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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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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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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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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501,857

작성
23.09.0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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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 - 7. 쟁탈전

DUMMY

"실례합니다! 사령관님! 잠시 사령관실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복 차림의 여인은 목에 칼이 겨누어져 있던 나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붕대 두른 남자를 향해 차렷 자세로 손바닥을 펼쳐 쇄골로 올리며 절도있게 말했다.



"흠..."



붕대 두른 남자는 내게 겨누고 있던 칼날을 치우며,


무엇을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이내 칼날을 칼집에 완전히 집어넣었다.



"너희 두 명은 나를 따라와라."

"..."



나는 그의 명령조 같은 말을 거부하고 싶었다.


지금이라도 이 두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날아가봤자...


나는 처음 전이된 그 장소가 어디인지 몰랐을뿐더러,


이 붕대 두른 남자에게서 벗어날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그래, 지금은 이 남자의 말을 순순히 듣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좀 더 인원을 배치할까요?"



제복 차림의 여인은 나와 로젤리나를 흘끔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이 두 명은 내가 직접 감시하겠다. 그러니, 맹세한 자들은 학생들을 지키는 것에 전념하도록 하고, 그래서, 밖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나는 제복의 여인과 대화하는 붕대 두른 남자의 눈치를 살피면서,


이 사방이 막혀 갑갑했던 방 안을 나갔다.



"뭣...?"



지금 내가 있었던 이 방안...


취조실 같았던 사방이 막힌 이 정체 모를 방안이 내가 나가기 무섭게,


벽이 투명해지면서 사방이 뻥 뚫려, 대강당 느낌으로 변했다.


대강당 안에는, 제복 차림의 여러 사람이 분주하게 무엇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 뭐야? 이게..."



이 세계는 우리 세계보다 기술이 더 발전되어 있나?



투명한 장벽도 그렇고,


이 정도 크기에 거대한 열기구라니···



"현재, ‘개벽의 날개들’ 제 2연대가 우리가 지나쳐야 하는 경로를 막아서고, ‘새장 영공 이탈’에 관해서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아무래도 영공 불가침 영역 건으로, 지금 당장 불만 있는 말투였습니다."

"... 황제님께는 보고했나?"



그녀의 보고를 들은 붕대 두른 남자는 자리에 멈춰 서서,


점차 문이 닫혀가는 대강당 안을 한 번 스-윽 가볍게 바라본 뒤 말을 이어갔다.



"황제님은 현재 ‘우르드니아 공화국’과 교섭 중임으로, 이번 일은 사령관님께 모든 것을 일임한다고 하셨습니다."

"흠... 내가 원하던 보고 내용과는 조금 다른 것 같지만, 알겠다."



그러고보니, 이 붕대 두른 남자가 사령관이었다니.


막무가네로 공격할 때는 그저 개망나니 같았었는데,



"그러면, 곧바로 개벽의 날개들과의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고.... 이렇게 되면, 이 두 사람도 내가 마냥 데리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겠군..."



그는 턱에 손을 얹은 채로 무엇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미야를 불러와라. 그 녀석에게 이 두 명을 맡기겠다."

"... 미야... 씨요?"



제복을 입은 여인은 미야라는 이름을 조금 흩트리면서, 주저하듯이 그에게 되물었다.



"그분이라면... 착실하게 임무를 이행할 것 같습니다만..."



여인은 내게로 고개를 돌려 너무 노골적이게,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마치 동물 보듯이 훑어보았다.



"이번일을 수행하기엔 다소..."

"괜찮다. 여기서 괜히 더 강압적으로 나온다면 역효과만 나게 될 테지."



붕대 두른 남자가 제복 차림 여인의 말을 끊으며, 나를 향해 뒤돌았다.



"제안 하나만 하지. 만약 네가 우리에게서 도망친다면, 앞으로 넌 우리를 적대시 하는 거로 생각하고, 평생 쫓기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너희를 맡은 미야는 처벌을 면치 못하겠지. 하지만, 순순히 우리 말을 듣는다면, 꽤 괜찮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거다. 여기서 대우란 건, 네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전이된 지역에 한 번 더 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거야."



제안을 가장한 협박.


독침에 꿀을 바른 것 같은 말.


나는 토할 것 같은 목구멍 속 어떠한 덩어리를 꿀꺽- 간신히 밀어 넣으며,


붕대 두른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 것 같군. 그러면, 여기서 로젤리나와 기다려라. 10분 내로 미야가 올거다."



붕대 두른 남자는 그저 평온한 인상만을 남기고, 제복 차림의 여인과 함께 복도를 걸어갔다.


나는 복도를 걸어가는 붕대 두른 남자의 뒷모습에서 눈을 때지 못하다가,


모퉁이로 꺾어져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서야, 간신히 눈을 땔 수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말하는 그의 온화함과 협박성 말에서 나는 분명 화가 치솟아었는데···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니, 나는 식물에 발이 걸려 넘어진 것처럼, 괜한 것에 화가 났던 것만 같았다.



