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358,766
추천수 :
9,781
글자수 :
946,637

작성
21.07.16 11:00
조회
1,681
추천
65
글자
18쪽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7]

DUMMY

땡볕에 노출된 코볼트들은 그야말로 헥헥대며 일을 하고 있었다. 일우의 시선엔 암만 봐도 두 다리로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이 일하는 모양새지만, 일단 그들도 스탈리스의 엄연한 종족이다.

하지만 생긴 것도 그렇고 스카웃이 수집한 정보로 봐도 개의 습성이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일우는 ‘연금술사 우’가 되어 소리쳤다.


“안녕! 멈무들아! 새 주인이 나타났다! 다들 집합!”

“멈무?”

“모이랭. 주인이양.”


‘연금술사 우’의 부름에 코볼트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일우의 앞에 모여들었다.

그 모습을 본 일우는 확신했다.

얘들은 그냥 말하고 걸어 다니는 개라고.

그 점을 고려해 작전의 큰 틀을 다시 한 번 정리한 일우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멍멍이랑 멍청이랑 머저리를 섞은 내 창의적인 단어다. 종족이라기엔 너무 덜떨어졌고, 개라고 하자니 좀 그래서. 절충해서 멈무!”

“우, 우리 바보 아니양······.”

“우리 멍멍이 아니양!”

“히잉······ 우리보고 멍청이랭.”


코볼트들은 새롭게 나타난 주인보다 자신을 부르는 단어 쪽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것 또한 마법 계약서 안에 포함된 사항으로, 계약서를 소유한 쪽을 상급자로 인식하도록 되어 있었다.

계약서가 유효하다는 걸 확인한 일우는 히죽 웃으며 코볼트들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 뭐 하러 왔냐?”

“노, 농사하러 왔엉······.”

“아냥! 땅파러 왔엉!”

“땅 파명 앙된댕.”

“잉 그랭. 땅파면 앙댄다고 했엉.”

“우린 땅파러 왔능뎅······.”


코볼트들이 당한 사기는 정말 간단했다.

일단 그들에게 농사라는 것에 대해 설명한다. 아주 일부분만.

그리고 농사를 지으러 가자고 설득한다. 조금 전에 농사가 뭔지 설명했다면서.

그리고 계약서에는 농사를 한다고 정직하게 쓴다. 원래 의미 전부 포함하고, 코볼트들은 농사가 뭔지 잘 모르니 농사를 잘 아는 사람의 말을 듣고 따라야 한다는 조항도 덧붙여서.

그렇게 하여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코볼트들은 농사를 잘 아는 주인이 시키는 농사일을 무조건 해야 하는 계약을 해버리고 말았다.


“니들은 농사가 뭐 하는 거라고 배웠어?”

“땅 파능 거!”

“그래서 왔엉!”

“긍데 앙된댕······.”


정말 지적 수준이 떨어지거나, 마법계약서의 원리를 하나도 모르는 멍청이나 걸릴 수단이다.

하지만 코볼트들은 오크와는 다른 의미로 멍청한 축에 속하는 종족이고, 그 멍청한 친구들의 계약 대행자였던 아가씨는 마법계약서의 정확한 원리를 몰랐다.

계약 대행자인 로즈마린은 농사 일꾼으로 계약하는 거라고만 생각했지만, 마법 계약서의 발동은 ‘농사일을 모르는 코볼트는 농사를 잘 아는 주인들의 명령을 따라 농사를 짓는다’가 되었다. 단순한 일꾼이 아닌 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어수룩한 사람들이 늘 겪는 사기다.


“안된다고? 그건 지난 번 녀석 이야기고, 내 생각은 달라.”

“그랭?”


하지만 이 마법계약서에는 맹점이 있다.

코볼트들을 구속하는 모호한 범위, ‘농사’는 계약서 소유자가 정한 범위다.

