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3,842
추천수 :
5
글자수 :
501,857

작성
22.07.23 18:00
조회
116
추천
1
글자
12쪽

1 - 2. 박사의 저택

DUMMY

"ㄹ... 라..."

"?!"

"라프?"



'말을 할 수 있어? 그러면 사람 정도의 지능은 있다는 건가?'



그는 라프가 말을 할 수 있음을 깨닫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에 움켜쥐고 있던 테이저건을 허리춤에다 도로 집어넣었다.



'그래도 다행이군. 표정과 몸짓을 보아하니 위협적이지는 않아 보여. 그러면 이 저택에는 라프 말고도 볼 게 많아 보이니 대표님께 연락... 보다는 직접 여기로 모셔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에샤드가 저택에 오면 대표님을 모시러 가야겠어.'



라프는 자신을 바라보고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신기하듯, 라프도 그를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 라프. 난 ‘아담’이라 한단다. 혹시 지금 먹고 있는 건 뭐니?"

"고... 고기... 먹고 있다...?"



라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담을 멀뚱히 바라봤다.



"흠... 아직 어려운 대화는 힘든 건가?"



라프는 사람과 겨우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였지만,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것 치곤 벌써 말까지 하는 거로 보아선 오히려 사람보다 지능이 높을 수도 있을 거라고,


아담은 라프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이며 생각했다.



"그래. 라프야. 이거. 지금. 먹어라."



아담은, 라프가 쥐고 있던 천사의 상반신으로 입을 가져다 댄 뒤 먹는 시늉을 하고 다시 라프를 바라봤다.


마음 같아선 천사의 시체를 바로 회수하고 싶었지만, 그만큼이나 라프에 대해서도 알고 싶기에 아담은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지금... 먹...어? 라프"



그러자 라프는 다시 천사의 상반신을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 쐐기총을 맞고도 흠집 하나 없던 천사의 상반신을 연한 가공육을 먹듯 씹어대는 라프.


분명 라프가 먹고 있는 건, 날개와 옷가지로 보았을 때 천사가 확실한데...


아담은 믿기 힘든 눈으로 라프를 멍-하니 바라봤다.



"아...담 먹고 있는... 라프"



라프는 이런 말을 한 뒤 순식간에 천사의 상반신을 네 개의 손으로 반 토막 내어,


가슴과 날개 부분을 아담에게 들이밀었다.



'치악력뿐만 아니라 단순한 힘마저도 인간을 초월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후... 그런데 이거 일 났군. 천사의 상반신을 연구할 기회였는데 이렇게 반 토막이 나서야.'



아담은 라프가 건네준 천사의 상반신 조각을 들고 이리저리 살펴봤다.



'상반신의 절반, 가슴과 날개뿐이라고 해도 무게는 상당히 가볍다. 내장과 팔, 머리, 하반신은 현재 없는 상태. 피도 거의 나오지 않고 날개는 꽤 부드럽지만, 날개에 달린 깃털은 빠질 생각을 하지 않네. 이 날개만 제외하면 마치 핏물 뺀 돼지고기 반 토막 같은데... 육신의 강도는 거의 강철 수준. 쐐기총을 맞고도 아무렇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어. 육신이 이렇게 단단하면서 약간의 탄력성까지 있다니. 그런데 이 천사의 나머지 부분들은 어디에 있지? 이전에 벌써 먹어 치운 건가? 그런데 소녀는 왜 천사를 먹고 있는 거지?'



아담은 라프를 바라봤다. 라프는 열심히 천사의 조각을 뜯어 먹고 있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천사의 나머지 부분들은...'



아담은 지하의 방안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여러 크기의 실험관이 가득 세워져 있었고,


현재 그가 위치한 지하 입구와 가까운 곳 외에도 더 깊숙이 공간이 있는 것 같았다.



'실험관에 담긴 정체 모를 것들... 이것 중에 천사의 시신이 있으려나? 아니면 역시 라프가 먹었으려나? 일단 천사의 시체 조각과 라프가 들고 있는 나머지 부분만으로...'



"아담 그... 거 마저 먹고... 라프"



라프가 아담에게 기어와 바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바. 바지가 찢어 지겠... 뭐야 벌써 다 먹었어?"

"벌써... 먹었어? 라프"



'표정을 보니 내가 가진 걸 달라는 것 같은데? 이것만은 안돼.'



아담은 라프가 건넨 천사의 상반신 조각을 입에 넣어 씹는 척했다.



