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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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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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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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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 아직 계산 안 끝났어요

DUMMY

수상쩍음보다 위험천만한 인상이 더욱 강렬했던 한 연금술사, 우가 카이옌에 남긴 족적은 꽤나 큼지막했다.

하지만 세월은 그 족적을 천천히 지워나갔다.

이제 그 괴상한 연금술사의 등장과 업적, 혹은 악명은 주정뱅이들의 입에서나 오르내릴 뿐이다.


“······라고 하고 싶지만, 볼 때마다 이 금액은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군요.”


길드 서기관 세리카는 속이 쓰린 표정으로 길드의 입출금 장부를 바라보고 있었다.

큼지막하게 써진 입금 내역에 적힌 이름과 액수는 잊어버릴 즈음 등장해 길드 관리자들의 미간에 주름을 패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입금을 관리했던 길드 접수원 넬리는 기겁할 만한 액수의 금액이 꼬박꼬박 박힌 내역을 살펴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체 이 사람······ 제록 씨에게 얼마나 많은 양을 맡겼기에 지금까지도 계속 이런 금액이 오가는 걸까요?”

“그거야 알 수 없지.”

“세리카 님이 조금만 친절했더라도 이 금액의 10분의 1이라도 길드 쪽에······.”

“······.”

“······그리고 콜라니움 공급 문제로 이렇게 골치가 아플 일은 없을 텐데.”


‘연금술사 우’가 떠난 이후 카이옌의 콜라니움 공급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세계의 혼란은 이 평화롭고 주목받을 일 거의 없던 지방까지 영향을 끼쳤고, 안 그래도 공급처를 구하기 힘들었던 콜라니움은 대부분 격전지나 더 거대한 규모의 소란이 발생하는 장소로 향했다.

한숨을 푹 내쉰 넬리는 시의 계약금과 지역 공방 통계 등을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지역 경제는 살아나고 있으니 다행이네요. 이래저래 쪼들리는 길드 운영에서 시에서 전속계약금을 줄이기라도 하면 큰일인데.”

“문제는 장인들 대부분 다른 지역과 독점 계약을 맻은 상태라 카이옌에 단 하나도 물량을 풀지를 않잖아.”

“제록 씨만 신이 났죠 뭐. 그 장인들 원자재 공급은 전부 그 사람이 대주고 있으니까.”


그 말이 나오자마자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카이옌에서 ‘연금술사 우’에게 협력한 대표적인 인물이자,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제록은 그야말로 금으로 된 기둥을 세운 집을 갖고 있어도 모자랄 없을 정도로 부자가 되었다.

물론 갖고 있는 돈의 대부분은 우의 것이지만, 그 돈까지 관리하는 것도 그의 재량이다.


“소문으론 돈 찍어내는 기계나 다를 게 없어서, 제록 씨한테 맡긴 금액은 그냥 맘대로 쓰라고 한대요.”

“그럴 리가 없잖아.”

“모르죠. 지난번에 보니까 제록 씨 손가락에 금반지가 하나 더 늘었던 걸요? 길드가 좀 더 우호적으로 나섰다면······.”

“그만.”


가만히 앉아있던 길드마스터 로스는 손을 들어 막 푸념을 늘어놓던 넬리의 말을 멈췄다.


“길드의 운영은 원칙과 규범에 의해서 돌아가야 한다. 그 당시 상황으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안젤라 님 때에 그렇게 편의를 봐주셨으면서.”

“그 땐, 그 쪽에게 협력할 만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지. 연금술사 우에 대한 처우 또한 우리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근거가 있었다는 걸 잊지 말도록.”


해독사 안젤라, 일우가 매입했던 바로 그 작업장의 전 소유주.

세상에는 즉사 독만 있는 건 아니고, 마법이나 신성력은 만능이 아니다.

온갖 종류의 독을 파악하고 해독제를 만들어내는 해독사는 특화 영역 전문가답게 그 수가 극히 드물며, 대도시나 교역 중심지, 혹은 길드의 거대 지부에서나 겨우 볼 수 있다.


“······그런데 안젤라 님은 왜 그렇게 갑자기 떠나셨을까요.”

“그러게. 최소한 그 분이라도 있었다면 길드가 이렇게 기울어지진 않았을 텐데.”


해독사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 해독사의 유무로 활동 거점으로 고르는 모험가도 적지 않다.