농사가 뭔지 모르는 코볼트들이 농사를 아는 주인들의 일방적인 명령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농사를 코볼트가 배우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 때문에 이 계약서의 소유주들은 코볼트들에게 농사를 가르치지 않고 명령만을 내렸다.

그리고 계약서를 쥐어진 일우, ‘연금술사 우’는 코볼트들에게 농사를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자의적이고 비약적인 해석이 듬뿍 담긴 쪽으로.


“파고 싶어? 파. 싹 다 갈아엎어.”

“징짜······?”

“원래 농사는 갈아엎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엎어.”

“와아아아아아아앙!”


코볼트들은 그 말을 듣고 호다닥 달려가 땅을 파 뒤집기 시작했다.


-우드드드득---!


순식간에 파헤쳐지는 땅에 심어진 과일나무들이 하나 둘 기울어지다 이내 쓰러졌고, 자신의 본성대로 땅을 파헤치는 코볼트들을 향해 ‘연금술사 우’는 농사의 기초를 가르쳤다.


“잘 들으라고! 농사는 원래 이래도 돼! 엎어야겠다 생각하면 싸악--- 갈아엎는 거야.”

“징짜? 그거 앙된다고 하던뎅.”

“잘 모르는 애들이 그러는 거고, 땅을 깊게 갈아엎어야 흙이 순환되어서 생산성이라는 게 향상되는 거야. 생. 산. 성.”

“어려워서 모르겠엉.”

“그냥 배워. 땅 파는 것도 농사다. 갈아엎는 게 농사다!”

“응!”

“우리능 땅 파능게 좋으니 좋앙!”


‘연금술사 우’로부터 새로운 농업을 배운 코볼트들은 신나게 과수원을 갈아엎었고, 순식간에 농장의 5분의 1 가량이 갈아엎어지며 나무들이 여기저기 쓰러졌다.

기분 좋게 헥헥대는 코볼트들을 쓱 보던 일우는 팔짱을 꼈다.


“니들 고기 좋아하냐?”

“응!”

“좋앙!”

“긍데 여기능 고기 업엉······.”


코랄은 과수원과 각종 농업이 발달되었지만, 애석하게도 축산업은 절망적인 곳이다. 이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버티는 가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기도 귀하고, 주 단백질원은 생선이었다.

순간 어포를 떠올린 일우는 치를 떨었다.


“그래! 이 빌어먹을 땅에는 고기가 없어! 빌어먹을 생선만 있지! 아오, 열받아!!”

“화, 화내지 망······.”

“열받으니 오늘 농사는 여기까지다! 끝! 자유시간! 놀아! 일하면 화낸다!”

“그, 그래도······됑?”

“원래 농사는 쉬는 것도 일이야. 쉬어.”

“우와아아아앙!”


코볼트들을 내버려두고 농장을 빠져나온 일우는 앞으로의 계획을 스카웃에게 알려주었고, 스카웃은 적절한 조언과 고려할 문제, 몇 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렇게 작전이 뚜렷하게 가닥을 잡는 사이, 일우는 어느 새 솔트하임의 모험가 길드 사무소까지 도달했다.

거침없이 문을 열어젖히자 오늘도 수많은 오크들이 줄을 서서 엘프 접수원들을 고문하고 있었다.


“자, 주목!”


갑작스레 등장한 ‘연금술사 우’가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를 향한다.

‘연금술사 우’는 긴 줄을 만들고 있던 오크들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평소 같으면 줄 잘 서는 착한 어른이인 척 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내 앞에 서 있는 놈들, 다 비켜.”

“아, 알았돠······.”

“줄 서롸!! 마수타가 줄 서롸고······.”

“저 솨람 쒜다. 우리 돠 덤벼도 못이긴돠. 마수타보다 쒜다.”

“······비키좌.”


어느새 접수대로 향하는 길이 싹 비워졌고, ‘연금술사 우’는 성큼성큼 접수대에 다가가 신분증을 내밀었다.


