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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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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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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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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3]

DUMMY

다음 날.

소문을 알고 있는 이들, 소문을 듣고 기대감에 찬 이들, 그리고 고기구이 광풍은 싫지만 술은 좋아하는 이들.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술통으로 만든 산.

그 위에 선 한 남자는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부르기도 싫은 지방에서 개설한 고기 연구소를 통해, 나는 지극히 상식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간과한 사실을 깨달았다.”


‘고기 연구소’라는 말이 거론되자 모두들 이전에 나돌던 소문을 떠올렸다. 어느 마법도구상 주인에게서 대량으로 뭔가를 사들였다는 이야기.

모든 이가 의심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몇몇 이는 혹시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찜찜한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도 있었다.


“고기가 있는데 왜 술이 없지? 왜? 대체 왜? 왜?!”

“그야······.”

“당연히 없지! 고기를 술에 빠뜨리고 삶아댔으니까!!”


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이면서 아무도 짚지 못한 사실을 거론하자, 마지막 남은 의심마저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 도시의 모두가 잊고 있었던 사실이다.


“고기를 삶는 레시피에 술이 들어가고, 모든 고기는 삶아졌다. 고로 술이 줄어들었다! 나도 사실 생각 못했어! 연구소 아니었으면 이 삼단논법은 영영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맞아! 그래! 고기를 삶는데 술이 들어가!”

“너무 당연한 일이라서 다들 넘어가버렸으니······.”


군중이 그 말에 웅성이자, ‘연금술사 우’는 자신의 발 아래에 깔린 술통을 발로 툭툭 쳤다.


“술은 마시라고 있는 거지 고기를 익사시키려고 있는 게 아냐! 고기는 불에! 술은 위장에!”

“그래! 고기는 불에! 술은 위장에!”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어가는 와중 한두 명 정도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저 많은 술을 무슨 수로 구한 것인가.

하지만 그 의구심을 채 드러내기도 전, 호쾌하게 술의 산에서 뛰어내린 일우는 그대로 술통 뚜껑을 잡아 뜯어 술잔을 들었다.

잔 속에 찰랑대는 액체는 진한 알코올 향을 풍겼고, 출처를 의심하던 이들의 생각을 뜯어고쳤다.

저 술이 훔쳐왔던 지옥의 양조장에서 만든 걸 들고왔건 관계 없이, 나는 저 술을 마시겠다고.


“이것은 기초이자 원칙이자 진리다. 먹고 마셔라. 뜯고 들이켜라. 그것이야말로, 고기를 고기답게 만드는 길이다!”

“와아아아아!”

“먹고 마시자!”

“너무 그렇게들 반응하지 마. 부끄럽잖아. 터질 것 같네.”


술통에 막 달려들 사람들을 향해 그렇게 말하자, 열심히 준비 중이던 일꾼들이 순간 움찔댔다.


“······.”

“농담이야. 이런 거로 폭발하지 않아. 내 열정은 고기에게 전---부 터뜨리고 있으니까!”


그리고 일우가 신호를 주자, 술통 옆구리에 박아 넣은 꼭지가 열리며 술들이 잔에 채워지기 시작했다.

말은 필요 없다. 모두가 갓 채워진 잔을 집어 들었다.


“단! 술 쳐먹고 개가 되는 놈은 새로운 육류에 포함시키겠다. 개한텐 뼉다구를 줘야지, 고기를 줄 순 없지!”


누군가가 데려온 애완견이 들으면 매우 슬퍼할 소리지만, 일우는 호기롭게 막 구워지고 있던 통구이에서 고기를 뜯어내 그 강아지에게 던져주며 말을 일었다.


“농담이야. 근데 이건 진담이다. 개한테는 술은 주지 마라! 먹고 사람 되면 연구거리가 늘어나니 곤란해!”

“저희 마실 것도 모자랍니다요!”

“암요!”

“핫하! 거짓말 치긴! 너희들 배 터질 때까지 마셔도 여기 술은 다 못 마셔! 왜? 될 것 같니? 그럼 해 보시던가!”


그 말을 기점으로 모두가 원한 순간이 찾아왔다.

왁자지껄 떠들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현장. 모두가 기다렸고 만족스러운 행복의 한가운데.

하지만 이 공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도 있었다.


“빌어먹을.”


