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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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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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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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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637

작성
21.06.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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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1]

DUMMY

며칠 뒤.

이제 이델린 전체에 좍 퍼진 소문은 지역 너머의 사람들까지 원정길에 나서게 만들었다.

인근 저택의 앞마당까지 규모가 확장된 이 구운고기의 현장 속에서, 술통 연단 위에 올라선 일우는 무수한 군중들을 돌아보았다.


“며칠 전, 공주님에게 고기의 역사에 대한 지혜를 설파하다 문득 깨달았다. 고기와 술이 있는데, 왜 즐길 거리는 없지?”


‘연금술사 우’가 던진 질문에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술과 구운 고기로 충분히 즐기고 있는데, 여기에 굳이 뭔가 즐길 것을 추가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들인 모양이다.

허나 그는 그 점이 문제라는 듯 손가락을 까딱였다.


“자, 제군들. 잘 생각해봐라. 먹고 마시고 끝인가? 하긴 그렇지. 짐승들은 그 정도 욕구만 충족하면 땡이니까.”

“그거면 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우린 사람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즐거움을 얻었다면, 다음엔 다른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그게 삶이고 인생이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일우는 방아쇠를 당긴 것 마냥 팔을 내밀며 소리쳤다.


“고기는 행복이지만! 행복을 위해선 동료가 필요하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고기에겐 동료가 필요하다! 술은 연인이지만, 즐길 거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등을 맞대는 동료다!”

“어, 저기······ 질문 있습니다.”

“그래! 너같은 녀석을 바랬어! 호기심과 질문은 발전을 위해 필요한 거니까!”

“왜 굳이······ 동료입니까?”

“좋은 질문이야!!”


술통 연단에서 뛰어내려 질문 상대를 향해 걸어간 일우는 손가락으로 쿡 짚었다.


“인생은 혼자서 태어난다! 고기도 혼자 태어나지! 하지만 술은 최고의 동반자이다! 그래서 연인이지! 즐길 거리가 없어도 고기는 먹을 수 있다! 모험도 그렇다!”

“아, 모험도 그렇긴 합니다마······.”

“하지만 동료와 함께하면 무엇보다 든든하지.”

“오, 오오오······!”

“그렇다! 이곳은 고기를 위한 인생, 고기의 인생을 위해! 고기를 빛나게 만들기 위한 모든 것을 찾는 장소다!”


군중들, 특히 모험가 출신들은 그 말에 매우 깊은 감명을 느낀 모양이다.

대중의 분위기가 고조되어갔고, 일우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손짓을 해 공간을 만들어가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저택 앞 넓은 대로에 도달하자, 두 팔을 좍 펼쳤다.


“그러니 고기를 빛나게 만들 볼거리가 제공되는 건······ 당연한 거다!!”


그 신호에 맞춰 모험가 길드 쪽의 관계자, 협력관계인 공방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무언가를 뚝딱대며 설치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대로에는 길쭉한 형태의 경기장, 혹은 대결장이라 할 수 있는 장소가 생겨났다.


“하지만 이건 외주니까, 이 볼거리의 품질이 좀 개떡같고 불만족스럽더라도 내 탓 아니다. 알겠나? 책임은 저기 모험가 길드 마스터랍시고 거들먹대는 놈한테 따져라!”

“아, 아하하하······ 예에,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험가 길드마스터는 겸연쩍은 미소와 함께 대중을 향해 인사했다.

아로엔과의 만남 직후 일우는 다짜고짜 길드 지부로 찾아왔고, 쌓여있던 모든 기술 관련 의뢰를 처리해버렸다.

그리고 조건을 걸었다. 돈은 필요 없으니 사람을 보내라고.

그 결과, 원래 모험가들의 장비를 수리하고 각종 기계를 고치는데 전력을 퍼부어야 했을 이들 모두가 이 임시 결투장을 세우기 위해 동원된 것이다.


“자! 모험가 길드와의 협업이다! 정해진 이벤트 전까지는 자유다! 술 먹고 고기 먹어서 힘찬 기운을 뽐낼 친구를 찾는다!”

“아니, 그래도 주변에 아직 도적 문제와 실종자 문제가 남아있는데 이런데서······.”

“뭐?! 도적? 실종자? 그거 때문에 못 즐겨?”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는 모험가 중 누군가가 아직 해결 못한 이델린의 문제를 언급하자, ‘연금술사 우’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그 모험가와 눈을 마주쳤다.