갑작스레 해독사가 떠난 후 카이옌을 이탈한 모험가의 수가 적지 않았고, 그 중에 실력자들이 섞여있었기에 뼈아픈 손실이었다.

장인들의 작품을 구하기 쉬운 이점은 독점 계약자들이 늘어가면서 점점 사라졌고, 찾기도 힘들다는 해독사가 상주해있다는 장점은 없어진지 오래.

거기에 콜라니움 공급은 절망적이기에 더 비싼 마법무기를 구하거나 아예 다른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이래저래 악재가 겹쳐 모험가 길드가 제대로 굴러가기 벅찰 지경이 된 만큼, 길드마스터와 관리직들의 근심은 하루가 가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걱정만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겠지. 일단 현 상황을 개선할 대안이 나오기 전까진, 더 기울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근데 밖에 무슨 소란이죠?”


바깥에서 들린 소란에 세 사람은 황급히 회의를 끊고 집무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건, 길드 본부의 인장을 단 사람들의 무리와 연금술사 연합회, ‘아조스’의 사람임을 알아볼 수 있는 특유의 무채색 로브를 걸친 이들이 서 있었다.


“카이옌 길드의 책임자, 혹은 관리자! 누구 아는 사람 없나? 이놈의 길드 지부는 대체 얼마나 개판으로 돌아가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구만.”

“내가 길드마스터 로스다만. 지금 회의 중이었다.”


2층 난간에서 등장한 이들을 내려다보며 로스가 그렇게 말하자, 대표 격으로 입을 연 중년 남자는 자신의 멋들어진 콧수염을 매만졌다.


“어, 그래? 일단 좀 내려오지? 내려다보며 말 할 처지 아니라는 분위기 못 느끼나?”

“일단 통성명부터 하시지.”

“보면 몰라? 이 콧수염만 봐도 알아봐야하지 않나?”

“알 바 아니다. 지부의 길드마스터의 일은 지부를 관리하는 일이지 타 지부의 인원을 알아보는 일은 포함되지 않아.”

“정말, 진짜로, 심각한 수준이구만.”


그 말과 동시에 상대는 흐릿한 잔상을 남기고 로스가 서 있는 2층의 난간에 걸터앉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난 엔조다.”

“반갑다고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군, 엔조.”

“그래. 너한텐 아니지. 엔조라고. 엔조 파빌리아. 콧수염에 환장한 친구. 못 들어봤나?”

“······!”


그 말을 들은 로스의 눈매가 좁아진다.

각 길드 지부는 ‘최초의 요새’로 불리는 모험가들의 도시에 세워진 중앙회의 관리를 받는다. 이 곳에서 길드 지부의 연계를 구축하고, 규정을 세웠으며, 각 지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협력하고 지원하거나, 어긋난 지부를 바로잡는다.

엔조 파빌리아는 그 길드 중앙회에서 각 지부에 생긴 ‘안 좋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내는 해결사이자, 콧수염 관리에 환장한 남자였다.


“······길드의 ‘청소반’이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나.”

“너 잡으러.”


엔조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콧수염을 매만졌고, 그 말에 로스가 반응하기도 전 아래층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잡아 새끼들아. 뭐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엔조가 데려온 길드 중앙회의 인원이 순식간에 로스를 포위해 양 팔을 붙잡아 끌고 내려갔다.

갑작스러운 체포에 세리카가 그들을 말리려고 했다.


“로스 님! 이게 무엇들 하는 짓입니까! 당신들 대체 갑작스레 나타나······.”

“아, 아. 넌 이쪽. 이쪽 친구가 할 말이 있을 거야. 사실 엄청 많겠지만.”


하지만 엔조는 어느 새 왼손에 들린 레이피어로 세리카의 목을 겨눠 그녀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콧수염을 매만지던 오른손으로 그녀의 등 뒤를 가리켰다.

몸을 돌린 그녀가 본 것은, 어느새 올라와 있던 아조스의 연금술사였다.


“세리카 포이니스, 아조스의 11선서를 기억하는가?”

“그, 그야 아조스의 연금술사이니 당연히······.”


‘아조스’는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로, 그들이 지정한 11개의 선서를 따르는 이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반대로 그 선서를 어기는 이가 자신들 사이에 존재할 경우 자비가 없기로 유명하며, 그를 심판하기 위한 자가 존재한다.

‘교육관’이라고 지칭하지만, 외부인에겐 ‘처형인’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그런 것 치곤 자네 행적에선 망각한 태도가 나오는군.”

