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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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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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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6. 문 열어 [1]

DUMMY

현 상황에서 일우가 정의하는 스카웃은 우수한 정보 수집장치였다. 말 한 마디로 관련정보를 뽑아내고, 금방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을 불러오고, 심지어 응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계가 다 그렇듯, 만능은 아니었다.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는 금방 추출하지만, 현재 일어나는 대륙의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선 완벽한 깡통이었다.

그렇기에, 국경 검문소 앞에 세워진 기나긴 줄은 스카웃의 정보력으로 알아낼 도리가 없었다.


“길을 잘못 골랐어.”

[긍정. 원격 도청을 통한 인접 정보 수집 결과, 올베린 왕국의 사회 혼란지수, 54%. 정부기관의 일부 기능 상실, 통제불가능 영역 확대.]

“그야말로 개판인 동네 입구에 섰구만. 씁, 뭐 딴 데는 더 심할수도 있으니까.”

[세론 왕국의 사회 혼란지수, 15%. 정부기관의 일부 관리감독 부실 수준.]

“······다른 덴 몰라도 거긴 안 가.”


국가는 그럭저럭 안정되었을지 몰라도, 세론 왕국은 일우에겐 한없이 불안정한 지역이다. 수면 아래에서 암약하는 한 악덕 상단 지부를 불질러버렸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로 통하는 국경으로 향할 수도 없다. 너무 멀거나, 배 같은 걸 이용하기에 복잡한 과정을 거치거나, 모험가 길드 신분증만으론 통과하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혹은 나라 자체가 없거나.


“어쩔 수 없지. 이 꼴 났어도 제일 나은 선택지야. 다른 곳에도 이런 상황일지 모르니까.”

[부정. 원격 도청 정보 수집을 기반으로 추정한 타 국가의······.]

“거기서도 이 꼴 나면 책임질래?”

[답변 불가.]

“거 봐. 너도 확실하게 결론 못 내리잖아.”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수십 미터짜리 단층절벽이 죽 이어진 국경선 중간에 세워진 요새화된 검문소를 바라보았다.

한 번 몸을 드러내고 저기에 줄을 서면 섣불리 물러날 수 없다.


“일단 가서 정보 수집에 중점을 두고, 통과 빨리 할 수 있는 수단을 찾자고.”

[확인. 현지 목표, 인적 교류 기반의 정보 확보]


기다리면서 정보 수집 겸, 일우는 저 기나긴 줄 뒤에 서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한나절이 지나고도 대기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일우의 인내심은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줄이 길어.”

“어쩔 수 없습니다요. 요즘 산적 때문에 분위기가 흉흉하니 입국 절차가 영······.”

“맞아요. 게다가 여기가 그나마 낫지, 다른 출입 초소에선 아예 대놓고 안 들여보내준다니까요? 괜히 협곡 따라서 죽 내려오는 사람이······.”


한참 기다리던 앞사람과 더불어 일우의 뒤에 선 이, 그리고 근처에 있던 이들은 굉장히 심심했던 모양이다.

일우가 한 마디 꺼내자마자 자기네들이 알고 있는 것들을 꺼내려고 안달을 냈다.


[현장 정보 종합 결과, 주 교역망 치안 불안정으로 인한 우회로 발생. ‘세론-올베린’간 우회로, ‘이델 관문’의 통상 처리능력 초과. 이슈 발생으로 인한 검문 수준 강화. 검문 강화 요인, 우회로 습격 세력 발생.]


덕분에 스카웃을 통해 잘 정리된 현황 정보가 확보되었고, 막 시작된 수다를 통해 물어보지도 않은 인근의 소식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원래 쓰던 길도 위험천만해서 돌아왔는데, 거기도 위험해서 이 꼴이다 그거구만.”

“암요. 여기서도 이렇게 고생할 거면 그냥 ‘위대한 길’로······.”

“거기서 죽을 참인가? 거긴 마족 군단이 돌아다닌다는 소문도 났단 말일세!”

“게다가 야만인들도 출몰하고 있으니······.”

[지역 정보 갱신 중. 대규모 접전 발생 지역 갱신, 고위험지대 및 무법지대 갱신. 데스필드 판정 지역 갱신.]


