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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연

왕도와 패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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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04.01 11:16
최근연재일 :
2020.02.09 22:13
연재수 :
271 회
조회수 :
116,453
추천수 :
2,679
글자수 :
1,047,762

작성
19.06.25 06:00
조회
338
추천
9
글자
7쪽

21장 탈출 2화 의외의 조언 上

DUMMY

2. 뜻밖의 조언 上






"바깥 공기가 차갑습니다. 이리 오시지요."


활짝 열린 창문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는 개활지를 바라보고 있던 에스피아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슈레디안이었다. 시블리스 측이 커다란 거부감 없이 자신의 요구를 수락하여 그녀는 직속 시녀와 그를 제 곁에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춥다고 불평하는 것인가?"


벽난로 근처로 의자를 옮기던 슈레디안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에스피아를 바라보았다. 일부러 심술궂은 언행을 골라 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섬기는 주군쪽에서 저리 나오면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답하기 난감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슈레디안은 이런 순간에 미드프레드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를 떠올렸다.


에스피아에게 억류되어 억지로 친위대에 입대하게 된 이래 슈레디안은 줄곧 미드프레드를 연기했다. 란델의 교육으로 더이상 천민처럼 굴 수 없게 되었으니 다른 기준을 마련하는 건 당연하였다. 그리고 코네세타 상류 사회의 정점이라고 할 이스빌렌 친위대 기사직으로 마주치는 모두에게 예의 바르고 정중하지만 저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드러내지 아니하였던 미드프레드는, 퍽 잘 어울리는 껍질처럼 보였다. 실제로 십여 년을 곁에서 지켜보았기에 그의 반응을 예상하기도, 그것을 따라 하기도 과히 어렵지 아니하였다.


“저는 다만 전하께서 건강을 해치실까 염려되어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잠깐의 시간 차이를 두고 흘러나온 대답은 정중하나 다소 책망하는 듯한 뉘앙스를 하고 있었다. 미드프레드를 떠올리고 답을 해서 그러한 것일까. 분명히 타박하는 말투인데도 자상하고 부드러운 울림이 덧붙인 말끝에 묻어났다. 마치 그가 자신을 근심하여 건넸던 무수한 언사들처럼. 저의 목소리 위로 그리운 벗의 음성이 자연스레 겹쳐지는 기분이었다.


“비록 한겨울이 지나 이곳의 해가 길어졌다고는 해도, 도성의 봄빛에는 비할 수 없을 테니까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조금 어색하긴 하여도 편들어주고 걱정해주는 말을 듣는 것은 나름대로 기분 좋은 일이라고 에스피아는 생각했다. 그 안위를 근심하는 이가 눈앞의 이 청년이라면 더더구나.


슈레디안이 저를 코네세타의 왕위 계승자이며 주군으로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따르는 다른 친위대 기사들이나 궁정 신료들과는 묘하게 다른 태도로 대한다는 것을,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에스피아는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형제자매 없이 홀로 자라온 그녀에게는 예의 바르지만 은근한 친밀감이 깃든 그의 언행은 새롭고도 신기하게 다가왔다. 슈레디안의 가문이 멸문당하지 않아서 그가 크론케이터 가문의 공자로 저와 가까운 자리에서 어릴 적부터 사촌지간으로 자라났다면 이러한 느낌으로 저를 대할 것 같았다. 열여덟 평생 없었던 오라비가 갑자기 생긴 것 같다고 여기며 에스피아는 희미하게 웃었다.


"온종일 방 안에 있으려니 조금 숨이 막혔던 것뿐이다. 연기 냄새도 고약하고. "


나지막하게 웅얼거리며 에스피아는 손을 뻗어 창문을 닫았다.


"장작이 습기에 차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내 공기가 차가워 불을 때지 않으면 오한이 일지 모릅니다."


변명인 듯 아닌 듯 애매한 에스피아의 발언에 슈레디안이 낮게 웃었다.


"이리 앉으세요."


서늘한 기운에 차게 식은 손을 맞잡은 채 불가로 다가서는 에스피아에게 그는 가죽 모피가 깔려있는 의자를 권했다. 에스피아가 의자에 기대앉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침대가로 걸어가 온기를 담은 모포를 가져와 그녀의 어깨에 살짝 둘러 주었다.