“예······? 교, 교육관께서 대체 왜 제게 그런 말씀을······.”


세리카 역시 아조스에 소속되어 있고, 규칙과 질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보통 연금술사라면 마다할 길드의 관리직 같은 걸 맡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그 선서를 어겼다는 소리를 들은 이상,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독의 마녀, ‘안제로니아 케셀’의 은닉, 제조, 도주, 그리고 그녀가 저지른 수많은 죄악에 연루되었다는 고발이 들어왔다.”

“안제로니······ 잠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그거 혹시 안젤라 님······.”


뒤늦게 자신이 왜 이런 의혹에 시달리는지를 깨달은 세리카가 황급히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그녀가 입을 뗄수록 상대의 시선은 점점 차가워졌다.


“저희는 몰랐습니다! 그 독의 마녀가 그 분일 줄은······.”

“선서를 어긴 내용을 자백하고 있군. 나태. 게을러지지 말라. 지식의 탐구를 도외시하지 말라.”


‘아조스의 선서’는 크게 11항목으로 나뉘지만, 요약한다면 대충 이런 뜻을 품고 있다.

‘부지런히 노력하고 배워나가되, 엄한데 쓰지 말고 잘난 척 하지도 말고 나쁜짓은 절대 하지 말 것. 그리고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지말고 배울 게 있으면 배울 것.’


“물론 그 내용은 이미 제보자로부터 들었다만.”

“대체 제보자가 누굽니까! 누가 제게 그런 모함을······.”


아조스의 교육관이 그렇게 말하자, 세리카는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다.

하지만 제보자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충격으로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우, 그랜드 마스터. 인정하지 않으려 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자.”

“······?!”


연금술사들의 단체는 아조스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각 단체는 서로 지향점이 다르다. 하지만 서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연금술의 궁극에 도달한 자, ‘그랜드마스터’의 선정이다.

당연히 아조스는 원리원칙과 질서, 그 외 고리타분한 조항을 내세우며 새로운 그랜드마스터의 등장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조항을 뛰어넘을 압도적인 실력, 그리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업적 앞에선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법.

그리고 오래 전 세리카가 정신 나간 자로 무시했던 한 연금술사는 아조스가 극히 꺼리는 유형이었으나, 그들에게서 인정받는 존재가 되어 다시 나타났다.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요! 제가 보았을 당시 그 사람은······ 아니, 그 분은······!”

“계속 선서를 어기고 있군. 겸손, 자신이 담을 수 없는 지혜 앞에 고개를 숙여라.”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는 듯, 교육관은 세리카의 입에 ‘교정용 테이프’를 붙였다.


“······!”

“아조스의 교육관으로서 할 일은 끝났소. 나머지는 길드의 결정에 따르겠소. 이 자는 이제 아조스에 속한 자가 아니니까.”


그 말을 들은 세리카가 무어라 말하고 버둥거리려 했지만, 조금 전 붙인 테이프는 연금술로 만들어진 포박용 기구였다.

신병을 인도받은 엔조는 히죽 웃으며 로스를 향해 돌아보며 콧수염을 매만졌다.


“참 부러운 물건이야. 지들 애들 잡는 데만 쓰지 말고 같이 좀 쓰면 얼마나 좋겠니. 너도 저거 하나 딱 붙이고 가고 싶은데.”

“······이 점에 대해선 확실하게 주장할 것이며, 후일 이 섣부른 행동에 대해······.”

“섣부른 건 내가 아니라 네가 아닐까 싶은데. 닥쳐달라는 우회적 표현을 들어 쳐먹지도 못해. 쯧.”


엔조는 혀를 차며 턱짓을 했고, 두 사람은 그대로 끌려갔다.

폭풍이 몰아친 현장에서 홀로 멀거니 서 있던 넬리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길드마스터가 끌려간다면, 새로운 이가 등장하는 법이다.


“자아, 이제 설거지 시간이로군.”


인기척도 없이 넬리의 곁에 서 있던 이는 기지개를 쭉 피며 입을 뗐고, 그의 말에 황급히 옆을 돌아본 넬리는 꽤 덩치 큰 모험가를 볼 수 있었다.


“아? 아, 저, 저기······.”

“안녕? 앞으로 같이 일할 사람이야. 정확히는 네 상관이고, 더 정확히는 새 길드마스터지. 악수?”

“아, 그게······.”