하지만 친절하면서 수다스러운 상인과 여행자들에게 그저 고마워하는 건 ‘연금술사 우’의 방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역정을 내는 쪽이 어울렸다.


“아이······ 망할 놈들아! 내가 너희들한테 물어봤냐! 뭘 그렇게들 좁아터진 두뇌에 겨우 쌓인 알량한 지식을 뽐내려 들어?!”

“아니, 저······ 댁이 알고 싶어 하니 설명을 해 준 건데······.”

“누가 지루해 죽을 것 같으니 심심풀이 삼아서 떠드는 거 모를 줄 아냐! ‘위대한 길’이 전쟁통인 거 누가 몰라?! 어?! 마족 군단이 나오고 어쩌면 마왕이라도 튀어나왔을지 누가 모르냐고! 다 아는 이야기잖아!”

“어, 그렇습죠······.”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말을 해? 그냥 내가 물은 건 ‘이놈의 관문 더럽게 사람 기다리게 하네!’지, ‘와! 지금 대륙은 무슨 문제가 있나요?’가 아니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듣지 못했으면 알지도 못할 정보를 쏟아내며 자신도 그 정도는 알고 산다는 걸 어필한 ‘연금술사 우’는 성질을 내며 소란을 부렸다.

국경 검문소 앞에서 소란을 부리다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에 줄을 선 사람들은 이 지루하고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고, 덕분에 일우의 행동은 눈에 확 띄었다.

그리고 소란이 벌어지자마자 한껏 짜증 섞인 표정을 한 경비가 다가왔다.


“뭐야, 뭣들 이렇게 소란을 부려?”

“니들이 미적거려서 빡쳐서 성질부린다! 꼽냐?”


카이옌에서 보여줬던 성질머리를 이곳에서도 고스란히 재현했지만, 반응은 달랐다.

거긴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도시에다 민간인을 상대로 했지만, 지금은 국경 검문소 앞에서 한껏 날카로워진 병사가 상대다.

그리고, 긴 입국 대기줄은 병사들에게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니었다. 대놓고 일감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철컥!

“얼씨구?”

“안 그래도 산적놈들 때문에 곤두섰는데, 이대로 감옥에 끌려가고 싶어?”

“계속 소란을 부리면 그대로 내통자로 여기고 체포할거야. 기다리고 있으시지.”


어느 새 모인 병사들이 무기를 겨누고 일우에게 으름장을 걸었고, 주변의 여행자들은 슬금슬금 거리를 뒀다.

괜히 검문소 앞에서 소란부리다 불이익당하기 싫은 이들 덕에, 일우는 더없이 눈에 확 띄는 상황이 되었다.


“오, 그래?”


그리고 일우는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길 원했다.


“으억!”

“책임자! 관문 책임자 놈 나와!”


일우는 말 그대로 병사들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팔을 붙잡고 뽑아버리지 않게 살살 끌어당긴 뒤 번쩍 들어서 저 멀리 빈 공간에 사알짝 내던졌고, 뒤이어 덤벼드는 병사들도 붙잡아 번쩍 들어 그 자리에서 손을 빼고 몸을 빼 자유낙하를 체감하게 만들었다.


“하아······ 또 무슨 일이야. 괜한 소란 벌어지면 더 골치아파지니 그냥 무시들 하라니까 왜······ 어이쿠.”

“너냐? 이 관문 책임자 너야?”


요새화된 검문소의 상층부에서 갑주를 걸친 남자가 어기적대며 상황을 살펴보러 나오자, 일우는 원하던 상대가 등장했음을 알아보고 그 쪽을 향해 돌아보았다.

상대는 확성기 역할의 마법도구를 들고 일우를 향해 조곤조곤하게 말을 걸었고, 일우는 목청 높여 소리쳤다.


“이래서 문제라니까. 병사들 평소에 민간인만 상대하다, 가끔 모험가 비슷한 놈들도 똑같이 취급하다가, 된통 당해서, 결국 내가 검을 쓰게 만든단 말이야.”

“이봐! 대체 얼마나 기다리게 만들 참이야? 어?! 어떤 머저리같은 강도놈들이 국경에서 얌전히 서서 출입 허가를 내주길 기다리겠냐고! 그냥 지들 내키는 대로 습격을 하고 말지!”

