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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님의 서재입니다.

난 당하고는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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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craft
작품등록일 :
2021.05.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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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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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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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3. 코볼트에게 자유를 [5]

DUMMY

일우의 계획이 지금까지 잘 먹혀왔지만, 앞으로도 이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때로는 예상과 다른 변수가 발생해 일이 틀어지고, 계획이 완전히 망칠 때가 올 것이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내부분열의 여지가 전혀 없잖아.”


클로킹 상태로 돌아다니며 정보수집을 한 결과, 일우가 구상했던 계획은 가망성이 없었다.

셀반은 저 벽 너머의 일을 오로지 자신의 손으로만 처리하고 있었다. 외부에 있는 고용된 모험가들은 말 그대로 경비병으로서만 쓸 뿐이고, 안에 있는 ‘농장’에 들어가는 물건이면 무조건 자신의 손만으로 옮기고 있었다.


“도와드릴까······ 윽!”

“너 며칠 전에 새로 왔지? 내 계약 기억 못 해?”

“그, 그야 기억은 하는데······.”

“명심해. 너희들이 관리하는 건 입구랑 외벽이랑 너희들 거처까지야. 내 공간도, ‘벽’ 안의 공간도 전부 너희랑은 관계없어.”


어딘가에서 공수해온 물건들을 가득 실은 수레에 동력배가장치를 단 셀반은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고 혼자서 그 수레를 밀고 연구실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 물주한테 잘 보이려고 해봤자 소용 없대도 그러네.”

“허 참.”

“저 양반은 우리한테 이 담장이랑 입구만 틀어막으라고 시켰고, 그것만 지키면 던전에서 목숨 거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준다고.”

“······대체 저 안에서 뭘 하길래 저런대.”

“몰라. 그게 궁금했던 녀석들은 다 쫓겨났고, 어딘가의 높으신 분한테 ‘이건 무해한 작업입니다’ 증명서까지 받아놨으니 우리한테 문제될 것도 없어.”


점수 따려고 괜한 짓을 벌였던 신참을 통해 일우는 이들의 관계가 정말 단순하면서도 딱 선이 그어진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 사이의 신뢰나 믿음은 오직 선을 지키고, 많은 돈을 받는 것에서 그친다. 다른 건 끼어들 여지가 없고, 뭔가 분란을 일으킬 여지도 없어 보인다.


[정보 비공유 관계를 기반으로 한 공작을 추천함.]

“······아니, 그건 안 먹혀. 애초에 저놈은 남을 안 믿고, 저것들도 돈만 보고 안쪽은 절대 신경 안 쓰기로 작정하고 온 거야.”

[내부 정보의 도덕적 결함 정보 유포를 권장함.]

“애석하게도, 그 문제도 연금술사 쪽 어느 단체에게서 무해함을 입증하는 증명서까지 받은 상태지. 실험은 비밀이지만, 해로운 실험은 아니라고 밝혔고······.”


일우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모험가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양심에 거릴 것 없는 놈팽이들은 편하게 돈이 들어오는 일을 날려먹지 않기로 작정했지.”

[현 상황에서 요원의 계획, 전면 수정이 필요함.]

“그러게 말이다. 몰래 뭘 하는 놈이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수상쩍고 의심스러운 줄 알았는데······.”


분열을 이용한 작전은 무언가 개입이 되어야만 가능한 법이지만, 한쪽이 일방적인 겉껍데기일 뿐이라면 쓸모없는 일이다.

이걸 깨달은 순간, 일우는 셀반에 대해 좀 더 알아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만······ 좀 직접 살펴봐야겠어.”

[해당 행위로 인해 요원 노출의 가능성이 존재함.]

“하지만 벽에 부딪쳤고, 뭐라도 알아보려면 일단 살펴 봐야 해.”


스카웃에게 그렇게 말한 일우는 셀반의 연구실 쪽으로 다가갔다.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냥 조금 전에 쳐들어온 것 마냥 변덕으로 취급하고 넘길지도 몰라.”


사람의 생각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만일 누군가가 남들을 속이기 위해 미치광이인 척 연기를 하고 있다면, 다른 미치광이를 볼 때 그런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저 녀석도 사실 가짜 미치광이가 아닐까.


“만일,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지만······ 나랑 비슷한 조건이라면, 어쩌면 나 혼자서 외롭고 쓸쓸한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될지도 몰라.”

[요원의 가설, 지극히 낮은 확률.]

“하지만 상황이 너무 잘 맞아. 이 빌어먹을 세계에 대해 알아볼 정보 덩어리의 지표면 위에, 정교하게 위장된 장벽을 쳐두고, 관계자 외엔 아예 연결고리까지 끊어놨으니까.”


일우가 써먹던 방식, 혹은 일우였다면 했을 것들을 똑같이 하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일우와 처지가 비슷할 수도 있다.


