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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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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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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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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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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0. 모난 놈이 맞는다 [7]

DUMMY

모험가 길드 페니카 지부 앞에 세워진 비석.

거기엔 옛 노래나 시 같은 구절이 새겨져 있었다.

물론 어제까지 없던 거였고, 길드 사람들 모두 이 비석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아무도 몰랐다.


“······이게 대체 뭔 소리래?”

“새벽과 일몰이 교차한다고? 정 반대 아냐?”

“대지의 끝이 그림자의 창날이 되어 향한 곳?”

“그것보다 이건 누가 세워놓은 거지? 거기다 길드 건물 앞에다 허락도 안 맡고······.”

“전설을 품은 알이라는 거 봐선 딱 그분이 하신 것 같은데?”

“대가리 굴리는 모습 보니 딱 적당한 난이도군. 음, 원래 비밀은 그 정도 난이도가 딱이야.”


이제 모두가 비석을 갖다 둔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연금술사 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석에 몰려든 대머리들을 돌아본 뒤, 자신이 가져다 둔 비석을 가리켰다.


“어디 전설 속에 나올 법한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아?”

“대체 어디에 숨겨져 있다는 겁니까?”

“너 같은 멍청이는 절대 해석 못 할 장소.”


이 비석의 수수께기 속에 용사인지 뭔지 모를 대머리가 들은 알이 있는 장소가 있다.

모험가들은 서로를 바라본 뒤, 왠지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하긴, 보통 전설 속에 뭐 숨겨두면 다 이런 식이잖아.”

“뭔가 멋지지 않아······?”

“그러게. 이게 수십, 수백 년 뒤에 전설이 될 거 아냐. 미친 연금술사가 봉인한 용사······.”


역사가 이 비석을 어떻게 묘사할 지는 후대의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고, 지금 그들이 신경 써야 하는 건 자기들 머리사정이다.


“아무튼 사소한 걸 정리했으니 슬슬 본론으로 돌아가야겠군.”

“바, 발모제······ 가능하신 겁니까?”


‘그 단어’가 나오자 알에 들어간 용사인지 뭔지는 싹 잊혀졌고,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되겠니? 니들이 성과를 내놓지도 못했는데 될 것 같아?”

“역시······.”

“여태까지 너희들이 빡세게 조사한 거랑, 협상으로 얻어낸 지역정보를 활용해서 알 파묻을 장소 선정하는 와중에 대충 연구소 후보지를 내가 직접 조사해봤는데······ 글렀어.”

“글렀다니 대체······.”

“내 기준으로 볼 때, 그 전설의 탈모 연구소를 세우기 최적의 입지가 몇 군데 있었는데 전부 없더라구.”


탈모 연구소가 없다는 말에 대머리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일우는 자기 알 바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내 기준이야. 외부환경이나 이런저런 연구소 입지조건 따져보고 대충 여기쯤에 있지 않나 싶은 위치를 봤는데······ 이 경우는 둘 중 하나지. 애초에 없거나, 내 기준이랑 다른 데 위치해 있거나.”


그 말을 한 일우는 길드 건물로 들어선 뒤, 집회소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튼, 이제부터 장기전이 될 거야. 말 그대로 정말 뜬금없는 위치에 있거나 아예 없거나.”

“그, 그럼 저희들의 노력은 전부······.”

“쓸모없는 건 아냐. 일단 너희들이 돌아다닌 덕에 내가 몇 군데 안 돌아다니게 됐잖니? 내 발품 덜어준 점에 대해 노고를 치하하지.”


대머리 모험가들은 순간 그를 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연금술사 우’의 의뢰는 소거법을 위해 모험가들을 동원했기에 이게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그 고생을 했는데 발모제는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는 말을 들었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발모제는 없는 겁니까?”

“당연한 소리 하네. 못 찾았으니 없는 거지.”

“그, 그러지 마시고 아예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시면······.”