“악수. 손을 잡고 흔들자구. 저 친구들한테도 손을 흔들고. 보낼 사람 보내고, 맞이할 사람 맞이하자고.”


상대의 손에 붙잡혀 반쯤 강제적인 악수를 한 넬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고, ‘새로운 길드마스터’는 넬리에게 현실감각을 불어넣어주었다.


“아니면, 저 친구들이랑 공모혐의로 같이 잡혀갈래? 저 친구들이 엔셀 상단이랑 독의 마녀랑 손잡고 독극물을 대량으로 찍어냈던 일에 끼여 있다는 혐의 때문에 저 꼴 났는데, 지금 너도 잡혀갈래?”

“예에······?!”

“소식 못 들었니? 그 대량학살사건. 그게 쟤들이랑 관계가 있다고. 지금 대륙이 그 사건으로 발칵 뒤집······ 하, 참. 진짜 길드 개판이다. 그러니 설거지 담당이 오긴 했지만.”


예전 ‘연금술사 우’에게 보였던 불친절함과 각종 견제는 어느 새 어마어마한 폭탄이 되어 그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 날벼락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넬리는 그야말로 핏기가 사라진 얼굴이 되었다.


***


부자가 되니 갑부가 되니 뭐니 하지만, 제록의 삶에 그런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는 여전히 다소 비싼 물품을 거래하는 상인일 뿐이다.

금반지는 단순히 거래 시에 급하게 쥐어줄 환금성 있는 물품이 필요해졌기에 새롭게 장만한 것이다.

세상에는 돈을 못 믿는 사람도 있고, 현물을 선호하는 괴짜가 생각보다 많고, 제록의 일은 괴짜들을 상대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파지지직!


“으윽!”

“세상에.”

“괘, 괜찮아요. 으음······ 근데 책에서 본 대로면 이게 맞는데······ 왜 안 되지?”


그리고 제록은 ‘알고 지내는 괴짜’가 한 명 더 늘어나지 않을까 고민 중이었고, ‘확실한 괴짜’에게 맞아 죽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일우가 가진 공방을 청소하는 일을 맡았던 엘라는 어느 날 연금술에 호기심이 생겼고, 우연찮게도 공방 구석에서 발견한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연금술 기초’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만 와서 청소하던 곳을 2주에 한 번, 어느 새 1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게 되었고, 이제는 하루에 한 번씩 오게 되었다.

재고를 싣고 돌아오는 제록의 마차에 얻어 탄 엘라를 보며 제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 님이 보면 화내지 않을까 싶다만.”

“괜찮아요. 그 아저씨는 저보고 요리만 하지 말라고 했지, 여길 건들지 말라는 말은 안 했잖아요.”

“설비 써도 된다는 소리도 안 했잖니.”


어느 새 여관 앞에 도착한 마차가 멈춰 서자, 엘라는 그대로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다시 오지도 않는 아저씨가 나쁜 거죠 뭐.”


엘라는 그렇게 말하며 여관 문을 열었고, 주방장 겸 여관 안주인인 페기가 그들을 맞이했다.


“아, 어서 오렴. 오늘은 뭘 또 태워먹었니?”

“······네 숙모는 이제 성공 못한다고 못박았구나.”

“으으으······.”

“농담이야. 어서 앉으렴. 배고프지?”


엘라가 우의 공방에 방문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페기가 맡기 시작한 여관 일은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그 와중에 죠셉과 연정이 생기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숙모. 삼촌은 아직 안 왔어요?”

“글쎄······ 이제 올 때가 됐는데.”


결혼으로 어엿한 여관의 안주인이 생긴 후, 죠셉은 다시 모험가 활동을 시작했다. 카이옌 지역의 모험가 수가 줄어들었기에, 전직 모험가였던 죠셉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오래 나돌아 다니는 일 없이 제 때 끼니때엔 여관에 들러 꼬박꼬박 식사를 하고 있기에, 신혼생활 중인 페기는 별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생동감 넘치는 신랑의 모습에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험가라는 직업은 여러모로 위험을 떠안고 사는 자이기에, 한 켠으론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급보! 길드가 뒤집어 엎어졌답니다! 길드마스터 끌려갔대요!”

“예에?!”

“세상에······! 그이는요?! 죠셉은!”


남편에 대한 걱정이 격하게 표출된 페기는 막 들어온 소식통의 멱살을 붙잡아 흔들었고, 멱살 잡힌 청년은 버둥거렸다.