“그 이야기 여기 관문에 줄 길어진 뒤에 하루에 다섯 번은 더 넘게 듣는데······ 좀 진정하시지?”


일우가 괜히 국경 검문소 책임자에게 시비를 거는 건 아니었다. 이 곳이 이렇게 된 건 다 이유가 있고, 그걸 해결하는 데엔 강력한 무력이나 전투능력을 지닌 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면, 본인의 실력을 드러내 보여 상대를 설득시킬 수도 있다.

더군다나, 지금 검문소를 맡고 있는 책임자는 기사다. 그것도 나름의 사연이 있는 기사.


“진정 못하겠다면? 뭐 어쩔건데? 어?!”

“제압해서 진정시켜야지. 감옥에 들어가 있으면 조금 차분해질 거야. 물론 지나가는 시간은 배로 길어지고······.”


하지만 상대방도 보통 인물은 아닌 모양인 듯, 꽤 높은 높이의 건물에서 곧바로 뛰어내려 일우의 앞에 다가섰다.


“아예 입국을 못할 수도 있지만 말이야.”

“어 그래? 니들이 관리를 잘못해서 개판이 났는데 나같은 선량한 통행자를 못 들어오게 한다고?”

“뭐, 대부분의 사람들한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반쯤 우리 책임이니까. 하지만 댁 같은 사람한텐 안 미안해. 서로 불편하고 힘든데 이해하고 살아야지.”


기사는 그렇게 말하며 왼쪽에 찬 검을 툭툭 쳤다.


“가만히 기다리라고. 입국 불가 서류질로 사람 돌려보내는 건 내 방식이 아냐. 그냥 실력 행사로 혼쭐을 내는 게 내 방식이거든. 바로 이런 상황에선 말이지.”

“바닥에 나뒹굴면서 잘도 그런 소리 한다.”

“어?”


일우의 말에 기사는 황급히 자신의 꼴을 확인했다.

분명 서 있었는데 바닥에 옆으로 눕혀져 있었다.

황당함과 혼란스러움에 찬 표정으로 벌떡 일어난 기사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그는 조금 전에 실력 행사를 한다는 말과 동시에 검을 뽑아들어 난동을 부리는 상대를 제압하려 했기 때문이다.


“뭐지?”

“뭐긴 뭐겠니. 네가 덤벼들고, 내가 살짝 손대서,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거지.”

“빌어먹을, 좀 방심했나. 관문 관리나 하니까 녹슬었나봐.”


황급히 흙먼지를 털어낸 기사는 검을 뽑아들었고 머리를 몇 번 긁적이더니, 이내 살기 가득한 눈빛이 되었다.


“습, 공주님이 시찰하면서 관리 빡세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거든? 그리고 보통은 댁 같은 사람은 제압하고 그냥 감옥에 며칠 가둬뒀겠지만······.”


그리고 기사는 자신의 실력을 이 정체 불명의 상대에게 깔끔하게 퍼부어줬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베어 넘긴 후, 기사는 자신의 검은 허공에 털었다.


“뭐, 이런 시기에 날뛴 댁이 잘못이라구. 난 잘못 없어.”

“그러니? 그래서 땅에 그렇게 처박혀 있어?”


기사가 뒤늦게 알아차렸을 땐 또다시 바닥에 옆으로 드러누운 상태였고, 누운 채 검을 허공에 허우적거린 꼴이 되었다.

마치 마법에 홀린 것 같은 상황에 기사는 도통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젠장 뭐지? 나 오늘 술도 안 먹었는데? 왜 이러지? 식사가 잘못되었나?”

“네 실력이 없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빌어먹을, 대체 댁 정체가 뭐야? 뭐 전설의 떠돌이 검사라도 돼? 마법사? 아니, 마법사라도 이렇게 고속영창은 안 되는데.”

“대충 이런 사람.”


기사가 정체를 묻길 기다렸다는 듯 일우는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었고, 콜라니움 신분증에 박혀있는 이름을 본 기사는 미간을 좁힌 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카이옌에 이상한 놈이 하나 나타났다는 소린 들었는데, 진짜로 이상한 놈이네.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알 거 없고, 댁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일우가 그 말을 하자, 기사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거둬들였다.


“끄응······ 두 번이나 발렸으니 어쩔 수 없네.”