몸짓은 담백하지만 모포의 온기까지 고려할 정도로 세심하게 마음을 기울인 시중이었다. 딱히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도 언제나 돌아보면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전부 마련되어 있다. 필시 란델이 이러한 것까지는 가르치지 아니하였을 터인데도.


명령 없이도 마음 한 수를 앞서보고 움직이는 것 같은 슈레디안의 태도에 에스피아는 어느덧 그를 경계하던 마음을 풀고 있었다.


"갑갑하실 수도 있겠지만 체온이 돌아올 때까지만 덮고 계십시오. 전하의 차림은 이곳의 날씨를 감당하기에는 다소 가벼운 듯하니까요."


에스피아는 한 손으로 모포 끝을 잡아 올리며 가만히 슈레디안을 바라보았다. 레논 궁에 있을 때도 느끼긴 했지만, 요즘의 그는 정말로 수더분했다.


목숨을 구걸하며 매달렸을 때도, 그리고 그 이후로도 자신의 지시에 고분고분하긴 하였지만, 예전에는 저를 어려워하는 기색이 가득하여 이런 식의 능동적인 배려는 없었다. 본인의 생명줄을 지닌 절대자에 대한 수동적인 복종, 딱 그 정도의 태도였던 것이 언제부터 이렇게 살가워졌는지는 에스피아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 왕실 예법을 가르쳐 귀족의 언행을 익히게 해도, 슈레디안은 완연히 아체프렌과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점뿐이었다.


그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지우지 못했던 시절, 에스피아는 슈레디안이 아체프렌과 달라 보이는 건 그의 투박하고 경박한 말투와 행실 때문이라고 여겼다. 언행이 달라 다르게 보이는 거라면 정중하고 고아한 언행을 익히게 하면 무심결에라도 아체프렌의 모습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생각하였으나, 막상 궁중 예법을 익힌 후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슈레디안은 에스피아의 예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슈레디안의 무표정에는 아체프렌 특유의 서늘한 예기가 없었다. 무심히 서 있기만 해도 절로 느껴지던 우아함 대신 칼로 베어낸 듯한 단정함이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고, 유일하게 감정의 흔적을 담은 그의 푸른 눈동자에는 냉혹한 결단력 대신 온순하나 끝을 알 수 없는 열정이 깃들었다. 얼굴은 같다 하여도 인상이 달라 확연하게 구분이 되었다. 오히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욱더 낯설어 보여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무어라도 좀 드시겠습니까? 그들이 저녁 식사 전에 귀리 케이크와 진저티를 가져다주었습니다만."


"시큼한 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지금은 별로 생각이 없군. 그보다 그대도 여기 앉지그래?"


