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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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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최근연재일 :
2021.10.06 12:49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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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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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1
글자수 :
946,637

작성
21.06.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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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글자
20쪽

11. 고래가 난다요 [7]

DUMMY

호언장담한 대로, ‘연금술사 우’는 고래를 만들었다.

허나 이 거대한 물체는 떠야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을 담고.

문제는 일우의 말을 믿지 못하는 자가 적지 않았다는 것과, 이 기회를 노려 한탕 해먹으려는 기회주의자, 그리고 노력해도 안 되는 재능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불량, 이거 불량, 이건 기준 미달, 이건 겉모습만 멀쩡한 쓰레기. 이건 소재 빼돌렸고.”


완성된 부유장치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연금술사 우’는 가차없이 불량품들을 걸러냈고, 그렇게 걸러낸 물건들의 수는 전체 부유장치의 절반 가까이가 되었다.

멀쩡한 것으로 확인된 나머지 부유장치를 고래에 연결시키는 사이, 일우는 불량품을 찍어낸 이들의 무리 앞에서 이리저리 오가며 팔을 휘저었다.


“내가 뭐 과한 거 요구했나? 이봐, 대머리 동네에 사는 현재과거미래형 대머리들.”

“······.”

“아, 여자도 있네. 근데 여자도 대머리 안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아무튼, 내가 뭐라고 그랬어? 고래는 내가 만들고, 띄우는 건 너희들이 한다고 했지?”

“그, 그게······.”

“정말로 만들어낼 거라고 생가······.”

“노력했습니다! 정말입니다! 전 최선을 다해······.”

“아, 그만.”


요구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물건들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은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가진 길드 모험가들에 사이에 포박되어 있었다.

일우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작업자에게 다가가 히죽 웃었다.


“자아, 한 놈을 매달아버리겠다고 했는데도 너희들은 날 실망시켰어.”


그 말을 한 뒤, 일우는 상대의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잡고 끌어올렸고, 포박된 상태로 무릎을 꿇고 있던 상대는 머리를 쥐어 뜯기며 들어 올려졌다.


“끄아아아아아!”

“자,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게 부유장치고 네 대가리가 고래라고 쳐. 이 고래를 띄우기 위해서 수많은 부유장치들이 달라붙은 상태라고 치자고.”

“아아악! 아악!”

“지금은 이론상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별 탈 없이 날아올랐어. 하지만 말이야······.”


그 말을 하면서 일우는 왼손을 놓아버렸고, 오른손에 쥐여진 머리끄댕이에 몸무게 전체가 실리며 작업자는 더욱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악!”

“이렇게 하나 둘 불량이 나서 나가떨어지면 전체 균형이 깨져. 그러면 기준을 충족한 녀석들이라도 과부하가 들어가고, 하나 둘씩 맛이 가는 거야.”


꽉 쥔 오른손에서 손가락이 하나씩 풀어지다 최종적으로 엄지와 검지만으로 상대를 잡아당긴 모양새가 되었고, 일우는 그 상태에서 상대를 향해 으르렁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최대한 튼튼하게 만든 녀석들만 남아서 버티다······.”

“악!”

“이런 식으로 고래 자체가 손상이 가겠지. 훅.”


엄지와 검지로 상대방의 머리털을 한웅큼 뜯어낸 일우는 뜯겨진 머리카락을 훅 불어 날려버린 뒤, 손을 탁탁 털고 곁에서 볼썽사나운 표정을 한 행정관을 돌아보았다.


“이 대머리동네 행정관이 댁이라고 했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요구조건도 충족 못하는 녀석들을 어떻게 생각해?”

“그놈들 조지셔도 상관없습니다. 보니까 전부 다 야드 상공회에서 찍힌 놈들밖에 없거든요.”


평상시라면 일도 안 맡겼을 신용불량인 장인과 연금술사들을 향한 행정관의 시선은 별로 좋지 않았다.

계획의 전부나 다를 바 없는 상대의 심기를 거스르게 만든 건 물론이고, 이 시국인데도 평상시의 안 좋은 습관을 그대로 드러낸 이상 완전히 눈 밖에 나버린 것이다.


