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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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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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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6,637

작성
21.07.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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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2]

DUMMY

길고 긴 줄은 줄어들 틈이 없다.

일우의 순서가 다가오는 와중에도 뒤에는 새롭게 나타난 오크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몇 차례 새치기 시도가 있었지만, 그 녀석들은 일우의 손길로 맨 뒤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일우의 차례가 왔고, 일우는 자신의 모험가 신분증을 꺼내들며 접수원 엘프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시죠?”

“던전 입장 허가.”

“이 지부에 처음 오신건가요?”

“던전을 가본 적이 없어.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갈 때마다 안 되니 뭐니 해서 말이지.”

“그러시다면 아직 신분증에 던전 진입 표식을 새기진 않으셨네요. 신분증 좀 주시겠어요?”


곧바로 일우는 신분증을 내어줬고, 접수원은 받아든 신분증을 접수대 뒤편에 위치한 장치 위에 올려두었다.

몇 가지 조작을 하자, 기계에서 빛이 뿜어지더니 신분증을 향해 쏘아졌다.


[신분증 내부 마력술식 감지. 복합 인증 체계로 확인됨. 항목, 등급 인증 및 신규 진입제한구역 출입 인가 인증작업.]

“흐음.”

“표식 각인 작업에는 시간이 잠시 걸리니 기다려주세요.”

“뭐 그래야지. 못 들어가도록 틀어막은 곳 뚫는 뭔가를 넣는 게 바로 되는 건 아니니까.”


접수원은 정확한 시간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일우에겐 그런 정보도 알려주는 스카웃이 있었다.


[장치의 작동 이력 조회 중. 완료. 사용 이력을 대조한 현재 작업 완료 추정시간, 6시간 17분.]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마도통신 연결망을 통해서 본인 확인 작업이랑, 등급 등락 누락 확인, 거기에 던전 출입 자격이 정당한지 심사를 받는 작업이 소요된답니다. 금방 끝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뜻이 아닌데.”


접수대를 차지하고 기다릴 정도가 아니라 ‘내일 찾으러 오세요’라는 대답이 필요할 정도의 시간이다.

하지만 엘프 아가씨는 일우에게 그 내용은 설명하지 않은 채 방긋 웃었다.


“처음이시니 설명을 드리자면, 심사를 받는 쪽에서 확인하고 승인하는데 시간이 걸려요. 빠르면 금방 되지만, 기다릴 땐 좀 많이 기다리셔야 해요.”

“그러니까 말이지. 보통 이러면······.”

“놔도 던줜 가고쉽돠!!”


일우의 말을 잘라먹는 큰 소리가 바로 옆 창구에서 터져 나왔고, 오크 한 명이 일우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접수원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안 돼요.”

“갈 거돠! 나 일 많이 했돠! 높아졌돠!”

“시험 떨어지셨잖아요.”

“그렇돠······.”


모험가 등록증을 내밀며 던전 출입자격을 달라던 오크는 접수원의 대답에 금방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고, 지켜보던 일우의 미간이 좁혀졌다.


“시험? 난 그런 거 모르는데. 또 시험을 봐야 한다고?”

“우 님은 해당사항이 없으시니 안심하세요.”

“저 친구들은?”

“던전이라는 게 힘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장소니까요. 최소한의 문제 해결능력을 갖춘 걸 증명해야만 하거든요.”


던전은 단순히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폐쇄공간만은 아니다. 각종 함정과 미로, 그 외 복잡한 요소가 뒤섞인 난잡한 공간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공간을 돌파하고 수색하기 위해선 나름 지능이라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높을 필요까진 없지만, 아무래도 오크들의 평균 지적 수준으론 안 되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던전에 들어간 공적이 있을 길드마스터는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똑똑한 오크임이 확실했다.


“그럼 길드마스터는 이 친구들 사이에선 천재겠구만.”

“예. 오크 중에서 상위 10퍼센트 수준의 지적 능력이죠.”

“말투는 안 그런 것 같지만 말이지.”