“윽!”

“못 즐기겠나? 그녀석들 때문에 양심이 찔려서?”

“그, 그렇잖습니까. 아직 사람들을 찾은 것도 아니고······.”

“그러면 고기의 적이군!”

“······예?”


이 정신 나간 연금술사가 또다시 이상한 결론을 낸 것 같지만, 주변 사람들 모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삶은 고기가 문제라고 구운 고기를 무한정 제공했고, 구운 고기에 술이 없다고 술을 왕창 조달했다.

거기에 즐길 거리가 없다고 바쁘게 돌아가는 모험가 길드와 공방들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주고 끌고 와 이런 시설을 만들게 시켰다.


“고기를 못 즐기게 만들다니! 이 고기의 적! 지금 내가, 고기의 적을 물리쳐주마! 고기를 위하여!”


그렇다면, 고기 즐기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들을 단번에 해결해버리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하늘을 향해 ‘고기의 적’을 박멸할 것을 선포한 ‘연금술사 우’는 이내 주변을 돌아보며 손가락을 휙휙 돌렸다.


“아, 너희들은 즐겨. 그게 일이야. 그럼 난 지금 간다아아아!”


그리고 ‘연금술사 우’는 저 너머로 내달렸다.

이후 남아있는 길드마스터가 이 행사에 대해 설명했고, 정해진 메인 이벤트 전의 간단한 대련 행사 참가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뭔가 흥미진진하게 돌아가는 모습에 사람들은 기대하며 즐거운 표정들이었고, 결투장이 생긴 것에 모험가들이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당연하게도, 이걸 모두가 즐기는 건 아니었다.


“······칫.”

“이대로 두고 볼 참인가!”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택 근처의 한 건물.

어두침침한 공간에 모인 중년과 노년들은 환호성과 왁자지껄한 광경을 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고기구이를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는 법이고, 때로는 적대심을 보이는 이도 있다.


“기다리시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소.”

“허나 오늘 결행의 날이라고······.”

“어허.”


구운 고기는 그들의 적. 오늘은 그들의 적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는 날.

하지만 날이 맞아도 시간이 맞지는 않다.


“오늘임은 확실하지만 아직 시간이 멀었다. 섣불리 나서 모든 걸 수포로 돌아가도록 하지 말도록.”

“······송구스럽습니다.”


그들 사이에 감도는 진한 향신료와 향긋한 냄새.

심지어 바깥을 가득 메운 고기 구운 냄새가 침입하지도 못할 정도로 꽉 들어차 있다.

마치 결계처럼.


“전통을 위해.”

“전통을 위해.”


구운 고기에 맞선 이들은 맞서기 위한 비장의 향 속에서 결계를 친 채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때가 되면 그들은 저 고기 구이의 주인에게 선전포고를 할 것이다. 그것도 기습적으로.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한가운데에서.

그리고 승리를 거머쥐고, 모든 이목과 대중의 지지를 다시 차지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들의 결의는 맞서 싸워야 할 상대에게 노출된 지 한참 되었지만 말이다.


[탐색대상 감지. 해당 인물들의 행동 예상 시기, 6시간 내외.]

“너무나도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지는데. 그거 준비는?”

[관리대상 1, 공정률 98%]

“좋아. 딱 다 끝나고 열면 얼추 맞겠어.”


역습의 고기 결사단, 정확히는 ‘삶은 고기’의 반격을 준비하는 이들의 동향을 보고받은 일우는 어느새 시 외곽으로 나와 숨겨두었던 짐더미에 다가갔다.

짐더미의 위장을 들춰내자 나온 건, 기사들이 타고 다니던 전차였다. 하지만 기계적 구조나 작동 원리는 지구의 바이크였다.

한마디로 말해, 대인 전차로 위장된 바이크였다.

바이크에 올라탄 일우는 시동을 켜고 현재까지 파악된 모든 세뇌 주민들의 위치를 죽 훑었다.


[도적단 근거지 지정지 설정 완료. 구출 주민 집결지 지정 완료. 임무 수행 포인트 10곳 접근경로 계산 중. 최적화된 동선 설정 중. 총 이동 거리, 147km, 예상 처리시간, 복귀포함 5시간 20분 내외.]

“좋아, 메인 이벤트 시작 전까지 주변 정리 끝낸다.”