“이런 놈들을 잘도 데려다놨군 그래?”

“평소였다면 부르지도 않았을 겁니다. 손이 부족하니 별 수 없이 부른 건데, 역시 버릇대로 하는군요.”

“고쳐 쓰려고 애를 써도 안 되는 게 사람이지.”


일우는 행정관을 향해 방긋 웃은 뒤, 다른 불량 작업자들을 돌아보며 손을 까딱였다.


“자, 전부 고래 아가리행이다. 얘들아? 매달아버려.”

“으어어어!”

“아, 안돼!”

“잘못했으니 한 번만 용서해······ 꺄악!”


어느 새 날아온 드론이 불량 작업자들을 포획해 고래의 입 부분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고, 그 사이 일우는 이들 중 유일하게 성실했으나 실력이 너무나 부족했던 연금술사 아가씨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너.”

“예, 예!”

“넌 장래희망을 다른 거로 바꾸는 게 어때?”

“······.”

“작정하고 농땡이를 부린 것도 아니고, 대놓고 빼돌린 것도 아닌데, 정말 성실히 열심히 했는데 이 꼴이면······ 솔직히 실력 없는 거야.”

“다, 다시 기회를 주십쇼! 만회할 기회를······.”

“응 시간 없어. 그냥 때려치우렴.”


일우는 그렇게 말한 뒤 행정관을 돌아보았다.


“나중에 정리되면 얜 그냥 재취업기회나 줘. 노력하는데 안 되는데 벌을 줄 순 없잖니?”

“······면목 없습니다. 동생이라고 있는 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알 바 아냐. 내가 언제 네 인척관계 물어봤니?”

“······.”


아무래도 행정관의 혈연관계인 모양이지만, 일우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았기에 넘겨버렸다.

그 사이 비공정들이 각자 위치에 도달해 견인줄과 연결 호스, 거기에 물대포가 설치되었다. 동시에 수백 개의 물펌프는 쉬지 않고 돌아가며 고래의 뱃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일우는 한창 물을 퍼올리는 작업 현장으로 향해 슥 훑어보았다.


“워낙 뱃골이 커서 다 채우는데 한참 걸리겠는데, 이거 두 배로 만들어두라고 할 걸 그랬나?”

“원하시는 수량이라면 내일까지 채울 수 있다고 봅니다.”

“내일이라······ 저 위에 있는 놈이 그대로 있다면 그게 되겠지.”

“핫하! 뭐 문제될 거 있습니까? 에클록 결정이야 저기 가만히 아무런 움직임도 없잖습니까.”


펌프 제작을 맡았던 연금술사 중 누군가가 웃으며 그 말을 하자, 일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하지 말아야 할 소리를 하는구만.”

“어······. 뭐 그렇습죠.”


불길한 소리를 꺼내면 꼭 그대로 이루어지는 징크스는 이쪽 세계에도 있는 모양인지, 헛소리를 꺼낸 연금술사를 향해 다른 이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 분위기 속에서 중년 남자, ‘방락백작’은 헛기침을 하며 손을 들었다.


“뭐, 그렇게들 신경 쓸 것 없소이다. 내가 예상하기론, 별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으면 에클록 결정이 움직일 일은 없으니 말이외다.”

“무슨 근거로?”


‘방랑백작’의 정체를 아는 일우는 그가 꺼낸 말에 관심을 보였고, 상대는 일우의 앞에 계산판을 내밀었다.


“그 당시 에클록 스파크 반응은 근처에 거대 마력원으로 인한 역반응이지 않나 싶소. 생각보다 비공정에서 뿜어내는 마력량은 대단하니 말이외다.”

“그렇긴 하지.”

“거리와 마력량을 통해 추정하건데, 이 정도 거리까지 대규모 마력원이 접근하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에클록 스파크 발생이나 저 결정체가 움직일 일은 없는 것 같소이다.”


당연히 일우는 계산판에 들어간 공식이 뭔지도 모르고, 결과값이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그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다른 장인들처럼, 잘 아는 것처럼 대답하면 그만이다.