“... 먹는다. 라프”



라프는 그런 아담의 모습을 아쉬운 듯이 바라보며,


자신의 커다란 손톱을 작은 입술에 올려 오물거렸다.



'으... 시체가 혓바닥에 닿았어. 에샤드가 올 때까지 이 천사의 시체를 잘 감추어 두어야겠네. 어디 보자기 같은 거 없나?'



----------



윙-이


그녀는 은발의 긴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공중에 살짝 떠 있는 부유보드를 타고 박사의 저택으로 향했다.


부유보드는 일반적인 스케이트보드 모양으로,


밑에 달린 작은 부유석을 이용해 공중에 조금 떠오름과 동시에 앞으로 날아갈 수 있는,


새장의 대표 이동수단 중 하나였다.



'이름은 알 수 없고... 박사라고 했지?'



그녀가 부유보드를 타고 새장 속 도시를 빠져나온 지 30분 즈음 흘렀을 때였다.


그녀의 시야 저기 멀리서 높다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딕풍의 커다랗고 허름한 박사의 저택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곳이 아담 팀장님이 말한 박사의 저택인가? 생각보다 꽤 크네.'



그녀는 박사의 커다란 저택에 도착한 후,


부유보드를 한쪽 팔에 끼고 열려 있던 대문을 통해 저택의 앞마당으로 들어갔다.


저택의 앞마당은 보통 사람들이 자주 심어두는 그런 화려한 색상의 꽃들이 아닌 그녀가 생전 처음 보는,


마치 사람과 동물의 모습을 본뜬 것 같은 나무와 풀들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었다.



'취향 참 독특하네...'



그녀는 저택의 앞마당을 스윽- 지나쳐 가듯이 보고는, 이번엔 저택의 겉모습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박사의 저택은 대략 3층 정도의 높이였고, 그런 3층의 높이와 별개로 하늘로 우뚝 솟아나 있는 지붕의 끝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안테나가 여러 개 꽂혀 있을뿐더러,


저택 벽에는 기이한 문양이 일정한 패턴으로 새겨진 채, 무수한 덩굴들이 그 패턴에 맞추어 자라나 있었다.



'천사의 유적은 아니지만. 왠지 비슷한 느낌이야.'



그녀는 저택 벽면을 보며 가끔 새장에서 발견되는 ‘천사의 유적’과 비슷한 느낌 받았다.


‘천사의 유적’은 이름 그대로 천사들과 관련되어 있다고 추측하고 있는 고대의 유적으로,


일반적인 건축물부터,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기술까지 다양하게 새장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그녀는 벽면을 따라 시선을 옮겨, 이번엔 창문 너머로 저택 안을 살펴봤다.



'아침인데 저택 안에 불은 전부 켜져 있고... 현관문은 열려 있네? 그리고 저건 팀장님의 부유보드?'



그녀는 저택의 현관문 옆에 기대어 세워져 있던 ‘독수리 모양’의 마크가 새겨진 부유보드를 보고,


바로 그 옆에 자신의 부유보드를 나란히 세워 두었다.



‘자! 그러면 저 저택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문 안쪽에서 퍼져나오는 고약한 악취... 으... 팀장님께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아담과 마찬가지로 인상을 찌푸리며, 열려 있던 저택의 현관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 팀장님! 그 품에 안고 있는 건..."



저택의 현관과 바로 연결되는 길쭉한 복도의 끝에서 머리부터 시작해 서서히 위로 올라오는 아담의 모습.


그의 손에는 큼지막하게 부푼 보자기 하나가 들려있었고, 품에는 생전 처음 보는 생물이 안겨 있었다.



"오! 에샤드. 제때 도착했군."



아담도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에샤드를 알아보았는지 반갑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손에 들고 있는 보자기 제게 주세요."



에샤드는 아담을 보자 후다닥, 그의 앞으로 달려가 들고 있던 보자기를 대신 들어주려고 했지만.



"고맙지만 괜찮아. 이건 대표님께 가져갈 거거든. 그보다 이 생물... 소녀는 라프라고 한다. 이곳에서 박사가 만든... 실험체? 생물? 아무튼, 남긴 거지."



라프는 아담의 품에 안긴 채 커다란 귀를 들썩이며, 아담과 에샤드를 번갈아 봤다.



"비록 팔이 4개고 깃털 같은 털도 달렸지만 놀라지 말고..."