“나한테 들어온 푼돈이 좀 있을 거야. 확인해봐.”

“신분증과 연결된 계좌에 입금되신 금액 확인이신가요?”

“시간 잡아먹지 마라.”

“······네.”


단번에 의도를 간파당한 엘프 접수원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우의 신분증을 받아들여 그의 계좌를 확인했다.

표정이 단숨에 변하자,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대충 금괴 한 두어 개 뽑을 만큼 되지?”

“그, 그게······ 그것보다 더 되는 것 같은데요?”

“좋아. 절반. 금괴로. 당장 내놔.”


접수원이 황급히 자리를 비우고 다시 되돌아왔을 때, 그녀는 수레에 쌓인 금괴더미와 함께 나타났다.

물론 ‘연금술사 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싹 다가 아니라 절반.”

“이게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인데요.”

“카이옌에서 입금된 푼돈이 그만큼이나 된다고? 그 새 시세가 오른 것도 아닌데.”

“어, 입금 내역에 이델린 길드 지부에서 수행하신 의뢰에 대한 보수와 ‘A++’급 특별보상이 있으시네요.”

“그래? 그것만 갖곤 이정도 까지 되진 않을 텐데.”


그 말을 들은 오크들의 표정은 ‘뭔가 대단한 사람이다!’정도의 표정이었지만, 몇 명 되지 않는 모험가들은 경악했다.

A급 특별포상은 그 길드 지부 담당 영역 내에서 벌어진 최고 등급의 문제를 처리했다는 의미고, 뒤에 붙은 ‘+’의 숫자는 그 지역의 지배자도 포상금을 더했다는 뜻이다.

‘A++’급 특별포상은, 그가 해온 공헌에 대해 길드 지부가 인정했고, 그 지부가 세워진 왕국에서 직접 돈을 줬다는 소리다. 그것도 맡기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길드 지부에게 내주는 계약금도 아까워서 더 줄이려고 하는 게 그 지역의 지배자들이 하는 일이다. 그런 이들이 알아서 돈을, 그것도 굳이 내놓지 않아도 될 돈을 준다는 건 엄청난 일을 했다는 뜻이다.

혹은, 아무런 보상도 주지 않았을 때 닥쳐올 보복을 두려워해 바친 공물이거나.

하지만 접수원은 그것만이 아니라는 듯 종이를 넘기며 말을 이어갔고, 이야기를 듣던 모험가들의 표정을 더욱 격렬하게 뒤집어놓았다.


“아······ 입금 내역이 워낙 많아서 뒤쪽이 누락 되었네요. 페니카에서 발생한 ‘S+’급 재난 해결에 따른 길드 중앙회 포상금, 그리고 캐피탈 마도의회 이름으로 된 입금기록이 포함되어 있으시네요”

“걔들? 걔들이 돈 줄 구석이 있나? 페니카는 완전 개박살이 나서 자기네들 챙기기도 급급한데.”


중앙회 길드 포상금은 이례적인 분투를 보여준 모험가에 대한 특별 보수로, 중앙회에서 사건의 경중을 파악하여 그에 알맞은 액수를 지불한다.

물론 대외적으론 그렇게 알려져 있고, 실체는 ‘엄청난 실력의 모험가가 계속 자신들과 함께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은 돈이다.

제대로 가치를 평가해주지 못한 것에 마음 상한 모험가들이 아예 등을 돌리고 왕국이나 다른 단체에 들어가 버리는 일이 워낙 많았기에 생긴 제도였다.

중요한 건, 하나하나 평범한 모험가들은 ‘그런 게 있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심지어 접수원 아가씨조차 교육받을 때나 들었지, 자신이 이 이야기를 직접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현실성이 아득히 멀어지는 엄청난 액수, 그 액수가 들어온 어마어마한 사건에 대한 정보까지.