“아, 그것도 생각은 해 봤어. 근데 말이야······.”


대머리들의 요청에 일우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엉뚱하게 엮인 사건 때문에 깨달은 게 있어.”

“뭡니까?”

“가능성이 낮은 곳에 머물러봤자 나오는 결과는 개떡같다는 거. 다시 말해······.”

“다시 말해······?”

“여기서 다 망했으니 니들이 대머리 꼴인데, 나까지 가망성 없는 지역에서 헛짓을 할 필요 있을까?”


그렇다.

이곳은 대머리의 땅이자, 대머리들이 벗어나기 위해 모여드는 땅.

여기에 모인 이들의 대다수는 칼잡이지만, 개중에는 마법사나 연금술사, 혹은 다른 이들도 존재한다.

연구를 시작한 이는 분명 있을 것이고, 다른 방법을 찾았을 이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이들은 아직도 대머리다. 그 뜻은, 여기에서 수많은 대머리들은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는 의미다.

진실은 때로는 폭력이 되고, ‘연금술사 우’의 말은 대머리들의 마음에 다시 한 번 상처를 만들었다.


“하지만 당신이라면, 당신이라면 가능하시잖습니까!”

“그래요! 소문대로라면 불가능도 가능하다시다면서요!”

“물론 되겠지. 되는데 안 된다고들 생각한 거고, 내 생각엔 지금 탈모 문제는 되는데 안 되는 거라고 보거든.”

“그럼 해주십쇼!”

“싫어.”

“대체 무엇 때문입니까?! 이렇게들 다들 절실한데!”


대머리들의 절규가 한 사람을 향해 집중된다.

오랜 세월동안 받았을 핍박과 고난, 선입견과 악평. 그 모든 것에 시달린 자들의 슬픔.

그 마음이 닿으면, 냉혈해보이는 이라도 움직일 법 하다.


“귀찮아.”


하지만 일우에겐 닿지 않는 모양이고, 그는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코를 후볐다.

허탈함과 허무함만이 감도는 길드 사무소 내부.

그동안 솟구쳤던 기대감이 절망으로 바뀌어 추락하듯 길드마스터의 가발도 어느 새 제자리를 벗어나 흘러내려간다.


“이봐, 가발 흘러내렸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저희들의 희망이! 꿈이! 미래가! 사라졌는데에에에!”

“가발이나 똑바로 쓰고 말해. 보기 추해.”


한때 세련된 멋쟁이 모험가였으나 몰락해버린 쓰디쓴 상처를 가진 길드마스터는 가발을 수습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일우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반대로 생각해보자고. 굳이 발모제가 아니라 대안을 찾아보란 말이야.”

“불가능합니다.”

“가발 있잖아? 그거로 당분간 만족하지 그래?”

“몇 번이나 보셨잖습니까. 이런 가발은 우리들이랑 안 맞습니다.”

“전투할 때만 벗고 평상시엔 쓰면 되지.”

“그럼 의미가 없잖습니까!”


가발은 모자가 아니다. 비어버린 머리를 항상 지켜주어야 하고, 비어버린 머리카락을 대신하여 그 볼품없는 정수리를 채워줘야 한다.

허나 스탈리스의 가발 제조기술이 버텨낼 수 있는 한계는 점잖은 이들의 일상생활 정도.

모험가들의 삶은 거칠고 격하고 활동적이며, 가발이 버텨내기 불가능할 지경이다. 심지어 제일 몸을 덜 쓰는 마법 계통 직종들마저 가발을 포기할 수준이다.

길드마스터는 자신의 가발을 으스러지듯 움켜쥐며 이를 악물었다.


“모험을 포기하고 차라리 가발을 택하는 자도 있을 지경입니다! 이 가발은, 가발은······ 길드마스터만 아니더라도······ 크윽!”

“좋아, 그러면 전투에도 버틸 정도의 가발이 있다면 어때?”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습니까. 그런 가발이 있다면 시장성은 무한할 겁니다. 일단 대머리 모험가들은 전부 하나씩 사겠죠.”