일우가 그렇게 빈정대자, 다른 접수원 앞에 서서 뭔가를 끄덕이던 오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마수퉈 머뤼 좋돠! 머뤼 좋으면 약하돠! 근데 마수퉈는 쎄고 머뤼 좋돠! 그래숴 대장이돠!”

“저기, 모험가님? 서류 마저 작성하셔야죠.”

“알겠돠······.”

“어렵다고 다른데 한 눈 파시면 안 돼요.”

“힘들돠! 그냥 해줘롸!”

“안 돼요. 직접 하셔야 해요. 본인 필적 없으면 모험계약서 효력이 발생되지 않아서 무효처리돼요.”

“말 어렵돠!”

“직접 안 쓰면 일 안 한 게 됩니다. 쓰셔야 해요.”

“그건 안된돠······ 쓴돠.”


길드마스터를 깎아내린 것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단, 그냥 자기가 하기 어려운 일에서 눈을 돌리려는 것이었다.

일우는 그 상황을 알아보고 이죽댔다.


“몸이 부실하면 머리가 고생한다는 논리로군. 현 상황에선 반대상황이 적용되지만 말이지.”

“힘들돠······ 이거 왜 해야 하눈쥐 못 알겠돠······.”

“저렇게 쓰는 것도 벅찬 친구들이 뭐한다고 이렇게 몰려들었나 모르겠네.”


그 말을 듣자, 접수원 아가씨는 바로 그걸 기다렸다는 듯 수다를 쏟아냈다.

물론 일우는 대충 귓등으로 흘러넘겼고 스카웃으로 기록된 대화 기록을 대충 훑고 핵심만 간략하게 요약했다.


“그러니까, 이 대량실직자들을 모험가 일을 하도록 만든 게 길드마스터의 아이디어다?”

“예. 덕분에 저희 같은 사람은 괴롭죠.”

“눠 일 안 한돠. 논돠. 놔 해줘롸.”

“이분 업무 처리중이에요. 시간 걸려요.”

“알았돠······.”


일우 바로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오크의 말에 접수원이 매몰차게 대꾸하자, 일우는 피식 웃었다.


“변명 하기는. 맡겨뒀다 나중에 찾으러 오라고 하면 되는데 괜히 붙들고 있는 거 아냐?”

“······저도 좀 쉬고 싶어요.”

“거 봐롸! 귀쟁이 논돠! 놀면 안 된돠! 일해롸! 아쥑 해 뚸있돠!”


접수원은 속삭였지만 애석하게도 부루퉁한 오크의 귀에 그 말이 들렸다.

그리고 눈앞에서 놀고 있다는 말을 듣자 줄을 선 오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아우성쳤다.


“우뤼 일한돠! 일 없돠! 가줙 배고프돠! 꼬뫄 못 큰돠!”

“어른은 꼬뫄 안 뭑게 만들뭔 안 된돠!”

“그러뉘 일 줘롸! 빨뤼 줘롸!”


정당한 분노와 사연 있는 이들의 함성이 커져가자, 일우는 혀를 차며 접수원 쪽을 바라보았다.


“지적 수준 빼고 보면 열심히 일하는 가장들과 태업하는 놈팽이만 보이는데. 누가 봐도 이쪽이 더 나쁜 거 아냐?”

“······원래 저 사람들 모험가도 아니에요.”

“그건 알아봐. 하지만 등록했으면 모험가고, 모험가가 일을 한다고 하면 돕는 게 댁들 일이지.”

“눠 말 맞돠. 똑똑하돠.”


일우의 말에 대답한 건 접수원이 아니라, 곁을 지나가던 오크였고, 기다리다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을 진정시켰다.


“그만 해롸. 떠들돠 일 못받는돠.”

“귀쟁이 일 안 한돠!”

“마수터한테 말해줄거돠. 참아롸.”

“······참는돠.”

“일 없는궈 안된돠. 꼬뫄들 먹여야 한돠.”


그들만의 대화로 상황을 진정시키는 걸 보던 일우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오크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 친구는 원래 모험가 하는 친구 같구만. 장비같은 장비도 있고 말이지.”

“그렇돠. 나 원래 모험가돠. 이놈들보돠 똑똑해숴 할 수 있돠.”