“이건 페니카 지부나 지역 행정기관이 아니라 길드 중앙회 명의로 입금된 항목이에요”

“아, 물주는 따로 있다 그거군.”

“예, 그러면 촐금 서류 서명 부탁드릴게요.”


너무나 엄청난 것들이 닥쳐온 접수원 아가씨가 초연하게 대응하는 건 사고회로가 뒤따라오질 못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입에 풀칠하던 오크들만 상대하느라 머리가 단순해지던 와중 상상을 초월하는 위업의 기록을 마주하니 머리가 감당이 안 되어 생각을 관둬버렸다.

그렇게 사무적인 태도로 접수원이 내민 서류에 서명을 한 ‘연금술사 우’가 금괴를 챙기는 사이, 멀거니 구경하던 오크들은 한없이 부럽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부럽돠아아아······.”

“저 사뢈, 부좌돠.”

“쒜니까 부좌돠.”

“놔도 쒜지고 슆돠. 쒜지면 부좌 된돠.”


그 말을 들은 ‘연금술사 우’는 막 집어든 금괴를 든 채 홱 돌아 오크들을 가리켰다.


“왜, 니들도 부자 되고 싶어?”

“그렇돠.”

“그럼 해. 왜 못 해?”

“일 해야 부좌 된돠. 일 없돠.”


그 말을 들은 ‘연금술사 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크게 소리쳤다.


“과일 따고 즙 짤 놈!”


그를 바라보던 시선이 다소 변하자, ‘연금술사 우’는 팔짱을 꼈다.


“머저리들같이 굴긴. 일할 놈 없냐고. 일 싫어?”

“······놔아아아아! 놔 뒈려가롸!!”

“놔 일할거돠!”


멀거니 구경하던 오크들이 황급히 일우 쪽으로 몰려왔고, 손을 번쩍 들며 자신을 데려가라고 나섰다.

당연히 소란이 벌어졌고, 소란이 벌어지면 늘 그렇듯 길드마스터가 불쑥 나타났다.


“뭐냐! 왜 또 떠드냐! 소란 부리면 쫓아낼 거다!”

“야, 거기 마수타. 모험가 좀 빼돌려서 일 시켜도 되지?”

“어······ 된다. 근데 무슨 일이냐.”

“나중에 소문으로 들어. 좋아, 가자! 일하러 가자!”

“일이돠!”

“돈은 걱정 마라! 여기 손에 들린 거 보이지? 핫하! 일하고 싶은 놈 나를 따라라!”


금괴를 치켜든 채 길드사무소 안의 오크들을 모조리 끌어낸 ‘연금술사 우’는 농장까지 그들을 데려갔다.

그리고 데려간 오크의 절반에게 조금 전 코볼트들이 쓰러뜨린 나무를 뽑고 뽑아낸 나무에서 과일을 털어내는 일을 시켰다.


“돠아아아아아!”

“일이돠!”


하지만 오크들 모두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고, 많은 수의 오크들이 할 일이 없어 멀뚱멀뚱 서 있었다.


“우, 우뤼도 일 하고싶돠.”

“기다려.”


그 말을 한 ‘연금술사 우’는 손가락을 튕겼다.


“너희들은 앞으로 이 일을 맡을 거다.”


어느 새 튀어나온 드론들이 공터에 자리를 잡았고, 일우가 입력해둔 도면을 따라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과일 처리공장 도면 확인. 구조적 문제 없음. 건설 개시.]

-츠즈즈즈즉---!


잠시 후, 드론들을 이용해 대규모 과일 처리공장이 만들어졌다. 모인 과일들을 선별하고, 씻고, 즙을 짜내는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연금술사 우’는 입이 떡 벌어진 오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이제 여기 고용되었다. 과일 짜는 일 하는 방법은 알아?”

“안돠. 씻고 나누고 짠돠.”

“하고싶은 일들 나눠잡아. 너희들은 이제 내가 자를 때까지 여기서 일한다.”