“내 추정도 비슷해. 그래서 비공정들을 쓰는 거니까. 이쪽이 뭉쳐서 접근하면, 쟨 무조건 오게 되어 있어.”

“현재 비공정은 영향력을 끼칠 범위까지 접근하지 않고 있고, 모든 비공정은 통제 중이니, 비공정으로 인한 에클록 스파크 재발생 가능성은 차단된 것이나 다름없소이다.”

“······그 말은 다른데서 비공정이 날아 들어오면 저게 움직일 수도 있다는 거죠?”


막 펌프들을 살펴보던 에멜린이 손을 들며 끼어들자, 사방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뭔가 떠올랐다는 듯 장인 중 누군가가 고함쳤다.


“행정관! 행정관을 불러! 야드 쪽으로 오는 정기 비공정 일정이 있을 거 아냐?!”

“제에에엔장, 타멜로스에서 오는 비공정이 하나 있었어! 내일 아니면 모레일 텐데······.”

“아냐, 아냐아냐아냐······ 그거보다 하루 더 빠르게 오는 정기 비공정이 하나······.”

“멍청아, 그건 괜찮아! 그 정기 비공정은 여기에 묶여 있잖아.”


장인들은 황급히 야드로 날아오는 비공정의 정기 시간표들을 떠올리느라 애를 썼다.

누군가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은 다른 이들도 생각할 수 있는 법이고, 지식이 비슷하다면 비슷한 가설을 떠올릴 수 있는 법.

행정관이 일우 쪽으로 달려오며 심각한 문제를 찾았다는 듯 소리쳤다..


“큰일입니다! 우 님! 오늘 비공정이 하나 날아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제 예상대로라면 비공정이 접근하면 에클록 결정이······.”

“마침 잘 됐네. 그 이야기 중이거든. 언제 오는데?”

“지금 시간이 정오니까······ 문제없이 날아온다면 약 두어 시간 뒤에······.”

“들었지? 재수가 없으면 두 시간 뒤부터 시작할 거야. 펌프들 과부하라도 시켜서 더 빠르게 물 퍼올리던가 하라구.”


그 말을 듣자마자 물펌프를 관리하던 장인들이 황급히 펌프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대응이 무색하게 스카웃이 긴급 사항을 전달했다.


[경고! 에클록 방전현상 감지! ‘베타 결정체’에 에너지 공급 중. ‘베타’ 이동 감지.]


하늘에 떠 있는 에클록 결정과의 거리가 워낙 멀었기에 눈으로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지만, 일우는 행정관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일정보다 좀 빨리 오나봐?”

“어······ 이런.”

“그 비공정 어디로 날아오는데?”

“그 비공정 동선이면 저 산 능선을 타고 저공으로 날아올 겁니다.”

“이 동네 위에 뭐가 떠있는지도 모르고 슬슬 기어오겠군.”


최악의 경우 비공정이 또다시 에클록 결정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르고, 그러면 동시에 두 개 이상의 결정체를 막아야 한다.

상황이 급변했고 위기를 마주했지만, 이상하게도 ‘연금술사 우’의 태도는 너무 느긋했다.


“폭죽이라도 쏘아! 긴급 피난 경보라도 보내!”

“산에 가로막혀있는데 그게 뭔 소용이겠나? 차라리 비공정을 띄워서······.”

“아예 에클록 결정을 대놓고 움직이게 만들 참인가?!”


혼란에 빠진 현장과 이러지도 못하는 사람들 사이.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태평하게 서 있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라면······.”

“지금 당장 띄웁시다! 적어도 이쪽의 비공정이 날아오르면 방향을 틀 수 있으니······.”

“제정신인가? 저 안에 물이 절반도 차지 않았는데 괜히 헛고생으로 만들 생각도 아니고!”

“결정 덩어리가 두 개가 되는 건 막아야죠! 비공정으로 일단 이쪽 방향으로 유도를······.”

“자아, 조요오오오오옹!”


혼란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크게 소리지른 ‘연금술사 우’는 모두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대책도 무엇도 없는 이들이 멀거니 바라보자, ‘연금술사 우’는 히죽 웃었다.