음울한 표정의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를 갈았다.

어제 길드 집회소에서 들었던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이 장소를 방문했다.

자리를 비웠던 며칠 사이 벌어졌다고 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말들의 연속이었으니 믿지 않았다.

혹은, 자신이 들인 노고가 그 짧은 기간에 무너지리라고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소문에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그렇기에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러 왔다.

그리고 소문보다 더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제기랄.”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도적단으로 흉흉해진 민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모두 먹고 마시는데 푹 빠졌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피로가 사라졌다. 물론 몇 명은 피로에 푹 절어있지만, 그들은 결코 붙잡히지 않고 날뛰며 의기양양했어야 할 이들이다.

모두가 근심 걱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눈앞에 모든 이들은 그들이 짊어졌어야 할 생각들 대신 다른 것들을 잔뜩 짊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게, 그가 원했던 일들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내 계획이 틀어지잖아······.”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웃지 못하고 먹고 마시지 못하던 자는 인파 속을 헤치면서 유독 눈에 띄는 분위기였다.

허나 다들 자기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이는데 정신이 팔렸으니 그런 이단아 한 명에 신경 쓰는 이는 없다.

사람은 말이다.


“······저건?”


그렇게 사람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한 가운데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혼자만의 악감정을 쌓던 남자의 눈에 누군가가 보였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뒤틀린 표정을 짓는다.


“공주님! 한 잔 하십쇼!”


아로엔이 이 장소에 온 건 결코 구운 고기의 향과 술의 감미로움을 갈구해서가 아니다.

올베린 왕국의 공주이자 기사라는 의무감을 양 어깨에 짊어진데다, 델린 시에 머무는 게 임무 실패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는 걸 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시찰을, 그동안 수심이 깊어져가는 델린 시의 시민은 물론이고 도시와 먼 곳에 떨어져 사는 이들마저 찾아와 근심 걱정을 해소하는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거기에 고기까진 몰라도 술은 흥겨움의 근원이자 각종 사고의 원인이다. 혹시라도 모를 소란을 막고자 행차한 것이기도 했다.


“공주님! 이런 곳에서 고생하시니 한 잔 어떻습니까?”

“그대는 지금 내가 어떤 연유로 이곳에 머무는 것인지 망각하였는가? 매를 버는군.”

“에이, 공주님 고생하는 거 다들 알고 있습니다. 너무 그렇게 자신만 몰아세우시면 몸 상하십니다.”

“······쓸데없는 소릴 하는군.”


일우가 아로엔의 첫인상에 대해 잘못 파악한 점이 있다면, 그녀는 성격이 포악하지 않다.

기사라는 직업은 다소 거친 직종이고, 공주라는 신분은 강인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기에 왕가에서 비롯된 권위가 아니라면 자칫 얕보일 수 있다.

그렇기에 거친 말을 쓰고 포악한 언행을 하여 일종의 두려움을 만들어내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사실 델린 시, 그리고 이델린 지방 사람들도 처음엔 이 공주님의 냉혈한 성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두려워했다.


“······다들 나를 너무 스스럼없이 대하는군. 벌써 취하기라도 한 것인가?”

“포악한 폭군 연기가 더 이상 안 먹힌다는 거죠.”

“그 말, 목을 쳐 죄를 물어도 할 말 없는 발언이군.”

“그래서 실제로 공주님이 목 치시기라도 하셨나요? 제 목 치실건가요?”

“······.”


‘목을 친다’, ‘효수한다’, ‘처형한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으나 실제로 행해진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는 소문만 들은 이들은 공주가 무시무시한 자라고 여기고 만다. 하지만 곁에서 본 이들은 안다.

사실 공주님은 소문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정말 소문대로였다면 그 양아치는 진작 목이 잘려나갔죠. 아니면 임무에 데려오지도 않으셨거나.”

“······그만. 진짜로 목을 칠 것이다.”

“와! 우리 공주님이 생애 처음으로 목을 치신다!”


공주의 가신이자 호위기사이자 친우, 이엔은 아로엔에게 자신의 목을 쭉 내밀었다. 어디 쳐볼 테면 쳐보라는 도발이었다.


“너어어어어!”

