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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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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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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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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6,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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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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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4. 용사는 대량학살극 따윈 안 한다네 [3]

DUMMY

일우는 그야말로 돌아버린 사람의 눈으로 코모스와 눈을 맞춰 울부짖었다.


“신선한 딸기를! 당분 덩어리에 가뒀어! 이게 딸기에 대한 모독의 극한이잖아아아아!!”


그 말을 시작으로 일우는 코모스의 머리를 연달아 테이블에 내려찍어댔다.


-쾅! 쾅! 쾅! 쾅!

“신선한! 딸기! 자연스러운! 과즙!”

“크윽! 윽! 으윽!”

-콰앙! 쾅! 쾅!

“이러면 딸기가 밍밍해지잖아아아아아!!”


한참 머리통을 두들겨대던 일우는 그대로 코모스의 머리통을 붙잡은 채 벌떡 일어섰고, 축 늘어진 채 들려진 코모스는 거의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상태가 되었다.


“딸기를 이렇게 모독하는 쓰레기들이랑 손잡으라는 건 개 쓰레기나 할 짓거리고, 이런 디저트를 내게 내어줬다는 걸 날 우습게 본다는 뜻이지.”

“디, 디저트가 마음에 안 들며······커억!”

“마음에 안 들어? 안 들어어어?!”


다시 한 번 일우의 눈동자가 훼까닥 돌아갔고, 코모스는 자신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테이블에 처박히는 와중 그 생각을 했다.


‘소문보다 더한 미친놈이잖아······!’


-쾅쾅쾅쾅쾅!

“너는 딸기에 대한 마음을 모르는 놈이야!”

“크어어억!”

“딸기이이잇! 아아아아! 붉은 과실의 여왕님이시여! 용서하십쇼! 이 자는 대역죄인입니다! 쓰레깁니다아아아!!”


코모스를 테이블에 내려찍는데 정신이 팔린 채 미친듯이 외쳐대는 모습은 완전 무방비였지만, 응접실의 부하들 그 누구도 섣불리 덤벼들 수 없었다.

사람 머리통을 붙잡고 들어 올리는 힘도 힘이지만, 딸기 하나로 저렇게 사람이 미쳐 날뛰는 모습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콰당!


응접실의 문이 활짝 열리며 뒤늦게 끌어들였던 연금술사의 미친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부하들이 나타났다.

저택은 물론이고 인근 경비병력 모두를 끌고 온 듯 수십 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과하게 넓은 응접실을 채웠고, 일우의 주변을 둘러쌌다.


“뭣들 하고 있어?! 지금 코모스 님이 저 지경이 되었는데 다들······!”

“이 병신같은 자식들이 이걸 그냥 내버려······.”

“딸기이잇!”


일우는 곧바로 코모스를 내팽겨치고 몇 번 자신과 마주했던 중간관리직과 메이드장으로 보이는 여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양 쪽 모두 자신의 무기인 검과 쌍수 단검을 들어 일우를 향해 칼날을 내밀었다.


“이 미친 자식이······윽!”


오른손을 붙잡힌 부하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일 틈도 없이, 일우는 그대로 팔을 잡아당겼다.

제어가 안 되는 일우의 힘은 상대방의 팔을 그대로 잡아 뜯었다.


“아아악!”

[대상 초과피해 확인. 신체 부위파손판정 발생. 우측 팔, 손실.]


그냥 냅다 바닥에 꽂으려고 했던 일우는 예상 밖의 격한 결과에 멍하니 팔을 바라본 뒤, 이내 자신이 하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피! 그래! 붉은 색이야말로 진리지! 딸기 제국 만세!!”

“내 팔!”

“붉은 여왕폐하를 모독한 죄값을 빨간 피로 갚아라! 이 과일의 원수!”


순식간에 상대의 팔을 뽑는 모습에 메이드장은 움찔했으나, 이내 일우가 팔을 들고 방심하는 틈을 노려 목을 그으려 했다.

하지만 일우는 그걸 기다리기라도 한 듯 양 팔을 붙잡아 바닥에 냅다 내려꽂았다.

단, 이번에는 팔이 뽑히지 않도록 살살.