"모든 게 전부... 꿈만 같죠?"



로젤리나라는 여인이 복도 모퉁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내게 말을 걸었다.



"꿈... 마치 제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에요. 어떤 게 옳은 건지, 어떤 게 잘못 된 건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이 세계의 사람으로 보이는 로젤리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동화를 알까?


아니, 잠깐만... 그것보다도 이 세계의 사람들은 전부 한국말을 하고 있잖아?


나는 솔직히 이런 생각을, 방금 말이 끝나고서야 떠올랐다.



"그런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동화가 당신 세상에도 있나 보네요?"



다행히 로젤리나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란 동화를 알고 있는지, 나의 의아함을 역으로 되물었다.



"동화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뭐, 인제와서 별로 놀랍지 않네요."

"··· 그게 무슨 말이죠···?"

"무슨 이유야 있겠죠. 한국말을 하는 이 세계인이든, 천사로 변한 내 몸둥이든···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는 제 모든 걸 걸고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러 왔어요. 그러니까, 지금 그밖에 일은 그저 과정일뿐이라고만 생각할 겁니다."



목적만을 가지고 사는 삶.


일단 나는 그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새로운 것이든, 이상한 것이든,


이용할 수 있다면 아무렴 상관없다고,


나는 각오를 다져···



"안녕하심까?!"



나는 고요한 복도에 순간적으로 불어닥치는 한 여성의 절도 있는 인사에,


깜짝 놀라 소리가 들린 그곳을 향해 뒤돌아섰다.



"전 사령관님의 부탁으로 여러분들을 맡게 될 미야라고 함돠. 잘 부탁합니다!"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어려 보이는 명랑한 소녀.


그녀는 일자로 만들어 둔 단정한 앞머리와 깨춤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우리에게 고개를 푹! 숙여 인사했다.



"뭐, 사령관님은 여러분들을 옆에서 감시하되, 마치 ‘팀’처럼 활동해라 했슴돠. 그러니까, 이제 여러분들 차례임돠."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아,


그저 멀뚱히 그녀의 명랑함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기소개 말입니다. 당연히! 처음 만났으면 인사를 나누는 게 팀의 첫 시작 아니겠어요?"



자기소개?


뜬금없이 자기소개라니...


그냥 막 죄수처럼 끌려다닐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나는 굳이 내 소개까지 해야 할까 싶었다···



"그럼 저부터..."



내가 이런 생각들로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다행히도 로젤리나가 먼저 선뜻 그녀에게 말했다.



"저는 로젤리나라고 해요. 전 지금 이분과 다르게 천사의 기술력도 없을뿐더러, 다른 세계의 사람도 아니지만, 일단 류-웬달씨가 학생들을 연구하라고 했으니..."



로젤리나는 무엇 때문인지 슬쩍 나를 바라보며 눈치를 살피는 것 같다가,



"학생들에게 저를 안내해주실 수 있을까요?"



머뭇거리듯이 입을 열었다.



"학생들에게 말임까...? 그,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학생들과 여기 계신 두 분을 떼어 놓고 있으라는 사령관님의 명령이 있어서 말이죠."



로젤리나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항상 당당할 것 같은 미야는 금방 당황하면서,


머리를 몇 번 긁적거리며 안절부절못했다.



"죄송함돠! 팀이랑 해놓고, 부탁을 들어 주지 못한다고 말해서 말이죠."



미야는 로젤리나에게 허리를 90도까지 꺾었다.



"아, 아니에요. 명령인데 그렇게 사과하실 것까지야..."



로젤리나는 공중에 손을 붕붕 헤집으면서,


과하게 깍듯한 그녀의 태도에 적지 않게 당황해했다.



"괜찮슴까? 그럼, 다행입니다... 헤헤."



그녀는 90도로 꺾은 허리를 세워 로젤리나를 향해 실없이 웃다가,


나를 향해 고개를 획- 돌렸다.



"그럼... 소개 부탁함돠."



그녀의 절도 있는 명랑함처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그녀의 가지런한 앞머리.


그것이 호기심에 가득 차, 나를 향해 눈을 빛내며 말했다.



"... 난... 하은별이고... 이곳에 가족을 찾으려고 왔어."

"가족...?"

"내... 가족이, 이 세계로 넘어왔거든... 지금 살아 있는지 죽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내 말을 듣고 있던 그녀의 웃음기 가득한 표정이 점점, 진지하게 변해갔다.


그 표정을 본 나는 정말 다행이라고, 안심할 수 있었다.



"... 꼭 찾았으면 좋겠어요..."



미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머리를 찰랑, 지금 내 심정처럼 뒤흔들었다.



----------



밤하늘을 부유하는 박사의 부유선.