“알았돠!!”

“우리 일 한돠아아아아!”

“일하는 방법은 아니, 따로 설명은 안 한다. 알아서들 해라! 알아서 못 하는 놈은 짜른다!!”


나머지 오크들이 새롭게 생긴 자신의 일터로 달려가는 사이, 일우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지역에 마법통신으로 연락을 걸었다.

비공정을 통해 연결된 통신 상대는 이델린 지역의 길드마스터였다.


[아, 우 님! 오랜만이군요! 듣자하니 코랄 쪽 던전 입장 허가를 받으신다고······.]

“고기 내놔.”

[예?]

“조만간 비공정이 거기로 갈 거야. 거기에 내가 맡겨둔 고기 실어놔. 내 맡겨둔 고기, 내놔.”


이델린의 그 유명한 고기 굽는 연금술사가 다시 일우를 통해 나타났고,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일우는 눈을 번뜩이며 ‘고기에 환장한 연금술사’로서 길드마스터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참고로 말해두는데 고기도 내거고 비공정도 내거야. 내 고기 건드리는 놈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하지?”

[예, 예에······.]

“비공정도 마찬가지. 건드리면 도시를 불판으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 초대형 구이용 불판.”


그 말을 하며 일우는 소매에서 농장주에게 넘겨주고 남은 던전 전리품을 꺼내들었다.


“아, 가는 김에 이것도 처분할거니까 정산 네가 알아서 해. 난 고기 빼고 관심 없으니까. 알았냐?”

[헉.]

“대답이 이상한데? 고기 내놓기 싫어?”

[아, 아닙니다!]


또다시 시작된 ‘연금술사 우’의 행보에 이델린의 길드마스터는 긴장하면서도 한편으론 기대했다.

이번엔 이 연금술사가 대체 무슨 일을 벌여 떠들썩하게 만들 것인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기대하라고. 이번에도 이 몸께서 고기의 엄청난 진보를 가져다 줄 테니까.”

[그······ 듣기론 더 이상 고기에는 손 안 대신다고······.]

“멍청아. 고기는 끝나지 않아. 고기 연구가 끝났지 고기는 아직 안 끝났다고. 그 차이가 뭔지 몰라? 고기는 영원한 거 이해를 못 해?”

[아, 아닙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지만 ‘연금술사 우’는 그가 아는 그 사람 그대로였다.

이델린 지역에 고기를 만들어놓으라 지시를 한 일우는 주변을 쓱 둘러보다 이내 소리를 질렀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만들어두고 개업식을 안 했군. 다들 주목! 집합!”


그 말을 외쳤지만 아무도 듣지를 않았고, 일우는 드론들을 이용해 확성기를 사용했다.


[집합해라! 늦는 놈은 일 못하는 줄 알아! 당장 내 앞으로 와라, 이 무식한 놈들아!]


그 말에 모두가 우르르 몰려왔고, 자신의 앞에 모인 오크와 코볼트들을 죽 살펴본 일우는 조금 높은 장소에 올라선 뒤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원래 이런 걸 열면 화려한 개업식이 필요하지만, 난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러니 화려한 행사는 생략. 그리고 긴 말 해봤자 너희들은 못 알아들을 테니 짧게 한다.”


‘연금술사 우’의 행동에 모두들 그를 지켜보았고, 그는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면서 말에 힘을 주었다.


“내가 어디서 들은 말 중에 이런 게 있지.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무엇 때문에 유명해진 말인지는 하고 있는 일우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결코 좋은 의미도 아니고, 이 문구가 새겨진 어느 장소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장소였다.

하지만 일우는 지금 좋은 일 하자고 이러는 게 아니다. 엄연히 따지면, 더없이 사악한 악당 짓을 위한 전초기지를 세운 것이다.

그런 생각을 홀로 한 일우는 히죽 웃으며 ‘연금술사 우’로서 말했다.