“으에에에엑”


다른 의미로 이엔의 목을 연달아 치는 아로엔의 표정은 어느새 붉어졌다. 원래 딱딱한 언행을 일삼는 자는 본심이 한없이 말랑한 편이고, 그 속살이 드러날 때 누구보다 부끄러워하는 법이니 말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모두가 구운 고기와 술에 정신이 팔려 공주님에게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익숙한 목소리를 가진 한 사람 빼고.


“어이쿠, 이거 공주님 아니십니까?”

“······관문 검문은 어떻게 하고 여기에 있지?”

“아이, 교댑니다.”

“누구 윤허도 없이 교대인가. 참수 감이군.”

“아, 예. 치십쇼. 거 까짓 거 먹고 죽겠습니다.”

“······.”


이미 이엔의 목을 손날로 두들기는 걸 본 웰즈는 느긋하게 술잔을 까딱인 뒤 고기 꼬치를 우물거렸다.

그 모습에 목을 쓰다듬던 이엔이 공주의 귀에 속삭였다.


“공주님. 지금 저 양아치 효수하면 재평가 받을지도 모릅니다. 만취된 이들 앞에서 처형식은 예로부터 전통적인 구경거리니 말입니다.”

“······드문 흥겨움을 누군가의 피로 깨뜨릴 순 없다. 불허하지.”

“거 봐. 그냥 말만 죽인다 하면서.”

“······.”


그냥 공주를 잘 아는 친구가 놀려먹기 위해 한 말이었고, 정곡을 찔린 아로엔이 이엔을 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웰즈는 고기를 우물대며 꼬지를 든 손을 내저었다.


“아이, 뭘 또 그렇게 하신다고. 그리고 거긴 이제 문젯거리가 사라졌잖습니까? 게다가 이 고기 저택은 일단 제 지분도 포함되었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왜냐? 제가 있었기에 이 인연이 시작되었으니까!”

“곤쥬니이이임! 한쟌 해여어어어!”


그리고 웰즈는 혼자만 온 게 아니었다. 항상 으르렁대는 가신도 함께 왔고, 웰즈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만취상태가 된 자신의


“야야야야야, 밀리. 미쳤냐. 저 양반 말 못 들었어?”

“나 걔 아느니이아아아! 아쥑 샤람이야!”


본명은 밀리아렌이지만 호칭으로 그녀를 부르던 웰즈는 맛이 가버린 자신의 부하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술도 약한 애가 뭘 그리 쳐먹는다고······그거 내놔.”

“시---러. 나뉸 오늘 먹교 쥬글꺼야! 곤쥬님! 가치 쥬거요!”

“······밀리아렌, 자네 많이 취했군.”

“암요오! 즐길 떄 즐겨야죠오! 제 고향쳐럼 망햐기 전예!”

“······.”

“아, 쟤송. 오느른 즐겨운 냘인데 말 잘몬나와써여. 헤헤.”


사연 있는 부하일수록 각별한 관계가 생기는 법이고, 웰즈와 밀리아렌은 다소 특별한 관계다. 그리고 그걸 아는 아로엔은 추태를 부리는 그녀를 향해 안쓰러운 시선을 보냈다.

몰락한 공국의 후손이라는 신분은, 어쩌면 그녀와 비슷한 위치에 서서 담소를 나누었을지도 모르는 관계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그런 안쓰러움이라는 개념을 장작으로 써먹고 마는 사람이 존재한다.


“어디서 개소리가 난다 싶더니, 진짜로 개가 있었네?”

“우읍--!”

“꼭 말을 해도 안 들어먹는 게 있어. 우린 그걸 짐승이라고 부르고, 짐승에겐 자비가 없지. 아니, 짐승도 말귀는 알아듣는데? 그럼 얜 짐승만도 못한 게 되는군.”


어느새 밀리아렌의 등 뒤에서 쑥 튀어나와 그녀의 입에 뭔가를 쑤셔박은 ‘연금술사 우’는 으르렁댔다.

그리고 뭘 먹였는지 모르지만 그걸 삼킨 밀리아렌의 흐릿한 눈동자는 곧바로 제정신으로 돌아왔고, 아주 격렬하게 자신의 혓바닥을 양 손으로 비벼댔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써!”

“원래 술 깨는 약은 쓰고, 내 약은 혓바닥 잘라내고플 정도로 쓰지! 그만큼 확실하거든.”


