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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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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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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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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501,857

작성
23.02.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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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 - 14. 서막

DUMMY

'씨... 휴, 휴대폰!'



김두원은 얼른 스마트폰도 켜보았지만, 통신마저 끊어진 상태.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김두원은 생각하며,


그는 스마트폰을 손에 든 채 귀를 다시 막았다.



'젠장...'



윙---


김두원의 입가에서 욕설이, 진동하는 소음과 함께 삐져나왔다.


귓가에 매미가 맴도는 것처럼 한동안 김두원의 모든 것이 소음에 집중되어 이명처럼 울리다가,


윙-


한철 매미의 울음과도 비슷하게, 소음은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김두원은 점차 줄어드는 소음에, 귀에서 슬그머니 손을 떼어냈다.



'대체 무슨...'



분명,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짜증 나게 진동하는 소음과,


신원을 조회할 때 들렸던 여성의 목소리는,


내가 류안이라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같았으니까,


설마... 류안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뭔가 함정을 파둔 건가?


그... 그러면, 그거참 큰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김두원은 자신이 들어왔던 꾹 닫힌 철문을 바라봤다.



'... 메이드들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까?'



은색의 잔기스 없이, 말끔하게 다듬어진 쌍여닫이 철문.


어지간한 장비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을 것 같은 철문을 김두원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척-!


점차 줄어들던 소음이 기계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멎었다.



"오! 이 분이 다른 세계에서 의식만 넘어온 자?!"

"...?!"



그러자, 마치 소음이 멈추길 기다렸다는 듯,


한 여자의 목소리가 천장에서 울려 퍼졌다.



"뭐... 뭐야!?"



김두원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에,


천장을 빠르게 훑어보면서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았지만,


반투명한 유리 천장 속 환한 조명등만이 김두원에게로 뿜어질 뿐이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철컥-


문이 아닌 옆에 있던 벽면이 좌우로 갈라지며,


눈 밑에 진 진한 다크서클과 함께 기름때로 엉망이 된 흰색 가운을 입은 여자가 걸어들어왔다.



"누... 누구시죠?"

"전 당신을 이곳으로 이끌었던 ‘박사’라는 자의 지인에 동료? 즈음 되는 사람이죠."



여자는 김두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대었다.


김두원은 가까이 다가오는 여자의 다크서클 속 생기 넘치는 눈빛을,


뒤로 주춤 두어 발 물러나며 두 손으로 가로막았다.



"... 그럼 잠시 실례하겠어요!"



김두원이 가로막거나 말거나,


그녀는 김두원의 가슴팍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린다던가,


허벅지를 눌러본다던가,


어깻죽지에 코를 대고 냄새 맡았다.


김두원은 여자의 스킨쉽이 무분별하게 들이닥치니,


그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무... 무슨..."

"겉보기론 류안과 다른 바 없어 보이는군요! 자자.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하죠! 전 저쪽 세계에 대해 궁금한 게 너무 많답니다!"



그녀는 김두원의 손목을 획- 낚아채 좌우로 열린 벽면 안으로 들어갔다.



"잠... 잠시만..."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어서 가죠!"



김두원은 그녀의 이끌림에 어린애처럼 질질 끌려가면서,


이게 무슨 일인지 상황을 파악해보려고 했지만,



"... 여긴..."



곧이어 지하 속 유리 너머로 펼쳐지는 웅장한 사원의 모습에, 그만 정신이 팔리고 말았다.



"여긴 이름하여, ‘하임달라즈’라는 천사의 기술력이 있는 사원! 과거, 당신과 같은 이세계의 사람들이 ‘최초’로 전이된 장소이죠."



내려다보는 느낌으로, 이곳보다 더욱 깊숙한 지하에 장대하게 세워진 신전.


그곳은 그리스 신화에 나온 신전처럼 지어져,


높다란 대리석 기둥에는 곧 살아서 튀어나올 것만 같은 아기 천사들이 무수하게 박혀 있었고,


주변에는 의식을 치르는 신도들처럼 크고 작은 탑들이 우두커니 솟아올라, 머물지 않는 신에게 기도하고 있으니,


그 중심에는 ‘허름하고도 커다란 나무문’이 덩그러니 놓인 채, 이 세상을 겸허히 만끽하고 있었다.