“그래, 평소에 지적 수준 미달로 안 받아줄 정도의 놈들이 뭐 한다고 몰려들었대.”

“일 없어졌으니꽈 그뤟돠.”

“그야 그렇겠지.”


일우는 굳이 ‘왜 그렇게 되었느냐’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보나마나 뭔가 골치아픈 일이 생겼을 것이고, 그게 바로 길드마스터가 해달라는 ‘일’의 정체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귈드마수퉈 너 일 맡기려는궈 그거 해결하고 슆어서 그런 거돠. 마수퉈는 그런 궈 못 한돠. 마수퉈 안돠.”

“정말 똑똑한 친구였구만. 오크 치고는 말이지. 놀라운 판단력이야.”

“그뤠숴 마수터돠.”


심지어 일우가, ‘연금술사 우’가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는 걸 봐선 정말 머리가 좋은 게 분명하다.

애석하게도 그런 ‘귈드마수퉈’의 생각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근데 내 문제는 아니거든. 알 게 뭐람.”

“그 말 맞돠. 우뤼 일이돠. 우뤼는 해결 못한돠.”


일을 해줘야 할 장본인은 그 일 맡을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을 대충 파악한 일우는 접수대에서 멀어지며 손을 내저었다.


“대충 상황은 알겠으니, 날 갖고 농땡이 부릴 생각하지 말고 일이나 하셔. 내일 다시 올 테니까.”

“으윽.”


붙잡고 농땡이를 부릴 일우가 훌쩍 가버리자, 엘프 접수원 아가씨는 한숨을 푹 내쉬며 부르지도 않았는데 다가온 오크를 바라보았다.


“귀쟁이 일해롸. 일 줘롸.”

“······예, 무슨 의뢰를 맡으실 거죠?”

“던줜 들어갈거돠. 저 솨람처럼 나도 던줜 갈거돠.”

“조금 전에 다 들으셨죠? 안 돼요.”

“갈 거돠! 다른 놈 많돠! 일 없돠! 던줜에 돈 많이 번돠! 나 갈거돠!”

“하아······.”


여기에서 다른 오크들에게 몇 번을 설명했던 내용을 다시 말해야 할 생각에 엘프 아가씨의 눈이 깜깜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우는 길드 사무소를 빠져나가며 혀를 찼다.


“딱 봐도 골치 아픈 일이겠구만.”

[해당 상황에 대한 정보 수집을 권장함.]

“넌 끼면 안 된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내가 왜?”

[사고회로 분석 결과, 현장에서 요원 활동의 방해요소가 될 가능성 존재함. 지역사회의 불안정상황이 변수로 작용될 가능성, 높음.]


예상 외로 스카웃이 해당 상황을 더 자세히 알아볼 걸 권했지만, 나름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일우도 그 설명을 듣고 충분히 납득했다.


“좋아. 방치했다 괜히 말려드는 것보단 잘 알아두고 안 다가가는게 좋지. 어차피 내일까지 할 일도 없으니, 시간 때울 겸 좀 알아볼까.”

[해당 활동, 정보 수집 단계만 이행할 것을 ‘강력히’ 권장함.]

“내 생각도 그래. 오늘 하루만 딱 알아보고 만다.”


일우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여기저기에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대한 정보가 가장 쉽게 모이는 장소는, 역시나 술집이었다.

오크들이 주로 모이는 술집을 탐색하던 도중, 주인마저 오크인 술집을 찾아낸 일우는 거기서 술 한 잔과 더불어 이 소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스카웃을 통해 기록된 대화를 통해 축약본으로 파악한 일우는 설명을 모두 다 진지하게 들은 척을 했다.


“간단하게 줄여서, 농장에서 일하던 녀석들이 죄다 짤려서 먹고 살 길이 끊어져서 동포를 위해 길드마스터가 죄다 모험가로 만들었다 그거네.”

“그거돠. 음, 똑똑한 사람은 설명하기 편해숴 좋톼.”

“댁도 똑똑한 편인 것 같은데.”