“커헉!”

“무례한 놈아! 몸을 낮춰라! 여기가 어디라고! 딸기 폐하 만세!”


여성에 대한 배려는 결코 아니다. 팔이 뽑히면 과다출혈로 금방 죽을 것이니, 최대한 안 죽게끔 피해를 덜 주려 애쓴 것이다.

안타깝게도 바닥에 내려 꽂히며 피를 토한 뒤 꿈틀대는 걸 봐선, 일우는 힘 조절에 실패했다.


[대상, 극심한 충격으로 인한 내출혈 확인. 내부 장기 파손. 부상 상태, 극심함. 방치 시 대상 사망까지 예상 시간, 30초.]

“망할! 이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근데 너희가 나빠! 왜 피가 붉은색이어서 그래? 딸기랑 똑같으니 그런 거잖아! 배신자들에게서 딸기의 색을 뽑아내야 하니 너희 때문이야!”


맨손으로 사람의 팔을 잡아 뜯어버리고, 양 팔을 잡은채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치는 모습. 거기에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연달아 미친 소리를 쏟아내는 정신상태.

이후에 덤벼드는 이는 그 누구도 없었다.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뿐이지만, ‘연금술사 우’의 행동을 봐선 돌출행동을 하면 그대로 붙잡혀 비슷한 꼴을 당할 게 분명했다.

주변을 둘러싼 상단의 부하들이 움찔대며 주저하는 사이, 일우는 코모스를 짓밟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 진정하자. 딸기는 내년이 있어. 자, 진정. 아직 딸기는 녹색이야. 익지 않았어······. 옳지, 잘한다. 그래, 착하지.”

“······.”

“후······ 좋아. 진정됐어.”


일우가 자신을 타이르며 진정한 듯 보이자, 부하들은 슬슬 눈치를 보았다.

덤벼들 생각은 이미 사라졌고, 그냥 이 미친 연금술사가 자비를 베풀어 자신들을 그냥 보내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일우는 히죽 웃으며 그들의 기대를 산산조각내 버렸다.


“너희들이 기초도 모르고 예의도 없는 몰상식한 놈들이라는 걸 이제 깨달았으니, 남은 건 죽음뿐이다.”

“그, 으으······!”

“하지만 나는 너희들과 달리 자비롭고 지혜롭고, 아무튼 간에 좀 나은 놈이거든.”


그 말과 함께 일우는 손가락을 튕겼고, 스카웃에게 입력된 신호를 통해 미리 깔아뒀던 장치에서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쉬이이이이익---!

“커헉! 헉! 콜록······!”

“으윽!”

“그래서 너희들에게 만회의 기회를 준다.”


주변을 가득 채운 가스 속에 일우는 눈에 확 띄는 디자인의 청색 유리병을 들어 보란 듯이 내용물을 삼켰고, 새로운 병 하나를 꺼내 반쯤 정신이 나간 몰골의 코모스의 입에 쑤셔 박았다.


“넌 빼고.”


일우는 조금 뒤 벌어질 난장판 속에서 코모스가 죽어나가는 건 결코 원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었다.

그 와중에도 가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려는 이들이 있었지만, 일우는 그 희망도 접어버리기 위해 코모스를 내던지고 양 손을 모아 외쳤다.


“아, 아! 안내 말씀 드립니다! 이 가스는 피부 침투형이라 니들이 아무리 입을 틀어막아도 피부에 성분이 쏙쏙 스며듭니다! 그냥 편히 즐겨!”

“쿠훅, 흑, 켁!”

“커헉, 캭······!”

“아니 그렇다고 너무 격하게 반응하진 말고.”


목을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무안해질 소리를 하는 사이, 가스가 점점 가라앉았다.

일우는 히죽 웃으며 가스를 들이킨 모두를 돌아보았다.


***


다음 날 아침.

밤 늦게 돌아온 일우는 한껏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여관 1층에 들어섰고, 식사 중이거나 디저트를 즐기던 이들의 시선이 모두 일우를 향해 집중되었다.

그가 어딜 다녀왔는지는 이미 널리 퍼져있었다.


“뭔가 문제라도······?”