"... 이 세계에 저만 온 게 아니었나요?"

"그럼요~ 이미 당신 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넘어왔답니다. 제가 예상하기론, 지금까지 대충 한 천여 명 정도 넘어온 것 같은데... 아! ‘의식’만 넘어온 사례는 아마 당신이 유일할 거에요."



자신과 같은 ‘전이자’들이 더 있다고?


김두원은 정말 다행이라고,


만약 그들을 찾는다면 지금 이 상황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이런저런 대화도 좀 통할 것도 같다고,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럴 것 같다고, 김두원은 생각했다.



'...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외국인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아니, 이 세계의 언어도 왠지 이해되고 있는데, 대화가 아닌 글을 적어서 이야기 나누면 되지 않을까?'



김두원은 이 이름도 모를 여자의 손에 끌려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다른 세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막...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 보았던 것처럼 뭔가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벌써 어디서 터를 잡고 이곳으로 전이된 사람들을 모으고 있지 않을까?


김두원의 머릿속에서 물음에 물음이 꼬리를 물고 줄줄이 따라와,


이내 자신을 잡아끌던 여자의 뒷모습에서 멈춰섰다.



"자! 이곳에 제 걸작들이 있어요."

"... 엇!"



김두원은, 여자가 여는 문 그 너머에서 불어닥치는,


‘사람들이 갈고리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에,


그만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 찧었다.



"아참... 여긴, 걸작이 아니라 ‘전이자’들의 시체가 보관된 냉동창고였죠. 이런..."



시체들을 보며, 부끄러워하듯이 본인의 머리를 꽁! 한 대 쥐어 받는 여자.



"전... 전이자들이 나... 나와 같은 세계에서 넘어온 자들을 말하는 거 맞지?"



김두원의 입에서 거친 호흡이, 여자의 뒷모습을 향해 뻗어갔다.



"네. 당연하죠. 뭐, 살아있는 전이자들도 찾기 힘든데 이들의 시체는 진짜 겨우 찾았다고요."

"뭐... 뭣 때문에..."

"아! 이들의 육신은 ‘천사의 기술력’을 거부감 없이 받아 드리죠. 정말 멋지지..."

"그런 거 모른다고... 나는"



김두원은 앉은 채로, 여자에게서 슬금슬금 멀어졌다.


여자는 멀어지는 김두원을 바라보며 헝클어진 긴 생 머리칼을 빙빙 꼬다가,


곧이어 무엇이 생각난 듯 집게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 당신에게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를 말해 줘야겠군요."



여자는 기쁜 듯이, 뒤로 멀어지는 김두원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새장을 벗어나... 아니 그것보다도 세계와 세상에서 벗어나, 천사의 품에서 벗어나 완벽한 날개를 지니기 위해! 자...! 용사를 위한 변주곡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박사가 이곳에 도착하면, 그 변주곡은 시작되어요."

"미... 미친x"



김두원은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의 공포를,


곧 자신도 저런 시체가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을,


온몸으로 만끽하면서 저 싸이코패스 같은 여자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당신... 당신 뭐냐고?"

"엄... 아까 말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전 박사의 100번째 육체. 제가 맡은 임무는 ‘전이자 해부’로써, 류안의 사력 연구를 돕는 대신, 그에게서 ‘전이자 시체’를 지급 받았죠."



박사의 100번째 육체는 또 뭐야?


아니 그것보다... 김두원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여자의 반대 방향으로 냅다 달려갔다.


왠지, 아까보다도 복도가 길어진 것 같지만,


김두원의 머릿속은 이미 방금 보았던 시체들로 가득 차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미쳤다고. 미쳤다고. 미쳤다고. 미쳤다고..."



김두원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계속 달리다가, 어느 문을 열고 무작정 그곳으로 들어갔다.



"헉... 헉..."



벽에 걸린 팔, 다리, 몸통. 머리...


김두원은 호흡이 채 가라앉기 전에, 다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지만,



"헉..."



다행히 그것들은 전부 인형의 부속품들이라,


일단 자리에 앉으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



나는 나를 흘끔거리며 경계하는 메이드들과 검은 양복을 입고 있던 경비원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지나쳐,


류안의 저택 현관문 밖으로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어째, 복도와 각종 시설에는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현관문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게 마치 나를 그곳으로 유인하려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냥 무시했다.