“자, 고용된 제군들! 이곳은 너희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

“무슨 말하는쥐 모르겠돠.”

“어려웡. 몰랑.”

“일을 안 하면 너희들은 먹고 살 길이 없어지지. 일을 안 하면 너희들이 한 계약을 제대로 안 따르는 게 되는 거지. 고로, 너희들은 일을 해야 하고, 일을 함으로서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

“근데 자유가 뭐양?”


순진한 눈을 한 코볼트가 질문하자,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좋은 거.”

“좋앙? 그럼 자유 가질랭.”

“돈 없으면 힘들돠. 있으면 좋돠. 자유가 그런 거 같돠.”


뜻은 필요없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일이거나, 계약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행위는 딱 한가지였다.


“뭐 해, 자유를 쟁취해야지.”


어느 한 살짝 나사 빠진 연금술사에 의해, 코랄 지역을 뒤집어 엎어버릴 새로울 물결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와! 코볼트들을 해방시키려고 그러는거죠?

엥 주인공은 존나 부려먹을건데요.


굳이 자유라는 뻔한 흐름이 예상되는 제목을 단 건, 전 뻔한거 별로 안좋아해서 엎으려고 그랬던 겁니다.

이제 뭐 이어지는건 코볼트 해방전선이나 혁명전선같은 거겠네요. 물론 여러분들이 해방전선이나 혁명전선이라고 이해하시는 게 그냥 진짜 그런건지, 아니면 중동식 해방전선인지는 보시면 압니다.

겸사겸사 아메리칸 데모크라시도 좀 하고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7 14. 코랄해방전선 [1] +4 21.07.17 1,676 57 13쪽
»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7] +5 21.07.16 1,682 65 18쪽
75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6] +3 21.07.15 1,689 56 13쪽
74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5] +5 21.07.14 1,779 59 17쪽
73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4] +5 21.07.13 1,780 61 15쪽
72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3] +4 21.07.12 1,915 63 16쪽
71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2] +2 21.07.11 1,933 73 17쪽
70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1] +8 21.07.10 2,043 86 15쪽
69 ?. 그 사람 찾으러 갑니다 +6 21.07.09 2,142 72 16쪽
68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8] +6 21.07.08 2,039 72 14쪽
67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7] +5 21.07.07 2,065 74 16쪽
66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6] +6 21.07.06 2,051 77 12쪽
65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5] +8 21.07.05 2,047 88 13쪽
64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4] +3 21.07.04 2,051 76 13쪽
63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3] +4 21.07.03 2,041 71 15쪽
62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2] +7 21.07.02 2,085 77 13쪽
61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1] +5 21.07.01 2,120 79 13쪽
60 11. 고래가 난다요 [7] +4 21.06.30 2,127 76 20쪽
59 11. 고래가 난다요 [6] +4 21.06.29 2,084 72 15쪽
58 11. 고래가 난다요 [5] +3 21.06.28 2,124 72 13쪽
57 11. 고래가 난다요 [4] +4 21.06.27 2,140 70 14쪽
56 11. 고래가 난다요 [3] +1 21.06.26 2,190 70 13쪽
55 11. 고래가 난다요 [2] +3 21.06.25 2,228 79 13쪽
54 11. 고래가 난다요 [1] +3 21.06.24 2,408 75 13쪽
53 ?. 소년과 소녀, 그리고 전설의 시작. +9 21.06.23 2,383 93 10쪽
52 10. 모난 놈이 맞는다 [7] +3 21.06.22 2,404 77 18쪽
51 10. 모난 놈이 맞는다 [6] +6 21.06.21 2,431 69 18쪽
50 10. 모난 놈이 맞는다 [5] +8 21.06.20 2,474 79 22쪽
49 10. 모난 놈이 맞는다 [4] +13 21.06.19 2,546 91 22쪽
48 10. 모난 놈이 맞는다 [3] +1 21.06.18 2,581 80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