여태 본 오크의 모습과 스카웃의 정보 검색을 통해, 사회성이나 문화, 관습 같은 걸 뺀 오크의 지적 수준은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힘 센 바보’.

그런 수준이 평균인 종족에서 이렇게 번듯한 가게를 차린 것을 보면, 이 오크도 나름 자신의 고향에서는 머리 좋다는 평가를 받을 법 하다.


“놔는 똑똑한 거 아니고 약한 거돠.”

“설명 들어보니 녹색 피부 가진 친구들 중에서 이런 식의 머리 굴리는 재주 가진 녀석은 손에 꼽는다며?”

“안 쒜면 이래야 한돠. 쒜면 이럴 필요 없돠.”

“지식이 곧 힘이고 아는 게 강함인 거야.”

“그궈, 마수터가 그렇돠. 쒜고 똑똑하돠. 난 아뉘돠. 안 쒜고 안 똑똑하돠.”

“내 기준에선 좀 못하지만, 댁들 기준에선 뭐 그렇지.”


그리고 똑똑한 이가 그렇듯, 일우의 칭찬에 그는 자신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겸손함을 보였다.


“그나저나 이건 뭘로 만들었지?”

“달달줄귀 짜고 남은거 발효했돠. 그거뢍 과일 쫘낸 물이랑 넣었돠.”

“달달줄기라면 뭐 사탕수수인가보네. 그럼 럼주랑 과일즙을 섞은 칵테일이다 그건가.”

“쒠 녀석들이 과일 쫬돠.”


힘 센 바보들이 직접 짜낸 과일즙이라는 말을 듣자, 일우의 머리에선 우악스러운 손으로 과일을 쥐어짜는 오크가 떠올랐다.


“······손으로 짜낸 건 아니겠지?”

“물 쫘는 거 쒔다. 손으로 쫘면 손님 화낸돠.”


손님의 불만을 예상하고 위생까지 신경 쓴 걸 봐선 확실히 이 오크는 똑똑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길드마스터가 발음만 멀쩡하지 언어구사능력은 일반 오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면, 이 오크는 꽤나 지적 수준이 보이는 단어도 썼다.


“이 과일, 계약한 농좡에숴 갖고 왔돠. 오크가 수확했돠.”

“오크가 재배하고 오크가 짜낸 술이다 그건가.”

“발효는 아뉘다. 발효는 우리 머뤼론 안된돠.”

“솔직해서 좋구만.”


거기다 자신의 가게의 세일즈포인트도 정확히 짚고 있었다.

오크가 수확하고 오크가 짜낸 즙을 섞은 칵테일, 말 그대로 동포애를 자극하기 딱 좋은 소재다.

그래서 그런지 주점에는 오크들이 대부분이었고, 오크와 함께 온 몇몇 다른 종족이 있을 뿐이다.


“음, 뭐 여기 온 건 다른 목적이지만 나도 사교성을 좀 길러볼까.”

“칭구 만들뭔 좋톼. 귈드마수터 칭구 필요하돠. 너 도와줘롸.”

“친구는 안 만들 거고, 사회현상 연구를 할 거야. 길드마스터 일은 절대 안 도와줄 거고.”

“아쉽돠.”


이 주점 주인마저 길드마스터를 언급하는 걸 봐선, 이곳 길드마스터는 오크들에겐 무한한 신뢰를 주는 게 확실했다.

다른 종족들의 평판은 어떤지는 몰라도 말이다.


“뭐, 아무튼 간에 이 오크가 따서 오크가 짜낸 칵테일은 마음에 들어. 원산지를 알아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칵테일을 홀짝였다.

잠시 뒤, 일우는 근처의 농장에서 오크가 과일을 ‘수확’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돠와아아아아아아아아!”

-뿌드드드득!


나무를 말 그대로 뿌리 째 뽑아버린 오크는 넓게 펼쳐진 천 위에서 나무를 흔들어댔다.


“돠와아! 돠와아! 돠와아!”

-투둑, 투드드드득, 두드드드---

“돠 뙀돠!”


열매를 ‘수확’한 오크는 뽑았던 나무를 다시 원래 자리에 심어 방방 뛰었고,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엘프는 가볍게 주문을 외우고 땅을 매만졌다.