“······물론 가능성은 낮고, 함정일수도 있어. 일단 차분하게 관찰하고, 쑤시는 건 상황 봐서 하자고.”


일우는 이 세계로 떨어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연구실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들어서자마자 5초도 지나지 않아 자신이 가진 모든 가능성과 의구심, 가설, 그리고 기대감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클로킹 2페이즈로.”


CIS의 클로킹 스킬은 크게 두 가지 모드가 있다.

하나는 가시광선과 탐색에서 자신의 몸을 숨긴 모드. 이 경우 움직이는 소리나 말소리가 새어나오기에 상대방은 소리만으로 상대를 탐지해서 대응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가시광선과 소리 등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모드로,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고 심지어 총구에서 뿜어지는 화염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각종 스캔이나 탐색 장비에 곧바로 노출된다.

그렇기에 CIS에서 ‘2페이즈 클로킹’을 쓰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상대방의 탐색 기능이나 전자전 기능을 모두 무력화한 뒤에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스탈리스 대륙에서 써왔던 클로킹이 ‘2페이즈 클로킹’이었다. 여기에선 일우를 탐지해낼 그 어느 수단도 없었으니 소리를 굳이 들킬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고, 해당 장비 기능 사용 시 외부 감시망에 노출될 가능성, 매우 높음.]

“해. 그냥. 괜찮으니까.”

[클로킹 페이즈 전환.]


곧바로 일우의 말소리나 움직일 때 나는 소리가 싹 지워졌고, 일우는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냥 미친놈이었어. 괜히 이상한 의심했잖아.”


한창 연구에 매진하는 셀반은 결코 일우가 걱정하던 그런 자가 아니었다.

일우가 그렇게 확신하는 건, 셀반이 똑같은 음식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그것만 연신 씹어대며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셀반 근처까지 다가간 일우는 대놓고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음식’을 바라보았다.


“초콜릿도 있으니 민트가 있다는 것도 이해는 해. 그리고 둘 다 같이 섞어먹는 거? 괜찮아. 거기까진 취향의 선이라고 이해해줄 수 있어. 디저트인 민트초코맛이 아니라 진짜로 민트랑 초코를 섞어 먹는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어.”


셀반의 책상 위에는 민트초코로 만든 소스가 있었다. 누군가는 기겁할 만한 물건이지만, 일우는 그것마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무엇으로 찍어먹는지를 본 순간, 일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놈은 그냥 미쳤다고.


“하지만 그걸 어포에다 찍어먹는 소스로 써먹는 순간에서, 선을 넘은 거야.”

[해당 조합, 장기간 취식 시 영양학적 불균형 상태에 도달할 확률, 고려할만한 수준.]

“······그래, 이렇게 생각하자. 그냥 미친놈의 표본이니 다른 가능성 신경 안 꺼도 되니 다행이라고. 다행은 개뿔. 저거 보니까 진짜 따귀를 치고 싶어지네. 돌았나 진짜.”

[해당 사항을 고려한 특정 식품 취식 가능성 존재함.]


상대방의 괴악한 음식 취향에 일우가 분노를 퍼붓는 것과 달리, 스카웃은 냉철하게 음식마저 속임수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아니. 그건 아냐. 정말 쟤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조합을 골라서 먹는다면 그걸 의심할 수도 있어. 한 가지만 더하면 난 의심했을거야.”

[요원의 의심 근거 기준, 요청.]

“견과류.”


일우는 그렇게 말하며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방에 열대과일만 키우는 게 아니라 견과류도 널리고 깔리게 재배하는 곳이야. 음식이 곡물이 아니라 견과류만 들어간 것도 있으니까. 그러면 쉽게 조달할 식량인 거야.”

[긍정. 코랄 지방의 주식에 견과류가 포함됨.]

”하지만 견과류가 들어갈만한 조합인데 그걸 빼놓고, 그것도 견과류 과수원을 근처에 끼고 사는데도 저런 짓 한다?”


그 와중에도 셀반은 민트초코 소스에 어포를 찍어 질겅댔고, 다시 한 번 일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놈은 그냥 미친 게 맞아.”

[요원의 추정 근거, 비합리적.]

“그래, 미친 소리 같긴 해. 하지만 세세하게 따지면 결코 미친 소리가 아니게 되지. 저놈은 아니지만.”


여태까지 별에 별 짓을 다 해 온 일우가 할 소리는 결코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활동을 해왔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일우가 해온 것은 ‘연금술사 우’라는 가상의 인물을 그럴싸하게 연기한 것이고, 세간의 시선에 완벽하게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자, 셀반은 남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골방에 처박혀 저런 괴식을 퍼먹으며 연구에 매달리고 있었다.


“······됐어, 이놈이 대체 뭔 짓을 하나 알아보자고. 스캔 돌려. 이 시설 한정으로.”