“어제 일 생각하니 갑자기 열불이 뻗쳐서 말이지.”

“역시 직접 보고 오시니 그들이 얼마나 악랄한 것들인지······.”

“모신다고 해놓고 내 앞에 딸기 초콜릿 케이크 따윌 내놓더라구. 확 저택 째 불싸지르려다 그냥 왔어. 점심? 젠장, 시작부터 입맛 떨어지게 해놓고 뭔 점심이람?”


죠셉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엿듣던 손님들은 일우가 엔셀 상단이 악랄한 놈들이라는 걸 직접 경험한 것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초콜릿 케이크가 튀어나왔고, 그 말에 딸기나 초콜릿이 들어간 디저트를 막 씹으려던 여관 손님들이 손이 멈췄다.

일우는 의자에 걸터앉아 이리저리 떠들었다.


“모름지기 말이야,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은 새콤하고 상쾌한 자극이 필요해. 감귤류 과일이나 그 친척이야말로 나 같은 지성을 지닌 인물에게 적합한 과일이고, 레몬 파이나 오렌지 타르트같은 것이야말로! 내게 적합한 다과라 할 수 있지.”

“······그냥 취향 차이 아닙니까?”

“아—-니? 무식하게 초콜릿을 토할 정도로 끼얹은 팬캐이크에 딸기 장식을 올려두고 게걸스럽게 처먹는 놈을 보면 막 교정의욕이 샘솟을 정도라니까? 초콜릿 색상만 보더라도 자기 눈을 찔러버릴 정도로 정신교육을 해주고 싶다고.”


딱 일우가 말한 그 사양 그대로의 디저트를 먹고 있던 여성 모험가 두 명은 일우의 말을 들으며 슬슬 눈치를 보더니 팬케이크 접시를 탁자 아래로 슬며시 내려놓고 입을 닦았다.

물론 일우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피식 웃으며 여관 주인 죠셉을 향해 과장된 듯 손을 내저었다.


“뻥이야. 내가 미친놈도 아니고 무슨 남이 뭘 처먹는 것까지 신경 써? 그냥 나한테 대접하겠다고 해놓고 내 취향도 알아볼 생각 안 한 놈이 짜증나는 거지.”

“그, 그러시군요······ 하하하하.”

“남이 초콜릿으로 입을 쑤시든 딸기로 눈깔을 대신하든 나랑 상관없잖아. 근데 그건 뭐야?”

“어······ 블루베리 컵케이크······인데요.”


엘라 대신 여관의 주방 일을 맡게 된 지 며칠 안 되는 아낙인 페기는 한껏 불안한 눈으로 일우를 바라보았다.

일당을 후하게 쳐서 여기서 일하게 되었지만, 컵케잌 하나 잘못 구워서 미친 연금술사에게 인생 망가질 일이 있을 거라는 말은 죠셉에게서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한껏 불만 가득한 눈으로 컵케잌을 바라보던 일우는 혀를 차며 말했다.


“······좋아, 아슬아슬하게 통과. 컵케이크는 케이크가 아니고, 블루베리는 딸기가 아니니까. 만일 나한테 먹이려고 했으면 넌 죽었어.”

“······.”

“뻥이야. 내가 안 먹으면 그만인데 그런 짓을 왜 해?”

“진담 아니신 거······ 맞죠? 저한테 이상한 물약 같은 거 안 먹이실 거죠?”

“안 먹여. 돈 아깝게. 식사나 후딱 내와봐.”


여관 식당 분위기를 한껏 가라앉힌 일우는 의기양양하게 포크와 나이프를 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해? 나 같은 놈이 식기도 못 쓸 거 같아서 참견이라도 하게? 내 식사예절에 조언이라도 하려고?”

“아, 아닙니다.”

“······.”

“그럼 뭣들 해? 너희들의 하루가 흘러가고 있잖아. 똑. 딱. 똑. 딱. 식탁 위에 있는 거 입에 쑤셔 넣고 젊은 청춘의 무가치한 목적을 위해 인생 낭비들 하러 가야지.”