카이옌의 한 거래상이 먹을 뻔 했던 숙취해소제는 밀리아렌을 통해 그 성능이 확실히 입증되었다.

그리고 그 때 그가 말했듯, 혓바닥을 잘라버리고픈 강렬한 쓴 맛 역시.


“케헥, 켁······ 써어어어어.”

“새로운 노동력이 추가되었군. 이 고기판의 가장 큰 단점이 뭐냐면, 인력 부족이 절실하다는 거야.”


그 쓰디쓴 맛에 밀리아렌이 괴로워하는 도중, 일우는 그녀의 뒷목을 붙잡았다.


“엑.”

“네 졸병은 이제부터 내 노동력이다.”

“······얼마든지. 넌 이제 주우우욱었어.”


공주님 앞에서 망신살을 뻗친 것에 웰즈도 살짝 화가 난 듯 일우에게 밀리아렌의 신병을 넘겨주었다.

제정신을 차린 밀리아렌은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하고 아로엔을 바라보며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길청했다.


“고, 공주님. 전 일단 기사의 병사이고, 왕국의 군법에 따라 준기사로 인정되는데다 아무튼 군인이잖습니까······?”

“그러하다만.”

“벼, 병사를 사적인 노역에 동원하는 건 군법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이전 신분에 맞지 않는 비굴한 모습에 아로엔은 한숨을 푹 내쉰 뒤 엄격하게 말했다.


“군법을 따지고자 하면 너는 처형감이다만.”

“으아앙! 웰즈 님아! 구해줘요! 안 구해주면 내 발가벗은 모습 훔쳐봤다고 사방팔방에 다 말할 거야!”

“······쟨 15년도 더 전의 일을 갖고 아직도 울궈 먹네. 야! 그렇게 말하고 다니니 내 명성이 이따위잖아! 그리고 그건 사고라고 몇 번을 말했어?!”

“그러니까 구해달란 말이야아아아! 변태야!”

“노동력아. 여기 더 심한 변태가 있단다. 저 조리기구들에게서 윤기를 보지 않으면 내 욕망이 가라앉지가 않거든.”

“으에에!”


어쩌면 가련한 비극의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르는 공국의 전 후계자는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희극의 인물마냥 질질 끌려갔고, 비극 속의 연인 자리가 되었을지도 모를 남자는 몹쓸 희극 상황 속에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16년 전에 애가 좀 사람같이 행동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때의 난 정말 철없는 소년이었구나. 그냥 냅두지. 저런 애가 완성될 줄 알았으면 내버려 둘 걸 그랬어.”


그 모습에 아로엔은 저도 모르게 웃음소리를 냈다.


“후훗.”

“······공주님, 안 그래도 평판 최악의 기사한테 악명이 더 붙는게 그렇게 즐거우십니까?”

“그야 즐겁지 않은가. 이곳에 온 이후로 즐거울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뭐 그건 사실입니다. 좋은 희극이죠. 게다가 이 곳 분위기도 부쩍 좋아졌습니다.”


웰즈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주님과 망국의 공녀, 거기에 기사가 얽힌 희극에 관심을 쏟을 이도 있을 법 하지만, 아무도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저 정신 나간 양반 말대로 술과 고기가 약인 모양인가 봅니다.”

“야!! 저기 새 화로에서 고기 나온다! 오늘 처음 돌리는 거래!”

“좋아, 다음엔 저거다!”

“이야, 죽인다. 이거 어느 동네 술이지? 먹어본 거 같은데?”

“몰라 임마. 아무튼 오길 잘 했지?”

“어! 델린 시에 미친 척 하고 와보길 잘했어!”


사방에서 고기와 술에 즐거워한다. 그동안 있어왔던 안 좋은 소식이 다 거짓말 같이 느껴지고, 이 곳이야말로 천국 같이 느껴진다.

그동안 이 지역에 쌓여왔던 각종 음울한 분위기를 씻어내리는 듯한 기름기와 술의 향연.

다들 즐거워했다. 한 사람 빼고.


“이대로는 안 돼······.”


이래선 안 된다.

그 남자의 머리 속에 세워진 계획에 이런 그림은 없었다.