[스캔 개시.]


경계할 필요가 없으니 일우는 스카웃의 기능을 아낌없이 써서 시설 전체 구조를 파악했고, 내부에 격리된 곳에는 몇 그루의 실험재배용 온실이라는 걸 확인했다.

스캔 결과만 봐선 정말 연구소였다.


“자, 그럼 우리의 미치광이가 뭘 연구하는지 보자고. 하는 김에 보안체계에 침투해서 다 뚫어놔.”

[해당 작업 진행 중. 시스템 장악 완료.]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어. 괜히 땅 속에 있는 것 때문에 쫄아가지고.”


그렇게 투덜대며 이동하긴 했지만, 일우로선 최선의 선택이다. 위험 요소가 다분한 지점에 수상쩍은 연구소가 세워졌으니, 있는 대로 경계하는 건 그의 처지에선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허나 그렇게 경계하고 다가섰던 연구소의 실체를 확인한 순간, 일우는 다시 한 번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이 시커먼 물풍선 같은 열매는 또 뭐람.”

[해당 열매의 함유성분 중 탄화수소 포함.]

“뭐, 돈이 열리는 나무 같은 건 누구나 한 번 생각해볼만한 소재긴 해. 거기다 여긴 판타지잖아?”


액체 탄화수소, 혹은 석유.

저 시커먼 액체가 나무에서 열매에 맻힌 걸 본 일우는 만사가 허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석유가 열리는 나무라니. 미국이 알면 여기에 쳐들어오고도 남겠어. 그래서 보안에 철저했나?”

[시설 데이터베이스 침투 완료. 연구 기록 복사 완료. 개인 기록 추출 완료.]

“보자고. 민트초코 어포빌런이 대체 이딴걸 왜 만들었는지 보게.”


셀반의 연구기록, 관련 자료, 거기에 그의 일기장까지 모조리 뜯어낸 스카웃은 모든 내용을 일우의 눈앞에 펼쳐보였다.

그걸 죽 살펴보던 일우는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설 소유주의 행동 원리는 이전 시대에 영웅으로 활약한 지구인의 기록을 토대로 석유 제조에 착수한 것으로 추정됨.]

“······그리고 그 영웅놈 혀가 민트초코에 절여진 놈이었고.”


이 괴짜 연금술사, 셀반은 오래 전 지구에서 끌려온 한 게임폐인이 영웅이랍시고 설쳐대던 기록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그가 온 세상에는 만물을 창조해내고 힘을 내는 근원인 검은 물이 난다고.

석탄이나 석유가 존재하지 않는 스탈리스 대륙에서 그런 소재는 굉장히 흥미로웠고, 우연찮게도 그 영웅 나으리는 석유 비슷한 걸 만들어보려 시도했던 모양이다.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셀반은 ‘탄화수소 덩어리인 열매’를 만드는 시도에 착수했고, 그와 비슷한 ‘탄화수소 과즙이 듬뿍 들어간 열매’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생각보다 더 단순하고, 예상보다 더 뻔하고, 심지어 뭐 배경도 없는 놈이네. 그냥 단순히 뭔가에 꽂힌 미친놈이잖아.”


놀라운 건 그 미친 짓이 성과를 이룩했다는 것이지만, 일우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이 치솟을 뿐이다. 어떤 게임 폐인이 영웅이랍시고 거들먹대며 남긴 기록이 짜증나고, 뭔가 그럴싸한 존재로 포장된 것도 짜증난다.

그리고 그 망할 놈은 하필 민트초코같은 걸 좋아해서 저런 짜증나는 식습관까지 흉내내게 만들었다.

물론 어포는 셀반의 취향이지만, 일우가 그걸 구분할 상황은 아니었다.


“······아, 몰라. 일단 돌아가. 짜증이 치솟으니 기운 쫙 빠지네.”

[확인. 작전 중지. 현지 서플라이 포인트로 귀환 개시.]


소득 없이 기운만 쫙 빠지는 사실만 알게 된 일우는 힘없이 솔트아일로 돌아와 그 주점에서 술을 퍼마셨다.


“너 기운없돠. 일 망했놔.”

“어. 계획 실패다. 내 차가운 디저트의 꿈은 당분간 중지다.”


힘없이 중얼대는 일우를 본 주점 주인은 이내 시선을 돌렸고, 오크의 힘으로 쫙 짜낸 과즙이 들어간 술을 들이킨 일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그냥 엄청나게 머저리가 된 기분인데. 나 뭐 때문에 그렇게 쫄았지? 바본가?”

[요원이 심리상태, 현지에서 접촉한 최초의 작전 실패에 따른 정신적 피해로 추정됨.]

“그래, 정신적인 충격이 크지. 여기선 뭐든 다 잘됐는데! 이게 뭔 개같은 거 때문에 뒤집혀졌대? 이게 뭐라고? 허 씨.”