달빛이 녹아든 구름을 타고 잔잔히 날아가는 박사의 부유선에서, 아르는 커다란 모니터 속을 주시하다가,



"이건..."



큼직한 모니터 속 띄어진 초록빛의 점들 위로 무수한 작은 점들을 생겨나자,


아르의 작은 손이 계기판의 버튼을 누르며 무엇을 능숙히 조정하다가, 옆에 있던 울란드를 바라보았다.



"레이더에 잡힌 ‘제국의 새장’의 부유 기구들이, 소속 불분명한 부유선들로 인해 정체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르의 얼굴이 모니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초록빛으로 물들었다.



"속도를 지금보다 더 올린다면, 대강 23시간 안으로 현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르는 조마조마 무엇을 고민하듯이 입을 쭈뼛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제국의 새장과 충돌하면, 손해가 꽤 크지 않을까요...? 심지어, 우리에겐 공주님이..."

"아르. 씨앗이 심어진 이상 우리에게 물러날 곳이 없다는 거 알지? 우리가 이 전쟁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어쩔 수 없어."

"..."



버튼 위에 놓여 있던 아르의 작은 손이, 주먹을 꾹- 쥐었다.



"그러면... 이번엔 제가 제국의 새장으로 갈게요."

"... 아니, 이번에는 박사님의 실험체들을 보낼 거다."

"넷? 그, 그건..."

"아르, 넌 우리들의 비장의 패 중 하나다. 이번에 학생들을 데려간 ‘제국의 새장’의 저력이 어떤지는 모르겠다만, 맹세한 자 중엔 용사의 동료로 추정되는 놈도 있어. 그러니, 비장의 패는 긴급한 상황을 위해 아껴야 해."

"그, 그치만..."



울란드는 아르의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어라하는 작은 입술’을 잠시 바라보다가,


외면하듯이 고개를 돌리며 조종실 앞으로 펼쳐진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 우리 둘은 여태껏 크고 작은 전쟁을 겪었지. 그러면서 수많은 죽음과 부조리를 마주했었고. 하지만, 우린 ‘흉터’와 다르게, 지금의 마음을 유지하면서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다 네덕분이야. 아르."

"..."



울란드는 중앙에 놓여 있던 조종석에 앉아 손잡이 형식의 버튼을 손에 쥐었다.



"그러면... 어서 이번 일도 어서 마무리 짓자."



윙---


박사의 부유선이 빠르게 속도를 올리며, 구름을 가로질렀다.



----------



"이곳은 사령관님 같은 ‘맹세한 자’들만이 훈련할 수 있는 훈련장 임돠. 아! 참고로 맹세한 자들은 ‘제국의 새장’에서 가장 강한 전투력을 지닌 자들을 뜻합니다."



미야는 나와 로젤리나를 운동기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곳에 상흔이 가득 찬 널찍한 빈방으로 데려와, 그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맹세한 자들은 대련을 통해 사력을 갈고 닦고 있죠. 뭐... 솔직히, 맹세한 자들은 개인주의가 워낙 강해서, 보통 이 훈련장은 대련으로 이용되지 않고, 진심으로 싸우고 싶을 때만 사용하고 있지만요. 헤헤."



제국의 새장이라니... 사력은 또 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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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6 - 4. 쟁탈전 23.06.24 19 0 12쪽
86 6 - 3. 쟁탈전 23.06.05 22 0 12쪽
85 6 - 2. 심해족 23.05.20 25 0 12쪽
84 6 - 1. 심해족 23.05.06 26 0 12쪽
83 5 - 19. 나무 23.04.22 35 0 13쪽
82 5 - 18. 일상 23.04.08 28 0 12쪽
81 5 - 17. 일상 23.03.26 31 0 12쪽
80 5 - 16. 일상 23.03.18 33 0 12쪽
79 5 - 15. 일상 23.03.04 35 0 13쪽
78 5 - 14. 서막 23.02.26 34 0 12쪽
77 5 - 13. 서막 23.02.18 36 0 12쪽
76 5 - 12. 날개 달린 것들 23.02.11 41 0 13쪽
75 5 - 11. 날개 달린 것들 23.02.04 39 0 13쪽
74 5 - 10. 날개 달린 것들 23.01.28 44 0 14쪽
73 5 - 9. 들판 23.01.21 41 0 13쪽
72 5 - 8. 들판 23.01.14 45 0 12쪽
71 5 - 7. 천사와 악마 23.01.07 55 0 12쪽
70 5 - 6. 천사와 악마 22.12.31 57 0 13쪽
69 5 - 5. 낙원 22.12.17 58 0 12쪽
68 5 - 4. 낙원 22.12.10 54 0 12쪽
67 5 - 3. 낙원 22.12.03 58 0 13쪽
66 5 - 2. 주인공 22.11.26 55 0 12쪽
65 5 - 1. 주인공 22.11.19 62 0 12쪽
64 4 - 19. 주인공 22.11.12 5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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