처음엔 마을 하나로 시작해 점점 지역을 뒤덮는 절망. 그 절망 속에서 저 보석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공주기사는 천천히 무너져 내렸어야 한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피해, 흔들리는 마음으로 상실되는 판단력, 혼란 속에서 내린 섣부른 판단, 일선을 넘어버린 행동, 그러나 진실을 깨닫고 난 그녀의 손에 묻은 것은 적의 것이 아니라 왕국의 백성들의 무고한 피.

그 피 속에서 무너져 내려 인형으로 전락해야만 했다. 절망 속에서, 고통 속에서, 절규하며 자신을 잃어버리고 완벽한 그의 것이 되어야만 했다.

저렇게 미소를 지으며 위안을 얻을 구석 따윈 없어야만 했다.


“이거, 백성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데?”

“······몬델.”


음울한 목소리에 미소를 띄던 아로엔의 표정이 굳어졌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꽤나 그늘진 얼굴의 모험가가 서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아로엔의 눈동자는 급격히 흔들렸다.

몬델, 델린 시의 시장이자 이델린의 영주의 후계자였던 사람.

수도에서 있었던 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자결해버린 영주의 아들.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들어가 있는 아로엔의 감정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왕가가 파멸시킨 자에 대한 후회.

그 시간, 일우는 비극의 주인공을 말 그대로 비극에 쳐박아넣고 있었다.


“자! 닦아! 오늘부터 너는 이들의 동료다!”

“살려주세요오오오오!”

“살려 줄게. 죽으면 못 써먹으니까.”

“이이이잉······.”


이 끝없는 고기의 연회의 이면엔 산더미 같은 뒷처리가 남아있었고, 밀리아렌은 그 한가운데 떨어졌다.

잉잉대며 조리도구를 닦기 시작한 밀리아렌을 향해 일우는 거침없는 어조로 주먹을 내질렀다.


“일하라 노예야! 참된 노동만이 너를 인간으로 다시 탄생시키리라.”

“잘못했어요오오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노! 동! 교! 화!”


일꾼들은 이 새로운 희생자가 불쌍하다 여겼지만, 한편으론 환영했다. 일손이 늘어나면 자기들 일거리가 줄어드니까.

그렇게 주정뱅이 참교육을 하던 사이, 스카웃의 긴급 경보가 일우의 이목을 끌었다.


[경고, 주 감시망 ‘블랙리스트 1’, ‘프린세스 원’과 접촉 확인. 스캔 결과, 해킹 발신 징후 포착됨. 해킹 주 원인 가능성, 지속적으로 상승 중.]

“계속 보고 있어. 혹시라도 최면 쓸 것 같으면 곧바로 경고 띄우고 UI에 바로 띄워.”

[확인. 집중 감시 속행.]


빠르게 스카웃에게 지시를 내린 일우는 한창 설거지와 정리 중인 이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여기가 바로 만인의 평등을 주창하는 곳이다! 망국의 공녀도 노동을 피할 순 없다!”

“어, 어떻게 그걸······! 이, 이야기도 안 하는데······.”

“나는 안다! 왜냐! 나는 노동의 평등을 추구하고 고기의 행복을 전파하는 자이니까! 고기 앞에 모든 이는 평등! 노동 앞에 모든 과거는 무용!”

“으이이이잉······.”

“자, 괴로워 말라! 지금부터 너희들의 동료가 늘어날 테니! 그럼, 한 놈 더 잡으러 간다!!”


일꾼들에게 그렇게 외친 일우는 아주 자연스럽게 현장으로 되돌아갔다.

그 사이에도 몬델은 아로엔을 향해 울분 섞인 말을 계속 이어갔다.


“도적들은 나날이 들끓고, 사라진 마을 주민들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시민들은 하루하루 근심인데 말이지.”

“······.”

“그런데 공주님은 여기서 술과 고기를 즐기고 계시다니, 하 참. 왕국은 정말 이 곳을 버렸나보군.”


아로엔은 딱히 반박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강한 척 하지만 여린 마음씨를 가진 이에게, 눈앞의 상대는 가장 마음아픈 이기 때문이다.

허나 몬델은 그런 아로엔의 사정 따윈 알 바 아니라는 듯, 그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이거 뭔가 야인으로서 한 마디 해야 할 순간이군.”


그리고 천천히 진행하려던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 반발해, 이 자리에서 자신의 계획을 끌어내려 했다.