“아오! 사모님······ 케헥, 멱살 잡지 마십쇼. 죽겠수다.”

“죠셉이 무사한지나 말해요!”

“모올라요오! 길드 윗대가리들이 작살이 났으니까! 지금 난리난거 구경이나 하고 있겠······ 어이쿠.”


급보에 대한 대가로 멱살잡이를 당한 청년이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신혼인 페기의 정신은 오로지 남편이 무사한지에 꽂혀있었다.

그 때문에 함께 아무것도 모르는 엘라의 어깨를 격하게 흔들어댔다.


“무사하겠지? 응? 뭔가 사고 난 거 아니겠지? 응? 엘라?”

“저, 저도 잘······어지러워요오오오.”

“자, 여기에요.”

“실례합니다. 여기서 연금술 하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데.”


그 때, 몰리와 함께 왠 요란한 복장을 한 아가씨가 여관 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딱 봐도 모험가나 할 법한 괴상한 복식이었기에 페기는 곧바로 상대를 향해 남편의 안위를 물어보았다.


“저기요! 길드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는데 아시는 거 없나요?! 남편이 길드에······!”

“예! 알아요! 길드마스터랑 서기관 잡혀가고 끝났어요!”

“다행이다!”

“······아니, 다행인 게 아니죠. 숙모. 길드가 난리가 났다잖아요. 으으, 어지러워.”


한껏 흔들린 여파로 휘청대던 엘라가 의자에 주저앉자, 등장한 아가씨는 엘라를 향해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당신이 엘라 양이겠군요. 어설픈 연금술 흉내내는 냄새가 진득---하게 나고 있어요.”

“······어우 어지러워. 근데 어떻게 알아보셨나요? 냄새 아직 빠졌······ 설마 공방 새 주인이신가요? 그 공방······ 팔렸어요?”

“아뇨? 전혀요. 거기 주인 될 생각 없고, 그런 생각 하면 누가 절 가루로 만들지도 모르거든요.”


상대는 손가락을 죽 그은 뒤 엘라를 가리켰다.


“우 님이 가서 살펴보고, 아가씨가 연금술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 뭐 좀 하라고 하셔서 말이죠.”

“잘못했어요!”

“······사람 말 좀 들읍시다. 그거 아니에요.”


제 풀에 찔린 엘라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자, 아가씨는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은 뒤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자기 생각에 빠져 어설프게 연금술하다 독극물 요리 만드는 것만큼 위험한 거 만들지 말고, 제대로 배우시랍니다.”

“어······ 누가요?”

“그랜드마스터께서 그렇게 전하라고 하던데요?”

“그랜드······ 마스터?”

“아, 알고 계실 적엔 아니시겠네. 그 분, 이제 그랜드마스터에요.”


독학 풋내기 연금술사라지만, 나름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한 엘라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단번에 이해했다.

연금술사들 사이에서 정점에 도달한 자. 서로 성향이 다른 연금술사들이 입을 모아 우러러보는 존재.

하지만 한편으론, 그 사람이라면 그러고도 남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물론 그 분은 귀찮으니 필요 없다고 내쳤는데, 우리 ‘새벽별지기’들이 끈덕지게 달라붙어서 이뤄낸 성과죠.”

“어······.”

“아무튼 간에! 그렇게 해도 별 소용이 없었지만, 저희들은 우 님의 마음에 쏙 들어야만 합니다. 그분이 우리들이 찾던 바로 그 새벽별이시니까!”

“새벽별지기면······ 설마 거기요?”

“예. ‘우리는 쩔어줘야 합니다. 저 새벽별마냥 눈에 확 띄는 그런 존재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게 연금술 하는 이유 아니겠습니까?’의 새벽별지기 맞습니다.”


‘새벽별지기’.

어슴푸른 새벽별마냥 눈에 확 띄는 것이 연금술사라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다소 위험천만하고 당돌하면서 유쾌한 이들의 집단.

참고로 아조스와는 대척점에 있는 이들이다.


“그러기 위해선 아양을 떨어야 하고······.”


뜬금없이 등장한 요란한 복장의 연금술사, ‘새벽별지기’ 소속 아가씨의 말에 엘라는 멍하면서도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라가 기억하는 ‘연금술사 우’는 저런 호칭 부른다고 좋아하기보단 오히려 역정을 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라, 호칭이 촌스럽다는 이유로.


“아가씨? 아가씨이? 제 말 들려요?”