“있을 리 없어? 진짜?”

“예!!”


모험에도 버틸 수 있는 가발이 있다면 이미 그부터 샀을 것이다. 허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머리에 착 달라붙으면서 원할 때 떨어지는 소재도 없고, 연금술사나 각종 전문가들에게 이런저런 의뢰를 했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들 못한다, 안된다만 말했습니다. 차라리 저희에게 접착제로 붙이라고 권유를 하더군요.”

“허. 그럴싸한데?”

“실제로 그런 녀석이 있었지만······ 더욱 비참한 꼴이 되었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길드마스터는 그렇게 말하며 우울한 눈으로 자신의 가발을 바라보았다.

체면이 있어 쓰고 있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이 털덩어리. 쓸 땐 불편하고 종종 흘러내리고, 위기상황에선 벗어야만 하는 웬수덩어리.

허나 이걸 포기할 수는 없다. 이거 외엔 아무런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연금술사 우’가 무언가를 꺼내들기 전까진.


“그럼 이것도 없어져야겠네.”

“어······?”

“써 봐.”


일우가 내민 것은 가발이었고, 길드마스터는 저도 모르게 가발을 받아들었다.

겉보기엔 자기 것과 똑같았지만 왠지 모를 직감이 속삭였다.

홀린 듯이 가발을 쓰자 저도 모르게 눈이 커졌다.


“어? 어어······ 어어어?”

“항상 연금술사에게 모든 걸 해결해주길 바라지만, 정작 뭘 만들어놔도 못 알아보는 머저리가 참 많아. 그래서 슬프단 말이야.”


가발을 쓴 길드마스터는 괴상한 소리만 연신 내뱉었지만, 그러는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이전의 가발과는 다른 착용감이 두피를 감쌌고, 이 낯설고도 기묘하면서도 그리운 감각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뱉게 만들었다.

그리운 감각.


“어어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머리를 거칠게 흔들어본다.

하지만 가발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검까지 꺼내들고 자세를 취한 뒤, 가상의 적을 두고 싸우듯 격하게 움직였다.

한참 움직인 뒤 제자리에 선 길드마스터의 머리엔 가발이 그대로 붙어있었다.

마치 잃어버린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버텨! 버틴다구! 내 동작을 버텨! 안 벗겨져!”

“우오오오오!”


길드마스터는 길드 지부의 최고 실력자.

그 실력만큼이나 거칠고 빠르고 격렬한 동작에서도 굳건히 지키고 서있다면, 다른 모험가들 역시 마찬가지인 법.

지금 길드마스터가 쓴 건 가발이 아니었다.

모험가들의 희망이었다.

길드마스터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머리에 얹어진 이 물건의 가치를 물어보았다.


“어, 얼맙니까? 얼마에 이 가발을······.”

“내가 돈 필요한 사람으로 보여?”


‘연금술사 우’는 그 절실한 목소리에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당분간 발모제 구하기 전까진 그거나 쓰고 살아. 싫으면 말고.”

“아닙니다! 평생의 가보로 삼겠습니다!”


길드마스터는 뛸 듯이 기뻐하며 가발 쓴 머리를 감싸 쥐었고, 주변의 대머리들은 모두 길드마스터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연금술사 우’는 자신이 왜 그 가발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려주었다.


“내가 왜 여기 왔겠니? 애초에 처음 성과물은 그거였어.”

“사실입니까?! 그런데 왜 이런 걸 안 파시고······!”

“근데 만들고 보니, 가짜 만들어서 의미가 있나 싶더라? 결국 가짜 머리카락은 진짜만 못한 법이니까.”

“세상에······.”

“그래서 진짜 머리카락을 자라게 만들 법을 연구하려 했었지.”


물론 다 거짓말이다.