여태까지 반쯤 미친 것 같은 연금술사같이 행동하며 가는 곳마다 계획대로 착착 해내던 일우였지만, 진짜로 미친 놈을 만난 덕분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짜증나네. 내가 물러날 일은 없었는데.”

[합리적 선택. 당시 작전상황에서 요원의 작전계획 변경의 요소 부재.]

“그렇긴 해. 근데 너무······ 허, 진짜 별 거 아닌데 이상한거로 두들겨 맞아서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런가.”

[사고회로 계산 완료. 동의. 고려 중인던 모든 위해요소가 아닌 별개의 요인으로 인한 정황 도출로 인한 심리적 타격.]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땅에서 석유를 봐서 충격 먹었나? 아니면 민트초코를 어포에 찍어 먹는 놈을 봐서 그렇나?”


한참 홀로 넋두리를 하던 일우는 이내 잔을 쭉 들이키며 일어났다.


“그래! 씨! 까짓 거! 여태까지 내가 뭘 했는데? 그냥 다 마음에 안 들면 조지는게 하는 일이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지!”

“마수타 도우려고 하는거돠?”

“안 도와줘. 내 문제야.”


술기운인지 뜬금없는 요소에 치여버린 자신에 대한 분노인지 모를 분위기를 둘둘 감싼 일우는 곧바로 주점을 빠져나갔다.


“좋아. 묻힌 게 너무 섬세하니 주의를 너무 기울였어. 여태까지 그런 거 신경도 안 썼는데 너무 흥분해서 그렇나봐. 걜 엿먹일 생각에 너무 신이 났었어. 사실 그게 진짜로 거기에 도움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긍정. 요원의 침착성을 회복하기를 권고함.]

“그래, 그럴 거야. 그러기 위해선······ 이놈의 동네에 불을 싸질러야 해. 큰 불.”

[부정. 해당 행우, 타 지역에서 벌여온 모든 작전결과를 손상시킴.]

“비유법이야. 이 동네에 큰 이슈 하나 만든다는 거지.”


아직 스카웃이 일우의 비유법을 이해하려면 한참 멀은 모양이지만, 일우는 상관없다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


“좋아. 뭐든 건수만 보여라. 그거로 이 동네를 혼돈의 소용돌이에 밀어넣으면서 그 석유농장도 불태워버릴거야. 석유가 나면, 엉클 샘이 가듯이······.”

“코볼트를 해방시킵시다!”

“······저건 또 뭐래.”

“아름다운 코랄을 추악하게 만드는 노예제도를 철폐합시다!”


대로를 걷던 일우는 왠 엘프를 중심으로 한 몇몇 다양한 종족들이 팻말을 내걸고 뭔가를 외치는 모습을 보았다.


“코볼투, 칭구돠! 칭구, 괴롭히쥐 마롸!”

“노예 반대에에에에!”

“부족 장로회는 코볼트들의 부당한 처우에 관심을 기울여라!”

“모든 종족의 공존이 코랄의 정신!”

“나뿐 쥣 하쥐 말좌아아! 우뤼 일좌뤼 뺏쥐 마롸아아!”


허나 시위가 그렇듯 행인들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일우의 시선은 확실히 끌고 있었다.


“오크나 고블린은 흔하지만 코볼트는 뭐 동네마다 다르게 생겨서 어떤 쪽인지 모르겠네.”

[종족 정보, 코볼트. 검색 완료.]


스탈리스의 코볼트는 광산의 정령과 개과동물 그 사이의 무언가 같은 종족이었다.

짜리몽땅한 키에 땅을 파고 반짝이는 걸 찾는 걸 좋아하고, 파낸 돌들 중 반짝이지 않는 것들을 다른 종족과 물물교환하는 것으로 먹고살며, 무엇보다 코랄 지방에서 사는 종족이 아니었다.

이상한 건 저들은 그 땅 파는 거 좋아하고 굴에 사는 종족을 이 뜨거운 열대지방에서 해방시키자고 하고 있었다.


“······그래, 석유가 있는 땅에는 항상 민주주의가 따르는 법이지. 데모크라시.”


일우는 홀로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시위대에게 다가갔다.


작가의말

솔직히 댓글을 다 보면서 어느 댓글은 맞고, 어느 댓글은 비슷하고, 대부분의 댓글은 제 예측과 동떨어진 것들이라는 거 확인하고 있었습니다만.....


....놀랍게도 이번엔 정확하게 짚으셨습니다. 광적광. 

찐광기 앞에서 광기 컨셉이 말릴뻔함.


하지만 이것도 주인공에게 닥친 시련이고, 늘 그렇듯 주인공은 극복합니다.

석유가 있다면 당연히 민주주의가 찾아가는 법이니까요.

오픈 업, 데모크라시 이즈 커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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