“아, 아······ 사실 못 들었어요. 무슨 이야기시죠?”

“······그분이랑 그건 참 닮았네요. 남 말 안 듣는 거. 아무튼 요약하면, 아가씨가 연금술을 빙자한 위험한 장난질 못하게 막으려고 왔어요.”

“죄송해요!”

“아니, 그러니까 제 말뜻은 그게 아닌데.”


찔리는 게 있는 엘라가 먼저 사과부터 하자 상대는 퍽 당혹스러운 모양이었고, 곁에 서 있던 제록이 본론으로 들어가게 거들어주었다.


“우 님이······ 엘라 양을 제대로 가르치라고 보내신 분입니까?”

“예. 개인사정으로 당분간 여기서 좀 머물 예정인데, 이왕 여기 온 김에 좀 맛보여주라고 하셨거든요.”

“······매운맛이요?”

“아가씨, 두 번은 웃어넘기지만 세 번부터는 재미없어요. 맞장구도 재미가 있어야 치죠.”

“죄송해요.”

“이건 안 닮았네. 그 분은 사과 따윈 절대 안하던데.”


아무리 새벽별지기들이 유쾌하다고 해도, 같은 수단을 세 번이나 울궈먹는건 별로인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한껏 정색한 아가씨는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무튼, 이제 아가씨도 진정한 연금술사의 세계에 들어와야 한다는 거죠.”

“연금술사의 세계······.”

“예전에 우 님도 말씀하셨죠? 재능 있다고. 뭐, 그 분은 그렇게 말 안했겠지만······ 그 분 말하는 방식이 그렇잖아요?”


아가씨는 ‘연금술사 우’를 찬양하는 집단의 사람답게 일우의 말을 확대해석했고, 엘라도 그 말에 감화되어 일우가 진심을 담았던 악담을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엘라가 일우의 악담을 다른 의미로 재해석하는 와중, 아가씨는 고개를 돌려 제록을 돌아보았다.


“아! 그리고······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여기서 우 님 자산 관리하는 딱갈이하는 분이 댁이죠?”

“······.”

“배달 받으세요.”


실제로 그 일 하지만 직설적인 표현에 언짢음을 드러내던 제록은 이내 아가씨가 던지는 물건을 받았고, 포장을 풀자마자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처음 일우에게 그 창고를 넘겨받을 때처럼.


“꼴 보기 싫은 놈들 때문에 안 해주려고 했는데, 없어질테니 이제 해주시겠대요.”

“허억······!”


아가씨가 건네준 건 콜라니움이었고, 요즘 같은 시대에선 그야말로 기겁할 만한 가치의 물량이었다.


“왜 우리가 그 분 발이라도 핥으려는지, 이제 이해하시겠죠?”


대답 따윈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그 사이 엘라는 기억을 되짚으며 중얼거렸다.


“아저씨는 여태까지 여긴 오지 않았었는데······.”

“꼬마 아가씨? 우 님의 공간에서 계속 뭔가 했었죠? 독학이라는 이름을 사칭한 장난질 계속 하셨잖아요.”

“······.”

“다아, 보고 계셨어요. 아가씨가 터뜨릴 뻔 했던 수많은 실험들이 괜히 스파크만 나고 끝난 게 아니에요.”


일우는 엘라가 연금술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을 고려했고, 작업대를 허락도 안 맡고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작업대의 기능을 일부 정지시켜놓았다.

거기다 세이프하우스의 상태는 스카웃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했고, 엘라가 다른 방식으로 위험한 짓을 하려고 하자 스파크를 터뜨려 괜한 짓을 못하도록 원격으로 세팅을 변경했다.

하지만 진상을 알 리 없는 엘라에겐, 전혀 다른 의미가 되었다.


“아저씨······ 계속 지켜보고 있었구나······.”

“뭐, 아가씨가 특별한 존재다, 그렇게 생각하자구요.”

“아저씨가 날······.”


어느 새 소녀는 위대한 연금술사에게 도움을 받고, 장래성을 인정받은 자신의 모습을 되새겼고, 그저 정신 나간 것 같았던 이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

자신을 이끌어준, 스승으로.

그리고 그 광경을 보다 못한 몰리가 한숨을 푹 내쉬며 끼어들었다.


“저기, 계속 이상한 바람 집어넣는 거 아니에요?”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나 사실이죠. 그 분이 여태까지 그냥 뻥뻥 걷어찬 사람 수가 몇인데.”