길드마스터가 쓴 저 가발은 CIS의 외형 변경 코스튬을 살짝 변형해 만든 패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그런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머리카락과 똑같은 느낌의, 격한 움직임에도 벗겨지지 않는 가발이 생겼다는 게 중요했다.


“어차피 발모제 개발이 언제 된다고 장담을 못하니, 그 가짜 머리카락이라도 뒤집어쓰고 살고 싶으면 말리진 않아. 꼴랑 그걸로 만족하는 게 참 서글프겠다만.”

“아닙니다! 평생의 가보로 삼겠습니다!”

“아니, 발모제 필요 없어?”

“무, 물론 필요하긴 합니다만······ 그만큼 이건 엄청난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아, 이건 설명서. 사용법이나 유지보수법도 있으니 써.”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니지만, 다른 어느 이에겐 둘도 없는 소중한 보물일 수도 있는 법.

길드마스터는 일우에게서 받아든 가발 설명서를 소중한 보물인 양 꼭 끌어안았다.

대머리들이 길드마스터를 향해 부럽다는 눈빛을 쏘아 보내는 도중, 일우는 손가락을 튕겼다.


“아, 맞다. 너희들한테 의뢰 맡겼으니 보수금 줘야지?”

“예, 예에······.”

“니들이 원한 결과는 아니지만, 일단 의뢰는 달성했으니 정산은 하자고.”

“······.”


모험가들은 눈앞에서 그 어느 재화보다 가치 있는 것이 등장하였는데 보수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돈이라도 준다니 그거라도 받고 쓰라린 상처를 달래기로 마음먹었다.

모험가 중 접수원 밀레느와 가장 가까이 있던 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보수 정산해주라.”


그 말을 듣자 밀레느는 접수대 뒤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턱!

“······?!”

“이번 수색 참가자들 전원에게 하나씩 추가 보수로 지불되었습니다.”


그리고 밀레느가 상자 뚜껑을 열자, 거기엔 그들이 그렇게도 부러워했던 바로 그 물건이 들어있었다.

설명서 포함해서.


“길드마스터가 착용한 것과 동일한 성능이시라고 하셨어요.”

“지, 진짜······?”

“그리고, 미리 말씀하시길 교환이나 선택 같은 건 없으니 주시는 대로 쓰시라고 하셨어요.”


상상하지도 못한 보수에 모험가는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받아들었고, 천천히 가발을 꺼내 자신의 머리에 썼다.

그리고 거울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5년 전의 내가 있어······ 그렇게 찾아다녔던 그 모습이······ 크흑!”


한 때 최전방에서 모두를 지키던 청년 모험가.

극한의 스트레스와 압박에서 시작된 탈모.

사랑했다고 생각했던 이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렸다.

어느 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혼자가 되었다.

그 모든 걸 되찾기 위해 페니카에 온 지 4년.

그리고 지금 그가 그토록 원했던 자신의 모습이 다시 찾아왔다.


“나······ 나! 내 보수! 정산해줘!”

“나부터야!”

“비켜 이자식들아! 난 여기서 10년을 이 순간을 위해 기다렸다고!”

“웃기지 마! 내가 먼저 받을 거야!”


과거를 돌려주는 기적의 상자를 받기 위해 모험가들이 앞다퉈 접수대 쪽으로 달려왔고, 밀레느와 다른 접수원들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대머리들을 상대하느라 진을 뺐다.


“주, 줄서요! 이 대머리들아! 그렇게 서두르니까 머리카락이 도망쳤지!”

“너 그 말 길드에서 금지잖아!”

“처, 천천히 오셔요······ 꺄악!”

“내 머리카락 내놔!”

“나부터! 나부터 줘!”

“알 게 뭐에요! 무섭단 말이야!”

“으아아아! 차례를 지키셔요! 여러분들 눈이 무섭다구요!”


길드를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은 어느 새 건물을 빠져나와 거리를 걷고 있었다.