[작전계획 수립 완료. 임무 시작. 제한 시간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 5시간 19분 59초.]

“그거 반에 끝내는 걸 목표로 한다. 간다!”

-카가가각--- 위이이이잉!


엔진 대신 마력핵 회전기관을 채용한 바이크는 강렬한 엔진음 대신 바닥을 긁는 소리와 전기모터 비슷한 회전음을 내며 최대 출력에 도달해 질주를 시작했다.

사전 정찰을 통해 길도 나지 않은 숲속이나 험지를 주파하며 노출되지 않는 동선으로 죽 이동하던 끝에 도달한 건, 가장 멀리 떨어진 마을 쪽이었다.


“좋아, 시즈 패키지!”

[딜리버리 패키지, 레디.]


도적들이 숨어있을 지하 수원지 문쪽을 향해 달려가며 일우는 택배상자 비슷한 뭔가를 들어 올렸다.

CIS에서 출입문 쪽 구조물에 투하하는 공성용 폭탄이었고, 바이크를 타고 문까지 접근한 일우는 선회하며 폭탄을 문에 던졌다.

외피가 점착성분으로 이루어진 ‘택배’가 문짝에 달라붙자, 일우는 충분히 거리를 벌리며 히죽 웃었다.


“간다! 택배 왔어요!”

[드랍. 딜리버리 카운트다운. 3. 2. 1.]

-콰아아앙!!


폭탄이 터지는 동시에 다시 반 바퀴 선회한 일우는 바이크를 탄 채로 수원지 쪽을 향해 돌진했다.


“뭐, 뭐야?!”

-위이이이잉---!

“저 새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터지는 문에 혼란에 빠진 틈을 노리고 일우가 탄 바이크가 내부로 들이닥쳤고, 실내공간의 벽면을 타고 내달리기 시작한다.


“뭐, 뭐야?!”

“기사다! 기사가 쳐들어왔다!”

“니미, 기사놈인데 왜 거미처럼 벽에 붙어있어?!”

“말 잘했다, 거기 너!”

-투드드득--!

“크어어억!”


이전에도 세뇌된 주민들을 향해 확실한 효과를 보였던 빈 백이 꽂히며 도적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중력제어기관 정상 작동 중. 상태, 안정적.]

“그러니까 스턴트 액션이 가능하지. 하하하하하핫!”

-투드드득! 투드드득!

“끄억!”

“어걱! 끄으으으······.”


일우는 벽면을 타고 뱅뱅 돌며 표시된 모든 사람들을 향해 콩알을 퍼부었고, 곧 모든 이들이 제압되었다.


[스캔 완료. 해당 작전구역 내 모든 대상 제압 완료.]

“좋아. 그러면 2차 작업 실시.”


제압되어 바닥에 나뒹굴고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들을 밧줄과 각종 도구로 끌어올린 일우는 곧바로 스카웃에게 지시를 내렸다.


“미션 플러그인 집어넣고 작동시켜.”

[확인. 플러그인 삽입 개시. 해킹 알고리즘 중화 중, 플러그인 설치 완료. 작동 대기 중.]

“좋아. 작동.”

[플러그인 액티베이트.]


스카웃이 집어넣은 플러그인은 두 가지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첫 번째는 최면 해제 및 최면에 걸린 동안의 기억을 날려버리는 목적.

그리고 두 번째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단번에 받아들이는 일종의 기억 재조작.


“으, 으으······.”

“어······ 왜 갑자기 정신을······.”


플러그인이 작동하자 점차 최면에 풀린 이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이제 순박한 마을 주민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빈 백에 맞은 고통마저 가시는 건 아니었기에, 그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으윽! 아파······.”

“배, 배가······ 아으!”

“자, 다들 고생이 많구만. 갇혀있었으면 고기는 구경도 못했을 거 아냐? 이런 불쌍하게도!”


막 정신을 차리고 아픔을 느끼는 마을 주민들을 향해 일우는 히죽 웃으며 말을 걸었다.


“도적놈들에게 붙들려서 이런 구석에 처박혀 고기 맛도 잊고 있을 사람들이여, 수고 많았다. 이제 고기의 시간이다!”

“도적······? 그, 그래······ 우린 도적단에게 잡혀서 여기에······.”

“우릴 구해주신 겁니까?”

“그런데 고기?”

“보면 모르니? 구해주러 왔잖니. 그리고 고기!”