“이전에도 몇 번을 말했지만, 난 너희들보다 훨씬 잘났어. 그래서 못난 너희들이 맡긴 일을 제대로 해내리라고 기대도 안 했지.”

“······.”

“손 놓고 구경만 하니 배알이 뒤틀리니 일을 맡겼지만, 보다시피 내 예측이 하나도 틀린 게 없어. 심지어 며칠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도 비공정이 다가오는 것 때문에 일 틀어질 걸 겨우 상황 발생 직전에 알아차리고 말이야. 이 무능한 것들아.”


마치 며칠 전부터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 알았다는 듯 말하고 있지만, 일우도 이런 돌발상황이 터질 줄은 예상도 못했다. 게다가 맡겼던 부양기관은 예상보다 불량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우의 계획은 무엇 하나 틀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갑자기 저 거대한 에클록 결정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자, 이쯤 되면 궁금할 거야. 이 시국에 왜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느냐? 눈앞에 엄청나게 긴급한 상황인데 왜 이렇게 여유가 있느냐?”


그 누구도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이 남자가 대체 무엇을 또 준비했는지, 진짜로 준비는 하고 있는지 이제 감도 안 잡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안한 시선들 속에서, 일우는 두 팔을 좍 펼치며 외쳤다.


“일어나라 고래야!!”

-------!!


사방의 공기가 진동하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거대한 소리가 주변을 메운다.

온 몸이 덜덜 떨리는 소리의 홍수에 모두가 몸을 가누지 못했고, 귀를 틀어막으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온 몸이 떨게 만드는 진동은 마치 뇌를 직접 흔들어댔다.


“윽--!!”

“크으윽!”

“이, 이게······ 무슨 소리지······?”

“니들 고래 울음소리도 못 들어봤니? 내가 뭘 만들었어? 고래잖아?”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저 거대한 덩치의 고래였다.


“당연히 고래 울음소리도 낼 수 있지.”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시급한 상황에서 사소한······.”

“당연히 중요하지!”


비틀대며 겨우 쓰러지지 않고 서 있던 랑키가 그렇게 말하자, 오히려 일우는 역정을 냈다.


“자! 생긴 것도 고래고, 울음소리도 고래야. 그러면, 이제 뭘 할 수 있겠어?”

“그, 그건 잘······.”

“바로 헤엄이다!!”


여태까지 무슨 소리에도 반응할 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랑키도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뜬금없이 헤엄이라는 단어를, 그것도 육지 위에서 언급한들 무슨 소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나 누군가의 이해는 필요 없다. 이미 일우는 모든 걸 계획해놨고, 그걸 하나하나 풀어헤쳐 보여줄 뿐이기 때문이다.


“바다에 있는 녀석이 육지에 있으면, 물 밖에 있으면 당연히 무엇 속에서 헤엄칠까? 바로 공기 속에서 헤엄치겠지!!”


그 말에 응하듯, 고래의 ‘지느러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거였어? 저게?”

“그냥 모양만 붙여놓은 게 아니라?”

“그래! 그리고 지느러미가 뭐 때문에 있는줄은 아니?”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이들에게 다가간 일우는 두 사람의 어깨를 붙잡아 주의를 끌었고, 이내 지느머리를 가리켰다.


“헤엄치라고 있는 거야. 그리고 여긴 공기 속이고, 공기 속을 헤엄치면 어떻게 될까?”

“그, 글쎄요······.”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라고.”


두 사람을 가볍게 밀어낸 ‘연금술사 우’는 두팔을 좍 벌리며 크게 소리쳤다.


“자아, 날아올라라 고래야!!”

[‘고래’, 주 출력기관 ‘지느러미’ 출력 상승 중. 최대 출력의 50% 도달. 중력극복계수 양수로 전환. 동체 상승.]

--------!!


또 다시 진동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며 ‘고래’는 지느러미를 움직였고, 그 움직임에 맞춰 천천히 육중한 몸이 지상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워······ 세상에.”

“저 덩치가······ 움직인다고?”


