지도자 19.07.15 316 10 7쪽
135 2부 24장 내일의 시 1화 변화를 이끄는 힘 19.07.13 332 9 7쪽
134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8화 구토 19.07.12 311 9 9쪽
133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7 모멸감 19.07.11 306 9 9쪽
132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6화 깨달음 19.07.10 365 9 13쪽
131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5 서색이 깃든 하늘 19.07.09 403 7 10쪽
130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4화 대가 없는 온정 19.07.08 316 10 7쪽
129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2 막사 배정 19.07.06 362 9 12쪽
128 2부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1화 희망 없는 삶 19.07.05 345 11 11쪽
127 22장 백룡어복 6화 엇갈림 +2 19.07.04 352 9 11쪽
126 22장 백룡어복 4-5화 현실의 무게 19.07.03 376 9 8쪽
125 22장 백룡어복 3화 이동 19.07.02 333 9 8쪽
124 2부 22장 백룡어복 1-2화 입항 19.07.01 379 9 8쪽
123 21장 탈출 6화 추적 - 19.06.28 366 8 6쪽
122 21장 탈출 4-5화 성밖으로 19.06.27 352 12 9쪽
121 21장 탈출 3화 의외의 조언 下 19.06.26 361 9 8쪽
120 21장 탈출 2화 의외의 조언 上 19.06.25 338 9 7쪽
119 2부 21장 탈출 1화 시블리스 도착 19.06.24 397 7 9쪽
118 20장 광야의 봄 6화 전우애 下 19.06.21 369 8 7쪽
117 20장 광야의 봄 5화 전우애 上 19.06.21 329 9 7쪽
116 20장 광야의 봄 4화 항구증축 19.06.21 358 9 8쪽
115 20장 광야의 봄 3화 공문 19.06.21 362 10 9쪽
114 20장 광야의 봄 2화 주재무관 하겔 19.06.21 328 9 8쪽
113 2부 20장 광야의 봄 1화 노틸라드 영지 19.06.21 308 10 8쪽
112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7화 보상계획 19.06.21 309 9 9쪽
111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6화 지독한 그리움 19.06.21 340 11 8쪽
110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5화 에스피아의 고민 下 19.06.21 295 9 9쪽
109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4화 에스피아의 고민 上 19.06.21 301 8 7쪽
108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3화 전후보상 - 19.06.21 307 8 6쪽
107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2화 잃은 것이 너무 많은 전쟁 19.06.21 297 9 11쪽
106 2부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1화 종전보고 19.06.21 300 9 9쪽
105 18장 남상 5화 부조리한 현실 + 19.06.21 308 8 5쪽
104 18장 남상 4화 정치적인 수 19.06.21 311 9 10쪽
103 18장 남상 3화 승전기념식 下 19.06.21 326 9 7쪽
102 18장 남상 2화 승전기념식 中 19.06.21 311 9 7쪽
101 <제2부 왕위계승전쟁> 제18장 남상 1화 승전기념식 上 19.06.21 404 8 9쪽
100 Prologue or Epilogue : 종전의 밤 19.06.21 346 11 8쪽
99 17장 군신의 탄생 4화 극적인 역전 19.06.21 379 12 10쪽
98 17장 군신의 탄생 3화 어린 적장 19.06.21 298 9 11쪽
97 17장 군신의 탄생 2화 마지막 싸움 19.06.21 338 9 12쪽
96 1부 17장 군신의 탄생 1화 코네세타의 역공 19.06.21 311 9 9쪽
95 16장 사나운 새벽 6-7화 코네세타 제일의 쾌검 19.06.20 308 9 9쪽
94 16장 사나운 새벽 5화 라콘의 위력 19.06.19 364 10 8쪽
93 16장 사나운 새벽 3-4화 개막전 19.06.18 379 9 7쪽
92 16장 사나운 새벽 2화 전투 준비 19.06.17 379 9 7쪽
91 1부 16장 사나운 새벽 1화 정치적인 안목 19.06.13 370 10 11쪽
90 15장 핏빛 긍지 7-8화 하크스의 새벽(15장 인명록) 19.06.12 411 9 14쪽
89 15장 핏빛 긍지 6화 로크라테의 반격 19.06.11 377 9 11쪽
88 15장 핏빛 긍지 5화 출격 허가 19.06.10 361 9 8쪽
87 15장 핏빛 긍지 3-4화 발각 19.06.08 444 9 8쪽
86 1부 15장 핏빛 긍지 1-2화 첩자의 정체 19.06.06 417 10 11쪽
85 14장 날선 바람 7화 소득 없는 논의(14장 인명록) 19.06.05 407 9 11쪽
84 14장 날선 바람 6화 설왕설래 19.06.04 379 10 7쪽
83 14장 날선 바람 5화 충격적인 발언 19.06.03 396 9 7쪽
82 14장 날선 바람 3-4화 결코 지지 않는 싸움 19.06.01 408 9 10쪽
81 1부 14장 날선 바람 1-2화 기회란 스스로 만드는 것 19.05.31 383 9 11쪽
80 13장 삼년불비우불명 7-8화 승산없는 싸움(13장 인명록) 19.05.30 394 9 10쪽
79 13장 삼년불비우불명 6화 설욕전 19.05.29 413 8 7쪽
78 13장 삼년불비우불명 5화 기습실패 19.05.28 390 10 8쪽
77 13장 삼년불비우불명 4화 패전의 책임 19.05.27 377 9 7쪽
76 1부 13장 삼년불비우불명 1-3화 출격과 관전 19.05.24 417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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