[경고! 해킹 시도 포착! 대상, ‘프린세스 원’. 분석 완료된 해킹 알고리즘 기반 비교분석 일치율 100%, 해킹 루틴, D타입.]

“좋아, 타겟 표시해. 부스팅 임플란트, 오토패턴. 공격 시에만 활성화.”

[부스팅 임플란트, 오토패턴 액티베이트.]


일우의 눈에 군중 사이에서 뚜렷한 타겟이 드러났고,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초가속을 건 일우의 몸이 붕 떠올랐다.


“아무래도 민의······.”

“고기이이이잇!”


심층 최면 활성화 명령어인 ‘민의가 일어설 시간’이라는 단어를 채 말하기도 전, 몸을 날린 발차기가 그의 허리에 명중했다.

임플란트 패널티로 위력이 엄청나게 떨어진 발차기지만, 한 사람의 몸을 무너뜨리고 바닥을 나뒹굴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어억!”

“누구냐! 나의 행복 전도와 인간의 원초적 갈망과 유구한 역사를 부정하는 망할 놈들을 참교육하는 나의 계도에 혓바닥 함부로 놀리는 새끼는! 너야? 너? 너?!”

“끄어어어······.”

“젠장, 조금 전에 봤는데 없어졌어.”


일우는 걷어찬 몬델을 자근자근 밟으며 주변을 둘러보며 누군가를 찾는 듯한 과장된 몸짓을 보였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넌 뭐 하는 자식이야?!”


몬델이 바닥에 꿈틀대며 악을 쓰자, 그제야 고개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묻는 말에 방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손이 수백 개로 보일 만큼 빠른 움직임으로 몬델의 뺨을 후려쳤다.


“무슨 짓이긴! 고기짓이다! 고기! 고기! 고기고기고기고기이이잇!”

“어억! 윽! 윽! 악! 큭! 커흑!”

“고깃!”

[부스팅 임플란트, 오프라인. 재활성 시간까지 앞으로 385분.]


부스팅 임플란트의 효과가 떨어질 때까지 한없이 몬델의 뺨을 후려친 일우는 그를 다시 짓밟으며 일어났다.

순식간에 몬델이 따귀를 후려맞자, 황급히 아로엔이 ‘연금술사 우’를 말리려 했다.


“그만 두십시오! 그는······.”

“나도 알아! 고기를 모독하는 녀석이지! 고기의 원수!”

“크으······!”


아로엔을 향해 일우가 그렇게 말을 하는 사이, 순간 정신을 잃었던 몬델이 깨어나 비척대며 일어났다.

이건 그의 기준에선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최면에 걸린 이들은 몬델에게 손찌검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 넌 뭐냐!”


일우가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몬델은 당황했다. 최소한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최면은 몇 가지 조건을 제외하면 모든 이에게 통한다.


“나는 고기다! 내가 곧 고기고! 고기가 곧 나다! 나는 우! 우가 곧 나! 우---! 가 아니라 우! 우! 아! 우! 아!”


하지만 일우는 그 동안 충실하게 쌓은 데이터와 프로세스센터의 보조 연산을 통해 최면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완전히 파악했다.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최면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까지.


“부엌에서 탄생한 연금술의 이복동생! 그 뿌리는 불! 불에서 시작된 모든 결과물은 곧 연금술! 고로 고기는 연금술이다! 그래서 나는 연금술사고! 고기를 알지! 내 말, 무슨 소린지 이해가나?”

“저, 정신나간 인간이잖아······.”

“아---니? 정신이 나간 건 나 빼고 너희 전부 다다! 뭐냐 그건? 삶은고기수호워원회의 인장이냐? 하! 나한텐 안 통해! 난 삶은고기에게 지지 않는다!”


몬델은 그 와중에도 최면을 시도하기 위해 품에서 뭔가를 꺼내려 했다. 하지만 일우는 광란에 찬 몸짓으로 그의 머리를 흔들어댔다.

“으윽!”

“고기이이잇! 더 많은 고기! 고기를 내놔! 고기를 구워! 구워라 고기를! 지금부터 고기의 시간이자 고기의 시대다! 물에 삶는 놈은 꺼져어어어어!”

“끄으윽.”

“구운! 고기! 고기! 고기고기고기고기고기고기!”