이 계획을 긍정적으로 보던 이들도 그저 부유장치를 잔뜩 달고 띄워 올린다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연금술사 우’의 설명도 그랬고, 지시한 것도 그랬으니까.

그러니 저 거대한 덩치의 고래가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천천히 상승하는 걸 보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육중한 위용에 할 일을 잊고 멍하니 바라보던 이들을 향해 ‘연금술사 우’는 소리치며 지시를 내렸다.


“야! 비공정에 서 있는 것들! 작업 다 끝났으면 내려! 거기 건 내 귀염둥이가 이제 알아서 조종할테니까!”

“아······ 아, 예!”

“내려! 다들 내려! 말려든다!”


물대포와 파이프 연결을 끝낸 작업자들이 황급히 비공정에서 내려왔고, 일우의 드론이 곧바로 비공정의 조종석에 달라붙어 시스템을 장악했다.


[원격 제어장치 활성화. 터렛 1, 2, 3, 4, 5 리모트 컨트롤 스탠 바이]

“좋아, 그러면 그쪽 애들도 띄워볼까!”


-우우우웅---!


일우의 원격조작을 통해 움직이게 된 비공정들도 ‘고래’의 움직임에 맞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래쪽에서 비공정이 한데 뭉쳐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에클록 결정체도 반응했다.


[‘베타’, 동선 변경. 이동 방향, ‘고래’ 방면으로 변경.]

“좋아! 일단 계획대로 되어가는군.”


일우는 성큼성큼 걸으며 자잘한 작업을 완료하고 다가온 드론을 붙잡았다.

드론은 곧바로 고래의 위쪽으로 날아올랐고, 일우는 고래 머리 위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 전 드론을 건드렸던 두 아가씨들도 드론에게 붙들려 끌려왔다.


“으아악!”

“꺄악!”

“환영한다! 계산할 건 마저 치뤄야지?”

“저, 저희들도······ 가는 건가요?”

“저, 저기······ 그거 농담 아니셨나요? 그냥 이걸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에서 하신 경고오······.”

“농담?”


‘귀염둥이’들을 건드리면 고래에 매단다고 분명 경고했지만, 이 두 사람은 건드리고 말았다.

물론 경고성으로 남긴 농담이라 여기고 있지만, 일우가 ‘귀염둥이’를 통해 보여준 영상을 본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으어어어억!]

[사, 사람살려! 히익!]

[안돼, 안돼, 안돼!]


“······.”

“싫으면 니들도 쟤들이랑 같이 주둥이로 갈래?”


두 아가씨는 격하게 고개를 내저었고, 일우는 팔짱을 낀 상태에서 오른쪽 검지손가락을 까딱였다.


“나 혼자 가서 다 해먹을 거지만, 목격자가 있어야 뭐든 제대로 기록이 남는 거야. 내 휘황찬란한 업적을 곁에서 생생하게 보고 전할래, 아니면 저기 밑에 머저리처럼 고래 아가리에 매달릴래?”

“여······ 여기 있을게요.”

“오, 세상에······ 세상에······ 대단하다고 했지만 이건 좀 심한 것 같은데······.”


그 누구보다 고래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였던 그녀지만, 정작 그 고래 위에 올라가서 저 에클록 결정에게 들이 박을 상황이 되자 사색이 되었다.

그 사이, 고래는 방향을 돌려 호수에 고개를 처박았다.


-구그그그그그--- 풍더어어엉----!


“우워어어어어---!”

“무, 물러나! 물러나라고! 휘말린다!!”

“피해애애애!”


호숫가에 있던 이들이 황급히 해일처럼 밀려오는 물보라에서 벗어나는 사이, 일우는 고래에게 명령을 내렸다.


“쭈욱 들이켜라!!”

[고래 내부 저장소 2,3,4,5 격벽 폐쇄 및 펌프 작동 개시. 주 저장고 개방.]


순식간에 호수의 물을 빨아마시듯 퍼담은 고래는 곧바로 머리를 하늘로 향했다.


“너희들에게만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 혼자 다 하려고 했었단다.”

“그, 그러셨나요······.”