하던 식사나 마저 하라는 뜻을 배배 꼬아 표현한 일우의 말에, 여관 손님들은 자신의 식사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초콜릿이나 딸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이들은 불안감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접시를 바라보다 이내 옆으로 슬쩍 밀어버렸다.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며 병사들과 모험가 길드의 구성원이 섞인 일행이 여관에 들이닥쳤다.


“오늘부터 여관 식당이 맛집 인증이라도 받았나. 주인장 오늘 복 터졌어.”

“기, 길드마스터 아니십니까? 여긴 무슨 일로······.”

“오. 길드마스터가 인정한 맛집. 근데 여긴 여관인데 식당으로 흥하면 신입 주방장이 더 좋아할 일 아냐?”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자들이 등장했다는 듯 일우는 아무렇게나 말했지만, 그들의 걸음걸이는 일우 쪽을 향했다.


“역시 여기에 계셨군요.”

“왜, 작업장에서 먹고 잘 줄 알았니? 거기 침실에 먼지가 가득해서 별로야. 이래보여도 민감하거든.”


자신의 앞에 선 길드마스터와 서기, 그리고 병사들을 눈앞에 두고도 일우는 태도 변화 없이 느긋하게 귀를 팠다.


“그래서, 콜라니움 구걸이 안 먹히니 이제 병사까지 끌고 와서 강탈하시게? 허 참, 모험가 길드인줄 알았더니 강도길드였잖아?”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닙니다.”

“그럼 뭐.”

“엔셀 상단에서 대규모 사망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그 사망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습니다.”

“어 그래? 근데 왜 네가 와서 그러니? 모험가 길드가 왜 수사를 하겠답시고 나셨대?”

“만일 당신이 범인이라면, 길드는 당신을 구속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사를 위해서 시의 관계자가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아, 그래? 걔가 목격자인가봐? 근데 목격했다면 아침나절부터 거길 갔다는 소린데, 그 상단 소문이 좀 구리지 않았니?”


일우는 병사로도, 모험가로도 보이지 않는 중년 남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사내는 일우의 말을 듣자마자 발끈했다.


“저, 저 무례한······.”

“네가 더 무례하지. 뭐야, 왜 지붕이 날아갔어? 뚜껑이 없으면 모자라도 쓰고 다니는게 예절이잖아. 아, 그래서 뚜껑 날아갔다는 표현이 생긴 거구만?”

“이익! 이보시오! 이 자가 범인인 게 분명하잖소! 일단 포박부터 하지 않고 뭘 지켜보고 있소?!”


아무래도 이 중년남자는 일우를 범인으로 확정한 모양이고, 실제로도 일우가 범인이 맞았다.

물론 그 사실을 인정할 생각이 없는 일우는 손가락을 들어 창문 밖을 가리켰다.


”자, 다들 창밖을 잘 보렴. 빵!!”

-콰아앙---!


창문을 돌아본 이들과, 돌아보지 않은 이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창문 밖 하늘 위에 폭발을 터뜨린 일우는 팔짱을 끼며 느긋하게 말했다.


“봤지? 공기가 펑 터지는 거. 니들은 안 터질 거라고 장담하니? 진짜로 살인사건 용의자 되어줘?”

“으으······!”

“그리고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면 날 찾아오면 안 되지. 실종사건일 때 찾아와야지. 내 폭발에 시체가 남아있을 리 없으니, 실종 처리되거든.”


섣불리 남들이 다가서지 못하게 선을 그은 일우는 히죽 웃었지만, 마주선 길드마스터는 더욱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렇다면 더더욱 당신이 의심스럽군요.”

“아예 대놓고 콜라니움 안 준다고 보복한다고 해라. 왜?”

“엔셀 상단의 지부장, 코모스가 실종되었습니다.”


그 말에 일우는 한숨을 푹 내쉬며 손을 내저었다.


“아, 그래. 어제 갔던 거 때문에 내가 범인이다 그거지? 참으로 잘난 수사 방식이야. 의심가면 일단 범인으로 찍는 방식, 참으로 똑똑해. 아---주 똘똘한 애들이야.”


물론 그 코모스의 실종은 일우가 범인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목격자는 단 한명도 없다.