목뼈가 뽑힐 정도로 흔들어대던 일우는 어느새 주변에 집중된 시선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고기! 고기!”

“······.”

“뭣들 해. 너희는 따라해야지. 쾅?”

“고······ 고기!”

“좋아, 고기!”


일꾼들에게 억지 복창을 이끌어낸 일우는 몬덴을 질질 끌고 저택 앞 도로까지 데려간 뒤, 그대로 휙 내던졌다.


“커윽!”

“고기가 싫으면 국이나 들이키도록! 여긴 고기자유지대다! 왜 풀 뜯으라는 말은 없냐고? 풀이랑 같이 먹어야 고기가 더 위대한줄을 알지! 하하하! 멍청이 같으니라구!”

“제길······ 완전히 미친놈이군.”


최면이 안 걸리는 대상 중 하나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자,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미친놈이다.

눈앞에서 펼쳐진 미친 자의 행동에 몬델은 자신의 최면이 무력화된 이유를 스스로 납득해버렸다.

사실 수많은 방화벽을 비롯한 방어체계에 문짝도 두드리지 못하고 방어된 것이지만 말이다.

그 진실을 알 리 없는 몬델은 후들거리며 일어난 뒤, 황급히 일우를 뒤따라온 아로엔을 바라보며 빈정거렸다.


“같잖은 정치극 때문에 영주가 쫓겨나버린 땅에서 잘도 이런 촌극이시군요, 공주님.”

“······.”

“뭐, 됐습니다. 저 미치광이와 함께 놀아나시는 모습 아주 자아아알 봤습니다. 당신의 그 백성을 향한 방만한 마음, 아주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아무리 네가······.”

“아! 그렇군요! 이젠 제 가문은 가문도 아니니 말입니다. 기사 나으리.”


막 끼어들어 뭐라고 말을 하려던 웰즈를 향해 한껏 비아냥을 날린 몬델은 귀족들의 예법에 따른 고풍스러운 동작의 인사를 날렸다.


“조만간 다시 뵙도록 하죠. 흥.”

“저, 저 썩을 놈이······.”

“그만.”

“저대로 내버려두실 참입니까? 이미 왕가를 모독한 죄값으로 목을 치고도 남는데? 진짜로 공주님이 목 쳐야 할 놈입니다.”

“······그의 가문 이야기는 알고 있으리라 보는데.”

“끄응.”


기사이자 백작 가문의 삼남인 웰즈가 귀족 사회의 소문을 모를 리는 없다. 몬델의 가문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 이면에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하지만 그 분위기는 귀족 세계의 흐름이고, 기사와 공주에겐 중요할지 몰라도 다른 이들에겐 아니었다.

특히 이 남자에겐 더더욱.


“윽.”

“너도 고기구이를 방해하러 온 녀석이었군.”


어느 새 ‘연금술사 우’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으르렁댔고, 아로엔은 뒤늦게 자신들이 소란을 부렸다는 걸 깨닫고 사과했다.


“사, 사죄토록 하겠다. 다분히 사적인 주제로 이 분위기를 깨트린 것에 대해선 무어라······.”

“아니, 그거 말고.”

“모, 몬델 말인가? 그에 대해선 내게 책망을······.”

“아니, 그거 말고!!”


아로엔의 말에 일우는 연달아 부정한 뒤, 왼손을 뻗어 고기를 가리켰다.


“고기를 먹지도 않고! 술을 마시지도 않고! 그냥 멀거니 구경만 하다 수상쩍은 놈이랑 대화만 하고! 너 첩자지!”

“······뭣?”

“너도 삶은 고기파냐! 이 배반자! 난 알아! 이 스파이! 이 술을 술답지 못하게 비참하게 만드는 원수!”

“아, 아니······ 나는 그런 의도가 없다만.”

“그러면 왜, 먹지 않지? 한 입도 입에 대지를 않지?”


‘연금술사 우’의 관심은 조금 전 나타난 방해꾼도, 그들의 우울한 사연도 아니었다.

여기 와서 고기를 안 먹는다는 것 뿐이다.


“그······ 일단 시찰의 의미로 방문하였고, 근신인데다······.”

“시찰이면서! 시식도 안 해?! 너 첩자지!”

“아, 아니다! 그런 의도는 없다!”

“그럼 먹어!”