“기사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 자는 국경 수비대를······.”

“아, 아, 아. 시끄러워. 쪽팔리게. 너희들 소문 못 들었어?”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사가 순순히 물러나자 병사들의 아우성이 커졌지만, 오히려 기사는 목소리를 높여 그들을 향해 윽박질렀다.


“카이옌에 왠 이상한 놈이 나타났는데, 허공에 손짓하면 폭발을 터뜨리는 아주 정신 나간 연금술사가 하나 있다는 말 못 들었어?”

“어······.”

“며칠 전에 상인들이 그 이야기로 아주 떠들썩했는데.”

“아, 그거야 들었습죠. 근데 그런 놈이 뭐 하러 여기에 온다······아······.”

기사의 손가락이 일우를 향했고, 병사들은 멍한 표정을 짓다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며칠 전에 나돈 소문으로는, ‘카이옌에 왠 미치광이 연금술사가 여기저기 뻥뻥 쾅쾅 터뜨리고 다닌다!’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문이 악평으로 범벅이 된 것을 확인한 일우의 반응은 의외로 단촐했다.


“허, 소문 참 빠르네.”

“소문이 진짜라면 저 인간, 이 관문 째 날려버릴 수도 있어. 물론 우리가 제압하긴 무리고. 방금 봤지?”

“어······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병사들의 질문에 기사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비어있는 두 손바닥을 펴서 보여주고 팔을 살짝 드는 것으로.


“항복. 대화.”

“좋아, 대화.”

“다만 이건 국경 수비대로서의 패배가 아니라, 그냥 기사 웰즈의 독단적인 패배라고만 치자고. 수비대 건드렸다는 소문 돌면 댁은 군대랑 싸워야 하는데, 그러긴 싫잖아?”

“좋아, 칼 못 쓰는 연금술사한테 발린 웰즈 양반? 나 좀 들여보내줘.”


일우가 곧바로 용건을 말하자, 기사 웰즈는 맥빠진다는 표정을 짓고 줄을 서 있는 이들을 향해 손가락을 향했다.


“허. 그러면 줄 서서 기다려. 여태까지 잘 해 왔으면서 왜그래?”

“더 이상은 못 기다려. 그리고 난 충분히 검증받은 인물이야. 여기 신분증 보이지?”

“미안한데 그건 안 돼.”


이론상 모험가 길드의 신분증은 길드가 신원을 증명한다는 보증서다. 게다가 모험가 일은 국경을 넘을 일이 꽤 많기에, 보통 모험가 신분증을 보여주면 쉽사리 통과된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상황의 일이고, 이 국경 검문소는 사정이 달랐다.


“기다리면서 충분히 들었을 거야. 검문이 왜 이리 빡세졌는지. 아직 그 문제 해결 안 됐고, 해결될 때까지는 이 상태고, 해결되더라도 한동안 계속 빡셀 예정이거든.”

“좋아. 그럼 고용을 해 보라고.”

“누구를? 댁을? 어디서? 설마 검문검색으로?”

“산적 치워줄 테니 나만 통과시켜달라고. 어때?”

“으허허허허허허!”


일우가 이 소란을 부린 목적을 이야기하자, 기사 웰즈는 그야말로 목청껏 웃었다.


“아, 웃겼어. 진심으로.”

“난 진심인데.”

“그 산적놈들, 강도놈들 잡자고 우리가 몇 명을 풀었는지 알아? 왕국 직속 기사단원 20명이 투입이 되었어. 10명도 아니고, 20명. 그것도 휘하 병력 10명씩 각자 데리고. 총 몇명이지?”

“220명 데리고 돌아다녔는데 성과가 없다?”

[군사 관련 정보 검색. 대륙 평균 기사들의 종합 능력 평균, 일반 병사 10-15명당 1인 대응. 세부 능력 수준 데이터 자료 확인.]


세세한 설명을 듣지 못해 이쪽 세계의 기사의 능력이 얼마만큼 대단한지 몰랐지만, 스카웃의 정보 제공을 통해 기사가 최소한 중급 모험가 정도 되는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중급 모험가는, 덩치가 커다란 대형 몬스터를 슬슬 때려잡을 수 있는 수준이다.