있지도 않은 도적들에게서 사람을 구출한 일우는 히죽 웃은 뒤 출구 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도적들이 소탕된 건 아니야. 양동작전에 속아서 기사단이랑 모험가들은 딴데서 삽질을 퍼고 있지만, 난 천재라서 너희들이 붙들린 장소를 자알 파악하고 있었지!”

“아······ 그, 그럼 저흰 어쩌면 좋죠?”

“뭘 어쩌긴 어째. 내가 도적들 본거지로 쳐들어가서 뻥뻥쾅쾅을 하는 사이, 니들은 그 뭐더라? 아무튼 도시 있지? 거기로 도망을 쳐야지.”


그 말에 주민들은 서로를 돌아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성함이······.”

“그건! 나중에! 고기를 뜯으면서 들을 이름이고! 지금은 바빠! 고기의 적들을 물리치러 가야 하거든!”

“고기······?”

“그래, 고기! 고기를 즐겁게 하는데 방해가 되는 놈들!”


그 말을 남긴 일우는 바이크를 출발시켰다.


“고기를 방해하는 놈은 가만히 두지 않는다아아아! 고기이이잇!”


알 수 없는 소리를 남긴 정체불명의 인물이 떠났지만, 제정신을 차린 마을 주민들은 델린 시로 향하라는 일우의 말을 똑똑히 각인했다.


“이, 일단······ 도망칩시다. 도적놈들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델린 시로 도망치라고 했죠? 빠, 빨리 가요!”

“서두릅시다! 도적들이 몰려오기 전에!”


그 도적들이 자신들이라는 것도 모를 이들은 황급히 델린 시로 향했다.

그 사이, 다음 장소로 이동 중인 일우는 스카웃과 상황 파악 중이었다.


[작전지역 1 민간인, 이동 개시. 집결지까지 도착 예상 시간, 약 4시간.]

“대충 아파서 비척대면서 걷는 속도니까. 그걸 감안해서 도시랑 거리가 먼 순서대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거지만 말이지.”


일우의 계획은 도시에서 먼 순서대로 주민들을 제압하고 최면을 푼 뒤 델린 시 쪽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풀려났을 즈음, 계획한 장소에 뭔가를 설치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작전 예상시간이랑 현재 진행시간은?”

[예상 소요시간 대비 진행시간, 5분 빠름.]

“좋아, 5분 곱하기 10은 50분······ 젠장, 절반 안 되네. 다음부터는 더 줄여야겠어.”

[실시간 지형 업데이트 추가 반영을 통한 경로 최적화 중.]

“여유시간이 늘어나면 변수도 줄고 더 소소한 재미가 늘어난다고! 빠르게 가자!”

[감시 체계망, 이상징후 없음. 작전 진행의 안전성을 확보하길 권장함.]

“안전? 알 게 뭐야. 이 세상에서 지금 날 어떻게 할 놈이 몇이나 된다고!”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바이크의 속도를 더 끌어올렸다.


***


도시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이들은 축제의 현장이 되어 가는 한가운데에서 맘껏 즐기고 있었다.


“야! 좀 잘 해봐! 마법사가 그것도 못해?”

“검사 양반! 마법사 아가씨한테 지면 개쪽이야!”


막 대련중인 모험가들을 향해 사방에서 이런 저런 소리가 터져 나왔고, 양쪽에 선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야, 피엘. 너 여기 계속 죽치고 앉아있어서 그런지 몸이 둔하다?”

“라온 너는? 여기 첫날에 온 뒤로 계속 오자고 한 건 너잖아.”


이 저택에서 고기를 처음 개방했을 적에 찾아왔던 모험가 남녀는 그 사이 고기를 포식하며 늘어난 자신의 나태함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다.


“······좋아, 게으름 좀 벗어내자고 신청한 거니까. 아무튼 오늘 너는 이길 거야.”

“웃기시네. 몸무게 불어서 주문도 느려졌으면서······어이쿠!”

-콰앙!

“다시 말해봐요, 자기야?”

“너 진심으로 날렸어? 대련인데 너 살사······ 어이쿠.”

-콰광! 쾅!

“좋아, 그러면 나도 진심으로 간다.”


남녀 연인관계의 모험가가 서로 죽어라 싸우는 광경은 참으로 볼만한 구경거리고, 사회자를 맡은 길드 접수원 아가씨의 목소리가 한껏 드높아졌다.