"오! 완전~ 귀엽다. 저... 저 좀 만져봐도 돼요?"



에샤드는 아담의 품에 안긴 라프를 귀여운 동물 보듯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귀엽다고...?"



아담은 예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에샤드의 반응에 살짝 당황했지만...


생각을 바꿔 라프의 외모를 한번 바라보고 평상시 동물을 좋아하던 에샤드를 떠올리니,


지금 에샤드의 반응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아담은 생각했다.



"흠흠... 만지려고 하면 라프에게 물어봐야겠지. 라프는 아직 언어 능력이 부족해 쉬운 단어만 알아듣거나 말을 할 수 있지만, 이 말인즉슨 라프도 사람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거라 보면 될 거야. 그리고..."



아담은 부르튼 입술에 침을 묻히며, 주저하듯이 에샤드를 바라봤다.



"... 무엇보다도 박사가 유언하기를 라프가 천사를 멈추게 해 줄 거라 하더라..."



천사라는 말이 나오자 라프를 보고 싱글벙글 미소짓던 에샤드의 표정이 금방 정색하며 굳어졌다.



"그 말이 사실인가요?"



에샤드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에샤드. 정말 괜찮은 거냐?"

"전 괜찮아요. 그렇고 말고요. 그보다 이 작은 아이가 어떻게 그런 괴물들을..."

"그건... 나도 모르겠어. 거기까지 박사가 알려주질 않아서..."

"그럼 박사는 왜... 죽은 거죠?"



에샤드의 눈 밑에 져 있던 진한 다크서클이, 아담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택 지하에 있는 박사의 시체를 보면 알겠지만, ‘이것’에게 뜯어 먹힌 것 같더라."



아담은 라프를 내려두고 한 손에 쥐고 있던 큼직하게 부푼 보자기를 에샤드에게 내밀었다.



"보고 놀라지 마라. 이건 ‘천사의 시체조각’이니 말이야."



아담은 한시라도 빨리 대표님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천사의 시체가 에샤드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고생하는 그녀를 위한 작은 보답으로서 내보였다.



"천사의 시체조각...?"



에샤드는 아담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날개 달린 괴물이 죽다니... 그것들은 쐐기총을 맞고도 멀쩡했는데.


물론, 화약이 들어가는 새장 속 불법 무기들은 모르겠지만,


천사에게 날카로운 쇠붙이가 통하지 않는 것은 분명했기에...


에샤드는 다시금 이틀 전의 악몽이 떠올르는 것 같아,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천사를... 죽일 수 있는 거였어?"



에샤드는 아담이 내민 큼직한 보자기에 손을 댈지 말지 주저했다.



"본다고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니고, 무리할 필욘 전혀 없으니까..."

"아니. 전 그래도 봐야겠어요."



에샤드는 두 손을 뻗어 아담에게서 보자기를 건네받았다.



"그걸 진짜 열어 볼 생각이라면 라프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열어봐라."

"그건 왜죠?"

"라프는 내가 처음 발견했을 때, 그 보자기 안에 들어 있는 천사의 시체를 뜯어 먹고 있었거든."

"진짜요? 이 꼬마가?"



아담에 말에 깜짝 놀라는 에샤드.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뭐, 일단은 그 보자기 안에 있는 것부터 확인해 봐."



에샤드는 아담과 라프에게서 떨어져, 그나마 덜 어지럽혀진 저택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라프는 에샤드를 막무가내로 따라가려 했지만, 아담은 그런 라프를 번쩍 안아 들었다.



"진, 진짜야. 그 괴물의 날개... 팀장님! 이걸 어서 대표님께 보여드려요!"



에샤드는 방 안에서 기쁜 듯이 외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2 6 - 9. 개전과 내전 23.11.09 8 0 12쪽
91 6 - 8. 개전과 내전 23.11.02 5 0 13쪽
90 6 - 7. 쟁탈전 23.09.08 12 0 13쪽
89 6 - 6. 쟁탈전 23.08.23 18 0 12쪽
88 6 - 5. 쟁탈전 23.07.03 23 0 12쪽
87 6 - 4. 쟁탈전 23.06.24 20 0 12쪽
86 6 - 3. 쟁탈전 23.06.05 23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7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6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6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30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2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3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5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5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8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41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40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5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41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6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5 0 12쪽
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7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8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6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8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6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2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8 0 12쪽
63 4 - 18. 운명 22.10.29 57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