에스피아는 넓은 방 안을 이리저리 오가며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는 슈레디안을 향해서 중얼거리듯 한 마디했다. 그의 수려한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미소가 스쳐 가는 듯하더니, 그는 이내 의자를 불가로 끌어왔다. 도성에 있을 때는 깍듯한 태도로 마다하더니, 낯선 곳에 와서는 마음이 풀어졌음인가. 그러나 순순히 저의 지시에 따르는 그가 더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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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30장 흐르는 별 3-4화 암살시도 +2 19.09.09 258 9 10쪽
174 30장 흐르는 별 2화 왕자의 재목 +2 19.09.07 255 11 8쪽
173 30장 흐르는 별 1화 사절 데니아크 19.09.06 220 9 7쪽
172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6화 대관식 소식 19.09.05 244 7 9쪽
171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5화 재상의 대처 19.09.04 242 9 9쪽
170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4화 촌각을 다투는 사안 19.09.03 218 7 9쪽
169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3화 누군가에겐 기회인 소식 19.09.02 230 8 8쪽
168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2화 장계 19.09.02 236 9 8쪽
167 29장 휘몰아치는 바람 1화 충격적인 입장표명 19.08.31 238 8 7쪽
166 28장 소생하는 빛 7화 선택의 기로 19.08.30 245 9 10쪽
165 28장 소생하는 빛 6화 태자의 약혼녀와 젊은 대공 19.08.29 244 9 10쪽
164 28장 소생하는 빛 5화 결혼 피로연 +2 19.08.28 286 10 8쪽
163 28장 소생하는 빛 4화 태자의 부탁 19.08.27 256 9 7쪽
162 28장 소생하는 빛 3화 태자와의 대면 19.08.26 247 9 7쪽
161 28장 소생하는 빛 2화 초청장 19.08.25 250 9 12쪽
160 2부 28장 소생하는 빛 1화 보이지 않는 감화력 19.08.24 273 9 10쪽
159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7화 더 큰 싸움을 위한 전진(추가) 19.08.23 288 8 8쪽
158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5-6화 토벌전 19.08.22 272 9 10쪽
157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4화 정당한 길 19.08.21 278 9 10쪽
156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3화 뮤켄의 우려 19.08.12 351 11 8쪽
155 27장 소리없이 흐르는 물 2화 태자의 귀환 소식 19.08.09 346 9 8쪽
154 27장 소리 없이 흐르는 물 1화 어떤 조짐 19.08.07 323 8 8쪽
153 26장 조용한 개화 6화 혼담 19.08.05 334 9 7쪽
152 26장 조용한 개화 5화 왕실 종친과의 접견 19.08.02 341 8 8쪽
151 26장 조용한 개화 4화 공주와 기사 下 19.07.31 292 13 8쪽
150 26장 조용한 개화 3화 공주와 기사 上 19.07.30 311 12 7쪽
149 26장 조용한 개화 2화 커런스의 공주, 다이엘라 19.07.29 301 9 10쪽
148 26장 조용한 개화 1화 커런스의 왕실 수예모임 +2 19.07.28 378 9 7쪽
147 25장 금빛 여명 7화 매듭짓기 下 19.07.27 344 10 7쪽
146 25장 금빛 여명 6화 매듭짓기 上 19.07.26 345 12 7쪽
145 25장 금빛 여명 5화 벗 19.07.25 356 10 13쪽
144 25장 금빛 여명 4화 해후 19.07.24 345 11 7쪽
143 25장 금빛 여명 3화 내막 19.07.23 344 12 7쪽
142 2부 25장 금빛 여명 1-2화 구명 19.07.22 324 12 11쪽
141 24장 내일의 시 7장 마지막 인사 19.07.20 384 12 7쪽
140 24장 내일의 시 6화 협상 19.07.19 307 10 11쪽
139 24장 내일의 시 5화 항거 19.07.18 314 9 8쪽
138 24장 내일의 시 4화 폭동 19.07.17 309 10 10쪽
137 24장 내일의 시 3화 핍박 19.07.16 335 8 7쪽
136 24장 내일의 시 2 모두의 지도자 19.07.15 316 10 7쪽
135 2부 24장 내일의 시 1화 변화를 이끄는 힘 19.07.13 332 9 7쪽
134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8화 구토 19.07.12 311 9 9쪽
133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7 모멸감 19.07.11 307 9 9쪽
132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6화 깨달음 19.07.10 366 9 13쪽
131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5 서색이 깃든 하늘 19.07.09 404 7 10쪽