시들시들했던 나무가 다시 생기를 되찾는 걸 봐선, 오크가 뽑아내어 손상된 나무를 회복시키는 모양이었다.


“아이구우, 뭐 저희 같은 놈들 농장이 뭐가 그리 흥미로우시다고 이렇게 귀하신 분께서······.”


일우 곁에 있는 농장 주인은 ‘얼룩턱’이라는 이름의 리자드맨이었고, 연신 혀를 낼름거리며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내가 누군지 말 한 적 있었나?”

“아유, 주점 주인한테 들었습죠. 대륙에서 아---주 잘나가신다는 분이시라면서요?”

“뭐 잘나가는 건 아니고 눈에 거슬리는 건 죄다 걷어 차주고 살긴 하지.”


일우가 만난 그 주점 주인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 일종의 정보 거래상 역할도 하는 모양이다.

오크의 평균 지적 능력을 고려한다면, 이런 일을 하는 건 그야말로 상위 1퍼센트 수준의 일이다.


“근데 이런 대단한 연금술사 님께서 무슨 일로 견학을 하신다고 그러셨습니까요?”

“길드에 채이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줄을 섰거든.”

“아이구우우우우, 코랄 오크들 사이에선 힘 세면 다 되는데 뭐하러 그런 수고를······.”

“나는 그런 너희네들 법칙엔 안 따라. 내 법칙만을 따르고, 줄이 있으면 서는 주의야.”


일우의 말에 얼룩턱은 멀거니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그래서 궁금해졌지. 왜 저새끼들이 날 줄을 서게 만들었나.”

“아, 하하하하······ 역시 뭐 본토의 대단하신 분은 생각도 남다르시구만요.”

“사실 뻥이고, 칵테일 맛이 괜찮아서 뭐 어떻게 과일을 수확하나 궁금해졌거든.”

“아, 아아······ 그러시군요.”


그 말을 들은 얼룩턱은 계속해서 농장이 과일을 수확하는 과정을 안내하며 이런저런 설명을 늘여놓았다.

일우가 본 대로 수확할 과일이 있는 나무를 통째로 뽑아 흔들고 다시 심으면, 엘프나 다른 ‘복원가’들이 나무를 회복시키는 방식이었다.


“뭐, 저런 식이다보니 나무가 너무 커지면 뽑다가 뿌리가 잘려나가니 그냥 확 죽어버립니다요.”

“근데 새로운 농업 개혁가께선 다르시다 그거네.”


이 방식 때문에 나무들의 크기는 딱 아담한 수준이었는데, 새롭게 생겨난 ‘경쟁자’들은 우람하게 키운 과실수에서 적당한 과일만 따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농장의 과일 따는 오크들이 죄다 잘려나갔다. 오크가 따낸 과일은 대부분 찌그러지거나 망가져서 상품성이 떨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얼룩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희야 뭐······ 그 친구 말고도 거래처가 확실하니 계속 경영을 해왔지만, 다른 농장들은 이래저래 밀려나서 죄다 문을 닫아버렸습죠.”

“그래서 실직자들이 죄다 모험가 길드로 몰려왔던 거구만.”

“뭐 그렇습니다요. 저희들이 고용하려고 해도······.”

“돠와아아아아아아아! 다 뙀돠!”

“······일감이 넘쳐나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도입되면 실직되는 이들이 나타나기 마련.

이 지역에서도 그런 법칙은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왜 제목이랑 나오는 애들이 다르느냐? 그건 언제나 항상 늘 그렇듯이 진도 빼면 다 아시게 됩니다.


참고로 길드마스터는 바보가 아닙니다. 바보는 길드마스터 못합니다.

거기에 오크들은 무식한게 아니라 순박한 겁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려는 가장들일 뿐이죠.

그리고 저 도마뱀 양반은 악덕농장주가 절대 아닙니다. 아니 왠지 그런 말이 나올 것 같아서 말이죠.


물론 주인공은 이들의 슬픈 사연 따윈 관심도 없죠. 이용해먹을 필요가 있지 않은 이상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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