“잠깐 기다리거라. 내 신분과 처지 사······으읍!”


무어라 말을 하며 거부하려 했지만, 억지로 고기를 입에 밀어넣으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입에 들어간 고기는 씹을 수 밖에 없고, 씹으면 맛을 느끼는 건 당연한 법이다.


“어때?”

“으읍······.”

“어떠냐고.”

“마, 마히허······.”

“음, 좋아. 그 진심이 와 닿는군. 너는 첩자가 아니야. 그냥 고기를 좋아하고 구운 고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려는······ 뭐 아무튼 그런 소녀지.”

“······.”


졸지에 다 큰 처녀가 소녀취급을 받았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 흉흉한 기세로 고기를 먹지 않는 놈을 몰아세우는 저 광기 앞에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 네 신분이고 나발이고 아무 소용 없다! 여기 온 이상 고기는 먹어야 한다! 구운 고기를! 이건 의무다! 고기에 대한 의무!”

“아, 아에흐이 이헤······.”

“자, 앉아! 씹어! 삼켜! 그리고 마셔!”


반강제적으로 식탁에 앉혀진 아로엔은 일우의 명령에 맞춰 고기를 씹어 삼키고 술을 마셨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그녀를 괴롭히던 상념은, 눈 녹듯 사라졌다.


“맛있어어어어······.”

“바로 그거야! 이게 행복이야!”

“행복해애애애.”

“천천히 즐기다 가도록. 시찰? 그딴 건 없어. 오직 경험 뿐이다!”


그렇게 울적한 분위기 속에 휘말릴 뻔 했던 공주기사님은 어느새 이 고기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우울하고 괴롭고 힘든 일이 있으면 고기가 약입니다.

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 울적한 거였군.... 이제 알았다.


놀랍게도, 그 기사 옆에서 말장난치던 애는 다른 곳에선 주인공 급 배경을 가진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술주정부리다 접시닦이 노예로 전락하는 조역임.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전 평일 오전 11시 업로드가 원칙입니다. 오후에 올라오는건 어디까지나 제가 진도를 좀 빼야겠다는 판단으로 올리는 겁니다. 그래서 시간이 불규칙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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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10. 모난 놈이 맞는다 [2] +3 21.06.17 2,549 88 18쪽
46 10. 모난 놈이 맞는다 [1] +4 21.06.16 2,588 90 15쪽
45 9. 모자람 없는 고민 [7] +5 21.06.15 2,589 96 19쪽
44 9. 모자람 없는 고민 [6] +2 21.06.14 2,606 83 13쪽
43 9. 모자람 없는 고민 [5] +3 21.06.13 2,638 90 17쪽
42 9. 모자람 없는 고민 [4] +7 21.06.12 2,723 99 12쪽
41 9. 모자람 없는 고민 [3] +8 21.06.11 2,874 9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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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9. 모자람 없는 고민 [1] +7 21.06.09 2,994 95 14쪽
38 ?. 건드리지 마시오 +7 21.06.08 3,023 83 13쪽
37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5] +7 21.06.07 3,057 99 17쪽
36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4] +7 21.06.06 3,053 91 18쪽
35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3] +6 21.06.05 3,053 82 21쪽
34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2] +7 21.06.05 3,092 89 19쪽
33 8. 너만 빼고 모두 즐거워 [1] +2 21.06.04 3,268 74 18쪽
32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4] +10 21.06.04 3,466 96 19쪽
»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3] +9 21.06.03 3,498 92 28쪽
30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2] +5 21.06.03 3,574 90 23쪽
29 7. 공짜로 베푸는 고기는 없다 [1] +7 21.06.02 3,697 101 15쪽
28 6. 문 열어 [4] +10 21.06.02 3,960 115 24쪽
27 6. 문 열어 [3] +8 21.06.01 3,916 113 24쪽
26 6. 문 열어 [2] +6 21.06.01 4,009 109 17쪽
25 6. 문 열어 [1] +5 21.05.31 4,391 9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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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 여기 연금술사님 왔다 감 [1] +4 21.05.30 4,555 111 12쪽
21 4. 용사는 대량학살극 따윈 안 한다네 [5] +3 21.05.29 4,699 1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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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4. 용사는 대량학살극 따윈 안 한다네 [2] +5 21.05.28 4,758 1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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