[아아--! 길드에서 다정한 연인이지만 싸움터에선 진지한 건가요? 아니면 그 애정관계에 사실 불화가 낀 건가요? 점점 두 사람의 공격에 진심이 담기고 있습니다!]

“잘 한다!”

“커플 망해라!”


한껏 흥겨워지는 분위기가 들려오는 가운데, 몬델은 십수년 만에 입는 기사용 갑옷과 무장을 확인하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한껏 드높아져라. 그래야 메인 이벤트가 즐거워지지. 그 속에서 어디 잘나신 혈통이 천박한 창녀가 되는 순간을 잘들 즐겨들 보라고······크흐흐흐.”


음모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낀 몬델은 대기실에서 한껏 음울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 사이, 반대편 대기실에선 아로엔과 그들의 가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뭐, 기회가 왔으니 두들겨 패주시면 됩니다.”

“봐주지 마. 공주님? 아무리 정이 있다 하더라도 대결은 진지해야 해.”

“걱정하지 말거라. 과거는 과거고 대결은 대결이다.”


아로엔은 걱정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렇게 말한 뒤 자신의 ‘전차’에 올랐다.

잠시 후, 드디어 이 장소를 세운 이유이자 이번의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자아, 드디어 오늘의 메인 이벤트입니다!]

“휘---익!”

“와아아아아!”

[기사와 모험가! 모험가와 기사! 무명의 모험가와 세간에 잘 알려진 공주기사의 대결! 공주기사는 명성만큼의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 무명의 모험가는 공주기사를 꺾고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인가!]


접수원의 말에 사람들의 환호성과 기대감은 더욱 커져갔고, 양쪽 끝 대기실에서 두 사람이 등장했다.

1인승 전차에 올라선 몬델.

그리고 어린아이나 탈 세발 자전거에 올라탄 아로엔.


“······저거 애들용 자전거 아냐?”

“근데 공주님은 왜······.”

“설마 패널티 매치인가?”

“허, 공주님은 저기 타도 모험가는 이긴다는 건가봐.”

“이야, 메인 이벤트 답네.”


사람들의 웅성임과 의혹이 짙어졌지만, 이내 다들 그러려니 했다. 최면의 영향인지, 혹은 분위기에 취한 것인지 다들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크그그그······ 좋아, 한껏 분위기가 달아올랐군. 여기서 오늘 네년의 그 잘나빠진 왕족과 기사라는 이름을 더럽혀주마.”


몬델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맞은편에 선 아로엔을 노려보았다.


작가의말

제가 말했죠? 요리왕 우라고. 그럼 쟤들은 암흑요리계...는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겁니다.

막 중간에 ‘잠깐!!’하는 그런 애들 있잖아요.


아무튼 이걸로 ‘최면에 걸린 공주님이 세발 자전거를 타고 마상시합 비스무리한 걸 하는 거’라는 상황을 썼습니다. 와! 해냈다! 내가 이걸 해내다니! 개그를 진짜로 반영하다니!

물론 저 뒤에 뭔일이 벌어질지는, 19금 미연시가 벌어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랬으면 여기 못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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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9. 모자람 없는 고민 [6] +2 21.06.14 2,606 83 13쪽
43 9. 모자람 없는 고민 [5] +3 21.06.13 2,637 9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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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9. 모자람 없는 고민 [2] +8 21.06.10 2,906 86 15쪽
39 9. 모자람 없는 고민 [1] +7 21.06.09 2,993 95 14쪽
38 ?. 건드리지 마시오 +7 21.06.08 3,022 83 13쪽
37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5] +7 21.06.07 3,056 99 17쪽
36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4] +7 21.06.06 3,052 91 18쪽
35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3] +6 21.06.05 3,052 82 21쪽
34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2] +7 21.06.05 3,092 89 19쪽
»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1] +2 21.06.04 3,268 74 18쪽
32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4] +10 21.06.04 3,466 96 19쪽
31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3] +9 21.06.03 3,497 92 28쪽
30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2] +5 21.06.03 3,573 90 23쪽
29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1] +7 21.06.02 3,696 10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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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6. 문 열어 [3] +8 21.06.01 3,915 113 24쪽
26 6. 문 열어 [2] +6 21.06.01 4,008 109 17쪽
25 6. 문 열어 [1] +5 21.05.31 4,390 9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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