“하지만 그러면 너희들에게 뭔가 동기부여도 안 되고, 무엇보다 공짜로 이 동네를 구해준 게 되잖니? 그래서 굳이 안 나눠도 될 일감을 나눠줬는데······ 보다시피 개판을 쳐놨어.”

“어, 저, 저기······ 저는 이 곳 사람도 아니고······ 으으으······!”

“아무튼 간에! 똑똑히들 전하라고. 내가 워낙 잘나서 다 할 수 있지만, 고향을 지키는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잉여가 되는 꼴이 좀 그래서 일을 나눠줬지만, 결국 걔들은 있으나 마나 소용없는 잉여들이라고.”


고래의 표면에 납작 엎드린 채 손에 잡히는 바닥을 꼭 붙들고 있는 두 사람의 귀에 ‘연금술사 우’의 말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처지를 내버려둘 그가 아니었다.


“야! 기억을 하라고! 시작부터 중간이랑 끝까지! 나 혼자서 다 했다!!”

“으으으윽!”

“떨어뜨릴까? 어? 지금 거리면 마법도 안 써질거고 뭐 어디다 인챈트도 못하는데 여기서 떨어질래?”

“기, 기억할, 기억할테니까······ 으아아아!”

“좋아! 그러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도 확실히 보고 전달을 하라고. 내가 뭘 해내는지,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벌이는지!”


그 말을 한 일우는 두 사람을 밧줄을 이용해 고래 표면에 찰싹 붙였다.


“휴우······.”

“으으으으······.”

“좋아! 그러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도 확실히 보고 전달을 하라고. 내가 뭘 해내는지,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벌이는지!”


그 말을 한 일우는 뚜벅뚜벅 걸어가며 두 팔을 좍 펼쳤다.


“지금 너희들은, 지상 최고의 연금술사님께서, 길이길이 남을 대 업적을, 바로 코앞에서 보는 거라고!!”

“······.”

“내가 왜 찬성했을까······ 이런 계획을 내가 왜 찬성을 했을까······.”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 에멜린은 반쯤 체념한 표정이지만, 곁에 있는 아가씨는 거의 반쯤 이성을 잃은 채 자신의 섣부른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주인공이 사람들에게 설명한 것 : 고래 모양의 거대한 통을 만들고, 각종 부양도구를 이용해 띄워올린다

실제로 주인공이 만들어낸 거 : 자기 알아서 움직이고 날아오르는 ‘고래’


저는 정직하게 제목 지었습니다. 말 그대로 고래는 날았습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이 한 건 뭐냐구요?

뭐긴 뭐겠습니까 구경만 하는 꼬라지 보기 싫으니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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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4] +3 21.07.04 2,051 76 13쪽
63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3] +4 21.07.03 2,041 71 15쪽
62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2] +7 21.07.02 2,085 77 13쪽
61 12. 연금술성 폭우경보 [1] +5 21.07.01 2,120 79 13쪽
» 11. 고래가 난다요 [7] +4 21.06.30 2,127 76 20쪽
59 11. 고래가 난다요 [6] +4 21.06.29 2,084 72 15쪽
58 11. 고래가 난다요 [5] +3 21.06.28 2,124 72 13쪽
57 11. 고래가 난다요 [4] +4 21.06.27 2,140 70 14쪽
56 11. 고래가 난다요 [3] +1 21.06.26 2,190 70 13쪽
55 11. 고래가 난다요 [2] +3 21.06.25 2,228 79 13쪽
54 11. 고래가 난다요 [1] +3 21.06.24 2,408 75 13쪽
53 ?. 소년과 소녀, 그리고 전설의 시작. +9 21.06.23 2,383 93 10쪽
52 10. 모난 놈이 맞는다 [7] +3 21.06.22 2,404 77 18쪽
51 10. 모난 놈이 맞는다 [6] +6 21.06.21 2,431 69 18쪽
50 10. 모난 놈이 맞는다 [5] +8 21.06.20 2,474 79 22쪽
49 10. 모난 놈이 맞는다 [4] +13 21.06.19 2,546 91 22쪽
48 10. 모난 놈이 맞는다 [3] +1 21.06.18 2,581 8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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