주려고 했던 것까지 다 마무리했으니, 더 이상 이 곳에 볼일은 없어졌다.


“좋아, 여기는 슬슬 마무리하고 뜨자고. 지리정보도 얻었겠다, 제일 조용한 쪽 던전을 공략해보자고.”

[확인, 새로운 임무 갱신. 기록된 중요 지역 마커 표시 중.]

“제일 가까운 데가······ 여기군.”


스카웃을 통해 목적지를 확인한 일우는 비공정 탑승장으로 향해 그곳으로 가는 표를 산 뒤 비공정에 올라섰다.

시간이 흘러 비공정이 출발할 때가 되었을 때, 저 멀리에서 누군가가 황급히 막 상승하려는 비공정으로 달려왔다.

랑키와 에멜린이었다.

찻집에서 막 통신을 마치고 길드 사무소로 향했던 그들은 가발로 난리가 난 현장에서 일우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고, 이곳을 떠날 것이라는 직감에 곧바로 비공정 탑승장으로 향한 것이다.


“우 님!”

“더 이상 볼일은 없지 않니?”

“감사의 인사도 채 드리지 않았잖습니까! 이대로 가시다니요!”

“우리 사이가 그 정도 관계는 아니었지 않니?”

“그······ 그렇긴 합니다만.”


랑키가 받은 신무기 정보는 엄연히 거래결과지만, 랑키 입장에서는 일우가 선심을 쓴 것이나 다를 게 없었다.

일우는 천천히 떠오르는 비공정 난간에 기대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그러면 이대로 서로 갈 길 가자고. 아니면, 준 신무기가 영 부족해? 이해를 못하겠어?”

“그런 건 아닙니다. 허나 제 나름의 감사를······.”

“저기요오오오!”


막 랑키가 감사의 말을 전하려는 순간, 곁에 있던 에멜린이 방방 뛰며 목소리를 끌어올렸다.


“저기, 우 님! 소재를 알려주신 건 좋은데······ 이걸 만드는 조건이면 차라리 구형 소재를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잖아요오!”

“원래 성능은 가성비랑 반비례하는거야. 몰랐어?”

“그, 그렇긴 하지만······ 이러면 신소재 개발하는 의미가 없어요오오!”

“그래서 딴 거 가르쳐 달라고?”

“네!”


에멜린이 받은 신소재 정보는 퍽 불만인 모양이었지만, 일우는 히죽 웃었다.


“싫어 임마. 알아서 개량해서 써.”

“저기요오오오! 잠시만요오오오! 비공정! 멈춰어어어!”

“서란다고 잘도 서겠다.”


점점 떠오르는 비공정은 두 사람과 멀어져갔고, 일우는 어느 새 그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일우 입장에선 이제 그들과의 볼일은 끝났다.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라고. 성과 봐서 선심 쓴 거니까, 준 거 알아서들 잘 주워 먹고 써먹으셔.”


그 말이 들릴 리는 없지만, 두 사람은 점점 멀어져가는 비공정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때, 하늘 저편에서 뭔가 심상찮은 보라색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었다.


-파지지직······.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으으.”

“어쩔 수 없다. 이제 저 분은 떠나셨으니······.”


두 아가씨들은 나름의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점점 작아져가는 비공정을 바라보던 와중, 하늘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길한 보라색 스파크를 목격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같은 심정이 되었다.


“······세상에.”

“톨라에 연락해! 지금 당자······.”


-파지직---!


두 사람이 무언가를 시도할 틈도 없이, 스파크는 거대한 칼자국마냥 하늘을 찢어버리듯 터져 나왔다.


작가의말

에피소드의 끝은 결국 모발---모발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모 업체랑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일단 대머리들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고, 헐벗은 아가씨도 나름 도움이 되었고, 가슴만 큰 애는 별로 도움이 안 되어서 각자 지분 별로 보상 풀어주고 떠나는 겁니다.
저럴거면 왜 가슴큰애는 나왔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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