“덕분에 작전 참가 기사들은 죄다 좌천. 책임자였던 우리 공주님께선······ 국왕 폐하께 한동안 치안 유지에 전념하라는 불같은 노호성을 들으시고 이 지방에서 뒷처리 중이시지.”


그런 싸움질 전문가들이 고생을 했는데도 성과가 없었으니, 일우가 나서겠다는 말에 비웃음 잔뜩 담긴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댁 혼자서 뭐가 어쩌고 어째?”

“너희들이니까 못하지. 나는 돼.”

“으허허허허허허!”


하지만 일우의 반응은 별 차이 없었고, 객관적인 전력 분석 상의 결과로도 사실을 이야기했다.

현재 일우의 능력이면 병사가 아니라 왕국이 덤벼들어도 어떻게 못하는 수준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걸 못 알아보는 사람들로선 일우의 행동이 그저 치기 어린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았고, 특히나 모험가 신분증에 최하급으로 찍혀있는 걸 본 웰즈로선 더더욱 그렇게 여겼다.


“좋아! 그러면 시험을 해보자고.”

“기사님!”

“가만 있어. 재미있잖아. 좌천되어서 울적한데 즐겁기라도 하자.”


그리고 기사 웰즈는 딱딱하기보단 약간 껄렁한 성격인 모양이고, 흥미로운 일을 요구하는 성향인 모양이었다.

웰즈는 손을 들어 주변을 향해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이 검문소 주변, 대략 반나절 거리 내에 산적단 하나가 진을 치고 있어. 흔적은 보이는데, 근거지는 도저히 찾지를 못해. 뭔 수를 쓰는지, 본거지를 잘 숨겨놨는지, 아무튼 몰라.”

“그걸 찾아와라?”

“특별히······ 이틀 줄게. 찾아서 박살을 내고 돌아와. 만일 제한 시간이 넘어가면 댁은 국경 무단 침입자가 되는 거고, 무시하고 지나치면 그 땐 그냥 수배자가 되는 거야.”

“추가 정보는?”

“내가 상주하면서 제발 그놈들 좀 나오라고 추적을 시작한 지 2주 가까이 되었는데, 성과가 없다는 거. 참고로 탐색 전문 마법사들도 못해먹겠다고 철수했어.”


마법사들도 찾지 못한 걸 연금술사, 그것도 최하급 모험가가 성과를 낼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일우는 자신이 있었기에 히죽 웃었다.


“24시간 안에 찾으면 뭐 추가 보상이라도 있나?”

“하! 으하하! 으허허허허허! 야, 얘들아! 들었니? 내가 2주 넘게 공들이고 우리 공주님도 뭐 성과가 없으신데 이 양반이 24시간 안에 해결을 보시겠댄다!”


기사 웰즈는 웃기는 소리를 다 듣겠다는 반응이었고, 병사들은 헛소리를 듣는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여행자들은 저 미친 연금술사 때문에 안 그래도 밀리는 줄 더 밀리게 생겼다고 원성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이봐, 웃지만 말고. 줄 선 사람들이 날 뜨겁게 바라보잖아. 너무 뜨거워서 내가 품고 있는 폭발물이 알아서 터질 지경이라고.”


그 말에 황급히 시선들이 돌아갔고, 웰즈는 히죽 웃었다.


“좋아! 주변 위협이 사라지면 검문 검색 빡세게 할 필요 없지! 여기 줄 선 사람들 전부 다 간략하게 검사하고 통과시켜주지. 됐어?”


그 말에 여행자들과 상인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연금술사 우’는 공익적인 행동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그건 쟤들이 좋은 거고 나한테 이득이 없잖아.”

“······아니, 명성 얻는 거잖아. 싫어?”

“그거 어디다 쓰게? 그리고 연금술사는 이런 잡질이 아니라 성과물로 유명해져야 하는 거야.”

“어, 음······ 그럼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구.”


주변 사람들은 아닌 척 했지만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작가의말

왜 저 긴걸 안 잘랐느냐?

하루에 두 편밖에 못 올리는데 자르면 두 편이 되잖아요.


아무튼 새로운 챕터에 들어섰습니다. 대충 챕터 나누는 기준은 ‘한 권’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숫자는 그냥 에피소드 나눔이구요.

참고로 이번 챕터에서는 최면에 취약한 공주기사님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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