그저 일우가 어제 엔셀 상단의 저택에 다녀갔다 저녁에 온 것과, 오늘 새벽 저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걸 누군가가 확인했을 뿐.


“좋아! 선심 썼다. 현장으로 가서 그놈의 살인 사건 구경도 좀 하고, 더불어 너희들의 어설픈 수사 감각을 비웃어줄 탐정 노릇도 좀 해봐야겠어.”


일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뒤 손을 턱으로 가져갔다.


“진실은 사건 현장에 있다! 훗.”

“······.”

“마스터 로스! 저 자의 말을 들을 생각입니까? 암만 봐도 그 외엔 다른 용의자가 없잖소이까!”


일우의 행동을 본 대머리 중년은 길드마스터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지만, 길드마스터 로스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용의자일 가능성은 당신 쪽이 더 높소.”

“나, 난 카이옌 시의 의원이오! 지금 당신은······!”

“엔셀 상단과 ‘긴밀한 협력관계’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지. 당신이 제보를 한 것 역시 새벽부터 그들과 모종의 연락을 나누기 위해 시종을 보냈다 현장을 확인했기 때문일 텐데.”

“윽······!”


대놓고 뒷돈을 받아먹는 권력자 중 한 명인 중년 남성은 길드마스터의 말에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일우는 중년의 얼굴을 한층 더 시뻘겋게 만들었다.


“아, 그거군. 물주가 사라졌으니 빡쳤다 그거네. 좋아! 너도 동행. 가서 탐정의 추리극에 멀거니 서서 감탄하는 조연이나 하라고.”

“네놈! 내가 누구인 줄 알고······!”

“빵.”

-콰앙----!


다시 한 번 일우의 말에 이어 폭발이 터졌고, 일우는 검지손가락으로 중년을 가리켰다.


“역할 바꿀래? 조연에서 폭심지로. 가끔 허공 말고 누구 노리고도 터뜨려보고 싶거든.”

“으윽······!”

“보통 폭발시험은 허허벌판에서 하는데, 네 머리가 허허벌판이니 딱 알맞네. 동의하지?”

“일단 그도 시의 의원입니다. 해를 끼친다면 당신은 명백한 범죄자가 되는 겁니다.”

“돈 받아쳐먹는 비리 덩어리는 죄가 없고, 해충 구제하는 사람은 죄인이라니, 이 도시도 맛탱이가 갔구만.”

“······나는 단지 시에서 사건의 행방을 파악하기 위해 협력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정당한 법의 집행은 병사들이 하는 일입니다만.”

“알 게 뭐야. 이런 동네 법적 절차따위.”


일우는 한것 이죽대며 폭발 때문에 얼어붙은 병사들을 죽 둘러보았고, 그 중에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아, 그 경비병이잖아. 잘 지내?”

“어, 그게······.”

“아 그래, 봐줬다. 도시 들어설 때 봤던 인연으로 경비들한테 협력한다 셈 쳐야지. 가자고, 범죄 현장 확인하러.”


범죄현장을 만들어낸 장본인 치곤 참으로 뻔뻔스러운 행동이지만, 진실은 일우만 알고 있었다.


작가의말
설탕에 절인 과일은 미친 사람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과일은 생과일을 준비합시다. 트집 잡히지 않으려면 날 것 그대로가 최고죠.

참고로 감귤류와 레몬은 먼 친척관계입니다. 주인공이 맛탱이 간 것처럼 연기하지만, 말할 때는 항상 듣기 그럴싸한 소리만 합니다. 큰 맥락에서 개소리의 향연일 뿐이죠.

이게 추리극이 될 지 범행 간증이 될지는 다음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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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9. 모자람 없는 고민 [6] +2 21.06.14 2,606 83 13쪽
43 9. 모자람 없는 고민 [5] +3 21.06.13 2,637 9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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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2] +5 21.06.03 3,573 90 23쪽
29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1] +7 21.06.02 3,696 10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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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6. 문 열어 [3] +8 21.06.01 3,915 113 24쪽
26 6. 문 열어 [2] +6 21.06.01 4,008 109 17쪽
25 6. 문 열어 [1] +5 21.05.31 4,391 9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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