130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4화 대가 없는 온정 19.07.08 316 10 7쪽
129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2 막사 배정 19.07.06 362 9 12쪽
128 2부 23장 미치광이의 노래 1화 희망 없는 삶 19.07.05 345 11 11쪽
127 22장 백룡어복 6화 엇갈림 +2 19.07.04 352 9 11쪽
126 22장 백룡어복 4-5화 현실의 무게 19.07.03 376 9 8쪽
125 22장 백룡어복 3화 이동 19.07.02 334 9 8쪽
124 2부 22장 백룡어복 1-2화 입항 19.07.01 379 9 8쪽
123 21장 탈출 6화 추적 - 19.06.28 366 8 6쪽
122 21장 탈출 4-5화 성밖으로 19.06.27 352 12 9쪽
121 21장 탈출 3화 의외의 조언 下 19.06.26 361 9 8쪽
» 21장 탈출 2화 의외의 조언 上 19.06.25 339 9 7쪽
119 2부 21장 탈출 1화 시블리스 도착 19.06.24 397 7 9쪽
118 20장 광야의 봄 6화 전우애 下 19.06.21 369 8 7쪽
117 20장 광야의 봄 5화 전우애 上 19.06.21 329 9 7쪽
116 20장 광야의 봄 4화 항구증축 19.06.21 358 9 8쪽
115 20장 광야의 봄 3화 공문 19.06.21 362 10 9쪽
114 20장 광야의 봄 2화 주재무관 하겔 19.06.21 328 9 8쪽
113 2부 20장 광야의 봄 1화 노틸라드 영지 19.06.21 308 10 8쪽
112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7화 보상계획 19.06.21 310 9 9쪽
111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6화 지독한 그리움 19.06.21 340 11 8쪽
110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5화 에스피아의 고민 下 19.06.21 295 9 9쪽
109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4화 에스피아의 고민 上 19.06.21 301 8 7쪽
108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3화 전후보상 - 19.06.21 307 8 6쪽
107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2화 잃은 것이 너무 많은 전쟁 19.06.21 298 9 11쪽
106 2부 19장 새벽이 움직이는 소리 1화 종전보고 19.06.21 300 9 9쪽
105 18장 남상 5화 부조리한 현실 + 19.06.21 308 8 5쪽
104 18장 남상 4화 정치적인 수 19.06.21 311 9 10쪽
103 18장 남상 3화 승전기념식 下 19.06.21 326 9 7쪽
102 18장 남상 2화 승전기념식 中 19.06.21 311 9 7쪽
101 <제2부 왕위계승전쟁> 제18장 남상 1화 승전기념식 上 19.06.21 404 8 9쪽
100 Prologue or Epilogue : 종전의 밤 19.06.21 346 11 8쪽
99 17장 군신의 탄생 4화 극적인 역전 19.06.21 379 12 10쪽
98 17장 군신의 탄생 3화 어린 적장 19.06.21 298 9 11쪽
97 17장 군신의 탄생 2화 마지막 싸움 19.06.21 338 9 12쪽
96 1부 17장 군신의 탄생 1화 코네세타의 역공 19.06.21 311 9 9쪽
95 16장 사나운 새벽 6-7화 코네세타 제일의 쾌검 19.06.20 308 9 9쪽
94 16장 사나운 새벽 5화 라콘의 위력 19.06.19 364 10 8쪽
93 16장 사나운 새벽 3-4화 개막전 19.06.18 379 9 7쪽
92 16장 사나운 새벽 2화 전투 준비 19.06.17 379 9 7쪽
91 1부 16장 사나운 새벽 1화 정치적인 안목 19.06.13 370 10 11쪽
90 15장 핏빛 긍지 7-8화 하크스의 새벽(15장 인명록) 19.06.12 412 9 14쪽
89 15장 핏빛 긍지 6화 로크라테의 반격 19.06.11 377 9 11쪽
88 15장 핏빛 긍지 5화 출격 허가 19.06.10 361 9 8쪽
87 15장 핏빛 긍지 3-4화 발각 19.06.08 444 9 8쪽
86 1부 15장 핏빛 긍지 1-2화 첩자의 정체 19.06.06 417 10 11쪽
85 14장 날선 바람 7화 소득 없는 논의(14장 인명록) 19.06.05 407 9 11쪽
84 14장 날선 바람 6화 설왕설래 19.06.04 380 10 7쪽
83 14장 날선 바람 5화 충격적인 발언 19.06.03 396 9 7쪽
82 14장 날선 바람 3-4화 결코 지지 않는 싸움 19.06.01 408 9 10쪽
81 1부 14장 날선 바람 1-2화 기회란 스스로 만드는 것 19.05.31 383 9 11쪽
80 13장 삼년불비우불명 7-8화 승산없는 싸움(13장 인명록) 19.05.30 394 9 10쪽
79 13장 삼년불비우불명 6화 설욕전 19.05.29 413 8 7쪽
78 13장 삼년불비우불명 5화 기습실패 19.05.28 391 10 8쪽
77 13장 삼년불비우불명 4화 패전의 책임 19.05.27 377 9 7쪽
76 1부 13장 삼년불비우불명 1-3화 출격과 관전 19.05.24 417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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