"... 가드너들이 저 천사를 조사해보겠다고..."

"저 천사는 사실 다른 새장에서 보낸 선물..."

"뭔가 저 천사를 계속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



저택 밖의 거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그들은 전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뱉어내고 있었다.


나는 좀 더 고개를 두리번거리면서,


박사가 저택에 곧 올 거라고 했던 텔레우스를 찾았다.



"음?"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텔레우스는 오지 않았고 웬 더벅머리의 한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저기 멀리서 내게로 곧장 걸어왔다.



"꼬맹이. 여기가 류안의 집이냐?"



나와 나이 차이가 그렇게 나보이지 않는데 꼬맹이라니...


나는 싱그러운 과일 향에 지독한 향수를 섞어 둔 것 같은,


오묘한 냄새를 풍기던 남자를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맞는데요?"



자연스러움을 반강제로 짜 맞춘 것 같은 지독한 냄새.


내가 이 남자에게서 느낀 첫인상으로,


그는 나를 보더니 하품하면서,



"있지. 피차 나도 네 녀석 같은 꼬맹이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러니, 어서 류안에게 ‘테이야 이노’가 왔다고만 전해줄래?"

"직접 들어와서 찾든지 하죠? 난 이 집 심부름꾼 같은 게 아니라서..."

"에...? 그런 거였어?"

"... 그런데요..."

"난 또 류안이 무슨 인형을 만들었나 했는데... 그럼 넌 뭐냐?"



테이야 이노의 축 처져 귀찮음이 형상화된 것 같은 눈매가, 가늘게 바뀌며 나를 바라봤다.



"그냥... 그냥 손님인데요... 그런데 테이야 이노라면 이번에 들어온 신입 가드너 이름 같은데..."



가드너들의 명단은 인터넷 사이트에 실시간 업로드되어, 그곳에서 읽은 적 있었다,


테이야 이노,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 가드너로,


제 4의 도시에서 발탁된, 천사의 기술력이 아닌 악마의 기술력을 지닌 소년.


그가 처음 발탁되었을 때 각종 매체에서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상하리만치 분위기가 금방 가라앉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다.



"하음~ 내가 가드너인 걸 아니, 말은 금방 통하겠네. 꼬맹아. 안에서 류형씨 좀 불러줄래? 나 완전 바쁜 몸이거든."



다시 한번 하품을 쩌억- 하면서 말하는 ‘테이야 이노’.


이런 건달 같은 녀석도 가드너라니...


하긴, 가드너 중에서 나를 협박했던 녀석도 있었으니까,


이 정도면 양반인 건가?



"저도 누굴 부를 수 있는 처지는 아니라서... 이노형이 직접 들어가 찾아보죠?"

"에...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안에는 기분 나쁜 인형들이 엄청 많잖아? 나는 그런 것들을 보면 속이 울렁거려서 말이야."

"... 알아서 하세요. 저도 이곳에 불청객 정도라, 뭘 해주지는 못하니까..."



나는 혹시 텔레우스가 올까, ‘테이야 이노’ 주위를 살펴보면서 말했다.



"이런... 텔 형씨가 시킨 거라,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곤란한 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테이야 이노.


텔 형씨라면... 설마 텔레우스를 말하는 건가?


나는 테이야 이노의 잠 깬 것 같은 표정에다 당혹감을 섞어둔,


굳이 자신이 나서야겠다는 귀차니즘의 온상을 바라보다가,


저택의 현관문 밖으로 완전히 나와 그의 앞에 섰다.



"... 텔형씨라면 가드너의 리더인 텔레우스요?"

"엉. 그놈이 자기 대신에 이곳에 와보라고 했거든."



텔레우스의 심부름꾼...


비록 텔레우스 본인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와 관련된 남자이니,


나는 박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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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6 - 5. 쟁탈전 23.07.03 21 0 12쪽
87 6 - 4. 쟁탈전 23.06.24 19 0 12쪽
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6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5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8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2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3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5 0 13쪽
» 5 - 14. 서막 23.02.26 35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41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9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5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41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5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5 0 12쪽
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7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8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4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8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5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2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7 0 12쪽
63 4 - 18. 운명 22.10.29 5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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