“하긴 그러겠죠.”

“내가 처음에 봤어야 하는 건데! 그랬으면 이렇게 눈에 들려고 별에 별 짓 안 해도 되는데! 젠장!”

“······.”

“아, 흥분 자제해야지. 아무튼 그런 거에요. 여러분들은 우 님에게 더없이 특별한 존재라는 거, 명심하세요.”


연금술사 아가씨가 두 팔을 좍 펼치며 주변 사람들에게 그 말을 하는 사이, 그녀를 여관까지 안내한 몰리는 고개를 돌리며 투덜댔다.


“······콕 집어다 안내역까지 맡도록 했으면서 나한텐 하나 주는 게 없네.”

“예, 없대요. 언급하면서 절대 없다는 말 확실히 전하라고 하셨어요.”

“······.”

“그 때 막 사람 꿰뚫는 마법무기 겨눈 게 아직도 자다가 꿈에서 생각나서 벌떡 일어난대요.”

“쪼잔해.”

“와,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저 말 나올지 딱 짚으셨지?”

“······.”


몰리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얼굴을 확인한 아가씨는 곧바로 몰리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그리고, 딱 적당히 놀려먹은 뒤에 이거 주라고도 하셨죠.”

“······!”

“앞으로는 사람한테 위험한 거 함부로 겨누지 말라고 하셨어요.”


몰리에게 내어진 것은 그야말로 담뱃대로 쓰기 딱 좋은 나무막대였다.

그리고 몰리는 그게 어마어마한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걸 단번에 알아보고 벌벌 떨면서 그 지팡이를 받아들었다.

뭔가 남들 다 받는 상황에서 홀로 동떨어진 기분에, 괜히 머쓱해진 페기는 슬쩍 부엌으로 들어가려 했다. 어차피 그녀와 일우와의 인연은 컵케잌 언급했다 식겁했던 기억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우는 그 짧은 인연마저 기억하고 있었다.


“아, 사모님? 우 님이 결혼 축하 선물로 이거 드리래요.”


아가씨가 내민 것은 작은 보석함이었고, 보석함을 열자 작은 컵케잌 모양 장식이 달린 목걸이가 나타났다.


“······.”

“우님 말씀으론 ‘걘 컵케잌밖에 기억이 안나’라고 하시던데요.”

“와 뒤끝······.”

“아, 그래도 그거 금이랑 각종 보석이에요. 박힌 건 블루베리를 상징한 사파이어고······.”


참으로 값비싸면서도 쪼잔한 앙갚음이 담긴 물건이었다.


작가의말

챕터로 따지면 지금까지 챕터 1이고, 이건 그 챕터 1의 후일담 정도 되겠습니다.

분량 겁나 많은데 왜 안쪼갰냐면.... 그냥 안쪼갰습니다. 왜요. 

예 그렇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뭐든 이자 확실하게 불려서 돌려줍니다. 기간이 길면 이자가 불어나죠.

세월이 지난 후, 우리의 주인공은 그래애애앤드마스터가 됩니다. 아예 대놓고 존재감 과시하는 사람이 된다 그거죠. 이제 대륙 전체에 이름 드날리는 존재가 되었으니, 스타팅포인트 인연들한테 막 템 풀어주는 겁니다. 귀성은 못하니 선물이라도 택배보내는 그런 느낌? 물론 다른 누군가에겐 단두대가 배송되었죠.

참고로 저 ‘새벽별지기’에 대해 조금 언급하자면... 또라이 집단입니다. 
근데 그 또라이들이 주인공 보고 받들어 모시겠다고 말을 했으니, 그 사이 주인공이 뭐 하고 돌아다녔을지 충분히 짐작하시겠죠?

‘세상에, 핥아도 안 녹는 아이스크림이라니... 근데 아무 맛도 안 나! 놀려먹을때 쓰면 딱이잖아!’
‘그거 그냥 반영구 냉각제로 쓰면 안됩니ㄲ....’
‘그게 무슨 소용이야? 이쪽으로 써먹는게 훨신 더 재미있는데!’

뭐 대충 이런 느낌? 그 상인 아저씨가 이상한 사람에 익숙한 이유 지분 절반이 이 괴상한 집단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언급은.... 어, 다음 다음 다음 에피소드 정도에 나올 겁니다. 
이 다음엔 최면술에 약한 공주기사님 나와야 해서 안되고, 그 다음엔 중간보스전 해서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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